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공약 점검> ③말뿐인 경제공약

지금도 대통령만 아는 ‘창조경제’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2015년 하반기 국정 운영을 시작했다. <일요시사>는 지난 2월16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발표한 박 대통령의 ‘집권 3년 차 대선공약이행평가’를 토대로 그로부터 현재까지 얼마나 공약이 이행됐는지 확인하는 시간을 준비했다. 총 4주에 걸쳐 복지·안보·경제·정치 분야로 나눠서 다룰 예정이다. 그 세 번째로 경제 분야를 점검해봤다.

지난 25일 박근혜 대통령은 임기 반환점을 돌았다. 시점에 맞춰 복수의 언론은 절반의 국정운영기간 동안 보여준 박근혜정부의 성과를 평가했다. 보수·진보의 이념적 성향에 따라 각론에선 차이가 났지만 총론에선 외교·복지 분야에서는 발전했다는 의견이 많다. 반면 경제·정치 분야에서는 정체·퇴보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특히 핵심 공약 사항이었던 ‘경제민주화’에 대해서는 취임 1년 만에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정책 평가
여야 대척점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 이행 여부를 평가해온 경제개혁연구소는 지난 20일 보고서를 통해 “대통령 연설문을 분석한 결과 ‘경제민주화’란 단어는 2013년 11월18일 이후 등장하지 않고 있다”고 발표했다.

야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박 대통령은 취임 6개월 만에 경제민주화 종료 선언을 했다”며 “경제정책이 방향을 잃고, 구시대 유물로 전락한 ‘낙수효과’로 경제정책이 회귀한 결과 국가경제의 리스크가 커져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같은 당 이종걸 원내대표는 “지난 2년 반을 돌아보면 정부의 경제 활성화 조치는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는 입장을 보였고,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을 맡고 있는 김성주 의원은 “부자를 더 부유하게, 가난한 사람을 더 궁핍하게 만드는 정책만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반대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경제민주화 법안을 대거 처리했고, 특히 역대 어느 정부도 하지 못한 대기업의 소유 지배구조 관련 경제민주화 입법이 완료됐다”며 “경제적 약자의 권리강화를 위해 시급한 과제들도 대부분 입법 완료됐다”고 봤다.

국민들의 생각은 어떨까.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8월 3주차 정례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해 ‘잘하고 있다’고 답한 사람이 전체의 34%로 9주째 답보상태를 보였다. ‘잘못하고 있다’는 의견은 56%를 기록했다.

눈여겨 볼 점은 응답자 564명 중 73명이 부정 평가를 내린 이유로 ‘경제 정책’을 꼽았다는 사실이다. 이는 전체 13%를 차지하는 수치로써 항목 중 2위에 해당된다(소통 미흡이 20%로 1위).

경제민주화 분야
1개 공약 이행

경제정책에 대한 부정 평가는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지고 있다. 지난 7월 1·2주차 때까지만 해도 5%대를 유지하던 수치가 3주차에서 9%, 4주차에서 12%까지 상승했다. 5주차에선 2%포인트 하락한 10%를 기록했지만, 8월 1·2주차 들어서는 다시 11%로 상승, 3주차 들어서는 13%로 최소치를 기록했다. 즉 박 대통령의 경제 정책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의 수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8월 4주차 결과에서는 박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이 확실시되지만, 이는 안보 이슈가 대두됐기 때문이지 경제정책에서 활로를 찾은 결과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권영철의 Why뉴스>에서는 임기반환점을 앞두고 박 대통령 지지율이 상승한 것에 대해 ‘기대감이 높아진 것이라기보다는 안보 이슈가 등장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라고 내다봤다.


양승함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 교수는 지난 25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경제민주화와 국민대통합이 대선 공약이었고, 1년 지나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했는데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고, 지금은 4대 개혁을 내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근혜식 경제정책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시선이 많아지고 있는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경제 공약을 얼마나 충실히 수행해 왔을까. 대선 공약집 <세상을 바꾸는 약속>에 수록된 내용 중 경제 공약은 ‘경제민주화(18개)’ ‘힘찬경제(51개)’ ‘창의산업(14개)’으로 3개 분야, 총 83개 세부 공약으로 구성돼 있다.

