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공약 점검> ④진전 없는 정치개혁

큰소리만 떵떵…이번 정권도 답 없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2015년 하반기 국정 운영을 시작했다. <일요시사>는 지난 2월16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발표한 박 대통령의 ‘집권 3년 차 대선공약이행평가’를 토대로 그로부터 현재까지 얼마나 공약이 이행됐는지 확인하는 시간을 준비했다. 총 4주에 걸쳐 복지·안보·경제·정치 분야로 나눠서 다룰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정치 분야를 점검해봤다.

여의도에서는 정치개혁 바람이 불고 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이하 정개특위)에서는 선거구 획정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새누리당은 오픈프라이머리 등 총선 룰 결정에 당력을 집중시키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정의당 등 야권에서는 비례대표를 늘이는 방안에 대해 모색 중이다.

정치 개혁
20대 총선

이렇듯 최근 정가에서는 개혁의 일환으로 논의되고 있는 사항들이 많다. 그러나 모두 내년 4월경에 있을 20대 총선을 겨냥한 개혁안뿐이다. 때문에 개혁에 대한 필요성이 국민들에게까지 확산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도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이유도 결국 취업·육아·주거 등 국민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해결책을 정치권이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전문가들은 그 이유에 대해 선거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정치권의 구조적 문제라고 보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개혁을 촉구하고 있다. 한곳으로 집중되는 대한민국의 권력 구조상 대통령만이 정치권 개혁을 밀어붙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집 ‘세상을 바꾸는 약속’에 제시된 정치 및 제도 개혁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공약은 크게 3가지, ‘정치쇄신’ ‘검찰개혁’ ‘정부개혁’ 분야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정부개혁이 27건으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며, 그 다음이 검찰개혁 분야로 19건, 정치쇄신이 17건으로 가장 적은 수를 차지한다. 이들을 합치면 총 63건의 공약이 정치·정부와 관련된 것이라 말할 수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이 지난 2월16일 박 대통령 집권 3년 차를 맞아 이들 공약의 이행도를 진단한 결과, 전체 63개 세부공약 중 완전이행이 10개(정치쇄신 1개, 검찰개혁 3개, 정부개혁 6개)로 전체의 15.9%를 기록했다.

후퇴이행은 22개(정치쇄신 4개, 검찰개혁 6개, 정부개혁 12개)로 34.9%를 차지했다. 완전이행된 공약보다 후퇴이행된 공약이 2배 이상 많은 것이다. 미이행은 31개(정치쇄신 12개, 검찰개혁 10개, 정부개혁 9개)로 49.2%를 기록했다. 근 절반에 가까운 정치·제도 개혁 공약이 이행되지 않고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쇄신 분야
미이행 12→9

6개월의 시간이 흐른 상황에서 공약을 다시 진단해보면 이행률에서 약간의 변화가 나타났다. 분야별로 살펴보면 우선 정치쇄신의 경우 기존 미이행 상태였던 12개 공약 중 1개 공약은 완전이행됐으며, 2개 공약이 후퇴이행됐다.

완전이행된 1개 공약은 선거구 획정위원회(이하 획정위)의 독립성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선거구 획정의 자의성을 방지하기 위해 획정위를 운영할 시 100% 외부인사로만 구성한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그 결과 독립기구로서의 획정위가 헌정 사상 처음으로 출범하는 등 공약이 이행됐다.

그러나 획정위가 계속해서 독립성을 지킬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이다. 국회 정개특위와의 충돌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획정위는 지난 8월경 정개특위에게 선거구 획정 기준을 마련하라고 통보했지만, 정개특위는 시한을 지키지 못했다.
 


총선 룰을 둘러싼 여·야의 정쟁으로 선거구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되지 못한 탓이다. 이에 획정위는 획정안의 국회 제출 법정기한(10월13일)을 지키기 위해 정개특위와는 별도로 획정기준 등을 설정하고 작업에 착수하겠다는 뜻을 내놓은 상태다. 정치권과의 마찰이 예상되는 가운데 획정위가 얼마나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국회의원의 면책 특권을 제한하고 불 체포 특권을 폐지한다는 공약은 후퇴이행으로 전진했다. 지난달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무소속 박기춘 의원(새정치민주연합 탈당)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면서 미이행에서 후퇴이행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해당 특권이 명시된 헌법 제44조·제45조에 대한 개헌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지난 2014년 9월3일 ‘철도비리’에 연루된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부결됐었다는 점 등을 비추어 완전이행이 아닌 후퇴이행으로 분류된다.

