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동탄역 백화점 사업자 선정 특혜 의혹

짜고 쳤나? ‘오락가락’ 이상한 입찰 "심사위원들은 알고 있다"

[일요시사 경제팀] 박호민 기자 =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가 동탄 백화점 부지 입찰 과정에서 특정 업체를 밀어줬다는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입찰 과정에서부터 결과까지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 논란이 증폭되는 가운데 업계는 LH의 속 시원한 해명을 기다리고 있다.

 

 

LH는 동탄 백화점 부지 입찰에서 롯데쇼핑 컨소시엄(이하 롯데쇼핑)이 현대백화점 컨소시엄(이하 현대백화점)과 STS개발 컨소시엄(이하 STS개발)을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지난 7월24일 밝혔다. 하지만 현대백화점이 약 600억원 가량 더 많은 입찰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4000억 한입에
밀어주기 지적

업계에서는 공모에서 사업자로 선정된 업체에 비해 입찰가를 16.5%나 더 쓰고 탈락한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라며 그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4144억원을 입찰가격으로 제시했다. 동탄 백화점 사업자로 선정된 롯데쇼핑(3557억원)보다 587억원 높은 금액이다.

평가가 끝난 점수표를 보면 의혹은 더 짙어진다.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한 항목에서 현대백화점이 모두 일등을 했지만 주관적인 평가 부문에서 전부 꼴찌를 해 심사의 객관성에 물음표가 찍힌 것이다.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했던 항목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현대백화점은 입찰가격평가에서 400점 만점에 400점을 기록했으며, 사업수행능력 부문에서 130점 만점에 127점을 기록했다. 객관적 평가의 영역인 가산점에서도 현대백화점은 20점으로 만점을 받았다.

반면, 롯데쇼핑은 입찰가격평가 영역에서 360점을 기록해 현대백화점보다 40점 낮았다. 가산점은 20점을 받아 현대백화점과 같은 점수를 기록했다. 롯데쇼핑의 사업수행능력 점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현대백화점보다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


요약하자면 현대백화점이 객관적 평가가 가능한 항목에서 롯데쇼핑을 최소 40점 이상 앞섰다. 1·2점 차이에도 사업자 선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점수 차인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현대백화점은 사업자 선정에서 롯데쇼핑에 밀려 탈락했다. 주관적 평가에서 모두 꼴찌(3위)를 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사업부지 지정용도가 백화점으로 돼 있어 개발가능 시설은 주상복합 아파트와 백화점으로 제한된다”며 “뛰어난 아이디어와 창의력으로 차별화 할 수 없는 사업구조에서 모두 3위를 했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재무계획 부문에서 현대백화점이 3위를 한 대목이 눈에 띈다. 재무계획의 하위 평가 항목인 ▲사업수행능력 ▲토지비 납부 계획은 객관적 평가 영역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현대백화점은 이 부문에서 총 127점으로 만점(130)에 가까운 점수를 받으며 1위를 했다. 그러나 재무계획 평가의 주관적 평가 영역인 ▲재원조달계획 ▲사업성분석 및 리스크관리 계획 평가 부문에서는 총 배점 70점 가운데 56점으로 3위를 기록했다.

‘황금부지’ 롯데쇼핑 우선협상자 선정
600억원 더 써낸 현대백 탈락 ‘의문’

결국 재무계획 영역에서 현대백화점은 3위로 밀려났다. 의외인 부분은 재무계획 1위 기업이 STS개발이라는 점이다. STS는 2년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인 데다 양재 파이시티M&A 입찰에 참여해 사업권을 획득했음에도 사업을 추진하지 않아 사업권을 박탈당한 바 있다.

최근에는 경기도시공사의 광교 파워센터 사업자로 선정됐으나, 발주처인 경기도시공사와 소송을 벌이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적자 기업이 재무계획 부문에서 1위를 기록한 결과는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대목이다.

결과적으로 롯데쇼핑은 주관으로만 평가하는 개발계획(200점 만점)과 관리운영계획(200점 만점)에서 모두 1위를 기록, 현대백화점을 2.4점 차로 역전하면서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특혜 의혹은 심사위원 선정 과정이 불투명했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더욱 힘을 받는 모양새다.


사업자 선정 입찰 과정에서 주관적 평가 부분은 심사위원이 누구냐에 따라 점수가 크게 갈리기 때문에 입찰 경쟁 시 참여업체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그런데 이번 동탄 백화점 부지 입찰 때 LH는 불투명한 방법으로 심사위원을 선정했다.
 

시간을 입찰 심사 이틀 전인 지난 7월21일로 돌려보면 당시 LH는 입찰 신청을 받으면서 입찰참여업체를 대상으로 심사관련 안내를 했다. LH는 심사위원 선정과 관련해 입찰참여업체가 심사 하루 전(22일) LH측이 선정한 심사위원 후보군(100명)을 확인하고 기피신청을 할 것을 공지했다. LH는 입찰참여업체의 기피신청 결과에 따라 최종 심사위원 10인을 선정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성적표 놔두고
사람 입맛대로

그러나 22일 LH는 심사위원 선정 과정을 통째로 바꿨다. LH는 심사위원 10인을 선정하기 전 받겠다던 기피신청을 보안유지를 이유로 심사 당일(23일) 오전으로 갑자기 미뤘다. 또, 심사일인 23일 오전에는 기피신청을 포기할 것을 몇 차례에 걸쳐 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입찰참여업체에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면서 LH는 미리 임의로 선정한 심사위원 10인 가운데 기피신청을 받았다.