실물경제 꽁꽁 “서민들은 죽을 맛”
갈수록 양극화 심화…재벌정책 여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이 지난 2월16일 박 대통령 집권 3년 차를 맞아 공약 이행도를 진단한 결과 전체 83개 세부공약 중 완전이행이 27개(경제민주화 5개, 힘찬경제 21개, 창의산업 1개)로 전체의 32.5%, 후퇴이행이 34개(경제민주화 4개, 힘찬경제 19개, 창의산업 11개)로 41.0%, 미이행은 22개(경제민주화 9개, 힘찬경제 11개, 창의산업 2개)로 26.5%를 차지했다.

6개월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 경제민주화 분야에서는 미이행 공약 9개 중 단 1개의 공약만 후퇴 이행 됐고 나머지는 아직 미이행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힘찬경제 분야는 전체 11개 중 2개는 완전이행, 2개는 후퇴이행으로 변경됐다. 미이행된 창의산업 분야 공약 2개는 변함없이 미이행 상태로 남아있다.
 

종합해보면 2015년 전반기 동안 경제관련 공약 완전이행은 기존 27개에서 29개로(32.5%→34.9%), 후퇴공약은 34개에서 37개(41.0%→44.6%)로 상승, 미이행은 22개에서 17개(26.5%→20.5%)로 감소했다.

변화된 내역을 보면, 경제민주화 분야에서 은행과 저축은행에 대해서만 시행되는 대주주 적격성 유지심사를 모든 금융회사에 도입한다는 공약이 미이행에서 후퇴이행으로 바뀌었다. 경실련이 조사할 때까지만 해도 계류 중이던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이 국회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격성 심사대상을 최다출자자로 한정하는가 하면, 배임·횡령 등 일부 비리에 대한 심사 내용이 빠져있어 당초 취지에 맞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가장 변화가 많았던 힘찬경제 분야에서는 총 4개의 공약(완전이행 2개, 후퇴이행 2개)이 이행됐다. 특히 대부업을 금융감독망에 포함하여 소비자 보호기능을 강화한다는 영역에 포함된 3개 공약이 모두 완전·후퇴이행으로 전환됐다.


힘찬경제 분야
4개 공약 이행

대부업을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의 공적 감독대상으로 편입하고, 자격에 기준을 둔다는 공약은 지난 2014년 12월29일에 발의된 관련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완전이행으로 바뀌었다. 새로 신설된 대부업 관련법 제3조의5 등록조건을 보면 ▲1000만원 이상의 자기자본이 있는 자 ▲관련 교육 이수를 받은 자 ▲고정사업장이 있는 자 ▲만약 대표자·임원이 벌금형 등 관련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그로부터 5년 이상이 지난 자로 기준을 확정·공표했다.

대부업 자율규제 기구를 지정하고, 금감원 업무를 분담한다는 공약과 중소 대부업체의 대형화를 유도하여 소형업체 난립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줄인다는 공약은 지난 2013년 3월22일 발의된 ‘대부업등의등록 및 금융이용자보호에관한법률 일부개정법률안(새누리당 박민식 의원 대표발의)’이 대안반영되면서 각각 완전이행과 후퇴이행됐다. 그러나 법이 통과됐음에도 대부업 신용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발생하는 소비자 피해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에 완전이행이라 평가하기 힘들다고 관련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대기업의 중소기업 인력을 빼가는 횡포를 막겠다는 공약은 미이행에서 후퇴이행으로 진전됐다. 동반성장위원회(이하 동반위) 산하에 기술인력 유출 신고센터를 마련해 접수를 받는가 하면 중소기업청에서 핵심인력성과보상금(내일채움공제) 제도를 내놔 지난 2월경보다 제도적으로 나아갔다는 평가다.


