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폭포여행 ②경기도 가평군

춤추는 계곡에 더위 몰러 나간다

가평은 산 좋고 물 좋다는 말이 허구가 아니다. 명지산, 유명산, 축령산 등은 경기도에서 소문난 명산이다. 무엇보다 제 몸에 유려한 계곡을 간직해서, 굳이 바다를 찾지 않아도 더위를 거뜬히 물리친다. 가평8경만 봐도 알 수 있다. 청평호반과 호명호수가 1경과 2경이고, 용추구곡과 유명농계, 적목용소가 계곡이다. 어디인들 설레지 않을까만, 올여름은 그 가운데 5경 적목용소를 탐해도 좋겠다.

빼어난 경관 자랑하는 적목용소
용소의 기품 더해주는 용소폭포
흰 명주실 떠오르는 무주채폭포

도마치계곡에 자리 잡은 적목용소와 무주채폭포 등은 경관이 빼어난데다 여름 나기에 안성맞춤이다. 위치와 접근성 때문에 다른 8경에 비해 덜 알려졌다. 가평군 제일 북쪽으로 가평 읍내에서 약 30km 올라간다. 대중교통으로는 용수동 종점에서 내려 4km 남짓 걸어야 한다. 그럼에도 부러 찾아드는 이가 적잖다. 가는 길부터 들뜬다. 도로는 가평천과 엎치락뒤치락 나아간다. 연인산, 명지산, 화악산 등 산수를 파고들어 달린다.

도착점은 과거 삼팔선이 지난 삼팔교를 거쳐 약 3km 거리다. 길가의 자그마한 주차장과 공중화장실이 이정표 역할을 한다. 주차장에서 적목용소까지 5분 정도 걷는다. 보통 다리에서 발아래 용소의 전경을 조망한다. 적목용소는 용이 승천을 준비한 못이다. 옛날 그 물속에 이무기가 살았는데, 용이 되어 승천하려는 찰나 임신한 여인과 마주쳐서 떨어졌다. 그 자리에 소(沼)가 생겼다는 전설이 있다. 그 사실을 말해주듯 계곡이 깊고 주변의 숲이 짙다. 

풍류 체험
폭포수 그늘

용소 너머에는 용소폭포가 큰 바위 여러 개를 넘나들며 기운차게 흘러내린다. 낙차가 크지는 않지만 잔잔한 용소의 기품을 더한다. 아쉬운 건 하늘로 오르지 못한 용뿐만 아니다. 적목용소 쪽은 환경보호를 위해 출입을 금한다. 발을 담그거나 물놀이할 수는 없고, 저만치 풍광을 눈에 안는 데 만족해야 한다.


보는 것만으로 더위가 가시지 않을 때는 다리 건너 숲으로 들어간다. 계곡 안쪽 1km 지점에 무주채폭포가 있다. 거리가 멀지 않고 경사가 완만해 아이들도 쉽게 오른다. 폭포로 가는 구간은 그늘진 숲이 물길과 어우러지며 풍경을 끊임없이 변주한다. 따로 이름 붙이지 않았으나 폭포라 불러도 손색없는 물길이 자주 나타난다. 간간이 만나는 하늘색 산수국도 여름을 잊게 한다. 시간에 쫓기거나 서두를 필요 없다. 느긋하게 자연을 만끽하며 가도 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무주채폭포는 그 길 끝자락에 버티고 섰다. 넓고 가파른 벽 위로 폭포수가 미끄러지듯 흘러내린다. 그러다 각진 바위에 걸리면 흩날리듯 퍼진다. 그 모습이 하얀 명주실 같다는 이들도 있다. 적목용소의 한을 풀듯 슬그머니 물속으로 손발을 넣는다. 처음에는 시원하나 1분이 지나지 않아 발끝이 시리다. 물 밖에도 서늘한 기운은 한결같다. 폭포 오른쪽에 나무 그늘과 빈터가 있어 돗자리를 깔고 머물기 좋다. 두세 사람이 앉을 만한 바위도 넉넉하다. 폭포수 그늘 아래서 모처럼 낭만을 누린다. 옛사람인들 달랐을까. 무주채폭포는 과거에 무관들이 나물을 안주 삼아 술잔을 나누고 흥에 겨워 춤추던 곳이다. 그래서 무주채란 이름이 붙었다. 가벼운 간식을 챙겨서 그 풍류를 흉내 내봄 직하다. 물론 취사는 불가능하며, 쓰레기는 챙겨 올 일이다.

적목용소나 무주채폭포에서 천천히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는 인근 강씨봉자연휴양림을 숙소로 삼는다. 강씨봉은 논남기계곡 상류의 가장 높은 봉우리다. 후고구려 궁예의 부인 강씨가 터를 잡고 산 뒤 강씨 집성촌을 이뤄 그리 부른다. 휴양림에는 숙박 시설은 물론 피톤치드 음이온 샤워숲길과 쉼터, 야외 물놀이장도 두 곳이나 있다. 

