<단독> 허벌라이프 'GMO 검사'해 보니 충격

전 국민이 속고 있는 건강식품의 불편한 진실①

[일요시사 경제2팀] 임태균 기자 = 최근 미국허벌라이프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미국 및 기타 시장에서 일부 허벌라이프 제품은 GMO 작물에서 유래된 성분을 사용한다”고 밝힌 것이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세계적인 건강식품회사가 자사 제품에 유전자변형 원료를 사용하고 있음을 인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유전자변형 원료를 뜻하는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는 인위적으로 병충해, 살충제, 제초제, 추위 등에 강한 성질을 가진 유전자를 분리 또는 재조합해서 목적하는 특성을 갖도록 한 농산물을 말한다. 

GMO 작물은 아직 그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인류에게 두려움을 주고 있는 상태다. 공정위 산하 한국소비자원이 연구보고서에서 “GMO는 인류가 한 번도 먹어보지 않았던 식품이라는 점에서 수천년간 섭취를 통해 검증된 다른 식품들과는 달리 근본적인 위험성을 안고 있다”고 지적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제초제 내성
유전자 성분”

막연한 불안감이 아니다. 이미 전 세계를 경악시킨 광우병 사태를 보면 풀이 아닌 동물성 사료를 먹인 소에게 증상이 나타나기까지 10년, 다시 동물성 사료로 키운 소고기를 섭취한 인간에게 광우병이 발생하기까지 10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 바 있다.

단기간에는 아무 이상이 없는 것처럼 보여도 특성물질이 체내에 장기간 축적되면 예상치 못한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GMO를 바라보는 세계의 시각에 불안감이 가시지 않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GMO에 대한 여러 연구와 동물실험 결과 잠재적 암세포 성장, 면역체계 손상, 불임, 간·신장 손상, 심장이나 뇌 등 주요 장기의 축소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안전성 논란이 분분하다. 이유 없는 불안감이 아닌 것이다.


따라서 미국허벌라이프가 일부 자사 제품에 아직 검증되지 않은 식품인 GMO 작물을 원료로 사용했다고 한 발표는 파문이 클 수밖에 없다. 몸에 좋으라고 먹는 건강식품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모르는 원료를 사용하고 있다는 회사의 고백을 허투루 들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떠오르는 질문 두 가지. 첫째는 허벌라이프가 말한 ‘미국 및 기타시장’에 한국은 포함돼있을까에 대한 의문이고, 둘째는 ‘일부 제품’이라고 밝힌 제품은 어떤 것들인지에 대한 궁금증이다.

이에 대해 한국허벌라이프는 “한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모든 허벌라이프 제품은 유전자 재조합이 없는(Non-GMO) 원료를 사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국은 본사에서 말하는 91개 ‘기타시장’ 중에 포함되고 있지 않으며, 어떤 제품이라고 할 것도 없이 ‘모든 제품’이 GMO로부터 안전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상품은 자체적으로 원재료를 수급하여 한국에서 생산한 것일까? 이 대목에 대한 한국허벌라이프의 답변은 “한국에서 판매 중인 상품은 미국에서 생산되어 완제품으로 수입된다”는 것. “완제품으로 수입되는 것인데 한국 수출용 제품은 GMO 작물이 아닌 재료로 생산한다”는 설명이다.

미국본사 GMO 작물원료 사용 시인
현지 파문 일파만파…한국은 과연?

이 답변이 <일요시사>가 직접 허벌라이프 제품에 대한 PCR검사(제품에 GMO 유전자가 있는 지 없는 지를 확인하는 성분검사)를 하게 된 배경이 됐다.


허벌라이프가 내 식구(미국소비자)에게는 안정성이 입증되지 않은 재료를 사용하고, 다른 식구(기타 국가)에게는 안정성이 입증된 재료로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는 식의 해명을 신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성분검사는 식품의약품안전처 공인검사법에 따른 PCR검사로 식약처에서 인증한 복수의 공인검사기관을 통해 각각 2회 이상 진행했다. 검사 대상 제품은 ‘포뮬러1 뉴트리셔널 쉐이크 믹스 쿠키앤크림맛’(이하 쉐이크믹스)을 선정했다. 쉐이크믹스를 선정한 이유는 한 가지. 식사대용으로 최소 100만개 이상이 팔린 제품이기 때문이다. 작년에만 약 640억원 어치가 팔렸다.

함께 복용하기를 권하는 ‘퍼스널 단백질 파우더’ 매출 540억원을 포함하면 매년 1000억원 상당이 소비된 제품인 것이다.

