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성완종 리스트’ 수사 출구전략

막다른 길에 선 검찰…청와대가 알려준 길 가나?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아직 제대로 밝혀진 것이 없어 국민들의 실망감이 적지 않다. 최근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홍준표 경남지사와 이완구 전 국무총리에 대한 수사는 불구속 기소로 확정됐다. 특별수사팀 내 특수3부는 ‘불법대선자금’과 ‘특별사면의혹’ 수사를 동시 진행 중이다. 출구전략이 발동된 것이라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진실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지고 있다.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들인 시간에 비해 결과는 실망스럽다. 최근 ‘특별사면’에 대한 수사가 더해지면서 수사력이 흐트러졌다는 지적이 검찰 내부에서도 들리고 있다. 검찰이 ‘정무적 판단’을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새삼스럽지 않다.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라는 수사 본질에서 이미 많이 벗어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출구전략’에 대한 얘기가 야권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성과 없는 수사
출구전략 발동?

성완종 리스트를 수사하고 있는 검찰 특별수사팀 관계자는 “홍준표 경남지사와 이완구 전 총리를 불구속 기소한다”고 지난 21일 밝혔다. 검찰은 두 사람에 대해 불구속 기소를 확정짓고 수사대상을 재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성완종 리스트 8인 중 지금껏 드러난 의혹이 가장 많았던 두 사람이 불구속 기소됐다는 소식에 국민들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정치권 봐주기’가 아니냐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그중 한 사람은 과거 ‘모래시계’ 검사로 불렸던 법조인 출신이고, 다른 한 사람은 최근까지 검찰총장 위에 있었던 전직 국무총리다. 의심의 눈초리가 더욱 짙어지는 이유다.

국민들의 관심은 불구속 기소 이유로 모아졌다. 검찰에서는 당초 구속 가능성도 나왔지만 불구속 기소로 결정한 것을 두고 “이들이 증거인멸에 직접 개입했다는 정황을 확인하지 못했고 뒷돈의 액수가 관행적인 구속 기준에 못 미쳤기 때문”이라고 알렸다.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의 경우 금액이 2억원 이상일 때만 구속영장을 청구한 ‘관례’가 있다. 홍 지사는 1억, 이 전 총리는 3000만원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은 연일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검찰이 홍준표 경남지사와 이완구 전 국무총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기로 했다”며 “검찰은 성 전 회장의 측근들은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하면서 이완구, 홍준표의 증거인멸은 눈감아주고 있다. 현저히 편파적인 수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두 사람은 그동안 숱한 증거인멸과 관련자 회유 의혹을 받아왔다. 홍 지사의 경우 측근들이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상대로 “(홍 지사가 아니라) 보좌관에게 돈을 준 것으로 하면 안 되겠느냐. 안 받은 걸로 해달라”는 등 말맞추기 또는 회유를 시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검찰에서는 홍 지사가 직접 측근들에게 회유를 지시했는지 아닌지를 집중적으로 추궁해왔으나 결정적인 진술을 받아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홍준표·이완구
불구속 기소

이 전 총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는 그동안 끊임없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측근과 관련자에 대한 회유 등 증거인멸 정황이 의심된 바 있다. 일례로 이 전 총리의 운전기사로 알려진 A씨가 “2013년 4월4일 충남 부여 선거사무소에서 이 총리와 성 전 회장이 독대했다”고 말한 이후 이 전 총리와 새누리당 측에서 A씨와 수차례 접촉을 시도한 정황이 포착된 적 있다. 그러나 이 전 총리가 회유를 직접 지시했다고 보기엔 증거가 부족하고, 특히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돈의 액수가 3000만원에 불과해 불구속 기소로 일단락됐다.

그렇다 해도 ‘시간을 지체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면하긴 어려워 보인다. 지난 4월12일 특별수사팀이 출범한 지 40일 만에 첫 사법처리 대상자가 나왔지만 성완종 리스트에 적힌 인사들이 증거인멸·회유할 충분한 시간을 줬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실제로 불구속 기소가 발표된 직후 시민단체들은 이에 반발하며 “그 긴 시간 동안 (리스트에) 이름이 적힌 정치인들이 입맞춤을 하고 증거를 은폐하고 심지어 증인을 회유하는 것을 버젓이 보고도 검찰은 신속히 수사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표했다.

