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눈치 보는 최경환 딜레마

남들도 다 돌아간다는데…“나 돌아갈래!”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정가에서는 친박 장관들의 여의도 복귀와 관련해 두 가지 설이 존재한다. 하나는 ‘8월 복귀설’, 또 하나는 ‘12월 복귀설’이다. 이미 몇몇 장관의 경우 복귀가 기정사실화 됐다고 봐도 무방한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고심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친박계 의원겸직 장관 5인의 거취에 대한 얘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정가에서 나돌던 ‘8월 복귀설’이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최근 휴가철을 맞아 여의도가 조용하지만 청와대에서 나오는 뒷얘기는 무성하다. 의원겸직 장관들이 달력만 들여다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7월7일과 21일 두 차례에 걸쳐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위원들에게 ‘개인정치 불가’를 주문했지만, 장관들의 들썩거리는 엉덩이를 붙들어놓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여의도 정가
8월 복귀설

박 대통령은 지난달 7일 국무회의 자리에서 “국무위원들께서도 국민을 대신해서 각 부처를 잘 이끌어주셔야 한다”며 “여기에는 개인적인 행로가 있을 수 없을 것이다”고 1차 경고를 날렸다. 지난달 21일에는 “모든 개인적인 일정은 내려놓고 국가경제와 개혁을 위해서 매진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2차 경고장을 던졌다.

그러나 일부 친박 장관들의 8월 복귀는 이미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9월부터는 정기국회가 열리기 때문에 복귀 시점을 잡는다면 8월이 가장 유력한 상황이다. 아니면 국회가 종료되는 12월이 적기다. 그래서 8월·12월 복귀설이 정가에서 들려오는 것이다.

그중 정가 복귀는 8월이 가장 최상이라는 얘기가 많다. 공직선거법을 봐도 12월 복귀를 예상하기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2016년 4월13일로 예정된 20대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1월14일(선거일 90일 전)까지 장관직을 사퇴해야 한다. 어쩌면 선거준비 없이 바로 실전에 돌입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장관들 다수가 내년 1월14일까지 공직을 수행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그대로 믿는 사람은 드물다.

전 새누리당 관계자 중 한 명은 “(박 대통령의 발언 중) 2차 경고에서 좀 더 순화적인 표현을 썼다”며 “어느 정도 장관들의 사정을 봐주기 시작한 것 같다”는 해석을 달아 충분히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의원겸직 장관들의 여의도 복귀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는 가운데 줄사퇴로 번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칫 박근혜정부가 국정동력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소 한 명의 장관이 관가에 남아 장관직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전문가들은 가장 유력한 후보로 최경환 경제부총리를 꼽는다.

12월 복귀설
복귀 시동

나머지 장관들의 복귀를 암시하는 듯한 움직임이 지속적으로 들려온다. 대표적으로 김희정 여성가족부장관과 황우여 사회부총리가 있다. 김 장관은 대표적으로 8월 중 여의도에 복귀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람이다. 지난 7월14일 김 장관은 박 대통령이 1차 경고를 했음에도 기자들 앞에서 “내년 총선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최근에는 언론을 통해 1월14일까지 공직을 수행한 후 출마하겠다는 뜻이었다고 말하며 수습하고 있지만 정가에서는 8월 중 복귀할 것이라고 내다보는 사람이 많은 상황이다.


지역구의 반응이 좋지 못하다는 소문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부산 지역지의 소식에 따르면 김 장관의 지역구인 부산 연제구에서 ‘반 김희정’ 연대 움직임이 생기고 있다고 한다. 결국 이러한 소문들이 김 장관의 마음을 조급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8월 복귀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황 부총리의 8월 복귀 움직임도 이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유력인사들의 출마 소식에 계획된 것보다 장관직 퇴임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는 중이다. 송일국·송영길, 두 송씨 성을 가진 유력인사들의 출마소식이 황 부총리 측을 긴장시킨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부터 떠돌기 시작한 배우 송일국의 인천 연구수 출마 가능성은 시간이 갈수록 가시화 되는 모양새다. 송일국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강력히 부인하고 있지만, 소문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의원겸직 장관 8월·12월 ‘복귀설’ 솔솔 
황우여·김희정·유기준·유일호 8월 복귀?