체중조절을 원하는 사람에게 밥 대신 꾸준히 먹기를 권하는 제품인 만큼 향후 ‘특성물질이 체내에 장기적으로 누적되었을 때’의 영향을 파악할 때도 주요 평가 대상이 될만한 제품이라는 점도 작용했다.

검사에 사용된 제품은 한국허벌라이프 공식 온라인 쇼핑몰과 오프라인 사업자를 통해 구입했다. 일반 소비자가 쉽게 접근하는 경로를 따른 것이다. 시험결과를 받는 데까지 3∼10일이 소요됐다.

식약처 인증 검사기관인 한국식품과학연구원과 ㈜코젠바이오택에 의뢰하여 받은 검사결과는 주목할 만했다.

두 검사기관의 검사결과 모두에서 미국 몬산토사에서 개발한 GMO 콩 ‘RRS’유전자와 ‘MON89788’의 유전자가 검출됐다. 두 유전자는 제초제 내성을 갖도록 변형된 유전자다. 이는 곧 쉐이크믹스 성분 42.1%를 차지하고 있는 분리대두단백이 인위적으로 제초제 내성을 갖도록 유전자 변형된 GMO 작물임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에서 ‘유통되고 있는 모든 제품은 유전자 재조합이 없는 원료를 사용하고 있다’던 한국허벌라이프의 답변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결과다.

“쉐이크믹스 PCR검사에서 제초제 내성 변형 유전자가 검출됐다”는 결과를 통보하자 한국허벌라이프는 검사 결과의 진위 여부를 의심했다. 그러면서 “설사 PCR검사에서 GMO가 검출됐다 하더라도 유통과정에서 비의도적으로 섞여 들어간 ‘비의도적 혼합치’에 해당하는 양이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반박했다.

인근의 유전자 변형 작물 재배지에서 날아온 종자가 일부 섞여서 자란 경우에도 성분검사를 하면 GMO 유전자가 발견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어쩌다 약간의 GMO 성분이 들어갔는지는 모르지만 소량이면 관계없다는 입장이다.

먹는 것으로 장난?
소비자 기만 행위

그렇다면 관건은 쉐이크믹스에 과연 얼마나 GMO가 포함됐는가에 대한 사안으로 옮아간다. 복수의 기관에서 검사한 결과 쉐이크믹스에서 GMO 유전자가 발견된 이상 ‘GMO 원료가 사용됐다, 안 됐다’는 사안은 결론이 났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일요시사>는 두 검사기관에서 실시한 성분검사의 시험성적서를 근거로 허벌라이프가 보유한 함량검사 자료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한국허벌라이프는 “쉐이크믹스는 제품에 대한 ‘구분유통증명서’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식약처로부터 유전자변형식품 표기를 면제받았으며, 검사를 실시하지 않았다”고 답변해왔다.

그러나 이 같은 답변은 한국허벌라이프가 ‘비의도적 혼합치에 해당하는 양에 불과하다’는 해명에 의구심을 갖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무슨 근거로 제품에 함유된 GMO 함량이 ‘비의도적 혼합치에 해당하는 양’이라고 주장하는지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1%가 들었는지 90%가 들었는지 객관적인 데이터를 제시하지 않으면서 무작정 ‘미미한 양’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한국허벌라이프가 구분유통증명서를 공개하지 않은 탓도 있다.

한국법인 “한국의 모든 제품은 안전” 장담
쉐이크믹스 검사결과 ‘유전자변형 콩’ 검출

그러면서 분리대두단백에 대한 구분유통증명서를 거듭 강조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독립 검사기관의 구분유통증명서에 의해 식약처로부터 제품유통을 승인받았다”는 것.

문제의 구분유통증명서란 종자구입, 생산, 보관, 운반, 선적 등 취급과정에서 유전자변형 식품들과 구분해서 관리했음을 증명하는 서류다.


일종의 원산지 증명과 같은 성격의 문서인데 이런 증명서는 정부당국이 국내로 수입되는 모든 농수산물을 파종단계부터 수확, 보관, 유통 과정에 일일이 개입해서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도입한 일종의 검증장치다.

문제는 이 구분유통증명서의 신뢰성이다. 공정위 산하 한국소비자원은 구분유통증명서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다. ‘구분유통증명서가 대부분 일부 민간기업에서 발행하는 것으로 확인 과정에서 객관성 및 신뢰성 담보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해외 건강기능식품을 수입 판매하는 업계 관계자는 구분유통증명서에 대한 불신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구분유통증명서라는 것이 결국 원료상이 제공하는 증명서다. 사가는 사람이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미국은 GMO 작물이 아닌 것을 찾기가 힘든 것이 현실이다. 미국에서 발행한 구분유통증명서를 믿는 사람이 바보다.”

