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현대판 사화' 시나리오

너도나도 거부권…정가 피바람 부나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거부권 정국'이 정가에 피바람을 몰고 올 기세다. 어느덧 친박-비박 간 진영 싸움으로 번진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의 최종 목표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라는 분석이 나왔다. 과거 조선 중기 사림파가 화를 당했던 '사화'가 2015년 여의도 한복판에서 벌어질 조짐이다.

친박-비박 간 정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의 싱크탱크라 불리는 민주정책연구원에서는 이번 ‘거부권 정국’과 관련해 ‘여권 파워게임 상황인식 및 대응’이라는 분석 자료를 발표했다. 그 속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종국적 목표가 김무성 대표의 교체라고 되어있다.

박근혜 목표
김무성 축출?

분석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새누리당 내에서는 ‘중도보수’와 ‘박근혜보수’ 간 싸움이 진행되고 있는데 결국 공천권을 사이에 둔 갈등이 거부권 정국과 함께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박 대통령이 노리는 인물은 최근 정가에서 가장 자주 언급되고 있는 유승민 원내대표가 아니라 김무성 대표라고 이 보고서는 내다보고 있다.

또한 ‘박 대통령과 유 원내대표의 제로섬 게임은 새누리당의 딜레마’라는 문장을 볼 수 있는데, 내용인 즉슨 친박-비박의 세력 크기가 비슷해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는 것이다. 때문에 새누리당 내 어느 계파에도 소속되지 않는 중도파들은 딜레마를 겪고 있는 실정이다.

일례로 이른바 중도파로 분류되는 한 비례대표 의원은 ‘출마 지역구를 정했냐’는 취재기자의 질문에 “현재 눈치만 보고 있다”며 “지금 섣불리 얘기할 수 없는 게 김무성 편을 들면 당장 친박계로부터 전화가 오고 서청원 편을 들면 비박계 측에서 전화가 온다. 이게 결국 공천권을 얻을 수 있느냐의 문젠데 어떻게 지금 정할 수 있겠냐”고 대답한 적 있다. 해당 의원뿐 아니라 다른 중도파 의원들 모두 비박-친박의 눈치만 살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친박 '훈구파' VS 비박 '사림파'
유승민 두고 친박-비박 권력다툼


지지층의 성향이 달라 중도파 의원들이 진영을 선택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란 분석이 가능하다. 박 대통령과 함께할 경우 굳건한 지지층을 얻을 순 있지만 확장성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 중론이다. 나아가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층’이라 불리는 50대 이상 TK 지역 지지층이 종국에는 정치인의 한계가 될 수 있다.


반면 유 원내대표 등 비박계 지도부와 손을 잡게 된다면 확장성은 충분히 보장되지만 기본 지지층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20~30대를 위시로 한 젊은 지지층은 고정 지지층으로 만들기 힘들 뿐더러 보수 진영보단 진보 측 지지자가 많아 보수 쪽에서는 믿고 가기 불안한 면이 있다.

대부분의 정치전문가들이 이번 친박-비박 간 갈등이 쉽게 풀어지지 않을 것이라 예상하는 가운데 그 이유로 ‘이념적 대립’을 꼽는다.

박근혜 보수
확장성 제로

최근 비박계 대부분은 ‘신보수’라 불리는 새로운 보수의 패러다임에 동조하고 있다. 소위 ‘유승민 사단’이라 불리는 이들은 당내 대표적인 경제·정책통이라 불리는 유 원내대표와 생각을 같이하고 있다. 대부분 소장파 의원들로 구성돼 개혁적이고 혁신적인 성향을 많이 내포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으로 꼽힌다. 앞서 보고서 내에 중도보수라 불리는 집단이 이들이다.

반면 박근혜보수라 불리는 이들은 기존의 보수층을 일컫는다. 이들은 대부분 중진 이상 급의 이력을 가진 정치인들로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요직을 맡고 있다. 변화보다는 기존 체제의 유지에 관심이 많은 성향을 나타내 비박계가 외치는 개혁에 반대의사를 피력해 온 것이 특징이다.


이렇듯 명확한 정치적 이념차이 때문인지 일각에서는 두 진영의 대립을 조선 중기 훈구파와 사림파 간에 벌어진 당파싸움에 비유한다. 기존 세력인 훈구파에 사림파가 정치개혁을 주도하며 도전했듯이 기존 친박계에 비박계가 혁신 새누리당을 외치며 맞서고 있다는 것이다.

갈등에 대한 조짐은 이전부터 보여 왔다. 지난 2014년 1월8일 비박계 맏형인 이재오 의원이 ‘개헌론’에 대해 열변을 토하자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당시 의원은 “개헌도 시간과 타이밍이 중요하다”며 “(이명박정부 때) 이 의원은 정권의 2인자 임에도 (개헌을) 추진하지 못했다”고 가능성을 일축한 적 있다.