적목용소에서 강씨봉자연휴양림을 오가는 길에 조무락계곡도 빼놓을 수 없다. 무주채폭포에서 무관들이 춤췄다면, 조무락계곡은 새들이 춤추며 산수를 향유했다. 조무락(鳥舞樂) 또한 거기서 비롯된 이름이다. 복호동폭포에 이르기까지 골뱅이소, 중방소 등 여러 소가 나온다. 새들이 흥분할 법한 물길이다.

새들이 춤추는
조무락 계곡

가족 단위 여행객이라면 자라섬캠핑장을 추천한다. 얼마 전 캠핑장 내 자리한 이화원이 이화원 나비스토리로 새롭게 단장했다. 국내 최대 나비 생태 체험관으로, 호랑나비와 암끝검은표범나비, 제비나비, 배추흰나비 등 50여종 5000여마리가 공간을 유영한다. 알에서 나비가 되기까지 전 과정도 볼 수 있다. 나비가 허물을 벗고 날개를 펴는 과정이 신비롭다.

북면 일대에 가평현암농경유물박물관, 명지산생태전시관, 남송미술관 등이 자리해 체험 학습도 할 수 있다. 모두 적목용소와 자라섬을 오가는 길에 들르기 알맞다. 가평현암농경유물박물관은 밭갈이관, 추수관 등 5개 전시관에 실제 농기구를 전시한다. 현암 윤영덕씨가 기증한 유물을 중심으로 꾸며, 지금은 사라진 농기구와 농경 유물을 볼 수 있다. 명지산생태전시관은 생태전시관과 자연학습원 등을 갖췄다. 명지산에 자생하는 식물을 만나고, 다양한 자연환경을 체험하는 기회다. 남송미술관은 서양화가 남궁원 관장이 2005년 문을 열었다. 성곽을 연상케 하는 한옥 외관이 독특하다. 허수아비마을 입구에 있어 마을 여행과 연계한 활동도 가능하다.


그 여정에서 가평의 별미도 놓칠 수 없다. 가평은 잣을 재료로 한 음식이 유명한데, 잣은 여름 보양식으로 좋다. 명지쉼터가든은 잣곰탕, 잣국수, 잣죽 등을 낸다. 잣곰탕은 잣을 갈아 국물을 내서 잣 거품이 보이고, 잣의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여름에는 잣국수가 인기다. 잣을 통째로 갈아 만든 국물과 잣을 넣어 반죽한 면으로 요리한다. 콩국수와 다른데 한층 담백하다. 입안에 도는 잣 향이 각별한 풍미를 자아낸다. 가평의 피서가 안기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여행 정보>---------------------------
당일코스

풍경 여행 코스 : 조무락계곡→적목용소→무주채폭포
체험 학습 코스 : 이화원 나비스토리→가평현암농경유물박물관→적목용소→무주채폭포

1박2일 코스
첫째 날 : 이화원 나비스토리→적목용소→무주채폭포→강씨봉자연휴양림
둘째 날 : 명지산생태전시관→남송미술관→가평현암농경유물박물관

관련 웹사이트
· 가평군 문화관광 www.gptour.go.kr
· 강씨봉자연휴양림 http://gangssibong.gg.go.kr
· 이화원 나비스토리 www.ewhawon.com

문의 전화
· 가평군청 문화체육관광과 031-580-2066 ·가평역 관광안내소 070-7779-8832
· 강씨봉자연휴양림 031-8008-6611 ·이화원 나비스토리 031-582-3061
· 명지산생태전시관 031-582-7426 ·남송미술관 031-581-0772

대중교통
기차> 용산역-가평역 :
ITX-청춘 하루 20~30회(06:00~22:00) 운행, 약 55분 소요. 가평역에서 용수동(종점) 방면 버스 이용, 용수동에서 도보 4km. 가평역에서 택시 이용 시 3만5000원.
* 문의 :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버스> 서울-가평 :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32회(06:35~22:05) 운행, 약 1시간10분 소요. 가평터미널에서 용수동(종점) 방면 버스 이용, 용수동에서 도보 4km. 가평터미널에서 택시 이용 시 3만5000원.
* 문의 :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www.ti21.co.kr

자가운전
서울춘천고속도로 서종 IC→가평·청평 방면→북한강로 11.7km→신청평대교삼거리 청평·아침고요수목원 방면 좌회전→신청평대교 건너 춘천 방면 우회전→경춘로 15.9km→가평오거리 가평군청 방면 우회전→가화로 34km 왼쪽→적목용소 주차장

숙박
· 더스테이호텔 : 가평읍 보납로, 031-581-5711
· 강씨봉자연휴양림 : 북면 논남기길, 031-8008-6611
· 자라섬캠핑장 : 가평읍 자라섬로, 031-580-2501, www.jarasumworld.net

식당
· 명지쉼터가든 : 잣국수, 북면 가화로, 031-582-9462
· 송원막국수 : 막국수, 가평읍 가화로, 031-582-1408
· 백둔리인천집 : 두부전골, 가평읍 석봉로, 031-581-5533

주변 볼거리
용추폭포, 호명호수, 자연과별천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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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