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집착·질투는 사랑표현?‘의부증’ 주의보

요즘 밤잠을 설친다는 최모(43·여)씨는 “얼마전 회사 갔다온 남편의 문자를 봤는데 [오늘 미팅 즐거웠어요. 다음에 기회되면 또 뵙죠]라고 찍혀있었다”며 “남편은 단순히 거래처 사람이라고 항변했지만 남편이 그것을 빌미로 밖에서 거래처 여자와 데이트를 하는지 마음이 걸린다”고 토로했다

박모(25·여)씨는 “남자친구 핸드폰에 다른 여자친구 전화번호가 너무 많이 저장돼 있고 전화도 꽤 온다”며 “나를 만나지 않을 때 다른 여자들을 만나고 다니는 것 같다”고 의구심을 제기했다.

그러나 박씨의 말과 달리 그녀의 남자친구는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거나 책을 볼 때 핸드폰을 꺼두거나 진동으로 해둬 전화를 못 받을 때가 종종 있다고 항변했다. 그리고 실제 책을 보고 있는 모습을 두 눈으로 확인했다는 박씨.

그러나 박씨는 “남자친구가 전화를 안 받을 때마다 확인하러 학교 도서관에 가서 일일이 확인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라며 “남자친구가 내 눈을 피해서 다른 여자친구를 만나고 있는 게 틀림없다”고 토로했다.

최씨처럼 낯선 여자의 문자를 대충 넘어가거나 박씨처럼 핸드폰에 저장된 여러 명의 여자친구의 핸드폰 번호와 통화내역을 보고 쿨하게 넘어가는 여자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남편이 나 몰래 바람피고 있다?

남편이나 배우자를 의심하는 것은 자신의 사랑이 다소 지나친 것일 뿐 지극하고 당연한 ‘사랑의 표현’일까.
배우자를 의심하는 의부증은 망상장애의 일종이다.

망상장애의 평균 발병연령은 약 40세로 여성 환자가 남자보다 약간 더 많으며 발병 연령의 범위는 19세부터 90대까지 매우 광범위하다.
의부증에 대한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며 심리적 요인 등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적용돼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의부증과 관련해 색정형 망상장애와 질투형 망상장애가 가장 많이 알려졌다.
색정형의 경우 보통 영화의 스타와 같은 유명한 사람이나 유력한 사람이 환자를 열렬하게 사랑하고 있다고 믿는 망상이다. 이 경우 환자는 망상을 숨기려고 노력하기도 하지만 상대방에게 전화를 걸거나 편지, 선물을 보내고 심지어 집을 방문하거나 감시하고 끊임없이 접촉을 시도한다.

질투형의 경우 상대방의 흐트러진 옷차림이나 이불에 있는 얼룩과 같은 사소한 증거를 수집해 자신의 망상을 정당화하려고 한다.
배우자나 애인이 혼자 외출하지 못하게 하거나 말로 또는 신체적으로 학대를 하고 심지어 배우자를 살해하기도 한다. 이 경우는 배우자와 격리되거나 사망한 후에야 문제가 해소된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홍경수 교수는 “망상장애는 기분장애, 정신분열병, 편집증적 인격장애 등과 감별해야 한다”며 “심한 우울증상이나 조증 증상이 없고 정신분열병과 달리 망상이 기이하지 않다는 특징이 있으며 환각이 없거나 환각이 두드러지지 않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홍 교수는 “망상장애로부터 편집증적 인격장애를 구별하는 것은 임상적으로 어려울 때가 많지만 편집증적 인격을 가진 사람은 의심이 많고 경각심이 높으나 망상적이지는 않다”며 “일반적으로 증상이 망상인지 아닌지 의심스러울 때에는 망상장애로 진단을 내리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원인 가지각색…치료 어려워

의부증을 가지고 있는 경우 자신의 질병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자신보다 남편에게 문제가 있음을 확인하려고 들기 때문에 치료의 시작부터 어려움에 봉착하기 마련이다.

또 자신이 망상장애가 있다고 생각하기보다는 남편이 바람폈음을 주장하며자신이 잘못되지 않았음을 확인하려고 병원을 찾는 경우가 있다.
망상장애 치료는 정신분열보다 치료도 어렵고 사람마다 원인이 다르기 때문에 전문가의 진단 및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국립법무병원(옛 공주치료감호소) 최상섭 병원장은 “항정신병약물은 망상과 불안을 경감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는 있으나 핵심적인 망상을 완전히 떨쳐내지는 못한다”며 “약물치료, 부부상담치료, 가족상담치료, 인지치료, 행동치료 등을 복합적으로 하는 게 효과적이다”고 강조했다.
입원이 필요한 경우는 환자가 자살이나 타살과 같은 망상과 관련해 난폭한 행동을 하며 충동조절을 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될 때다.

또한 환자의 행동이 환자의 가족에게 고통과 괴로움을 주면서 관계가 악화되고 사회생활을 안정적으로 영위해 나갈 수 없다면 입원을 하는 게 도움이 된다.
계요병원 정신과 박주언 과장은 “항정신병약의 가장 좋은 효과는 환자와 대화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으로 망상이 약해져 부드럽게 얘기할 수 있고 상대방에 대한 의심이 줄면 환자의 상태 또한 호전되는 양상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박 과장은 “흔하지는 않지만 의부증과 의처증이 서로에게 있는 경우 상태의 중증도의 차이보다는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으려는 의지가 있는 쪽이 먼저 치료를 받음으로써 소통의 통로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배우자를 비롯한 가족 일원은 깊은 이해심을 갖고 소통을 이뤄내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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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