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성완종 리스트’ 수사 출구전략

막다른 길에 선 검찰…청와대가 알려준 길 가나?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아직 제대로 밝혀진 것이 없어 국민들의 실망감이 적지 않다. 최근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홍준표 경남지사와 이완구 전 국무총리에 대한 수사는 불구속 기소로 확정됐다. 특별수사팀 내 특수3부는 ‘불법대선자금’과 ‘특별사면의혹’ 수사를 동시 진행 중이다. 출구전략이 발동된 것이라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진실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지고 있다.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들인 시간에 비해 결과는 실망스럽다. 최근 ‘특별사면’에 대한 수사가 더해지면서 수사력이 흐트러졌다는 지적이 검찰 내부에서도 들리고 있다. 검찰이 ‘정무적 판단’을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새삼스럽지 않다.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라는 수사 본질에서 이미 많이 벗어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출구전략’에 대한 얘기가 야권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성과 없는 수사
출구전략 발동?

성완종 리스트를 수사하고 있는 검찰 특별수사팀 관계자는 “홍준표 경남지사와 이완구 전 총리를 불구속 기소한다”고 지난 21일 밝혔다. 검찰은 두 사람에 대해 불구속 기소를 확정짓고 수사대상을 재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성완종 리스트 8인 중 지금껏 드러난 의혹이 가장 많았던 두 사람이 불구속 기소됐다는 소식에 국민들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정치권 봐주기’가 아니냐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그중 한 사람은 과거 ‘모래시계’ 검사로 불렸던 법조인 출신이고, 다른 한 사람은 최근까지 검찰총장 위에 있었던 전직 국무총리다. 의심의 눈초리가 더욱 짙어지는 이유다.

국민들의 관심은 불구속 기소 이유로 모아졌다. 검찰에서는 당초 구속 가능성도 나왔지만 불구속 기소로 결정한 것을 두고 “이들이 증거인멸에 직접 개입했다는 정황을 확인하지 못했고 뒷돈의 액수가 관행적인 구속 기준에 못 미쳤기 때문”이라고 알렸다.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의 경우 금액이 2억원 이상일 때만 구속영장을 청구한 ‘관례’가 있다. 홍 지사는 1억, 이 전 총리는 3000만원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은 연일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검찰이 홍준표 경남지사와 이완구 전 국무총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기로 했다”며 “검찰은 성 전 회장의 측근들은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하면서 이완구, 홍준표의 증거인멸은 눈감아주고 있다. 현저히 편파적인 수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두 사람은 그동안 숱한 증거인멸과 관련자 회유 의혹을 받아왔다. 홍 지사의 경우 측근들이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상대로 “(홍 지사가 아니라) 보좌관에게 돈을 준 것으로 하면 안 되겠느냐. 안 받은 걸로 해달라”는 등 말맞추기 또는 회유를 시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검찰에서는 홍 지사가 직접 측근들에게 회유를 지시했는지 아닌지를 집중적으로 추궁해왔으나 결정적인 진술을 받아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홍준표·이완구
불구속 기소

이 전 총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는 그동안 끊임없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측근과 관련자에 대한 회유 등 증거인멸 정황이 의심된 바 있다. 일례로 이 전 총리의 운전기사로 알려진 A씨가 “2013년 4월4일 충남 부여 선거사무소에서 이 총리와 성 전 회장이 독대했다”고 말한 이후 이 전 총리와 새누리당 측에서 A씨와 수차례 접촉을 시도한 정황이 포착된 적 있다. 그러나 이 전 총리가 회유를 직접 지시했다고 보기엔 증거가 부족하고, 특히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돈의 액수가 3000만원에 불과해 불구속 기소로 일단락됐다.

그렇다 해도 ‘시간을 지체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면하긴 어려워 보인다. 지난 4월12일 특별수사팀이 출범한 지 40일 만에 첫 사법처리 대상자가 나왔지만 성완종 리스트에 적힌 인사들이 증거인멸·회유할 충분한 시간을 줬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실제로 불구속 기소가 발표된 직후 시민단체들은 이에 반발하며 “그 긴 시간 동안 (리스트에) 이름이 적힌 정치인들이 입맞춤을 하고 증거를 은폐하고 심지어 증인을 회유하는 것을 버젓이 보고도 검찰은 신속히 수사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표했다.

두 사람에 대한 조사가 일단락됨에 따라 나머지 6명에 대한 수사가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2012년 불법대선자금 의혹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여 리스트에 적힌 사람 중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에 몸담고 있던 인사에 대한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임을 알렸다.

