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정국 정치권 7인3색 동상이몽

위기일발 박근혜·이병호, 이환위리 안철수·원유철·이종걸, 천재일우 김무성·문재인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국정원 해킹사태’가 점입가경이다. 민간을 대상으로 해킹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됨은 물론, 느닷없이 국정원 직원이 자살하는 일이 벌어졌다. 일촉즉발의 상황 속에서 정치권은 이해득실을 따지기 바쁘다. 관계가 얽혀있는 이들의 계산기 두드리는 소리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꿈보다 해몽이 큰 7인의 제각각 속내를 <일요시사>가 들여다봤다.

국정원 불법 해킹 의혹이 대한민국을 휩쓸고 있다. 지난 13일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육군 5163부대가 이탈리아 해킹업체로부터 국내 유력 메신저인 카카오톡 해킹 기술 등을 문의한 내용의 문서가 인터넷에 나돌면서 민간에 대한 사찰 의혹에 휩싸였다. 이후 해킹 소프트웨어 ‘리모트콘트롤시스템(이하 RCS)’을 구입한 정황이 알려지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국가정보원
민간 사찰?

하루가 지난 14일 이병호 국정원장이 RCS구입 및 문의사실을 시인하면서 공론화됐다. 이 원장은 북한의 해킹에 대비하기 위한 목적으로 소량 구매했으며,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해킹은 일절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원장은 국회 정보위원회(이하 정보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국민을 대상으로 해킹했다면 어떠한 처벌도 받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은 RCS 불법 구매 및 운영 의혹을 제기하며 지난 15일 안철수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진상조사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치권의 본격적 움직임이었다.

안 위원장은 진상조사위원회 명칭을 국민정보지키기위원회(이하 국정위)로 변경하고 국정원에 RCS 사용내역을 제출하도록 요청했다. 안 위원장은 “정쟁을 위해 이 일을 시작한 것이 아니다. 국정원은 로그(RCS 사용기록)를 제출해야 한다. 떳떳하다면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국정원을 압박했다.


이에 국정원은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내며 반박했다. 핵심은 현재 보유한 20대의 해킹장비로는 민간인 사찰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기밀자료지만 불필요한 논란을 없애기 위해 야당이 요구한 자료를 공개하고 방문조사도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도 가만있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안 위원장이 보안업체의 대주주라는 점을 들어 국정위 위원장이 될 자격이 없다고 새정치연합을 압박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안 위원장에게 “(국정원 사태를 조사하는 위원회의 장이 되기 위해서는 스스로) 백지신탁과 주식을 팔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여·야의 단순 공방으로 끝날 것 같던 이번 사태는 그러나 예기치 못한 곳에서 뇌관이 터져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박근혜정부
이병호 원장

지난 18일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한 야산에서 국정원 직원 임모씨가 마티즈 승용차 안에서 번개탄을 피우고 숨진 채 발견됐다. 차량에서는 시신과 함께 A4용지 3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돼 과연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하루가 지난 19일 가족의 동의하에 유서가 공개됐다. 유서에는 “내국인에 대한, 선거에 대한 사찰은 전혀 없었다”며 “대테러·대북공작활동 자료를 삭제했다”고 나와 있다. 또한 자신이 오해를 살 만한 자료를 삭제한 것은 ‘실수’였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자살사건은 국정원 직원의 공동 성명서 발표로 이어졌다. 그런데 이 성명 발표가 오히려 논란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성명에는 임모씨의 자살 책임을 야당과 언론에게 돌리는 듯한 문구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국정원 일동’이라고 적혀 있지만, 직원이 모두 회람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병호 국정원장이 직접 결재해 발표된 것으로 알려져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국정원 바라보는 여의도, 제각각 속내
박근혜정부 위기, 이병호 기름 붓나?

소위 ‘해킹정국’ 속에서 이 원장과 박근혜정부는 위기를 맞게 됐다. 그 중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사상 초유의 국정원 성명 발표를 승인한 이 원장은 자격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 법률전문가들이 이번 성명 발표를 두고 국가공무원법 66조(집단 행위의 금지), 국가정보원법, 국가정보원직원법 등의 법률을 위반한 행위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어 이 원장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사태가 최악의 시나리오대로 흘러가고 있다. RCS 구입과 직원 자살, 국정원 성명 발표로 이어지는 일련의 사태에 외신까지 관심을 보이며 이번 사태를 중요하게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 사태뿐만 아니라 지난 대선개입 의혹 건까지 함께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박근혜정부는 정체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됐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9일 국정원 직원 자살소식을 전하는 기사에서 “2012년 대선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상대 후보에 대해 비밀 온라인 비방 캠페인을 주도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국영방송인 BBC는 한국의 정보기관이 과거 납치와 살인사건에 연루되는 등 국민들로부터 좋은 평판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부분을 언급하면서 대선개입 의혹도 같이 다뤘다. BBC는 더 나아가 최근 원 전 원장이 증거불충분으로 파기환송 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근혜정부 입장에서는 가장 민감할 수 있는 부분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언급되고 있는 것이다. ‘위기일발’이 아닐 수 없다.

안·원·이
반등 기회

반면 위기이자 기회를 맞은 사람들이 있다. 국정위 장을 맡고 있는 안 위원장은 물론 새누리당 원유철·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에게는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라”는 ‘이환위리’ 전략이다.

