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맛따라 ①전북 남원시

봄날 ‘광한루연가’는 별미를 싣고

남원은 춘향의 고향이자 <춘향전>의 발상지다. 마을의 면면 역시 두 사람의 풋풋하고 애틋한 사랑을 닮았다. 봄날에는 ‘남원 춘향제’ ‘지리산 운봉 바래봉 철쭉제’ 등이 열려 한층 풍성하다. 한우와 추어탕, 흑돼지 등 먹거리도 다양해 몸과 마음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춘향의 고향에서 느끼는 봄날의 정취
<춘향전> 몸소 체험하는 춘향테마파크

첫 목적지는 역시 광한루원이다. 이몽룡과 성춘향이 처음 만난 장소로, 광한루원은 광한루가 있는 정원을 부르는 말이다. <춘향전>의 무대라 귀에 익지만, 눈으로 보기 전에는 그 매력을 알 수 없다. 계절마다 작심한 듯 표정을 바꾸니 한 번 봤다고 모두 아는 것도 아니다. 남문으로 들어서면 푸른 잔디와 완월정이 반긴다. 완월정은 팔작지붕을 인 2층 누각으로, 옛 남원의 남문인 완월루의 이름을 땄다. 춘향제의 주요 행사가 치러지는 무대다.
광한루는 옥황상제의 궁전 광한청허부를 지상에 재현했다. 완월정의 북쪽으로 둘 사이에는 저수지가 있고, 오작교와 방장정, 영주각 등이 삼신산을 이룬다. 물가로는 버드나무 고목이 줄지어 수면 위로 몸을 기울인다. 물에 어린 초록빛이 가히 환상이다. 영주각에서 방장정 남쪽을 바라볼 때 가장 화려하다. 광한루원을 뻔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 증거다.

한 폭의 그림
광한루 전경

영주각을 지나서는 광한루와 방장정 갈림길이 아름답다. 짧은 구간이지만 그윽한 대숲의 짙은 녹음이 매혹한다. 다리 건너 광한루에는 춘향과 몽룡의 만남을 떠올리며 기념사진 찍는 이들이 많다. 그만큼 탐스런 장면이 나온다. 광한루를 배경으로 정면에는 삼신산의 방장정이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홍예 네 개를 간직한 오작교가 한껏 멋을 뽐낸다. 오작교 위로 오가는 사람들마저 한 폭의 그림이다. 누구인들 그 길에서 5월의 춘향이 되고 싶지 않을까.
광한루원은 눈으로 보는 데 그치지 않는다. 4~10월 매주 목요일 오후 2시(7월 셋째 주~8월 제외) 완월정에서 〈광한루원 음악회〉가 열린다. 국립민속국악원 국악연주단원의 풍류 콘서트가 흥겨움을 안긴다.

 

매주 토·일요일 오후 4시에는 광한루원 경내에서 신관 사또 부임 행차가 있다. 풍자와 해학의 한마당으로 주말 나들이객에게 큰 웃음을 선사한다. 5월부터 10월까지 토요일 저녁에는 유료 야간 공연 〈광한루연가 열녀춘향〉이 이색 볼거리를 제공한다. <춘향전>의 흥취에 깊이 젖어들고 싶다면 요천을 건너 춘향테마파크에 가보자. 걸어서 오갈 만한 거리로, 요천을 가로지르는 섶다리가 새로운 명물로 등장했다. 

 


춘향테마파크는 <춘향전>이 오롯한 주인공이다. 만남, 맹약, 사랑과 이별, 시련, 축제 등 춘향의 일대기로 꾸몄다. 영화 〈춘향뎐〉의 촬영지도 자리한다. 가족 단위 방문객은 동헌과 옥사정을 재현한 시련의 장에서 장난스럽게 곤장을 치며 논다. 축제의 장에서는 월요일과 수~금요일에 마당극, 판소리 상설 공연, 판소리 체험 등이 펼쳐진다. 사랑과 이별의 장에는 단심정이 있어 계단을 오른다. 춘향테마파크에서 가장 높은 언덕이라 남원 시내 전경을 조망하기 좋다. 올해 춘향제는 5월22일부터 25일까지 나흘간 개최한다. 〈세기의 사랑가〉 공연 예술제, ‘이판사판 춤판’ 경연 등을 눈여겨 봄직하다. 