송영길 전 인천시장 또한 경계대상이다. 최근 중국에서 돌아와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연수구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지역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황 부총리는 그동안 본인의 정치인생 마지막 꿈이 국회의장이라는 점을 누차 밝혀왔었기 때문에 20대 총선 출마가 유력한 상황이다. 따라서 최근 강력한 후보자의 이름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는 점이 장관직 퇴임의 촉매제 역할이 될 수 있다고 정치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최근 황 부총리의 행동반경이 넓어지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황 부총리는 주중에는 세종시에 업무를 보다가 주말에는 연수구를 찾는 등 지역 활동에 힘을 쏟는 모습이 포착됐다. 또한 본인의 선거사무소에서 예배를 드리는 활동도 빠지지 않고 진행하고 있다.

유기준 해양수산부장관과 유일호 국토교통부장관의 경우에는 사석에서 측근들에게 20대 총선 출마를 얘기한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짧은 근무기간이 8월 복귀를 가로막는 요소로 지적된다. 지난 3월 취임한 두 사람은 아직 장관이 된 지 4개월 남짓 밖에 되지 않았다. 적어도 6개월 이상 공직에 머물러야 한다는 여론을 생각해 봤을 때 12월 복귀가 예상된다. 단 ‘10개월 장관’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순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단 유기준 장관의 경우 선거구 관리가 용이하다는 측면에서 12월 복귀가 예상된다는 전망도 있다. 부산 서구가 지역구인 유 장관은 해수부장관이기 때문에 다른 장관들에 비해 지역구 챙기기가 쉽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유 장관은 한 달에 한 번 이상씩 부산 서구를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부산 해양대 특강, 동아고 동문행사 등 주로 공식 일정을 중심으로 지역을 방문하고 있다고 한다.

황우여·김희정
유기준·유일호

그러나 최근 선거구 재획정 문제가 떠올라 변수로 작용될 전망이다. 유 장관이 맡고 있는 부산 서구는 인구수 기준에 미달해 재편 예상지역에 포함된 상태다. 따라서 최근 발족한 선거구획정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유 장관의 입장도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5명의 장관 중 4명의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는데 반해 나머지 한 명인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경우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최 부총리에게는 힘든 8월이 예상된다. 최근 휴가기간 동안 지역구인 경북 청도를 방문, 민생행보를 보였지만 큰 의미가 없다는 해석이 많다. 최 부총리는 행사 후 “경제부처의 수장으로 경제 살리기에 전력을 투구하다 보니 지역에 자주 오지 못했고 휴가를 이용해 지역구 현안을 챙기겠다”며 취지를 알렸다.

‘초이노믹스’에 발목 잡힌 최경환
12월 복귀? 총선준비는 어떡하나


그렇다면 왜 최 부총리만 유독 대통령 눈치를 보는 것일까. 박근혜정부 내 역할론이 다르기 때문이란 얘기가 지배적이다. 최 부총리는 경제 관련정책 집행에 열을 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박 대통령의 주된 관심사였던 추경예산안이 최근 여·야 합의에 의해 통과되면서 최 부총리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최 부총리는 추경이 통과된 직후 “추경예산이 최대한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집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여·야의 쟁점사항으로 떠오른 노동개혁 역시 최 부총리의 여의도 복귀를 가로막는 요소 중 하나다. 공식석상에서 최 부총리는 “4대 구조개혁 중 노동개혁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모든 정책역량을 최대한 집중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다른 것은 신경 쓰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박 대통령과의 약속도 무시 못할 부분이다. 어느 정권보다 경제성장에 사활을 걸고 있다 보니 최 부총리의 역할이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최경환의 ‘최’, 경제학을 나타내는 이코노믹스라는 단어를 합쳐 ‘초이노믹스’란 말이 생겨날 정도로 경제부문에 있어 박 대통령이 최 부총리에게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최근 경제인들과 스킨십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는 점도 최 부총리의 역할론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대기업 총수 17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간담회와 오찬을 가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등 재계에서 내로라하는 총수들이 한데 모인 자리에 최 부총리도 참석해 교류를 가졌다.