두 사람에 대한 조사가 일단락됨에 따라 나머지 6명에 대한 수사가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2012년 불법대선자금 의혹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여 리스트에 적힌 사람 중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에 몸담고 있던 인사에 대한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임을 알렸다.

40일 만에 불구속 기소 ‘봐주기 의혹’
불법대선자금·특별사면의혹 동시 수사


그러나 검찰 일각에서는 이들에 대한 결정적인 단서나 진술이 확보되지 않았고, 이들이 성 전 회장에게서 돈을 받았다는 시점과 장소, 전달 방식, 전달자 여부 등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아 사실상 출구전략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불법대선자금 의혹에 대한 수사선상에 이름을 올린 사람은 3명, 2012년 박근혜 캠프의 핵심 인사들로 분류되는 홍문종 의원, 유정복 인천시장, 서병수 부산시장이다. 이들은 모두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이 적힌 사람으로 각각 2억, 3억, 2억의 금액을 받은 것으로 의심된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직접적으로 이름을 올리진 않았지만 성 전 회장이 자살하기 전 남긴 녹취록에서 서 시장의 이름이 거론된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3인의 당시 캠프 내 역할을 주목하고 있다. 홍문종 의원은 조직총괄본부장, 유정복 시장은 직능총괄본부장, 서병수 시장은 당 사무총장 겸 당무조정본부장으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 이들은 ‘3대 조직책’으로 불릴 정도로 캠프 내에서 막강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선거캠프 활동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돈이 많이 나가는 자리”라고 말할 정도, 정치자금이 많이 필요한 자리라는 측면에서 불법적으로 수수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의혹만으로 수사가 되지 않듯, 이들 3인에 대한 수사가 홍준표·이완구 등 이전 2명에 대한 수사보다 더 힘든 작업이 될 것이라고 검찰 쪽은 밝히고 있다. 특별수사팀 관계자는 “성완종 메모에 등장하는 8명 가운데 이 전 총리나 홍 지사는 확실한 증언과 물증을 확보해 수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지만, 나머지 6명은 구체적 진술이나 의혹이 뚜렷하지 않아 동선 복원, 행적 재현 작업이 훨씬 더 힘들 것 같다”고 밝혔다.

동시 수사 진행
진술 확보 노력

수사를 맡고 있는 특수3팀은 경남기업 전 재무담당부사장이 “지난 대선 기간에 경남기업 회장실로 찾아온 새누리당 인사에게 2억원을 전달했다”는 진술을 토대로 대상자들의 재산 변동 및 당시 행적에 대한 복기를 위해 진술확보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근거가 부족하고 핵심물증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물증 확보에 고심하고 있는 검찰은 서산장학재단에서 나온 압수물품에 기대를 걸고 있다. 서산장학재단은 성 전 회장이 비자금을 세탁한 곳으로 알려졌을 정도로 검은돈이 흘러들어갔을 것으로 의심되는 장소다.


이에 검찰은 압수물품을 분석하면서 2012년 대선을 앞둔 시기에 유력 정치인들에게 불법정치자금을 지원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할 자료를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돈이 흘러들어 갔을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은 확인된 상태다. 서산장학재단의 돈줄이 2012년에 급격히 끊겼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재단은 매년 3000명의 학생들에게 60만원에서 70만원가량 지원해왔다. 연단위로 계산하면 19억원에 해당되는 금액이다. 그러나 2012년 불과 266만원만 지급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혹이 커지고 있다. 2012년은 대선이 있었던 해로 검찰은 1년 전인 2011년에 비해 0.1%로 장학금 지급이 줄어든 것을 두고 돈이 어딘가로 흘러들어 갔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검찰은 금감원에 대한 수사도 병행하고 있다. 경남기업은 그간 자금난에 시달리면서도 워크아웃을 성공적으로 졸업한 바 있다. 이에 검찰은 금감원 수뇌부가 경남기업을 살리기 위해 특혜성 자금지원을 해준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이 특히 주목하는 것은 경남기업의 3차 워크아웃이다. 검찰은 지난 22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가 김진수 전 금감원 부원장보를 비롯한 금감원 고위층이 워크아웃 신청 이전부터 경남기업을 지원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발표했다.