40일 만에 불구속 기소 ‘봐주기 의혹’
불법대선자금·특별사면의혹 동시 수사


그러나 검찰 일각에서는 이들에 대한 결정적인 단서나 진술이 확보되지 않았고, 이들이 성 전 회장에게서 돈을 받았다는 시점과 장소, 전달 방식, 전달자 여부 등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아 사실상 출구전략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불법대선자금 의혹에 대한 수사선상에 이름을 올린 사람은 3명, 2012년 박근혜 캠프의 핵심 인사들로 분류되는 홍문종 의원, 유정복 인천시장, 서병수 부산시장이다. 이들은 모두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이 적힌 사람으로 각각 2억, 3억, 2억의 금액을 받은 것으로 의심된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직접적으로 이름을 올리진 않았지만 성 전 회장이 자살하기 전 남긴 녹취록에서 서 시장의 이름이 거론된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3인의 당시 캠프 내 역할을 주목하고 있다. 홍문종 의원은 조직총괄본부장, 유정복 시장은 직능총괄본부장, 서병수 시장은 당 사무총장 겸 당무조정본부장으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 이들은 ‘3대 조직책’으로 불릴 정도로 캠프 내에서 막강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선거캠프 활동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돈이 많이 나가는 자리”라고 말할 정도, 정치자금이 많이 필요한 자리라는 측면에서 불법적으로 수수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의혹만으로 수사가 되지 않듯, 이들 3인에 대한 수사가 홍준표·이완구 등 이전 2명에 대한 수사보다 더 힘든 작업이 될 것이라고 검찰 쪽은 밝히고 있다. 특별수사팀 관계자는 “성완종 메모에 등장하는 8명 가운데 이 전 총리나 홍 지사는 확실한 증언과 물증을 확보해 수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지만, 나머지 6명은 구체적 진술이나 의혹이 뚜렷하지 않아 동선 복원, 행적 재현 작업이 훨씬 더 힘들 것 같다”고 밝혔다.

동시 수사 진행
진술 확보 노력

수사를 맡고 있는 특수3팀은 경남기업 전 재무담당부사장이 “지난 대선 기간에 경남기업 회장실로 찾아온 새누리당 인사에게 2억원을 전달했다”는 진술을 토대로 대상자들의 재산 변동 및 당시 행적에 대한 복기를 위해 진술확보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근거가 부족하고 핵심물증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물증 확보에 고심하고 있는 검찰은 서산장학재단에서 나온 압수물품에 기대를 걸고 있다. 서산장학재단은 성 전 회장이 비자금을 세탁한 곳으로 알려졌을 정도로 검은돈이 흘러들어갔을 것으로 의심되는 장소다.


이에 검찰은 압수물품을 분석하면서 2012년 대선을 앞둔 시기에 유력 정치인들에게 불법정치자금을 지원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할 자료를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돈이 흘러들어 갔을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은 확인된 상태다. 서산장학재단의 돈줄이 2012년에 급격히 끊겼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재단은 매년 3000명의 학생들에게 60만원에서 70만원가량 지원해왔다. 연단위로 계산하면 19억원에 해당되는 금액이다. 그러나 2012년 불과 266만원만 지급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혹이 커지고 있다. 2012년은 대선이 있었던 해로 검찰은 1년 전인 2011년에 비해 0.1%로 장학금 지급이 줄어든 것을 두고 돈이 어딘가로 흘러들어 갔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검찰은 금감원에 대한 수사도 병행하고 있다. 경남기업은 그간 자금난에 시달리면서도 워크아웃을 성공적으로 졸업한 바 있다. 이에 검찰은 금감원 수뇌부가 경남기업을 살리기 위해 특혜성 자금지원을 해준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이 특히 주목하는 것은 경남기업의 3차 워크아웃이다. 검찰은 지난 22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가 김진수 전 금감원 부원장보를 비롯한 금감원 고위층이 워크아웃 신청 이전부터 경남기업을 지원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발표했다.

검찰 내부 부정적 분위기 확산 “어렵다”
야권 “박근혜 알려준 출구전략 발동”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당시 성 전 회장은 3차 워크아웃을 신청하기 직전인 2013년 10월27일 금감원 기업금융개선국장을 맡고 있던 김 전 부원장보를 국회의원실로 불렀다. 성 전 회장은 그 자리에서 “추가대출을 받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고, 이에 김 전 부원장보는 “추가대출 대신 워크아웃을 신청하면 신규 자금지원도 빨리 되고 실사도 할 수 있다”며 워크아웃을 권했다는 것이다. 성 전 회장은 당시 금감원을 감독하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이었다.