서 의원이 개헌론에 찬물을 끼얹었음에도 김 대표가 다시 한번 군불을 지펴 논란이 됐다. 지난 2014년 10월16일 김 대표는 중국 상하이에서 “정기국회가 끝나면 개헌 논의가 봇물 터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 대표는 청와대가 불쾌하다는 입장을 내놓은 즉시 ‘말실수’라며 사과했지만 정치권 한켠에서는 의도된 발언이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유 원내대표의 최근 연설을 통해서도 두 진영 간 이념적 대립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4월9일 유 원내대표의 첫 국회 교섭단체 연설은 파격 그 자체였다. 연설의 내용이 기존 보수 정당에서 보여준 그것과 달랐기 때문이다. 당시 유 원내대표는 야당보다 더 야당적인 정치관, 당파성, 조세와 성장잠재력 확충 방안, 재벌정책까지 박근혜정부와 전혀 다른 노선의 연설을 펼쳤다. 연설이 진행되는 동안 새정치연합 측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고 연설이 끝난 후에는 유은혜 대변인으로부터 “명연설이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특히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라는 평소 철학에 동조하는 사람이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던, 유 원내대표 입장에서는 더욱 가치 있는 연설이었다. 조세 부분에서 박근혜정부가 그동안 ‘증세없는 복지’를 강조해 왔던 것에 반해 유 원내대표는 ‘중부담-중복지’라는 구체적인 정책방향을 제시하자 이에 호응하는 초·재선 의원이 많았다는 후문이다. 결국 ‘유승민 사단’이라 불리며 최근 유 원내대표를 보호하고 있는 의원들은 대부분 평소 생각을 같이하는 젊은 의원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유 원내대표의 연설 후 친박계를 중심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친박계 핵심 중 한 명인 홍문종 의원은 연설이 끝난 후 기자간담회를 갖고 “너무 의욕이 지나쳐 개인의 대중적 인기에 집착하면, 당 전체를 희생해서 개인의 인기가 오르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을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받을 수 있다”며 “(유 원내대표)본인의 개인 인기는 좋아질 것이라 생각한다”며 평가 절하했다.

비박계 신보수
기본 지지층↓

일련의 과정으로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대한민국 정가는 친박-비박 간 정쟁을 넘어 사화로 비화될지 중대 기로에 서있다. 정가에서 박 대통령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를 중심으로 여러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얘기가 나오기 시작한 것 중 가장 눈길이 가는 것은 유 원내대표에 대한 수사 가능성이다. 몇몇 정치평론가들은 박 대통령의 성향을 봤을 때 충분히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박 대통령이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정적으로 떠오른 유 원내대표에 대한 표적 수사를 지시한다는 시나리오다. 이미 플랜A가 실패로 돌아간 상태에서 마땅한 플랜B가 없다는 측면에서 사정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는 예상이다.


그러나 정가 소식에 밝은 전문가들은 가능성을 낮게 점친다. 너무 노골적인 ‘찍어내기’에 오히려 정치적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최근 메르스 사태 등으로 민심이 이반된 상태에서는 박 대통령의 운신의 폭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유 원내대표가 정치인 중 도덕성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한 인물이라는 점도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꺼려지는 요소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만약 유 원내대표에 대한 조사가 암암리에 진행된다고 해도 헛수고에 그칠 확률이 높다”고 내다봤다. 너무 급하면서 노골적이라는 측면에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하책’으로 꼽힌다.

이념적 대립 양상 '구보수vs신보수'
중간 낀 중도파 '등 터질라' 눈치만


‘중책’으로 거론되는 것은 최고위원들의 집단 사퇴 카드다. 이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현재 당직 인선이 한창인 시점이라 효과가 더욱 극대화 될 수 있다고 본다.

만약 이 시나리오대로 진행된다면 비박계 지도부는 적잖이 당황할 수밖에 없다. 5명의 최고위원이 모두 친박계 또는 그러한 성향을 지닌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기존 서청원·김태호·이정현 최고위원은 물론이고 이인제 최고위원까지 이들과 힘을 합치고 있다. 김을동 최고위원은 아직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지만 그간의 성향을 봤을 때 친박계와 함께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그러나 이 또한 여론의 질타를 받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중책으로 꼽힌다.


가장 ‘상책’으로 거론되는 것이 박 대통령과 친박계가 장기전에 돌입하는 것이다. 비박계 지도부가 먼저 20대 총선까지 보는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친박계 측에서도 템포에 맞춘 장기전 싸움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구체적인 방법으로 과거 김 대표가 당권을 쥐기 위해 ‘통일경제교실’ 등 여러 프로젝트를 펼친 것처럼 친박계에서도 여러 컨셉의 정책토론회 등을 열어 결속을 다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내실을 다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 상책으로 꼽힌다.


상책·중책·하책
박근혜 카드는?

결국 이번 갈등의 핵심이 공천권 쟁탈전이라는 측면에서 향후 오픈프라이머리를 쟁점으로 한 2라운드가 예상된다. 친박계 입장에서는 정권 후반부로 갈수록 박 대통령의 입김이 약해진다는 측면에서 비박계에서 주장하는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이 달갑지 않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박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공보물에서 빼는 등 새누리당 소속 지방정치인들 중에 박근혜 지우기에 나선 사람이 많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 친박계 측은 격세지감을 느끼고 있다. 공천권을 향한 ‘치킨게임’이 예고된 상황에서 과연 권력을 쥔 박 대통령의 다음 행보가 무엇일지 궁금해진다.

 

<ch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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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