검찰 내부 부정적 분위기 확산 “어렵다”
야권 “박근혜 알려준 출구전략 발동”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당시 성 전 회장은 3차 워크아웃을 신청하기 직전인 2013년 10월27일 금감원 기업금융개선국장을 맡고 있던 김 전 부원장보를 국회의원실로 불렀다. 성 전 회장은 그 자리에서 “추가대출을 받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고, 이에 김 전 부원장보는 “추가대출 대신 워크아웃을 신청하면 신규 자금지원도 빨리 되고 실사도 할 수 있다”며 워크아웃을 권했다는 것이다. 성 전 회장은 당시 금감원을 감독하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이었다.

검찰의 이러한 수사가 무색하게 지속적으로 출구전략에 대한 얘기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결정적으로 2012년 불법대선자금 수사를 진행하는 특수3팀에서 2007년 특별사면의혹 수사를 병행하고 있어 수사력이 분산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새정치연합은 지난 19일 “대통령 말씀을 좇아 실체도, 명분도 없는 특별사면 의혹을 수사하느라 허공에 애꿎은 활을 겨누겠다는 검찰의 처지가 참으로 답답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결정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로 검찰 수사가 방향을 잃었다고 주장한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월28일 “최근 성완종씨에 대한 두 차례 사면이 문제가 되고 있다”며 “이 문제에 대해서도 제대로 진실을 밝히고 제도적으로 고쳐져야 우리 정치가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야당은 문 대표에 대한 표적 수사를 지시한 것으로 보고 크게 반발하고 있다.

청와대 시그널
검찰 따르나?

검찰의 ‘투트랙’ 수사가 여·야 지도부와 모두 관련됐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한 국회관계자는 “2012년 불법대선자금 수사는 김 대표에게 2007년 특별사면 수사는 문 대표에게 맞춰져 있다”며 “처음과는 다르게 검날이 방향을 이상하게 잡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 대표는 2012년 대선 당시 총괄 선대본부장을 역임한 바 있다.

숱한 의혹을 짊어지고 달리고 있는 ‘성완종 사태’, 과연 국민이 바라보는 것처럼 출구전략을 향해 내달리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청와대의 시그널을 따라 움직이고 있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제대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인지 앞으로의 검찰 수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일본 강제징용피해자 배상, 물 건너갔나?

과연 일제강점기 시절 강제징용을 당한 피해자들은 온당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을 것인가.

일본 전범기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이 지난 24일 민법상 3년이라는 소멸시한을 넘겼다. 이에 피해자와 유가족들을 중심으로 온당한 대우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기준이 되는 시점은 지난 2012년 5월24일,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을 통해 박탈된 것으로 여겨졌던 손해배상 청구권한이 대법원의 판결로 소멸되지 않았음이 알려진 날이다. 대법원은 당시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개인청구권이 소멸하지 아니했음은 물론이고 대한민국의 외교적 보호권도 포기되지 아니했다’고 판결해 피해자들이 일본 전범 기업으로부터 배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러나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미처 전범기업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한 피해자가 많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멸시효를 연장해야 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시효 연장을 위한 ‘일제강점하 강제징용피해자의 손해배상 소송에 관한 특례법안(이하 특례법안)’ 통과를 강력히 주장하는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이언주 의원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대법원의 선고일을 기준으로 시효를 계산하면 오는 24일 시효가 만료돼 수많은 피해자가 법적으로 구제받을 수 없게 될 우려가 매우 높은 상황”이라며 특례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요청했다. 이어서 이 의원은 “새누리당은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법안소위에서 (일본과의) 외교적 마찰을 이유로 특례법안을 반대했다”며 특례법안이 통과되지 못한 이유를 설명했다.