식약처 승인 왜?
구분유통서 논란

여기에 한국허벌라이프와는 달리 미국허벌라이프는 자사제품에 GMO에서 유래한 성분을 사용한다고 인정하고 있는 상황임을 고려해보면 식약처에 제출된 구분유통증명서의 신뢰성에 대한 의구심을 거두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고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무조건 구분유통증명서를 덮어놓고 불신하기도 어렵다는 것도 문제다.

구분유통증명서의 신뢰성과 별도로 제기되는 문제는 또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 제114호 ‘유전자변형식품 등의 표시기준’ 8조 표시사항의 적용특례에 대한 논란이 바로 그것이다.

현재 식품위생법 상에는 원재료의 5순위 안에 드는 성분이 유전자변형 식품일 경우 제품에 GMO 표시를 하도록 돼있다.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서인데 표시를 생략해도 되는 예외규정이 있다.

유전자변형농산물이 3% 이하로 포함된 경우다. 이 경우 구분유통증명서나 정부증명서, 검사성적서로 갈음할 수 있다. 한국허벌라이프가 ‘콩’이나 ‘옥수수’를 수입하는 업체일 경우라면 이 조항에 근거해 적용특례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쉐이크믹스와 같은 가공식품일 경우는 식약처 고시 114호 8조 2항에 근거해야 한다.

다음은 8조 2항의 내용이다.

「수입하고자 하는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이 GMO 표시관리대상 식품(냉동식품, 음료, 식용유, 과자, 빵, 조림식품, 건강기능식품 등)이지만 구분유통증명서, 정부증명서를 제출하지 못하는 경우로서 해당제품을 검사해 유전자변형 DNA가 전혀 남아있지 않음을 입증하는 검사성적서를 제출한 때에는 ‘유전자변형식품’ 표시를 생략할 수 있다.」

이 조항이 논란의 핵심이 되고 있다. 가공식품에 대한 표시적용 특례는 검사성적서에 의해 유전자변형 DNA가 남아있지 않음이 증명될 때 적용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구분유통증명서나 정부증명서를 제출하지 못하는 경우로서’라고 전제를 건 부분이 큰 문제라는 것이다.

이 전제는 곧 가공식품이라도 원재료에 대한 구분유통증명서만 제출하면 GMO 검사를 생략해도 된다는 해석과 행동을 불러오고 있다.

그 결과 PCR검사결과 GMO 유전자가 검출됐지만 GMO 제품이라고 고지하지 않는 제품들이 유통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허벌라이프 쉐이크믹스가 바로 이런 케이스다.

경실련을 비롯한 시민단체가 “GMO원료가 들어간 제품에 대해서는 완전표시제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 같은 현실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강식품은 명백히 GMO 표시관리대상 식품이다. 그러나 구분유통증명서 제출만으로 검사성적서를 생략한 채 표시사항 적용특례를 받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같은 상황은 법률이 보다 정확히 개정되거나 식약처의 적극적인 개선의지가 보이지 않는 한 ‘GMO 성분이 검출되고도 GMO 표시를 하지 않는 제품’은 국민들을 상대로 꾸준히 판매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허벌라이프는 다단계사업자들에게 “쉐이크믹스를 비롯한 모든 상품에 Non-GMO 콩 원료를 사용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제품 자체를 Non-GMO라고 하지는 않지만 원료는 Non-GMO라는 것이다. 나름의 접근방법으로 건강식품의 이미지를 쌓고 있는 중이다.

회사에 배신감
집단행동 역풍?

그러나 이 같은 한국허벌라이프의 행보가 앞으로도 순탄하게 지속될 지는 미지수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사업자들이 쉐이크믹스에서 GMO 유전자가 검출됐다는 사실에 대해 크게 분노했기 때문이다.

경기도 안양서 허벌라이프 샵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업자 김모씨는 “고객도 고객이지만 당장 우리 아이들이 먹고 있는 상품인데 걱정이 앞선다. 회사와 스폰(상위사업자)이 GMO로부터 안전하다고 해서 믿었는데 배신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사업자 최모씨는 “그동안 회사가 우리를 속인 거라면 집단소송이라도 해야 되지 않느냐”면서 “조만간 집단소송 카페라도 만들어서 사업자들의 의견을 모아야겠다”고 말했다. 자식에게 이유식으로 쉐이크믹스를 먹여왔던 박모씨는 10개월 된 아이를 끌어안고 눈물부터 터뜨렸다. “미안해, 미안해 우리 아들… 엄마는 몰랐어.”

※예고
<건강식품의 불편한 진실②> ‘몸에 좋으라고 먹었다가 큰일날 뻔한 사람들’ 편이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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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