공약 이행률 점검해보니…
정가 여전히 ‘변화없음’

공무원의 직무수행과 관련된 사익추구를 금지한다는 공약도 미이행에서 후퇴이행으로 변한 부분이다. 지난 3월3일 정무위원장의 제안으로 발의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이 국회에서 원안가결됨으로써 기본 법제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서 말한 의원들의 특권 제한 공약처럼 완전히 이행됐다고 보기 힘든 부분이 있다. 김영란법을 기반으로 한 시행령 제정을 앞두고 정치권과 사회각계에서는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표적으로 추석 명절을 앞두고 농어촌민들은 김영란법 시행령에 의한 매출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만약 국민권익위원회와 한국법제연구원이 제시한 선물 가액 5만~7만원 선으로 처벌 기준이 설정된다면 매출이 급감할 것이라고 관련 단체들은 주장하고 있다. 때문에 농·축·수산물을 김영란법 적용 범위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개정법률안(새누리당 김종태 의원 대표발의)이 지난달 17일 발의된 상태다.

검찰개혁 분야에서는 그동안 이행된 공약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존 10개의 미이행 공약 중 4개가 포함돼 있는 검·경의 수사권 조정 영역은 변화된 바 없이 현 상태를 유지했다. 검·경이 서로 감시한다는 안, 검찰의 직접 수사기능을 축소한다는 안, 경찰수사의 독립성을 인정하는 방식의 수사권 배분 안 등은 제도적으로 마련되지 못했다.

비리검사 퇴출 영역에 있는 2가지 공약 사항도 당분간 미이행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법무부의 검찰청법이 아직 개정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검사의 적격검사기간을 7년에서 4년으로 단축시킨다는 공약은 5년으로 변경돼 입법예고 중이다. 해당 법안은 지난 2013년 3월23일 이후로 개정되지 않고 있다.

검찰개혁 분야
6개월 간 0건


합리적인 검찰 인사제도를 확립한다는 영역 또한 경실련이 조사한 지난 2월16일 이후 변화된 것이 없다. ‘검찰인사위원회’에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한다는 공약은 관련 규정이 지난 2011년 12월28일 이후 변화된 것이 없어 이행됐다고 보기 힘들다.

검사의 법무부 및 외부기관 파견을 제한한다는 안도 진전이 없었다. 따라서 ‘청와대 파견’ 등 검찰을 편법으로 파견하는 행위를 제도적으로 막는 일도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에 검찰을 편법 파견하는 문제는 오늘내일 일이 아니다. 정의당 서기호 의원은 김현웅 당시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때 “이미 6명의 검사가 청와대 파견 금지에도 사표를 써서 파견됐고, 5명이 그대로 검찰에 복귀했다”고 지적했다.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개선될 여지는 없어 보인다. 국회 대정부질문 당시 황교안 국무총리가 검찰의 청와대 파견에 대해 ‘직업선택의 자유’라고 발언해 공약 이행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야권에서 나온 바 있다. 김현웅 법무부장관은 후보자 당시 청문회 과정에서 “검사직을 사직하고 청와대 비서실 근무를 제한하는 것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검찰 관련 0%…개혁의지 없나
정부개혁 2건…전시행정 빈축


