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보는 광복 70주년 ⑤전남 신안군

한국 농민운동사의 큰 획, 지주와 일제에 맞서다

돌이 많고 바위가 병풍처럼 둘러싸 암태도라 불리는 섬이 있다. 비금도, 도초도, 홍도, 흑산도 등 같은 신안군에 속한 이름난 섬에 비해 알려진 바가 거의 없어 일반 관광객보다 등산객이 주로 찾는다. 드넓은 논밭과 저수지가 펼쳐져 섬이라는 사실을 잊게 만드는 이곳은 어민보다 농업 인구가 훨씬 많다. 목포에서 서쪽으로 28.5km, 압해도 송공선착장에서 배로 25분이면 닿는 이 섬에 묵직한 근현대사의 자취가 깃들었다.

묵직한 근현대사의 자취 깃든 암태도
소작쟁의 기폭제가 된 항일농민운동

암태도는 일제강점기 대표적인 소작쟁의이자, 한국 농민운동사에 큰 획을 그은 암태도 소작쟁의가 일어난 현장이다. 쟁의가 발발한 1920년대는 일제의 토지조사사업과 산미 증식 계획으로 전국 농민 80%가 소작농으로 전락한 상황. 암태도 역시 소수 자작농을 제외한 대다수 농민이 소작농이었고, 토지는 대부분 지주 문재철 소유였다. 

문재철은 일제의 저미가 정책으로 수익이 감소하자 7~8할에 이르는 소작료를 징수해 손실분을 보충하려 했고, 이에 소작농들은 서태석을 중심으로 암태소작인회를 결성해 소작료를 4할로 낮춰줄 것을 요구했으나 묵살 당한다. 1923년 가을 추수를 앞두고 시작된 쟁의는 지주 측의 회유와 협박, 소작인회의 추수 거부와 소작료 불납 투쟁으로 이어지며 해를 넘겼다. 

이 과정에서 목포경찰서가 일본 경찰을 암태도로 보내 소작인을 탄압하고, 마침내 소작인회 간부들을 구속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그러자 1924년 6월 암태도 소작인 400여명이 목포경찰서와 법원 앞에서 구속자 석방 시위를 전개하고, 7월에는 다시 600여명이 법원 앞에서 단식투쟁을 이어갔다. 전국에서 여론이 들끓고 노동·사회단체의 지지와 지원이 이어지자, 사태가 확산되는 것을 두려워한 일제는 구속자 석방과 중재에 나선다. 이에 소작료를 4할로 낮추고, 소작인회에 2000원을 기부할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 약정서를 교환하면서 기나긴 투쟁은 소작인의 승리로 끝났다. 암태도 소작쟁의는 일제강점기 대표적 항일농민운동이자 이후 전국에서 일어난 소작쟁의의 기폭제로 평가된다.

사라져 간
항쟁의 흔적


90여년이 흐른 지금 암태도에서 식민지 지주와 일제에 대항한 자랑스러운 항쟁의 흔적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쟁의를 이끈 지도자 서태석의 고향 오산마을 입구에 의사 서태석 선생 추모비와 가묘, 암태도 농민항쟁사적비가 서 있고, 그 외엔 1998년 건립된 암태도 소작인항쟁기념탑 정도가 전부다. 오산마을에 사는 70대 이상 노인 중에는 키가 유난히 크고 기골이 장대한, 하지만 일제의 모진 고문으로 정신분열증을 앓다가 불행한 삶을 마감한 선생을 기억하는 이들이 있다.

소작쟁의 후 항일 독립운동에 헌신한 서태석 선생은 1920년대 후반 공산당 관련 활동을 한 전력 때문에 오랫동안 금기의 대상이다가 2003년에야 뒤늦게 독립 유공자 훈장을 받았다. 암태도에 묻혀 있던 선생의 유해는 사후 65년이 지난 2008년 3월4일 국립대전현충원 애국지사 제3묘역에 안장되었다. 한편 암태면 주민센터 옆에 6.74m 높이로 조성된 암태도 소작인항쟁기념탑에는 쟁의에 앞장선 농민 43인의 이름과 소설 <암태도>를 쓴 송기숙 작가의 글이 새겨졌다.

목포로 원정 시위를 떠나기 위해 도민 수백명이 배를 탄 남강나루터도 의미 있는 장소다. 당시 암태도에서 목포까지는 뱃길로 한나절 거리였지만, 지금은 암태도 오도선착장에서 압해도 송공선착장까지 고작 25분 걸린다. 압해도에서 목포는 연륙교로 단숨에 갈 수 있다. 암태도와 압해도를 연결하는 새천년대교가 완공되는 2018년이면 암태도는 더 이상 섬이 아니다.