검찰의 이러한 수사가 무색하게 지속적으로 출구전략에 대한 얘기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결정적으로 2012년 불법대선자금 수사를 진행하는 특수3팀에서 2007년 특별사면의혹 수사를 병행하고 있어 수사력이 분산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새정치연합은 지난 19일 “대통령 말씀을 좇아 실체도, 명분도 없는 특별사면 의혹을 수사하느라 허공에 애꿎은 활을 겨누겠다는 검찰의 처지가 참으로 답답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결정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로 검찰 수사가 방향을 잃었다고 주장한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월28일 “최근 성완종씨에 대한 두 차례 사면이 문제가 되고 있다”며 “이 문제에 대해서도 제대로 진실을 밝히고 제도적으로 고쳐져야 우리 정치가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야당은 문 대표에 대한 표적 수사를 지시한 것으로 보고 크게 반발하고 있다.

청와대 시그널
검찰 따르나?

검찰의 ‘투트랙’ 수사가 여·야 지도부와 모두 관련됐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한 국회관계자는 “2012년 불법대선자금 수사는 김 대표에게 2007년 특별사면 수사는 문 대표에게 맞춰져 있다”며 “처음과는 다르게 검날이 방향을 이상하게 잡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 대표는 2012년 대선 당시 총괄 선대본부장을 역임한 바 있다.

숱한 의혹을 짊어지고 달리고 있는 ‘성완종 사태’, 과연 국민이 바라보는 것처럼 출구전략을 향해 내달리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청와대의 시그널을 따라 움직이고 있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제대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인지 앞으로의 검찰 수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일본 강제징용피해자 배상, 물 건너갔나?

과연 일제강점기 시절 강제징용을 당한 피해자들은 온당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을 것인가.

일본 전범기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이 지난 24일 민법상 3년이라는 소멸시한을 넘겼다. 이에 피해자와 유가족들을 중심으로 온당한 대우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기준이 되는 시점은 지난 2012년 5월24일,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을 통해 박탈된 것으로 여겨졌던 손해배상 청구권한이 대법원의 판결로 소멸되지 않았음이 알려진 날이다. 대법원은 당시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개인청구권이 소멸하지 아니했음은 물론이고 대한민국의 외교적 보호권도 포기되지 아니했다’고 판결해 피해자들이 일본 전범 기업으로부터 배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러나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미처 전범기업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한 피해자가 많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멸시효를 연장해야 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시효 연장을 위한 ‘일제강점하 강제징용피해자의 손해배상 소송에 관한 특례법안(이하 특례법안)’ 통과를 강력히 주장하는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이언주 의원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대법원의 선고일을 기준으로 시효를 계산하면 오는 24일 시효가 만료돼 수많은 피해자가 법적으로 구제받을 수 없게 될 우려가 매우 높은 상황”이라며 특례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요청했다. 이어서 이 의원은 “새누리당은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법안소위에서 (일본과의) 외교적 마찰을 이유로 특례법안을 반대했다”며 특례법안이 통과되지 못한 이유를 설명했다.

일본 전범기업에 대한 청구권 상실 가능성 제기

실제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의 반대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24일 전에 특례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법사위 심의가 지난 4일 있었지만 ‘일본과의 외교마찰’ ‘소멸시효 예외 인정’에 대한 부담 등을 이유로 처리되지 못했다. 이후 6일 법사위에서 재논의 할 것을 약속했으나 끝내 논의되지 않았다.

시민사회는 불만을 표하고 있다. ‘근로정신대 할머니를 위한 시민모임’ 측은 “정부의 적극적 노력이 아쉽다”며 “90세를 넘은 할머니 개개인이 일본기업을 상대로 법정싸움을 벌일 것이 아니라 정부가 나서서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일본의 경우에는 외무성이 직접나서 전범 기업을 도와주는데 비해 대한민국은 개인 문제로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피해자들의 힘겨운 싸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청구권이 박탈됐는지 여부가 관심이 가고 있다. 이에 이언주 의원실 관계자는 “민법상 안날로부터 3년인데 안날에 대한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며 “‘선고일’을 기준으로 하면 24일이지만, ‘확정판결’을 기준으로 하면 아직 판결이 나지 않은 상황이라 나중의 일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두 개의 판례가 모두 존재하는 상황이라 소멸된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며 “이 의원께서는 6월에는 이런 걸 다 포함해 심의해 충분한 기회를 드릴 예정이다. 6월 심의에서 결론을 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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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