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가보니~ ‘텅 빈 의원실’ 왜?

국정원? 지역구 관리가 최우선!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국회가 조용하다?! 언론을 통해 연일 들려오는 국정원 소식에 국민들은 여의도가 시끌시끌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상은 텅텅 비어있기 일쑤다. 국회의원들이 메르스 사태로 한동안 비워뒀던 지역구 챙기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들의 호흡이 가빠지고 있다. 이제 20대 총선까지 채 1년이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최근 의원들의 지역방문이 잦아지고 있다. 특히 메르스 사태로 인해 한동안 지역 방문을 자제해왔던 터라 더욱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여기에 현 비례대표들까지 지역 출마를 선언하며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지역 활동이 국회의원의 숙명이긴 하나 지나친 외도에 우려를 표하는 사람도 있다.

지역구 돌보기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중진의원인 A씨는 4월말 상임위에 출석한 이후 3개월째 나타나지 않고 지역구활동에 매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평소 법안발의를 활발히 하는 축에 속하지만 그마저도 4월 이후 끊기는 등 의정활동에 소극적인 모습으로 변했다. 여의도 일각에서는 4·29재보선 후 지역에 매진하고 있다고 보고 결과에 충격 받은 것 아니냐고 해석하고 있다.

새누리당 B의원은 7월 중 상임위 출석이 단 한 번에 그쳤다. 의원실을 찾아가 보면 비어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있다고 해도 젊은 여비서 1명이 지키고 있는 게 전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의도 관계자는 B의원 측에서 서울에서의 일정을 잡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그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최근 소식에 따르면 그는 지역구에 내려가 노인회관을 중심으로 돌고 있다고 전해진다.

최근 일련의 국회 모습을 보면 의원회관이 텅텅 비었다는 표현이 과하지 않다. 많은 수의 의원들이 보좌진을 대동하고 지역구를 찾는 중이다. 특히 최근 메르스 사태와 휴가철이 겹쳐 더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소문이다. 한때 정가에서는 여·야의 초·재선의원들이 메르스로 인해 울상이라는 소문이 떠돌았는데 이젠 옛말이 됐다.


당시 한 의원실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상대적으로 중진의원들에 비해 얼굴이 안 알려진 초·재선의원들이 지역구활동에 더욱 매진하는 경우가 많다”며 “한 번이라도 더 얼굴을 비춰야 하는데 메르스 때문에 그러지 못하니 답답해 한다”고 상황을 설명한 바 있다.

코앞에 총선, 얼굴도장 찍으러 지역행
힘들어하는 보좌진, 여름휴가는 언제?

의원들의 지역구 방문은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매주 금요일같이 정해진 날짜에 찾아가는가 하면 최근에는 아예 지역에 상주하며 지내는 의원의 수도 늘고 있는 추세다. 대중없이 지역행사가 있을 때마다 내려가는 의원들도 있다.

내려가면 대체로 자신이 맡고 있는 지방의원들과 단합대회를 벌이는가 하면 상인조합·시민단체·지역공무원 및 경찰·소방관 등 조직을 찾아가는 경우가 많다. 가면 의견을 청취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투자한다. 이를 종합해 공약집을 만들어내기 위함이다. 수행인을 대동하고 다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최근 의원들의 무리한 지역일정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보좌진들이 늘고 있다. 일각에서는 자제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한 새누리당 관계자는 “대부분의 보좌진이 너무 바쁘다며 피곤함을 호소하는 중”이라며 “의원의 성향에 따라 밤낮없이 일을 시키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앞선 말처럼 자신이 모시는 의원에 따라 근무환경이 달라진다는 점도 근무자를 힘들게 하는 요소다. 보좌진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대체적으로 초선의원의 경우 업무강도가 약하지만 중진급 이상 되는 의원을 모시는 경우 요구하는 것이 많아 업무가 힘들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의원들 중에는 여비서에게 큰소리로 호통치는 사람도 있어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의원들의 지역구활동에 휴가를 못 가는 경우도 있어 문제로 지적된다. 의원실 근무자들은 통상 여름휴가 5일을 지급받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마음 놓고 못 쓰는 경우가 허다하다. 더불어 최근 여름휴가를 지역구에서 보내겠다고 선언하는 국회의원들의 수가 늘고 있어 휴가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전해진다.


비례대표들도 하나둘 출마지역구를 선정하고 활동에 들어가 의원실이 비는 경우가 더욱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비례대표들은 지역기반이 약하다보니 외부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그만큼 늘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보좌진 짜내기

지금은 의원실이 텅텅 비어서 문제라면 오는 9월부터는 의원실에서 불이 꺼지지 않는 날이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9월4일부터 국정감사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최소 한 달 전부터 준비에 들어간다고 본다면 7월 일정이 끝남과 동시에 ‘힘든’ 8월이 시작될 것으로 보여 보좌진들이 느끼는 피로감은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시의원들의 일탈행위

최근 시의원들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사례가 늘고 있어 국민들의 눈총을 받고 있다. 술을 마시고 난동을 부리는가 하면 공직선거법을 위반하는 등 일탈행위가 심해지고 있다. 또 다른 시의원의 경우에는 불법건축과 관련해 설계와 감리를 맡았다는 의혹이 있어 지역의 질타를 받고 있다.

진주시의원 중 한 명인 S씨는 최근 ‘술자리 난동’을 벌여 논란이 됐다. 지난 10일 진주시에 위치한 한 식당에서 진주시청 공무원과 시의원들이 따로 술자리를 가지던 중 갑자기 간부공무원 한 명이 S씨를 향해 욕설을 날렸고 이에 흥분한 S씨가 공무원들이 술을 마시고 있는 방으로 찾아가 소주병을 휘두르며 소란을 피운 사건이다. 문제가 되자 S씨는 지난 21일 “진주시 공무원과 승강이 과정에서 벌인 행동에 대해 시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 드린다”며 공개 사과했다.

술집 난동은 물론 선거법 위반까지

양산시의원 K씨는 법에 저촉될 수 있는 행동을 해 논란이 됐다. 그는 선거구를 벗어난 지역까지 의정보고서를 배포해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양산지역 학부모 모임인 ‘무상급식지키기 집중행동 양산시 학부모 밴드’가 지난 21일 양산시청의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를 촉구했다.

학부모들은 시의원 K가 양산지역 초·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1200여부의 의정보고서를 보낸 것이 ‘지방의회의원은 보고서 등을 통해 의정활동을 선거구민에게 보고할 수 있다’고 한 공직선거법 제111조 1항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문제제기를 한 바 있다.

목포시의원 N씨는 불법건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역의 한 도축장에 대한 불법건축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설계와 감리를 N씨가 맡았기 때문이다. N씨는 도축장 이전 결정 당시 관련 상임위원회 소속 위원장이었고, 현재도 관련 상임위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시의회는 N씨에 대한 징계여부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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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