초이노믹스
반전 이루나

박 대통령이 누차 강조했던 4대 국정핵심구조개혁(공공·노동·금융·교육)을 이끌기 위해서도 최 부총리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연속성이 생명과도 같은 개혁추진에서 수장이 빠진다면 실패로 돌아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내년 예산안 통과 문제도 걸려있어 최소 법정처리시한인 12월 초까지는 현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당분간 최 부총리의 딜레마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주장하는 오픈프라이머리 도입 여부가 10월경 결판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복귀시기를 놓고 고민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평가 엇갈리는 초이노믹스

최경환표 부동산 정책이 과연 성공이냐 실패냐를 두고 말들이 많다. 일각에서는 거래량이 지난 2006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부동산시장이 호황을 맞게 됐다며 성공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빚내서 집을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이로 인해 주택담보대출액이 10년 전에 비해 2배가 넘는 500조원에 가까워지고 있는 점은 문제라고 지적하는 사람도 많다.

최경환표 부동산정책 ‘성공이냐 실패냐’

새정치민주연합 ‘유능한경제정당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부동산시장 정상화를 이끌었다”고 자평한 ‘최경환표’ 부동산정책에 대해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위원회 위원들은 갈지자를 보인 부동산정책으로 인해 전세가가 급등하는 등 과열양상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반면 여의도 증권가 쪽에서는 칭찬하는 목소리 일색이다. 높게 평가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최 부총리의 리더십을 칭찬하며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서로 정책공조를 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덧붙여 “부동산 등 자산시장 안정 및 활성화를 유도하며 정책의 일치성을 보여줬다”는 주장도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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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국민의힘 행사에서 영향력을 과시하다가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국민의힘에서 ‘보수의 김어준’을 꿈꾸는 것 같다. 전씨는 과연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했던 영향력을 단번에 얻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지난 8일, 대구 EXCO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구·경북지역 합동연설회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지난 3월 창간한 <전한길뉴스> 소속 언론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선거판 난장판 하지만 전씨는 언론 취재의 한계를 넘어 반탄(탄핵 반대) 성향 후보들의 연설 도중 응원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반대로 찬탄(탄핵 찬성) 성향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이 연설할 때마다 “내부 총질” 혹은 “배신자” 등 원색 비난을 했다. 이날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는 전씨를 직접 지칭해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지고, 계엄을 계몽령이라고 정당화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같이 투쟁할 수 있겠느냐”면서 비난했다. 그러자 전씨는 김 후보에게 욕설하면서 자신의 지지자들을 격동시켰다. 찬탄 성향 조경태 당 대표 후보가 연설할 땐 자리에서 일어나 한 손을 들고 항의하는 등 지지자들의 조 후보 비난을 유도했다. 그러자, 찬탄 성향 일부 당원들이 전씨에게 물병을 던지면서 항의했다. 한 당원은 전씨에게 “난 20년 차 당원인데, 입당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당신이 왜 이런 난동을 부리느냐”고 따져 물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씨의 전당대회 출입을 막기 위해 대의원이 아닌 일반 당원의 행사장 출입을 금지했다. 