정부개혁 영역에서는 총 9개의 미이행 공약 중 단 2개의 공약만이 완전이행됐다. 국민대타협기구를 통해 조세 수준을 결정한다는 안은 지난 공무원연금 개혁을 추진할 당시 이행됐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지난 2일, 9월 정기국회 개회를 맞아 가진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민대타협기구는 정부, 공무원노조, 여당, 야당, 전문가, 시민단체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참여해 결론을 도출해내는 좋은 선례를 남겼다”고 평가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당시 원내대표는 공무원연금 개혁이 타결된 지난 5월4일 “국민대타협기구를 통해 합의를 이끌어낸 것은 우리 사회의 갈등해결 모범사례가 될 것”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그러나 완전이행이 언제 후퇴이행으로 변할지 모르는 상황이 최근 발생하고 있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노동개혁을 진행하는 가운데 곳곳에 뇌관이 심어져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일 교섭단체연설에서 김 대표가 특정 노조를 두고 ‘귀족노조’라고 말한데 대해 민주노총 측은 크게 반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새정치연합에서는 이와 관련해 사회적 대타협기구를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지난 3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청년·비정규직 일자리 해결을 위해 정규직 노동자는 ‘시간’을 양보하고, 대기업은 ‘이익’을 양보해달라”며 “사회적 대타협을 위한 국회 내 사회적 기구 설치를 제안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새누리당이 이 원내대표의 안을 받아들여 대타협 기구를 설치한다면 갈등을 봉합하고 지난 공무원 연금개혁과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해당 분야의 나머지 공약들은 미이행 상태를 유지했다. 공공부문 투명 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국고보조금 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한다는 안은 기획재정부 소속 재정정보과에서 진행 중이다. 총 사업비 300억원이 투자되는 이번 시스템 구축이 마무리 된다면 국고보조금의 중복·부정 수급을 방지해 재원이 왜곡 배분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무회의 강화 영역에 있는 총 4개 공약 중 3개 공약이 미이행 상태다. 국무회의의 집단 책임성을 강화한다는 안과 ‘책임장관제’에 대한 안, 정부조직 개편 시 전문가와 공무원의 의견을 수렴한다는 안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으로 이행되기 힘들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정부개혁 분야
완전이행 2건

지난 2월16일부터 최근까지 이행된 공약은 총 5건, 정치쇄신 분야에서 3건이 완전·후퇴이행됐고 정부개혁 분야에서 2건이 완전이행됐다. 이를 종합해보면 정치·제도 개혁과 관련된 총 63개 공약 중 완전이행된 것이 13개(정치쇄신 2개, 검찰개혁 3개, 정부개혁 8개), 후퇴이행이 24개(정치쇄신 6개, 검찰개혁 6개, 정부개혁 12개), 미이행이 26개(정치쇄신 9개, 검찰개혁 10개, 정부개혁 7개)로 바뀌었다. 항목별 변화 비율은 다음과 같다. (완전이행 15.9%→20.6%, 후퇴이행 34.9%→38.1%, 미이행 49.2%→41.3%)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중 열병식’ 국제사회 반응은?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전승절 열병식 행사를 두고 국제사회의 반응이 비판적이다. 미국을 포함한 친미·반중 성향의 국가들은 중국의 열병식 퍼레이드를 보고 ‘시대착오적’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이 지난 3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전쟁 승전 70주년’(전승절)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열병식을 개최한 데 대해 서방국가들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피터 쿡 미 국무부 대변인은 행사에 대해 “미군은 세계 최강의 군대이며 사람들은 이를 의심하지 않는다”며 “사람들은 미국의 힘, 우리 군대의 힘을 알고 있으며 우리가 퍼레이드를 통해 우리의 능력이 어떻다는 것을 굳이 보여줄 필요가 없다고 말할 수 있다”고 논평했다. 프랑스의 일간지 <르몽드>는 “중국 전승절 열병식이 제2차 세계대전(독일·이탈리아·일본) 주축국에 대항해 싸운 국가에서도 만장일치의 환영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스가 히데요시 일 관방장관은 “화해의 요소는 없다”고 못 박았다.

박 대통령의 참석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반응이 있어 관심을 모은다.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관에 대해 “북한 영향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중국을 찾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그러나 중국과 지나치게 가까워져 오바마 정권이 이를 우려하기도 한다. 10월 방미 때 충분히 해명해야 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미국의 <포브스>는 “‘반일’이라는 공감대로 참관하기에는 너무나도 큰 대가를 치렀다. 오히려 북한을 자극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평가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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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