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공약 점검> ①허울뿐인 복지공약

“빛깔은 개살구가 최고!” 사각지대서 죽어가는 서민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2015년 하반기 국정운영을 시작했다. <일요시사>는 지난 2월16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발표한 박 대통령의 ‘집권3년차 대선공약이행평가’를 토대로 그로부터 현재까지 얼마나 공약이 잘 이행됐는지 확인하는 시간을 준비했다. 총 4주에 걸쳐 복지·안보·경제·정치 분야로 나눠서 다룰 예정이다. 그 첫 번째로 복지분야를 점검해봤다.

박근혜 대통령은 휴가를 마치고 복귀한 직후 대국민담화를 통해 2015년 하반기 국정운영 방향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정부는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첫 번째 과제로 노동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해 갈 것”이라고 말하며 4대 개혁(공공·노동·금융·교육)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기존 공약을 너무 등한시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단적인 예로 대국민담화 전문을 살펴봐도 ‘복지’에 대한 언급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한다.

대국민담화
복지언급 전무

지난 7일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대국민담화 직후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개혁방향에 대해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39.5%를 기록, 공감한다는 응답(47.0%)과 비등한 것으로 나타냈다.

2013년 박 대통령의 당선 직후 실시된 ‘박근혜 당선자가 역점을 두어야 할 국가현안’ 결과와 비교해보면 국민이 원하는 개혁은 따로 있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다. 지난 2013년 1월1일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국민이 원하는 개혁으로 복지증진이 12.4%를 기록, 전체 공약 중 세 번째로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복지보다는 다른 사안에 더 중점을 두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례로 보건복지부장관의 교체를 들 수 있다. 새롭게 내정된 정진엽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는 알려진 바대로 의사출신의 의료전문가다. 메르스 사태가 불러온 맞춤형 인선인 것이다. 때문에 관련 시장에서는 복지의 축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인 새정치민주연합 김춘진 의원은 한 의료전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에 대해 “평생 대학병원 교수로 보건의료에만 있었던 이로, 복지분야 전문성이 보이지 않는다. 100조원이 넘는 복지를 과연 효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정가에서는 메르스 사태 이후 ‘보건’ 분야와 ‘복지’ 분야를 분리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성격이 전혀 다른 분야를 한 정부기관이 맡다 보니 그에 따라 발생되는 의사소통·결정에 있어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증세없는 복지
의사출신 장관

박근혜정부가 안고 있는 복지 분야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2월 서울 송파에서 발생한 ‘세 모녀 사건’은 국민들에게 복지 사각지대가 존재함을 여실히 보여줬다. 자살한 세 사람은 아프고 수입도 없었지만, 경직된 복지제도로 인해 사회보장체계로부터 어떠한 도움도 받지 못했다.

정치권에서는 ‘세 모녀 법’이 발의됐을 정도로 파장을 불러왔다. 야권에서는 “박근혜정부가 복지부문에 얼마나 취약한지 보여주는 예”라며 공세를 펼쳤다. 박 대통령이 증세없는 복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상황이라 논란은 더욱 거셌다.


그렇게 발의된 세 모녀 법의 기본 골자는 다음과 같다. 생계·의료·주거·교육 등으로 급여를 세분화하여 급여별로 자격기준을 별도로 설정하는 등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맞춤형 급여방식으로 변경해 수급자의 범위를 확대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세 모녀 법이 발의된 이후 복지에 대한 공약은 잘 지켜지고 있는 것일까. 대선 정책공약집인 ‘세상을 바꾸는 약속’을 통해 박 대통령이 약속한 것은 20개 분야 총 674개에 이른다. 그중 박 대통령의 대표적인 복지공약이 들어가 있는 곳은 20개 분야 중 ‘편안한 삶’에 해당되는 부분이다.

지난 2월16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에서 발표한 ‘박 대통령 집권 3년차 대선공약 이행’을 보면 집권기간이 절반이나 흘렀음에도 복지공약 이행률은 37%에 그쳤다. 27개 항목 중 단 10개만이 이행됐으며, 후퇴한 공약도 37%(10개)를 기록했다. 당시를 기준으로 공약이 미이행된 것은 7개로 26%를 나타냈다. 후보시절 강조했던 기초연금, 4대 중증질환 국가보장 공약은 당초보다 수정·변경 이행되었다.

세 모녀·세 자매·두 모자 잇단 복지 참사
복지부장관 의사출신 내정, 메르스 후폭풍


그렇다면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난 현재 이 부문에 대한 공약 이행률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경실련의 자료를 중심으로 2015년 전반기 복지부문에 대한 공약 이행도를 점검해보면, 미이행된 7건 중 5건은 완전이행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법 개정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나머지 2건은 미이행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종합해보면 완전이행률은 기존 37%에서 56%로 상승했고, 후퇴이행률은 기존 37% 그대로를 유지했으며, 미이행률은 26%에서 7%로 하락했다.

이러한 이행률 상승은 주도한 것은 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 규칙 개정안이다. 경실련이 자료를 발표했을 지난 2월에는 입법예고 단계였으나 지난 7월1일부터 본격 시행되기 시작하면서 다수의 공약이 이행된 것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2015년 전반기 동안 바뀐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수급자 범위가 확대된 것이 가장 눈에 띈다. 차상위계층을 기존 최저생계비 120%(4인 기준 월 200만원) 이하에서 중위소득 50%(4인 기준 월 211만원) 이하로 바꾼 것이 대표적이다. 기존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맞춤형 빈곤정책으로 전환하여 지원대상을 확대했다.

