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내 뒤를 쫓고 있다”…‘피해망상’주의보

자신의 결함·적개심 불만·남에게 투사…자해·타해키도

박모(55·여)씨는 “대학생 아들이 밖에 나가지도 않고 밖의 동정을 살피는 듯한 눈치를 많이 받았다”며 “이유를 묻자 어느날 검정 양복을 입은 남자가 내 뒤를 쫓고 있다는 발언을 해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박씨는 아들의 상태가 심각해 병원에 데려갔더니 피해망상이었다고 토로했다.

최모(30·남)씨는 “아버지가 갑자기 테니스 코트장에 나가지 않아서 물어봤더니 xxx출신 사람들이 모여서 수근대고 자기를 욕한다는 것이었다”며 “밖에도 거의 나가지 않고 평소 달라진 아버지가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박씨의 아들이나 최씨의 아버지처럼 가족 중의 한 사람이 피해망상의 증상을 보이는 경우 전문의들은 지체말고 병원에서 전문의와의 상담을 받아볼 것을 권고했다.

그릇된 신념에서 출발

피해망상이란 정신병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망상의 종류 중 하나이다.

이는 자신이 누군가로부터 쫓기고 있다거나 주변에서 피해나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그릇된 신념에서 출발한다.

이런 피해망상은 자신의 결함, 적개심, 불만이 남에게 투사됨에 의해나타나는 경향을 보이는데 가족 중의 한 사람이 가해자가 되는 경우도 포함된다.

중앙대병원 정신과 박두병 교수는 “피해망상은 대개 여자보다 남자에게서 많이 발병하고 시기적으로 조기 성인기나 후기 청소년기에 흔히 발병된다”고 말했다.

이어 박 교수는 “이때 사람은 위축되고 말 수도 줄어들고 누군가를 경계하며 방에서 잘 나오지 않는다든지 방어적인 태세를 보이며 ‘사회 은둔’을 하기도 하고 피해를 받고 있다고 믿는 사람에게 공격을 가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환자들은 자기를 미행한다거나 자기를 죽이기 위해 음식에 독을 탔다거나 누군가로부터 감시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피해망상은 정신분열병이 가장 흔하게 발생하지만 양극성 장애(조울증), 우울증, 망상 장애, 뇌의 손상 또는 질병으로 인한 기질성 정신 장애, 치매 등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전문의들는 “본인 스스로 자신이 피해망상임을 자각하고 병원을 찾는 경우는 매우 어렵기 때문에 가족, 친구, 동료와 같이 가까운 사람이 피해망상이 의심될 경우 빠른 시간 내에 정신과 전문의와 상담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시기 빠를수록 예후 좋아

피해망상 환자에 대한 치료시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계요병원 정신과 박주언 과장은 “정신분열증에서 온 피해망상인 경우 환자 스스로는 자신이 잘못된 생각을 가졌다고 생각지 않기 때문에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있고 한국의 정서상 여전히 가족 중 한 사람이 정신병원에 다니는 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경우에 따라 환자 가족 중의 한 사람도 피해망상 증상이 있을 경우 환자의 피해망상 발언에 동조함으로써 발견 시기뿐만 아니라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드물게 발생할 수 있다.

전문의들은 “그러므로 그 잘못된 생각이 피해망상이 맞는지, 피해망상을 불러온 기저질환은 없는지 찾아내 치료를 받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경우에 따라 정신과 치료를 받지 않으면 대부분 증상이 악화되기 마련이다. 증상이 악화되면 자해, 타해의 위험이 있는 행동 문제가 수반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 입원치료가 요구되기도 한다.

주된 치료방법은 약물 치료로 일반적인 경우에 항정신병 약물이 주로 사용되며 약물 치료와 함께 정신 상담치료와의 병행이 도움이 된다.

이어 박 과장은 “보통 1~2주 또는 3~4주 항정신병 약물을 투여하며 환자 상태를 지켜보며 남을 공격하는 성향의 환자의 경우 입원을 시켜 가급적 빨리 안정을 취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가족들한테까지 공격성을 보인다면 가족들의 면회를 제한하는게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한양대병원 정신과 오동훈 교수는 “일단 병 자체가 너무 생소해서 병으로 인정하기 어려워 병원을 이쪽저쪽 찾아다니다가 환자의 병을 키우는 경우가 있다”며 “담당의사와 상담 후 꾸준히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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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