이어 전씨에 대한 징계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러자 전씨는 <전한길뉴스> 발행인 신분을 내세워 “언론 탄압”이라며 반발했다. 이처럼 전씨는 국민의힘 당원과 언론인이란 신분을 왕래하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개입하고 있다. 지난달 31일과 지난 7일엔 시사평론가 고성국씨 등과 함께 주최한 ‘자유 우파 유튜브 연합 토론회’에 각각 장동혁·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출연시켜 ‘면접’을 보는 위력을 국민의힘 내외에 과시했다. 특정 진영의 강경파를 대상으로 언론사·유튜브 채널 등을 운영하면서 힘을 과시하는 모델로는 방송인 김어준씨가 있다. 김씨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친문(친 문재인) 강경파 성향 당원·지지자를 대상으로 라디오·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면서 당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당 대표 후보들을 면접하는 형식은 김씨가 지난해 3월 자신의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민주당 총선 후보자였던 이언주·전현희 의원과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출연시켜 객석의 청중에게 큰절을 시킨 것과 비슷하다. 김씨가 지난 6월 기획·진행한 ‘더 파워풀’ 콘서트엔 ▲문재인 전 대통령 ▲민주당 정청래 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등 다수의 민주당 내 유력 정치인이 참석했다. 입당하자마자 영향력 과시 물의 당원·언론인 오가며 전대 개입 김씨는 지난 2011년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로 활동하면서부터 민주당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왔다. 물론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한 영향력을 전씨가 단기간에 얻긴 어렵다. 이 때문인지 전씨는 국민의힘에 입당하자마자 ‘10만 당원 양병설’ 등을 주장하면서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하기 위해선 당비를 3개월 이상 납부하고, 연 1회 이상 교육을 받은 책임당원이어야 한다. 전씨는 지난 6월 온라인으로 입당했고, 당 대표 후보 등록일은 지난달 30일부터 단 이틀 동안이었다. 따라서 전씨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수 없었다. 출마 길이 막힌 전씨는 전당대회에서 당원·언론인 신분을 교차하면서 자신을 따르는 당원들을 선동해 영향력을 과시하려고 한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가 민주당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주변 진영 전체를 둘러싼 질서는 20세기 초·중반에 활동했던 이탈리아 사회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의 헤게모니 이론이 갖는 틀과 비슷하다. 그람시는 “자본주의는 견고하게 발전할 것”이라는 대전제를 토대로 “언론·문화 등 각 분야에 진지를 구축해 참호전으로써 상대 세력을 약화해야 한다”는 사상을 정리했다. 각 분야에 구축한 진지는 결정적인 시기에 전개할 기동전의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자본주의 구조가 뿌리내리면서 러시아 2월·10월 혁명과 같이 한순간에 모든 것을 뒤집는 혁명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람시는 주도권 다툼으로써 체제 내 혁명을 추구하는 취지의 사상을 구체화했다. 우리나라에선 소련 해체가 가시화되던 1980년대 후반부터 기존 노동운동에 문화·예술운동을 접목하는 단체가 활동하는 등 각계에서 다른 방향의 노동운동을 전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민주당을 받치는 양대 축은 각계의 시민단체들과 진보 성향 매체들이다. 대규모 정치 이벤트가 진행될 땐 민주당 지원 사격을 맡으면서, 정치적 명분과 정당성을 구축·홍보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민주당에 인력을 공급하는 역할도 한다. 주요 선거 등 대규모 기동전이 필요한 상황에선 각자의 진지에서 일시에 뛰쳐나와 물량을 공급하는 식이다. 이 같은 구조를 상징하는 사람이 민주당 윤미향 전 의원이다. 정의기억연대 대표로 오랫동안 활동하던 윤 전 의원은 민주당을 통해 국회의원이 됐지만, 횡령 의혹이 유죄로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다. 같은 당 추미애 의원 등 민주당 일각에선 윤 전 의원의 사면을 강하게 지지했고, 결국 8·15 광복절특사를 통해 사면·복권됐다. 민주당과 그람시 하지만 시민단체와 매체는 대중을 직접 동원하기가 어려운 데다, 매체는 언론 고유의 한계가 있다. 시민단체 역시 시민들의 참여가 부실하다는 핸디캡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도 존재해 왔다. 