이렇듯 가장 많이 바뀐 것이 ‘기초생활보장 사각지대 완화’ 영역이다. 공약이행률이 0%에 그쳤던 이 영역이 모두 이행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특히 ‘재산의 소득환산액’ 부분의 경우 기존 기초생활보장법 제4조의 항에 있었지만 제5조의4로 따로 신설해 성문화시켰다.

문제가 됐던 부양의무자에 대한 부분도 개선을 이뤘다. 부양의무자의 소득 기준선을 상향시킴으로써 기준을 완화했다. 특히 눈길이 가는 변화는 기존에 ‘가구별 최저생계비’를 기준으로 부양능력을 판정하던 것과 달리 ‘가구별 중위소득’을 기준으로 판정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차상위계층에 적용한 법과 동일한 성격의 법 적용이 이루어진 것이다.

기초생활보장법
복지 사각지대

또한 수급자의 근로장려 영역에 대한 개정도 이루어졌다. 공약집을 보면 ‘차상위계층과 연계해 총소득기준을 상향한다’고 나와 있는데 이번 개정안을 보면 제26조 ‘취약계층 채용기업에 대한 지원조건 완화’ 부분에 취약계층의 고용을 촉진하기 위해 취약계층 채용기업 지원 대상을 기존 수급자에서 수급자 또는 차상위계층으로 변경했다.

진행 중인 복지공약도 있다. ‘사회공헌활동 기부은행’을 설립해 노인복지 문제를 유연하게 해결하겠다는 안은 현재 시험단계를 거치고 있다. 한국 사회복지협의회의 주관에 의해 시범사업에 들어가 올해 12월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세대 간 복지를 형성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기부은행 공약은 주목을 받아왔다. 개인이 제공한 사회공헌활동의 가치를 점수로 환산, 그 점수를 기부은행에 적립해 필요 시 공헌활동을 했던 사람 자신 또는 가족이 서비스(간병) 등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국민들의 사회공헌 활동 참여를 독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즉 개인 또는 조직이 어르신들을 돌보는 시간을 축적해 나중에 본인이 노인이 됐을 때 혜택을 돌려받을 수 있는 세대 간 협력 복지제도인 것이다.

복지이행률 37%->56% 껑충 뛰었는데…
이행률 올라갔지만 실효성 의문부호 여전

신체장애를 가진 차상위계층 및 독거노인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공약은 아직 답보상태다. 공약집을 보면 이들은 위한 서비스를 제도화한다고 나와 있으나, 국민건강보험공단 내 법령자료집을 보면 지난 2014년 6월30일 이후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복지공약이 짧은 기간 동안 많은 부분에서 이행됐음에도 사회에서는 아직 실효성 부분에 의문부호를 달고 있는 상황이다. 단적인 예로 최근 발생한 ‘부천 세 자매 사건’과 ‘두 모자 사건’을 들 수 있다. 두 사건 모두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일어난 일이라는 점에서 세 모녀 사건과 맥을 같이한다.

특히 지난 8일 경기도 안산에서 벌어진 두 모자 사건은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이 시행됐음에도 막지 못한 비극이라 복지 사각지대를 우려하게 만든다.


세 자매·두 모녀
생활고 비극

김윤영 빈곤연대 사무국장은 지난 10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해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정부가 선전은 무성하게 했지만 실체 없는 복지제도의 한계가 속속 드러나며 국민들이 배신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현실적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정부의 안일한 공약이행이라는 지적도 있다.

박 대통령은 줄곧 ‘증세없는 복지’를 강조해왔다. 그러나 당내 경제통이라고 불리는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지난 4월8일 국회에서 가진 연설에서 “증세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말했을 정도로 오류가 많다는 의견이 많다.

최근에는 언론을 통해 증세 없는 복지를 추구했음에도 대규모 세수펑크가 우려된다는 보도가 나온 상황이다. 법 개정만으론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뒤따르고 있다. 과연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복지제도는 언제쯤 구현될 수 있을지 정권 후반기로 갈수록 국민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근혜 외교노선 딜레마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방미 일정을 소화한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도 곧 일정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으로부터 9·3 전승일 초대를 받은 상황이라 청와대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칫 외교노선으로까지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6월 메르스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잡혀 있던 방미 일정을 무기한 연기한 바 있다. 때문에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도 미뤄지게 됐다. 일정을 연기한 청와대는 이후 연내 적기에 재추진한다고 말했고, 최근 10월16일 방미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중국 찍고 미국, 빅2 정상 만난다.

그 가운데 중국이 다음달 3일 베이징에서 있을 ‘항일·반파시스트 전쟁승리기념열병식’에 박 대통령을 초대하면서 사태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더군다나 미국 내 언론 중 일부는 주한 미국 대사관 등 여러 외교 루트를 통해 미국이 박 대통령에게 행사에 참석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고 보도해 청와대의 고심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정부의 외교 딜레마가 점입가경으로 흘러가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참가한 전례가 있다는 점에 비추어 봤을 때 방중 길에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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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