일본 전범기업에 대한 청구권 상실 가능성 제기

실제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의 반대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24일 전에 특례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법사위 심의가 지난 4일 있었지만 ‘일본과의 외교마찰’ ‘소멸시효 예외 인정’에 대한 부담 등을 이유로 처리되지 못했다. 이후 6일 법사위에서 재논의 할 것을 약속했으나 끝내 논의되지 않았다.

시민사회는 불만을 표하고 있다. ‘근로정신대 할머니를 위한 시민모임’ 측은 “정부의 적극적 노력이 아쉽다”며 “90세를 넘은 할머니 개개인이 일본기업을 상대로 법정싸움을 벌일 것이 아니라 정부가 나서서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일본의 경우에는 외무성이 직접나서 전범 기업을 도와주는데 비해 대한민국은 개인 문제로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피해자들의 힘겨운 싸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청구권이 박탈됐는지 여부가 관심이 가고 있다. 이에 이언주 의원실 관계자는 “민법상 안날로부터 3년인데 안날에 대한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며 “‘선고일’을 기준으로 하면 24일이지만, ‘확정판결’을 기준으로 하면 아직 판결이 나지 않은 상황이라 나중의 일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두 개의 판례가 모두 존재하는 상황이라 소멸된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며 “이 의원께서는 6월에는 이런 걸 다 포함해 심의해 충분한 기회를 드릴 예정이다. 6월 심의에서 결론을 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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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추석 연휴 직후 진행될 국정감사에선 여야가 수많은 현안을 놓고 공방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안을 밀어붙이려는 더불어민주당과 자기 앞가림도 어려운 국민의힘이 이번에도 맹탕 국감을 진행하는 데 머무를지 많은 국민이 지켜볼 예정이다. 2025년 국정감사는 13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진행된다. 첫날인 13일엔 국방위·정무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이하 과방위)·국토교통위·법제사법위(이하 법사위)·행정안전위(이하 행안위)·기획재정위(이하 기재위)의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누가 또… 회피성 출장 정치적인 주목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국회 운영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운영위는 대통령비서실 등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다. 지난달 24일 전체회의서 증인·참고인 명단을 확정할 때, 당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김현지 제1부속실장 출석 여부는 큰 논란이 됐다. 이번 증인·참고인 명단에 김 실장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자 운영위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김 비서관은 절대 불러선 안 되는 존엄한 존재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평가받는 김 비서관을 국회에 보내지 않으면, 뭔가 숨기는 게 있기 때문이란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에 따르면, 지난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11명은 한 해도 빠짐없이 국감에 출석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간사인 문진석 의원은 “정부 출범 후 6개월 동안은 정부에 협조적 태도를 보이는 게 관례”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상혁 의원도 “대통령비서실 최종 책임자는 강훈식 실장”이라며 “비서실장이 증인으로 채택된 것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비서실은 여야의 논쟁이 이어지던 지난달 29일 돌연 김 실장을 제1부속실장으로 발령냈다. 김남준 당시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실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제1부속실장은 국정감사에 출석할 의무가 없다. 김 실장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이 없다. 이 대통령과의 인연을 맺은 시기는 지난 1998년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이 이 대통령에게 소개한 것을 계기로 당시 이 대통령이 설립했던 성남시민모임에 합류했다. 장성철 공감과정책 소장은 지난 8월 “김 실장이 실세라는 소문은 자자했지만 누구도 만나지 않고, 로비도 안 통한다고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실장의 남편은 세무사인데, 사람이 너무 몰려 견디지 못한 남편은 얼마 못 가 개업한 세무사 사무소를 폐업했다”고 설명했다. 신상 정보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채 ‘대통령의 집사’로 통하는 총무비서관으로 임명됐던 인물 사례로는 박근혜정부 당시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이 있다. 이 전 비서관은 박근혜정부 ‘문고리 3인방’ 중 1명으로 거론됐다. 이런 전례가 있어서 야당도 김 실장에 대한 공세를 준비하려고 했다. 김현지 증인 거론되자 급하게 보직 변경 사이버 레커 피해자 쯔양도 참고인 출석 대통령실은 보직 이동으로 이를 피했고, 이는 상당히 오랫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정치적 구설수로 연결됐다. 김 실장이 대장동 소재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야권의 공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김 실장이 국회에 직접 출석해 야당의 공세를 받는 일은 피했지만, 여야 간 공방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선 오는 14일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의 신청으로 유튜버 쯔양이 참고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쯔양 측도 “국회 출석에 부담이 있었지만, 고민 끝에 사이버 레커 관련 추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결정했다”면서 출석 의사를 밝혔다. 