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론 재점화 ‘제왕적 대통령제’ 명과 암

87년 이후 개헌 전무…협치 기반으로 한 분권 필요성 사회 각계서 요구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이탈리아의 정치이론가 니콜로 마키아밸리는 자신의 저서 <군주론>을 통해 이상적인 통치자의 상을 제시했다. ‘마키아밸리즘’으로 불리는 이것은 이후 카리스마적 리더십의 이론적 바탕이 된다. 약 500여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두고 논쟁이 일고 있다.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

<군주론>을 관통하는 핵심 정의다. 저자 마키아밸리는 여러 인간 군상을 통해 이상적인 통치자란 어떤 사람인지 제시했다. 향후 전제 정치의 이론적 바탕이 된 이것은 대한민국에도 영향을 미쳤다. 사회가 혼란스럽던 1960~1970년대,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절대 권력이라는 목적을 정당화했다. 그 과정에서 사사오입·유신헌법 등 자의적으로 헌법을 뜯어고치는 짓도 서슴지 않고 일어났다.

사사오입·유신헌법
제왕적 대통령제

시간이 흘러 1987년, 국민들의 노력으로 ‘직선제 개헌’이라 불리는 9차 개헌에 성공했다. 변화의 주요 골자는 대통령 직선제 및 5년 단임제 도입, 그리고 국민의 기본권 확대였다. 그러나 9차 개헌 이후 지금까지 28년이란 세월이 지났음에도 더 이상의 논의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사회 곳곳에서 변화를 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014년 11월경 진행한 개헌에 대한 찬반 여론조사 결과 찬성이 63.0%로 나와 반대한다는 21.5%를 압도했다. 각론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지만 대체적으로 개헌을 원하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왜 국민의 과반수 이상이 개헌을 원하는 것일까. 정치권을 포함한 개헌론자들은 ‘제왕적 대통령제’에 의한 폐단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멀게는 ‘세월호’ 참사부터 가깝게는 ‘메르스’ 사태까지, 최근 대한민국의 재난대응시스템은 이미 멈춘 지 오래다. 세월호 때는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동안의 행적이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으며, 메르스 때는 컨트롤타워의 부재에 국민들이 피해를 봤다.

일련의 모습을 종합해 봤을 때 제왕적 대통령제가 원인이라고 개헌론자들은 지적한다. 즉 사람이 바뀌어서 해결될 일이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라는 것이다.

최근 이러한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 있었다.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사태를 두고 정치권은 절대적인 대통령 권한이 불러온 폐단이라고 말한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입법부 원내교섭단체의 대표가 사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행 헌법은 대통령의 권한을 어느 정도로 규정하고 있을까. 대통령이 가진 대표적인 권한을 나열해보면 ‘국군통수권’ ‘계엄선포권’ ‘인사권’ 등이 있다. 이 중 대부분의 사람들이 국군통수권·계엄선포권은 국가지도자가 지녀야 할 고유권한이라 인정하는데 반해, 인사권의 경우에는 남용될 수 있는 소지가 많아 수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세월호·메르스
개헌 필요성 촉발

단적인 예로 검찰총장과 법무부장관을 들 수 있다. 이들에 대한 인사권을 대통령이 쥐고 있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삼권분립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일찍이 ‘국회법 개정안’을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는 삼권분립 원칙에 위배되기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개헌론자들은 제왕적 대통령제 하에서는 견제를 전제로 한 삼권분립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국회법 개정안과 관련 박 대통령과 각을 세웠던 정의화 국회의장은 제67주년 제헌절을 맞아 의미심장한 발언을 남겼다. 경축식에 참석한 정 의장은 이 자리에서 “개헌 논의는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거부권 정국’이 지나간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나온 발언이라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정치권의 생각은 어떨까.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은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5년을 맞이해 <머니투데이>에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의원 중 86%가 “개헌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반면 “필요없다”고 답한 의원은 12%에 그쳤다.

세월호·메르스, 제왕적 대통령제 폐단
중앙권력형, 분산 필요성 대두, 언제?

‘개헌모임’만 봐도 정치권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제19대 국회의원들로 구성된 이 모임에는 총 155명이 소속되어 있다. 구성을 보면 새누리당 의원은 56명,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의원이 96명, 정의당 2명, 무소속 1명으로 돼 있다. 주요 인물로는 입법부 수장인 정의화 국회의장, 개헌전도사라 불리는 새누리당의 이재오 의원, 야당의 대표적인 개헌론자인 새정치연합 우윤근 전 원내대표, 판사 출신의 정의당 서기호 의원 등 쟁쟁한 정치인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모임의 구성원 대부분은 ‘개헌특위’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올해 안에 특위를 구성해야 된다며 마지노선을 9월로 잡고 있다. 새정치연합 우 전 원내대표는 “청와대를 설득해야 한다”며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장벽이 높다. 박 대통령이 일찍이 ‘개헌은 블랙홀’이라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6일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개헌논의 등 다른 곳으로 국가역량을 분산시킬 경우 또 다른 경제의 블랙홀을 유발시킬 수 있다”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개헌론자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재오 의원은 최근 ‘지방분권개헌 원탁토론회’에 참석해 “개헌이 블랙홀이 아니라 제왕적 대통령제가 지금은 국가경쟁력에 장애적요인 중 제일 큰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새정치연합 우 전 원내대표는 “정치가 안정돼야지 경제가 살 수 있다”며 “개헌을 통해 국가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박 대통령의 발언을 반박했다.