갯벌 위의
옛노두길

수곡리와 추포도 사이에 가로놓인 갯벌 위의 징검다리(노두)도 암태도의 명물이다. 노두는 썰물 때 2.5km에 이르는 두 마을을 연결해주는 바닷길 구실을 했으나 현재는 일부 흔적만 남았다. 옛 노두 옆에 개설한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차를 타고 추포도로 건너가면서 흔적을 볼 수 있다. 민간신앙 유적인 송곡리 매향비도 둘러봄 직하다.

연륙교와 연도교는 섬으로 구성된 신안군의 발전을 견인한 일등 공신이다. 암태도만 해도 바로 위의 자은도, 아래의 팔금도, 안좌도와 다리로 연결된다. 자은도와 암태도는 은암대교가, 암태도와 팔금도는 중앙대교가, 팔금도와 안좌도는 신안1교가 이어준다. 배 한 번만 타면 네 섬을 둘러볼 수 있다. 암태도에서 팔금도로 넘어가는 중앙대교 아래가 남강나루터다. 

자은도는 암태도와 달리 모래톱이 고운 해수욕장이 많아 여름철 피서객이 즐겨 찾는다. 분계·백길·둔장해변이 대표적이다. 분계해변의 여인송숲은 2010년 ‘제11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 천년의 숲 부문에서 아름다운 어울림상을 수상했을 만큼 빼어난 자태를 뽐낸다. 숲에는 호젓한 산책로도 조성되었다. 둔장해변은 마을에서 운영하는 백합 캐기 체험으로 인기다. 시원하게 트인 바다와 섬을 조망할 수 있는 ‘해넘이길’ 12km도 둔장마을을 지난다. 


네 섬 중 가장 작은 팔금도에서는 고려 시대 유물로 추정되는 삼층석탑을 볼 수 있다. 수화 김환기 화백의 고향 안좌도는 예술의 섬이라 불린다. 1910년 백두산 나무로 지었다는 생가와 마을의 벽화들이 여행자를 맞이한다. 안좌도의 또 다른 볼거리는 천사의 다리다. 안좌도와 부속 섬인 박지도, 반월도를 연결하는 V자 모양 다리로, 총 길이 1462m에 이른다. 썰물 때면 갯벌 생물 관찰 체험도 할 수 있다.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 정보>--------------------------
당일 코스

압해도 송공선착장→암태도 오도선착장→암태도 소작인항쟁기념탑→의사 서태석 선생 추모비, 암태도 농민항쟁사적비→팔금도 삼층석탑→안좌도 김환기 생가→안좌도 천사의 다리

1박 2일 코스
· 첫째 날 : 압해도 송공선착장→암태도 오도선착장→암태도 소작인항쟁기념탑→의사 서태석 선생 추모비, 암태도 농민항쟁사적비→옛 노두길→추포해변→송곡리 매향비→자은도 해넘이길→자은도(숙박)
· 둘째 날 : 자은도 분계해변→팔금도 삼층석탑→안좌도 김환기 생가→안좌도 천사의 다리

관련 웹사이트
· 신안군 문화관광 http://tour.shinan.go.kr
· 신안문화원 www.shinanculture.net

문의 전화
· 신안군청 문화관광과 061-240-8356
· 신안군청 신안농협페리 061-271-0090

대중교통
기차> 용산역-목포역 : KTX 하루 16회(05:20~22:15) 운행, 약 2시간30분 소요.
* 문의 :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버스> 서울-목포 :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24회(05:35~23:55) 운행, 약 4시간 소요.
* 문의 :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이지티켓 www.hticket.co.kr
           목포종합버스터미널 1544-6886

여객선> 압해도 송공선착장-암태도 오도선착장 : 1시간 간격(07:00~19:00) 운항, 25분 소요.
* 문의 : 신안농협 송공매표소 061-271-0090
           오도매표소 061-271-0052

자가운전
서해안고속도로 목포 IC→압해대교→송공선착장

숙박
· 밀알촌한옥펜션 : 자은면 구영2길, 061-271-4200, http://cafe.naver.com/milalchon
· 은혜민박 : 자은면 구영2길, 061-271-7466, http://blog.naver.com/ehminbak
· 너랑나랑펜션 : 안좌면 김환기길, 061-271-5089, 010-4658-2422

식당
· 신육일관 : 백반·회, 암태면 장단고길, 061-271-6767
· 섬마을음식점 : 백반·우럭탕, 안좌면 중부로, 061-262-2626
· 해송가든 : 오리백숙·토종닭 코스, 자은면 중부로, 061-271-8857
· 고향식당 : 백반·아구찜·돼지갈비, 신안군 자은면 구영 2길 56, 061-271-4805

주변 볼거리
목포근대역사관 1관(구 일본영사관)·2관(구 동양척식주식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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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