쯔양은 구제역·카라큘라·주작감별사·크로커다일 등 온라인견인차 공제회에 소속된 유튜버들로부터 “과거사를 폭로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수익금 수십억원을 갈취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구제역은 항소심에서까지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한 경제지의 법조 전문 기자로 근무하면서 이들이 쯔양을 협박하도록 배후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최우석 변호사는 제1심에서 법정 구속됐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그외 유튜버들은 각각 징역형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이 쯔양을 공갈한 사실이 알려진 후 “기성 언론사와 비교해 사이버 레커에 대한 법적 규제가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어 ▲수익 창출 정지 ▲처벌법 신설 ▲전담 규제 기관 신설 등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방위 국감에선 쯔양의 피해 증언을 토대로 그동안 제시됐던 관련 대책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많은 논점이 제기돼 여야 간 격론이 가장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교육위원회(이하 교육위)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윤석열정부를 겨냥해 리박스쿨 관련 공세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리박스쿨은 ‘이승만·박정희 학교’의 약자로 알려졌다. 리박스쿨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부정선거론에도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일각에선 “극우 성향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리박스쿨에 대해선 지난 대선서 일명 ‘자손군(자유 손가락 군대)’로 알려진 댓글 조작팀을 운영했단 의혹이 제기됐다. 자손군은 국민의힘 김문수 당시 대선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달면서, 이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함께 달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뜨거울 교육위 리박스쿨은 불과 하루 동안 진행되는 교육을 이수한 이들에게 늘봄학교 강사 자격증을 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자격증 발급과 초등학교 방과후 강사 알선을 미끼로 댓글 작성을 제안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수강생과 교육 이수자를 상대로 김 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도 있다. 일각에선 “윤석열정부가 리박스쿨에 특혜를 제공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리박스쿨은 서울교대와의 협약을 토대로 서울 소재 10개 학교서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전직 우체국장이었던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가 교육부의 교육정책 자문위원 직함을 가졌던 것도 그동안 제기됐던 특혜 의혹의 일부분이다. 민주당에선 신문규 전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을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의 박사 과정 논문 관련 논란도 재점화될 예정이다. 김씨는 국민대 대학원에서 지난 2007년부터 2년 동안 3편의 논문을 작성했다. 이 중엔 ‘회원 유지’를 영문 ‘Member Yuji’로 표기한 논문도 있어 윤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부터 큰 논란이 돼왔다. 아울러 역술인의 홈페이지와 사주팔자 관련 블로그에 게재된 내용을 출처 표기 없이 무단 전재한 논문도 있었다. 논란이 불거진 후 국민대는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국민대는 지난 2021년 “만 5년이 지나 접수된 제보는 처리하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검증 시효가 지나 본조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혀 적잖은 비판을 받았다. 여론의 비판을 이기지 못해 재조사에 착수했지만,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 “연구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학회의 검증 기준을 알 수 없어 검증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의혹을 무마하려고 했다. 김씨의 논문은 지난 2022년 교육위 국감에서도 큰 화제였다. 김지용 국민대 이사장과 임홍재 총장은 해외 일정을 이유로 국감에 출석하지 않았다. 국민대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몰락하고,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난 7월이 돼서야 김 여사의 박사학위를 최종 취소했다. 이에 대해선 “정치 상황 변화에 따른 대응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어, 국감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이사장은 이번 국감서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물론 범여권도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윤 전 대통령은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이 문재인정부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그의 일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려다가 정치적으로 주목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형을 확정받았다가,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석방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딸 조민씨에게도 논문 관련 논란이 있다. 조씨는 한영외고 1학년이었던 지난 2009년 대한병리학회지에 게재된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됐고, 이를 고려대학교 수시전형 자기소개서에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종원 대표 증인으로? 