우윤근·이재오
9월 개헌특위

지금 당장 논의를 시작해야 된다는 주장이 한 목소리로 나오고 있지만 각론에서는 차이를 보이고 있어 향후 어떤 식으로 의견이 수렴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각론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기본권에 대한 개헌’, 두 번째 ‘정부형태에 대한 개헌’, 세 번째 ‘권력구조에 대한 개헌’이 그것이다.

첫 번째 기본권에 대한 개헌은 인간 존엄에 대한 가치를 높이자는 취지에서 얘기가 나오고 있다. 최근 새정치연합 신기남 의원은 ‘기본권 개헌을 위한 방향과 과제’라는 정책보고서를 통해 제안했다. 보고서에서 신 의원은 ‘기본권 주체 확대’ ‘양성평등 추구’ ‘정보기본권 신설’ 등을 주장하고 있다.

두 번째 정부형태에 대한 개헌은 방법론에서 차이점이 많다. 나오고 있는 얘기를 종합해 보면 ‘4년 중임 대통령제’ ‘분권형 대통령제’ ‘의원내각제’가 있다. 4년 중임 대통령제는 국회의원들 사이에서 자주 거론되는 이론이다. 말 그대로 대통령의 임기를 4년으로 줄이는 대신 선거를 통해 대통령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줘 비전에 대한 연속성을 보장해 주자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개헌을 강력히 주장하는 사람들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없애고자 하는 개헌 취지에 맞지 않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 중 우 전 원내대표는 이 이론이 미국식이라는 점을 들어 “미국은 주 단위의 철저한 연방국가기 때문에 4년 중임제가 가능하다”며 “우리에게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28년 동안 개헌 전무, 새 옷 입을 때
지방분권 필요성 대두, 각계 목소리↑

의원내각제 또한 비슷한 의미에서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지금 대한민국 현실을 고려한다면 너무 급작스런 변화라는 것이다. 특히 내각이 언제든 물러날 수 있다는 제도적 불안정성은 향후 문제가 될 공산이 크다고 많은 정치이론가들이 지적하고 있다.


최근 대안으로서 가장 각광받는 것은 분권형 대통령제다. 권력을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양분하는 이 체제는 국가 원수의 위치는 대통령이 그대로 가져가는 대신 국회의원들이 뽑은 국무총리가 행정부의 수반이 되어 내치를 담당한다는 게 주요골자다.

즉 현재 대한민국 대통령제에서 국무총리의 권한을 의원내각제만큼 끌어올리는 형태로 볼 수 있다. 대통령제보단 사람에 대한 의존이 줄어드는 대신 의원내각제보단 현재 상황을 잘 반영한 절충안이라는 평가다. 약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큰 틀에서 우 전 원내대표, 이 의원 등 대부분의 개헌론자들이 이 안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세 번째 권력구조에 대한 개헌이다. 앞서 정부형태에 대한 개헌을 정치권에서 주도하고 있다면 권력구조에 대한 개헌은 시민사회단체가 적극 주장하는 내용이다. 쉽게 말해 ‘지방분권’이라는 말로 요약될 수 있다. 중앙집권적 권력구조로 인해 지방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은 그동안 수없이 제기돼 왔다. 특히 개헌을 주장하는 지식인들은 중앙정부의 하급기관화 되어버린 지자체를 개탄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방분권에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은 지난 22일 토론회를 갖고 서로의 의견을 교환했다. ‘왜 지방분권개헌인가?’라는 주제로 펼쳐진 이 자리에서 동의대·대전대 등 각 대학교수들과 정·관계 인사들은 자치권보장이 개헌의 핵심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행사를 기획한 이창용 지방분권개헌국민행동 실행위원장은 이번 토론회에 대해 “의원내각제·분권형 대통령제 등 정치권에서 얘기하는 것은 개헌에 대한 방법론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며 “핵심은 어떻게 중앙에서 벗어나 국민들이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하냐는 것”이라고 지방분권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지방분권
국민행동

여러 논의가 오가고 있는 가운데 정치전문가들은 개헌에 대해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고 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지금 전문가들도 의견이 판이하게 엇갈린다”며 “정치권이 곧바로 개헌으로 가버리면 국론이 분열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 원장은 9월 개헌특위 구성에 대해선 박근혜정부가 정권 중반을 지나고 있다는 이유를 들며 가능성을 낮게 점쳤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개헌론, 지구촌은?

대한민국에서 개헌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일본·콩고 등 다른 국가에서도 개헌에 대한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 반응은 판이하게 달라 눈길이 간다.

일본 <교도통신>의 조사에 따르면 일본 국민의 약 60%는 헌법 개정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2일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전후 70주년을 맞아 국민 의식조사를 한 결과 헌법을 이대로 존속시켜야 한다는 응답이 60%로 나타나, 바꿔야 한다고 응답한 32%보다 약 두 배정도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일본·콩고 “개헌 반대”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난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아베정부가 개헌을 수반한 ‘집단자위권’ 법안 추진을 강력히 진행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AFP통신>이 지난 18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콩고공화국에서는 현 대통령이 독재를 위해 개헌을 추진하자 야당과 국민이 반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드니 사수 응게소 콩고대통령은 대통령 중임을 제한하고 대선 후보자의 나이를 70세로 제한하는 현행 헌법에 대한 개정안을 여당과 함께 통과시켰다. 이로써 지난 30년간 군림한 응게소 대통령은 72세의 나이로 다시 한 번 대권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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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