이 때문에 삼각 구조를 받쳐줄 또 하나의 하부 구조가 필요했다. 이 문제를 해결해준 사람이 바로 김씨였다. 김씨는 지난 1998년 ‘안티 <조선일보>’라는 깃발을 내걸고 <딴지일보>를 창간한 후 풍자·B급 정서·유머를 지향해오고 있다. 당시 <딴지일보>에선 포장마차에서 어묵을 찍어 먹는 용도로 내는 간장의 위생 상태를 취재해 기사화하거나 국가혁명당 허경영 명예대표의 대권 도전 과정을 풍자하는 등 ‘신선한 B급 정서’를 지향해 독자적인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한편으로 김씨에게 평생 따라다닐 놀림거리를 남겼다. 김씨가 <딴지일보>의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용 성인용품을 판매했고, 성인남녀의 만남을 중개하는 사이트를 개설했던 탓이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여전히 김씨를 비판하면서 당시의 전력을 함께 언급한다. 이후 김씨는 ▲황우석 박사 옹호 ▲영화감독 겸 코미디언 심형래씨 옹호 등 숱한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황 박사 옹호는 그럴 듯한 음모론을 제시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는 김씨의 특성과 깊이 맞물린다. 당시의 논란도 김씨에 대한 비판론을 형성하는 중심축이다. 그랬던 김씨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계기로는 크게 2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를 처음 시작했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 중 1명으로 활동했단 것이었다. 김씨는 당시 민주당 백원우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거친 항의를 말리고 고개 숙여 사과하는 문 전 대통령을 주목했다. 이후 김씨는 문 전 대통령의 킹메이커를 자처했고, 이는 ‘나는 꼼수다’ 진행 이후 문 전 대통령의 대세론으로 이어졌다. ‘나는 꼼수다’는 김씨 특유의 B급 정서·음모론이 이명박정부에 대한 다양한 불만과 맞물려 대성했던 방송이었다. ‘나는 꼼수다’는 현재까지 이어지는 김씨의 성향을 구체화한 방송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해당 팟캐스트의 상징으로 통하는 “쫄지 마”는 여전히 회자된다. ‘나는 꼼수다’는 구체적인 사실관계 검증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명확한 당파성을 매개로 특정 정당·진영 사람들이 선호할 음모론과 괴담을 이미 밝혀진 사실관계와 섞어 전달하는 것에 집중했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선을 적당히 왕래하면서 민주당 지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영웅과 악당들 이는 집단의식으로 연결됐고, 김씨에겐 거대한 영향력을, 민주당엔 거대한 지지 집단을 만들어줬다. 김씨는 ‘나는 꼼수다’를 통해 단순·명쾌한 이분 구도를 완성했다. 그를 선호하는 민주당 지지자의 정치관은 “보수진영이란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운다”는 것이다. 이는 정의로운 주인공이 지구 정복을 노리는 악당의 무리에 맞서 싸우는 어린이용 만화의 서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울러 현재 민주당 핵심 지지 세대로 알려진 4050세대가 미국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선호하는 것과 연결해볼 수 있다. 이 세계관엔 초월적인 힘을 갖고 모든 생명체의 절반을 죽여 우주를 정화하려는 악당에 맞서는 영웅들이 등장한다. 이 세계관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사건은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사건이었다. 이들에게 노 전 대통령 사망사건은 거대 악당과 싸워야 하는 당위성을 제공해주는 절대적인 명분이었다. 김씨가 이 사건에 주목하고, 상주로서 백 전 의원의 항의를 제지하던 문 전 대통령을 주목한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우리 고전문학 중 전설은 김씨의 평소 주장과 비슷한 서사 구조를 띠고 있다. 전설은 능력이 뛰어난 주인공이 현실의 한계에 좌절하고 무너지는 비극적인 구조를 취한다. 또 설득력을 부여해야 많은 사람에게 퍼질 수 있어서 실제 존재하는 지역·지명을 매개로 그럴듯하게 전개된다. 여기엔 각박한 현실을 바꿔줄 새로운 영웅의 출현을 기대하는 민중의 소망이 담겨있다. 그래서 조선시대엔 “정씨 성을 가진 영웅이 새 나라를 만들어 왕이 될 것”이란 취지의 예언서가 오랫동안 돌아다녔다. 김씨의 주장은 21세기판 전설이라고 할 수 있다. 김씨는 민주당과 주변 진영을 취약한 상황에서 거대한 악에 도전하는 영웅으로 묘사하고, 지지자들은 그 영웅담에 환호한다. 그러면서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우는 영웅을 또 잃을 수 없다”는 공감대를 공유한다. 