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폭포여행 ③전남 구례군

보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물맞이 폭포’

구례군의 가장 북쪽에 자리 잡은 산동면은 이른 봄 노랗게 피어나는 산수유로 유명하다. 산수유가 곱게 핀 산동면 일대에는 노란 봄의 색감을 즐기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뜨거운 여름이 시작됨과 동시에 분주해지는 산동면의 명소도 있다. 바로 수락폭포다.

아픈 몸도 낫게 해주는 폭포의 효험
경외감마저 드는 거대한 물줄기

남원과 구례를 잇는 19번 국도 동편으로는 남원의 바래봉에서 시작해 세걸산과 정령치를 지나, 만복대와 노고단으로 이어지는 지리산의 능선이 남북으로 이어진다. 수락폭포가 자리 잡은 산동면 수기리는 면 소재지에서 4km 정도 들어가야 한다. 계곡을 따라가면 물소리가 크게 들리고, 1분도 안 돼 수락폭포의 위용이 한눈에 들어온다. 울창한 숲과 기암괴석 사이로 높이 15m에서 폭포가 끊임없이 물을 토해낸다. 수락폭포는 날이 가물어도 일정한 수량을 유지할 정도로 물이 많아 물맞이 폭포로도 유명하다.

무더위 씻기는
물맞이 체험

물맞이는 더위를 피하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선조의 지혜가 담긴 풍습이다. 수락폭포는 근처 주민들이 모내기와 김매기를 마치고 농한기로 접어들 때 허리 통증, 신경통을 다스리기 위해 찾은 곳이다. 농부들은 1년 내내 육체노동에 시달린다. 특히 모내기와 김매기를 하면 온몸 마디마디가 쑤시는데, 한여름을 지나는 농한기에 시원한 폭포 아래서 아픈 몸도 다스리고 더위를 피했다. 허리 통증과 신경통, 산후 통증 등에 효험이 있다고 입소문이 나면서 수락폭포는 여름에 건강을 되찾으려는 사람은 물론, 폭포의 장관을 보려는 사람과 물놀이를 즐기려는 사람이 뒤엉켜 인산인해다.

수락폭포는 남원의 구룡폭포와 함께 국악인이 득음하는 장소로도 알려졌다. 동편제의 송만갑 선생과 소리꾼들이 폭포를 바라보며 피를 토할 정도로 소리를 갈고 닦았다.


이제 수락폭포의 장관을 만나보자. 폭포 앞에 서면 경외감이 든다. 15m 높이에서 쏟아지는 거대한 물줄기와 우레 같은 굉음이 사방을 메우기 때문이다. 한여름에는 이른 시각부터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맨몸으로 폭포에 뛰어들기도 하고, 비옷을 입거나 비료 포대를 뒤집어쓴 사람도 있다. 서서 온전히 물을 맞는 사람, 앉거나 바위를 잡고 엎드려서 맞는 사람 등 물을 맞는 자세도 각양각색이다.

수락폭포에서 더위를 물리쳤다면 수락폭포 주변을 차례로 즐겨보자. 산동면 지리산 자락에서 발원한 서시천은 광의면에 이르러 넓은 호수로 변한다. 구만저수지로 불리는 호수에는 낚시를 즐기는 강태공, 호수와 목장이 어우러진 목가적인 풍경, 구만저수지를 이어놓은 구름다리까지 나무랄 데 없는 풍경이 펼쳐진다.
초원목장에는 지리산치즈랜드가 있어 치즈 만들기 체험도 할 수 있다. 먼저 치즈 재료인 커드를 만든다. 초원목장에서 직접 생산한 원유에 유산균과 응유효소를 첨가하면 커드가 완성된다.

화엄사 입구에는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에서 운영하는 반달가슴곰생태학습장이 있다. 지리산은 반달가슴곰 종 복원 사업이 진행되는 곳이다. 반달가슴곰생태학습장에 가면 반달가슴곰의 생태와 종 복원 과정을 자세히 알아볼 수 있다. 종 복원 홍보 영상과 생태전시관 관람, 반달가슴곰을 직접 볼 수 있는 탐방해설로 생태 체험이 진행된다. 야생에서 돌아오거나 야생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적응하는 야생 반달가슴곰을 만나고, 운이 좋으면 나무에 오르는 반달가슴곰을 볼 수 있다.

구례군 농업기술센터에 위치한 야생화전시관과 압화전시관에 가면 온실에서 각종 야생화를 보고, 압화 체험도 할 수 있다. 압화는 생화나 나뭇잎을 눌러서 말린 그림으로, 지리산이라는 천혜의 자원을 간직한 구례는 우리나라 압화 1번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압화를 이용해 컵 받침, 열쇠고리, 액자 등을 만들어볼 수 있다. 형형색색의 꽃과 나뭇잎에 풀을 살짝 바르고 원하는 모습으로 붙이면 자기만의 작품이 된다. 국내외 압화 대회에서 수상한 작품을 만나보는 압화전시관, 잠자리 생태를 자세히 관찰할 수 있는 잠자리생태관도 둘러보자.