조씨는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 동안 인턴으로 활동한 후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논문은 연구부정행위가 인정돼 게재가 철회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을 둘러싼 비판은 그가 석방된 이후 곧바로 정치 행보에 들어가고 비대위원장까지 맡으며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동원 고려대 총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지난 6월 학생 3명이 사망한 부산 브니엘예고 사태도 국감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사망한 학생들은 전임 강사와 심각한 마찰을 빚다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은 전임 강사의 수업 중 태도를 문제 삼아 고소를 준비하고 있었다. 학교 측에 “부실하게 운영돼 각종 민원이 이어졌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아울러 “교장이 특정 학원과 연결돼 해당 학원에 다녀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선·후배 간 군기도 과도해 폭력적”이란 지적도 이어졌다. 현임숙 브니엘고 교장은 증인으로서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를 소관 기관으로 두고 있는 국회 정무위에선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연이은 홈플러스 지점 폐쇄가 쟁점으로 두드러진다. 롯데카드에선 지난 8월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약 222만명의 결제 정보가 유출됐고, 47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롯데카드는 지난달 1일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신고했다. 홈플러스는 회생 절차에 돌입한 이후 임대료가 조정되지 않는 점포를 중심으로 총 15개의 점포를 폐쇄했다. MBK 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금융권에서 7조2000억원을 차입했다. 담보는 홈플러스 주식이었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는 5조원대 부채를 떠안았고, 8년 동안 부담한 이자만 약 3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이후 지점 폐쇄에 대해선 “알짜 부동산을 매각해 차입금을 상환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카드와 홈플러스의 최대주주는 MBK 파트너스다. 정무위는 김병주 MBK 파트너스 회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현안 많은 교육위, 여야 불꽃 공방 예상 롯데카드·홈플 논란에 김병주도 국회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에선 하이볼 원산지 표기 논란을 놓고,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앞서 백 대표는 매출·수익률 허위 과장 논란이 불거진 연돈볼카츠 사태와 관련해 국감 증인 출석 여부가 거론됐던 적이 있다. 백 대표는 지난 2월 돼지고기 함량 및 가격 논란에 휘말린 빽햄 사태가 불거진 이후 지속해서 그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와 관련해 광범위한 위법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법사위에선 최근 정치권 최대의 이슈로 거론되는 ▲대법관 증원 ▲검찰 해체 ▲조희대 대법원장 논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시도하는 대법관 증원과 검찰 해체 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설치에 대한 비판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이후 최대 숙원이었던 검찰 해체를 달성했기 때문에 쉽게 물러서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달 30일 조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를 진행했다. 조 대법원장은 출석을 거부했고, 민주당은 고발 조치와 국정감사 증인 소환을 압박 카드로 제시했다. 대법관 증원은 대법원에서 매우 꺼리는 이슈였기 때문에, 이번 법사위 국감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사법부의 대결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선 ▲대왕고래 프로젝트 실패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등에 대한 정치적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해선 “윤석열정부가 정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반전하기 위해 성급하게 발표했다”는 논란이 이어졌다. 이정부의 정부 조직 개편으로 신설되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경우 “환경부가 재생에너지·원자력 발전을 맡고, 기존 화석연료 정책은 산업부에 남는 등 이원화한다”는 데 따른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선 건강보험공단에 대한 국정감사 중 건강보험 재정 등 이슈가 여야 간 공방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사·간호사 증원 문제도 다시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위에선 ▲해병 대원 특검법 ▲비상계엄 사태 ▲합참 이전 비용 등 이슈가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선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시설법 위반 논란과 관련해 장형진 영풍 고문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우려되는 맹탕 국감 이번 국감은 이정부 출범 후 처음 진행되는 국감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이 다수의 의석을 앞세워 각종 현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장외 투쟁 ▲중도 공략 ▲특검법 방어 등 당내 현안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많은 현안 앞에서 이전처럼 존재감 부각 목적의 쇼 위주로 진행되는 맹탕 국감으로 끝나진 않을지, 국민의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