그들은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같은 목표를 공유한다. 김씨는 ‘김어준 유니버스’ 혹은 ‘민주 유니버스’를 만들었고, 지지자들은 관객을 넘어선 참여자로서 희열과 보람을 느낀다. <한국일보>는 지난 2017년 이들의 세계관을 소개하면서 “대통령이 국민을 지켜야지, 왜 국민이 대통령을 지켜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완전히 다른 ‘B급 정서’ 카타르시스·도파민 차이 김씨는 ▲세월호 고의 침몰설 ▲천안함 피격 사건 관련 가짜 뉴스 살포 ▲코로나19 대구 확산설 등 주장을 이어가면서 지지자들에게 정치적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했다. 그들이 김씨를 통해 느낀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은 고스란히 민주당의 정치적 자양분이 됐다. 그래서 총선 출마 후보들은 김씨가 보는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큰절을 해야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김씨를 지목했던 것은 김씨에게 엄청난 이익이 됐다. 당시 계엄군은 김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스튜디오 주변을 통제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13일 국회에서 “계엄군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사살한 후 북한 소행으로 공작하려고 했다”면서 “정보 출처는 국내에 대사관이 있는 우방국”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그 우방국은 미국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미국은 국무부·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이를 부인했다. 반면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어준님’의 증언을 허구로 단정하고 비난부터 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과 보수 세력은 민주당과 그 주변 세력처럼 정교한 조직체를 만들지 못했다. 보수 세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피커 역할은 전씨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맡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김씨처럼 진영 전체를 들썩일 수 있는 정치적 유머 감각과 설득력을 갖추지 못했다.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하지도 못한다. 이 때문에 이들의 주장은 강경 보수 지지자들 외 국민 사이에서 웃음거리로 전락한 지 오래고, 국민의힘 내부서도 강하게 비판한다. 국민의힘이 지난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이겼을 당시엔 민주당에 비판적인 2030세대 남성과 6070세대를 아울러 민주당을 지지하는 4050세대와 2030세대 여성을 포위한다는 ‘세대포위론’ 전략이 제시됐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불화 끝에 결별하면서 이 연합은 얼마 가지 못해 해체됐다. 당시 승리를 주도했던 국민의힘 지지층은 이 대표 특유의 합리주의를 지지하는 젊은 유권자와 강경 보수를 지향하는 노년 유권자로 분열됐다. 전씨는 많은 공무원 제자를 거느린 유명 한국사 강사였다. 따라서 적절히 순화된 주장과 교묘하게 선정한 정치적 입지를 섞어서 정치 전면에 나섰더라면,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와 달리 그럴듯한 이야기를 구성하고 유머를 섞는 능력을 보여준 적이 없다. 전씨의 옛 제자들은 그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절대로 정치 전면에 나서지 않는 김씨와 달리, 직접 국민의힘에 입당해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려 하는 등 적당히 선을 긋지도 않는다. 정치인들이 알아서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큰절을 하게 만드는 김씨와 달리, 전씨는 스스로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전당대회서 눈에 띄는 행동을 했다. 전에겐 없는 것들 무엇보다 김씨가 “이 대통령을 능가하는 영향력을 가진 것 아니냐”는 설까지 나올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구축하기까지 15년이 걸렸단 사실도 제대로 통찰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으로 국민의힘은 정치 구조를 통찰하지 못해 민주당이 장기간 공들여 구축한 정치 구조체를 갖추지 못했다. 그런데도 전씨는 ‘전한길 유니버스’ 제작을 멈추지 않는다. 과연 전씨는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