토지면 오미리에 위치한 운조루 앞 연지에는 분홍빛 배롱나무꽃이 피기 시작했다. 8월에는 배롱나무꽃의 분홍빛이 더욱 짙어진다. 행랑채부터 사랑채, 안채에 이르기까지 운조루에 깊이 새겨진 이야기와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유이주 선생의 뜻을 배울 수 있다. 운조루 인근에는 오미은하수행복마을이 있다. 전통 한옥 20여채가 밀집되어 고택 체험이 가능하다.

구례의 다양한
먹거리 즐길거리

산동면과 토지면 곳곳을 돌아본 뒤에는 구례의 맛을 즐겨보자. 운조루 옆에 있는 ‘들녘밥상’은 산뽕나무 잎으로 밥을 짓고, 지리산에서 채취한 나물로 한 상을 차려 낸다. 조미료를 쓰지 않고, 직접 만든 장류로 맛을 내 건강한 한 끼 식사를 즐길 수 있다.


구례 읍내에 위치한 ‘서울회관’은 실속 있는 한정식집이다. 반찬이 40가지가 넘는데 저렴하고, 둥근 쟁반에 층층이 쌓아 올린 반찬을 내오는 모습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동아식당’은 가오리찜을 잘하는 집이다. 꾸덕꾸덕하게 말린 가오리를 20여분 쪄서 데친 부추를 얹어 낸다. 양념간장이나 고추장에 찍어 먹는 가오리가 고소하고 담백하다.

하동에 재첩이 있다면 구례에는 다슬기가 있다. 섬진강에서 채취한 다슬기를 넣고 수제비를 끓이는데, 시원한 국물이 일품이다. 다슬기수제비는 지리산 일대 7개 지자체의 대표 음식인 7미 가운데 구례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토지면의 ‘섬진강’, 구례 읍내의 ‘부부식당’이 유명하다.

------------------------<여행 정보>------------------------
당일코스

반달가슴곰생태학습장→화엄사→지리산치즈랜드→구만저수지 산책(구름다리-지리산치즈랜드 목장 전망대)→수락폭포

1박2일 코스
첫째 날 구례군 농업기술센터(야생화전시관, 압화전시관)→구만저수지 산책(구름다리-지리산치즈랜드 목장 전망대)→지리산치즈랜드→수락폭포
둘째 날 사성암→섬진강어류생태관→운조루, 오미은하수행복마을→화엄사→반달가슴곰생태학습장

관련 웹사이트
· 구례여행(구례군 문화관광) http://tour.gurye.go.kr/jcms/guryetours
· 지리산치즈랜드 www.jcheeseland.com
· 운조루 www.unjoru.net
· 오미은하수행복마을 www.omiri.net
· 반달가슴곰생태학습장(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 http://bear.knps.or.kr

문의 전화
· 구례군청 문화관광과 061-780-2390
· 수락폭포 061-780-2450
· 지리산치즈랜드 061-782-2587
· 지리산호수공원 061-780-2450
· 운조루 010-9305-7705
· 오미은하수행복마을 061-781-5225
· 야생화압화전시관(구례군 농업기술센터) 061-781-7117
· 반달가슴곰생태학습장(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 061-783-9120

대중교통
버스> 서울-구례 :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하루 10회(06:30~22:00) 운행, 약 3시간10분 소요.
* 문의 : 서울남부터미널 1688-0540, 전국시외버스통합예약안내서비스 www.busterminal.or.kr, 구례공용버스터미널 061-780-2731
기차> 용산역-구례구역 : 용산역에서 KTX·새마을호·무궁화호 하루 15회(05:20~22:45) 운행, 약 2시간30분~4시간30분 소요.
* 문의 :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자가운전
순천완주고속도로→구례화엄사 IC→용방교차로에서 지리산온천 방면 좌회전→원촌교차로에서 산동 방면 우측→삼성교 건너 직진→수락폭포

숙박
· 운조루 : 토지면 운조루길, 010-9305-7705, www.unjoru.net
· 금환락지곡전재 : 토지면 곡전재길, 010-5625-8444, www.gokjeonjae.com
· 오미은하수행복마을 : 토지면 운조루길, 061-781-5225, www.omiri.net

식당
· 들녘밥상 : 뽕잎백반, 토지면 운조루길, 061-781-8881
· 동아식당 : 가오리찜, 구례읍 봉동길, 061-782-5474
· 부부식당 : 다슬기수제비, 구례읍 북교길, 061-782-9113

주변 볼거리
지리산둘레길, 구례 자연드림파크, 문수골, 연곡사, 천은사, 문수사, 사성암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