결국 입찰참여업체가 기피신청을 하더라도 LH가 원하는 인사 10인으로 심사위원이 구성된 셈이다. 특히, 개발계획 부문의 심의위원 4인 가운데 1인이 개인사정으로 당일 참석이 어려워지자 LH 내부 직원을 심사위원으로 참여시킨 점은 심사위원 선정의 공정성에 대한 의혹을 증폭시켰다. 공모지침에 따르면 정원의 70% 이상이 섭외됐기 때문에 내부직원을 참여시킬 이유가 없었다. 이에 따라 10인의 심사위원 가운데는 2명의 LH 직원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게 됐다.

임의로 선정된 10인의 심사위원 선정 과정은 더욱 불투명했다. 통상적으로 공모에서 심사위원을 선정할 때 입찰업체 관계자나 경찰관이 참관해 공정성을 높인다. 그러나 10인의 심사위원을 선정할 당시 참여한 인사가 LH 내부 직원과 LH와 계약 관계에 있는 변호사가 등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은 가중됐다.

객관평가 1등…주관평가 꼴등
심사위원들 선정 두고도 뒷말

또한 심사 과정 역시 갑자기 바뀌어 의심의 눈초리를 받았다. 당초 심사 장소와 시간을 통보해주기로 했는데 수원의 모 리조트에서 비밀리에 심사를 진행하면서 입찰참여업체를 당혹스럽게 만든 것.

왜 심사위원 선정 과정에서 수많은 번복이 있었던 것일까. 여기에는 윗선의 지시가 있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내부 녹취록에 따르면 당시 입찰 과정을 진행했던 실무자조차 납득할 수 없었던 윗선의 지시가 있었던 것이다<기사 속 기사 참조>. 이런 상황에서 롯데쇼핑이 주관적 영역으로만 평가되는 항목에서 모두 1위를 하면서 특혜 논란으로까지 비화됐다.

최고 입찰가를 쓰고 사업자 선정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신 현대백화점 측은 LH에 심사과정을 공개할 것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으로 문제제기에 나섰다. 현대백화점은 “LH에 지난달 24일 심사 과정에 대한 정보공개를 요청했지만 구체적인 답변을 받지 못해 다시 정보공개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LH은 롯데쇼핑 밀어주기 의혹 제기가 늘어나자 해명을 내놓았다. 그러나 LH가 내놓은 해명은 특혜 시비를 완화하기는커녕 더욱 부추겼다. 해명자료를 살펴보면 LH는 롯데쇼핑의 컨소시엄이 그룹사 단독으로 구성돼 있어 안정적인 사업추진이 가능하다며 사업자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그룹사 단독구성과 관계된 평가 항목이 존재하지 않아 LH의 해명은 설득력이 높지 않다. 특히, 동탄 백화점 부지의 경우 백화점 외에 아파트 952세대를 의무적으로 시공해야 하는데, 아파트 시공경험이 있는 시공사가 포함된 그룹사는 롯데그룹뿐이기 때문에 애당초 롯데그룹을 사업자로 내정해 놓고 심사 평가를 진행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쇼핑이 써낸 건축 설계사 가운데 A사의 경우 LH 출신 인사가 다수 참여해 세운 회사”라며 “A사가 이번 특혜 의혹과 관련이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논란이 확대되면서 의심의 눈초리가 A사로도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논란 키우는 LH
구차한 변명만


LH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쇼핑 밀어주기 논란이 좀 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LH가 동탄 백화점 부지 입찰 과정에서 공모 절차대로 입찰 심사를 진행했으면 해당 의혹이 불거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LH는 의혹 해명을 위해 성실한 답변해야한다”고 말했다.

<donky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LH 담당자 녹취록 공개
기피신청 변경…“윗분들이 했다”

심사 과정이 여러 번 바뀐 데에는 LH 본사 윗선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녹취록에 따르면 본사의 ‘윗분’들의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녹취록은 입찰에 참가한 업체 관계자와 LH 담당자간 대화 내용이다. LH 동탄 백화점 부지 입찰을 담당한 실무자는 당시 기피신청 절차가 바뀐 것과 관련해 “기피신청을 받기로한 수요일(22일) 아침에 그래서(절차가 바뀌어서) 기분이 굉장히 안 좋았다”며 “(그 결정은) 윗분들이 했다”고 말했다.

이어 “(심사위원 선정과 심사 과정이 바뀐 것은) 중재안이었다”라며 “본사에서는 더 황당한 얘기(절차 변경 제안)를 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녹취록은 내부 직원조차 납득하기 어려운 절차상의 문제를 방증하면서 향후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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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