안 위원장은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맞게 됐다. 알려진 바대로 국내 최고의 보안전문가인 안 위원장은 19대 국회 입성 후 이렇다 할 존재감을 보여준 적이 없었다. 


과거 유력 대선주자였음에도 좀처럼 힘을 못 쓰는 모습에 야권 일각에서는 보건복지위원회(이하 복지위)라는 맞지 않은 옷 때문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실제로 안 위원장은 복지위 소속 위원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인 바 있다. 메르스 사태가 한창일 때 복지위 소속 의원들이 긴급 기자간담회를 가진데 반해 안 위원장은 한 라디오에 출연,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등 엇박자를 내기도 했다.

위기는 기회, 기회는 위기? 안·원·이
하늘이 준 기회, 리더십 다잡아 GO~


해킹정국이 도래하자 안 위원장이 ‘물 만난 물고기’처럼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17일 안 위원장은 국회에서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가 지켜보는 가운데 해킹 시연회 및 악성코드 감염검사를 실시해 화제가 됐다. 안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카카오톡 메시지 감시, 스마트폰 카메라를 통한 도촬 등 해킹과 관련된 여러 가지 가능성을 점쳤다. 이후 안 위원장은 중앙당에 검사센터를 설치, 일반 국민들의 휴대폰도 검사해 주겠다는 방침을 세우는 등 활동 영역을 넓히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광폭행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안 위원장이 시연회를 하던 날 현안브리핑을 통해 “수권정당임을 자부하는 제1야당이 뜬금없이 국회에서 해킹 시연회까지 하는 것은 국민의 불안감만을 조장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라 여겨진다”며 “새정치연합의 이번 시연회는 의혹 해소를 위한다기보다는 정쟁용 이벤트에 가까운 퍼포먼스에 그쳤다”고 평가절하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역풍을 얘기하기도 한다. 만약 전문분야에서 안 위원장이 확실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새누리당의 말처럼 정치적 쇼에 그치게 될 공산이 크다. 더군다나 ‘해킹’에 ‘인권’ 프레임을 씌운 상황이라 자칫 큰 역풍에 휘말릴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과연 해킹정국이 안 위원장의 지지율로 이어질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원유철·이종걸 원내대표의 협상력 또한 주목받는 대목이다. 그 중 원 원내대표 입장에서는 유승민 전 원내대표로부터 자리를 이어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라 경우에 따라서는 협상력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 내지는 자질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다.


특히 유 전 원내대표가 불명예 사퇴한 이후 당 내에서 원 원내대표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의원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번이 원 원내대표 입장에서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종걸 원내대표 또한 마찬가지다. 당내에서 친노-비노 간 갈등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이 원내대표가 국정원 사태, 나아가 추경을 유리하게 이끌어 낸다면 자신의 입지뿐만 아니라 향후 친노 및 혁신위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밀리지 않을 수 있다. 이 원내대표는 원 원내대표와의 협상에 있어서 ‘소득세·법인세 정비’ 문구를 이끌어내는 등 수완을 발휘했다. 그러나 해킹정국과 관련해서는 청문회를 두고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김무성·문재인
박근혜 탈출구

새누리당 김무성·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 입장에서는 이번 해킹정국이 박 대통령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란 게 정치평론가들의 분석이다. 당직 개편으로 수족이 묶였던 김 대표에게는 다시 본인의 입지를 다질 수 있는 전환점이, 문 대표에게는 그간 자신을 괴롭혔던 국정원에 대한 아픔을 씻어낼 수 있는 계기가 됨은 물론 계파 갈등을 일시적으로나마 잠재울 수 있는 국면 전환용으로 활용 가능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문 대표 입장에서는 최근 탈당으로 어수선했던 분위기를 재정비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된 해석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두 사람에게는 이번 해킹정국이 흔들렸던 지도력을 회복할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침묵하는 박근혜, 소리치는 국정원
침묵이 금? 무언의 압박에 국정원 갈팡질팡

국정원 해킹사태가 터진 가운데 논란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이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어 화제다. 박 대통령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어떤 목소리도 내지 않고 있는 반면, 음지에서 움직인다는 국정원은 오히려 전면에 나서 자신을 두둔하고 있다.

임모씨가 자살한 이후 국정원 직원들이 낸 ‘동료 직원을 보내며’라는 성명서에는 “(숨진 직원은) 본인이 실무자로서 도입한 프로그램이 민간인 사찰용으로 사용되었다는 정치권과 일부 언론의 무차별적 매도에 분노하고 있었다”며 임모씨가 극단적 선택을 했던 이유를 나름 분석했다. 또한 “자국의 정보기관을 나쁜기관으로 매도하기 위해 매일 근거 없는 의혹을 경쟁적으로 쏟아내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며 억울한 심경을 토로했다.

반면 박 대통령 및 청와대는 침묵의 카르텔을 유지하고 있다. 청와대 출입기자의 말에 따르면 국정원에 대해 “청와대 의견은 없냐”는 질문을 받으면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만 반복하고 있다고 한다. 이를 정치권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국정원에게 자체적으로 해결하라고 던지는 무언의 압박”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목>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