그러나 동반위가 정부기관이 아닌 민간 기구로써 신고가 접수된다 해도 인력을 빼간 대기업에게 가할 법적 제재 수단이 전무한 상태다. 무엇보다 개인이 가진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오기 힘들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힘찬경제’11개 중 4개만 이행
‘창의산업’전무…창조센터로 끝?


반면 최근까지 미이행으로 남아 있는 공약 중 눈에 띄는 것들도 있다. 경제민주화 분야에서 국민정서를 고려해 사면권을 엄격히 제한한다는 공약은 광복절에 맞춰 최태원 SK회장 등 대기업 경영권자들을 사면함으로써 임기가 끝날 때까지 이행할 수 없는 공약이 됐다.

또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에 대한 범죄에 대해 집행유예가 불가능하도록 형량을 강화한다는 공약은 지난 2013년 11월29일 개정법안(새누리당 박민식 의원 대표발의)이 발의됐음에도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해당 법안의 내용을 보면 재벌가에서 공식처럼 활용되는 ‘횡령·배임→형기의 2분의1까지 감경해 집행유예 선고→대통령의 특별사면’ 공식을 깨고자 형량을 강화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횡령·배임 등으로 재산이득액이 300억원 이상일 때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

힘찬경제 분야에서 금융소비자를 보호한다는 공약 3개가 아직 답보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소비자 보호를 제도적으로 마련하기 위한 법안들이 아직 통과되지 않고 있다. 지난 2012년 7월6일 정부가 발의한 ‘금융소비자보호에관한법률안’은 지금까지 계류 중이다. 법안심사소위에 9번이나 상정됐음에도 통과되지 못한 이 법은 이로써 9월 정기국회 중 10번째 상정을 바라보게 됐다.

창의산업 분야
공약 이행 0건

창의산업 분야에서는 과학기술인의 대우와 관련된 법안이 아직 미이행 상태다. 과학기술인에 대해 국가적 차원에서 종합지원 한다는 안은 지난 2014년 4월25일에 발의된 관련 개정법(새정치연합 전병헌 의원 대표발의)이 통과되지 않아 법적근거가 취약한 상태다.

과학기술 유공자에 대해 사기 진작책을 내놓는다는 안 또한 관련 법안들이 모두 계류·철회되고 있어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정치권, 재벌가 겨눈다

최근 여의도 정가가 ‘재벌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은 지난 27일 재벌개혁특위(이하 재벌특위)를 본격 가동했다. 새누리당은 신동빈 롯데 회장 등 핵심 재벌 총수에 대한 증인 소환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벌특위는 지난 27일 첫 전체회의를 열어 공식 활동에 착수했다. 위원장을 맡은 박영선 의원은 “2년 전 8월28일은 박근혜 대통령이 재벌총수와 회동한 날이자 박근혜정권에서 경제민주화라는 단어가 실종된 날”이라며 국회 차원의 재벌특위 구성을 새누리당에 제안했다.

‘여’ 롯데 겨냥, ‘야’ 재벌특위 구성

전체회의에서 나온 내용에 따르면 재벌특위는 ▲소유구조 개혁 ▲상법 개혁 ▲행태 개혁 ▲특혜 개혁 등 4가지 분야를 설정하여 관련 분과위를 설치해 활동하기로 결정했다. 세부적으로는 사면·조세감면은 물론 일감몰아주기 등의 편법에 대한 금지 방안을 모색할 전망이다.

야당은 물론 여당도 재벌과의 전쟁을 위한 물밑작업에 있다. 새누리당 내에도 신동주-신동빈 형제를 증인으로 채택하길 원하는 의원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팩트>에서 여당의 한 의원의 입을 빌려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 26일까지 받은 국감 증인 신청 결과, 여·야 의원 상당수가 신동주-신동빈 형제를 증인으로 요청했다. 덧붙여 여·야는 두 사람의 증인 채택 여부를 사실상 합의했다고 소식을 전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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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