광한루원과 춘향테마파크를 돌아본 뒤에는 점심을 먹고 쉬어 간다. 남원 시내는 추어탕거리가 유명하다. 남원추어탕이 유명한 건 섬진강 지류의 추어와 운봉 고랭지의 토란대나 시래기가 넉넉한 까닭이다. 시래기와 들깨 가루를 듬뿍 넣고 걸쭉하게 끓인 국물이 특징이다.
한우도 좋다. 가족 여행이라면 춘향테마파크에서 가까운 ‘한우촌웰빙가’도 무난하다. 문을 연 지 오래되지 않았지만 남원 사람들 사이에 알음알음 소문이 났다. 점심 메뉴로는 돌솥밥과 함께 나오는 육회비빔밥이 알맞다. 갓 지은 밥이 입맛을 돋운다. 육회에 거부감이 있다면 익혀서 주문해도 된다.
한정식은 ‘가나안식당’이 지역에서 이름났다. 홍어삼합과 소갈비찜, 도토리묵무침, 가오리찜, 바지락국 등 한 상 넉넉하게 차려 낸다. 크게 치장하지 않아도 음식 하나하나 맛깔스러워, 남도 정식의 손맛을 느껴볼 수 있다.

광한루원 경내에서 펼쳐지는 이색 음악회·콘서트
남원의 봄날 보여주는 지리산허브밸리와 바래봉

남원 시내를 돌아보고 나면 동쪽 운봉읍으로 향한다. 지리산허브밸리와 바래봉은 자연 그대로 남원의 봄날이다. 바래봉 철쭉은 지리산허브밸리부터 피기 시작해 4월 말에 해발 500m, 5월10일경에는 8부 능선까지 물들인다. 만개하면 바래봉과 세걸산을 잇는 산등성이가 장관이다. 연분홍 비단 치마가 산을 뒤덮은 듯하다. 지리산허브밸리에서 바래봉까지 왕복 세 시간 코스가 기본이다.

벌써 기대되는
5월 말 춘향제

철쭉제 기간에는 지리산허브밸리가 축제 행사장 역할을 한다. 남원은 2005년 9월 지리산 웰빙 허브산업특구로 지정되었다. 그 중심에 지리산허브밸리가 있다. 가족 방문객은 압화 전시관과 카페테리아, 풍차 포토 존을 갖춘 허브테마파크에서 주로 체험한다. 압화 전시관에는 지리산 자생식물 압화를 계절별로 전시한다. 평소 보기 힘든 들꽃을 관찰할 수 있어 유익하다. 조금 긴 산책을 원하면 자생식물생태공원을 이용한다. 지리산허브밸리에서 국악의 성지도 약 5.5km 거리로 지척이다. 남원은 판소리다섯마당 가운데 〈춘향가〉와 〈흥부가〉의 배경이고, 인근 비전마을은 동편제의 가왕 송흥록의 고향이다. 가히 국악의 성지다. 전시관은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전시·체험실은 1~2층에 자리한다.

우리네 소리 문화와 악기 등을 전시하고, 꽹과리나 소고 같은 전통 악기를 가볍게 연주해볼 수 있다.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는 하루 두 차례 예약 접수자에 한해 직접 국악기를 만들어보고, 판소리나 풍물 등을 배우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전시관 뒤편 언덕에는 국악 선인 묘역이 있어 참배도 가능하다. 인적이 드문 산책로다.
운봉읍까지 왔다면 흑돼지도 빼놓을 수 없다. ‘지리산고원흑돈’에 가면 해발 400~600m 고랭지에서 기른 버크셔 순종 흑돼지를 낸다. 육질이 부드럽고 비계가 쫀득해 입에 착착 달라붙는다. 우리나라 돼지 생산량의 1%가 조금 넘는 양이라 귀한 대접을 받는다. 삼겹살, 목전지, 항정살, 가브리살, 갈매기살 등을 고루 맛볼 수 있는 ‘흑돈 명품 한 마리’가 좋다. 생고기를 꽃처럼 장식해 내는데, 같이 나오는 곰취절임에 싸 먹어도 맛있다. 야외에서 바비큐로 먹을 수도 있다.
천혜의 환경을 발끝으로 확인하고 싶을 때는 지리산둘레길로 여행을 계속한다. 천고마비가 꼭 가을의 이야기일까. 남원은 봄날의 오감이 기꺼운 여행지다.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 정보>---------------------
당일 코스

전통 체험 코스 : 광한루원→춘향테마파크→국악의 성지
풍경 여행 코스 : 광한루원→지리산허브밸리→바래봉

1박 2일 코스
첫째 날 : 광한루원→요천→춘향테마파크→남원항공우주천문대
둘째 날 : 바래봉→지리산허브밸리→국악의 성지

관련 웹사이트
· 남원시 문화관광 http://tour.namwon.go.kr
· 광한루원 www.gwanghallu.or.kr
· 춘향테마파크 www.namwontheme.or.kr
· 국악의 성지 http://gukak.namwon.go.kr
· 지리산허브밸리 www.jirisanherbvalley.or.kr

문의 전화
· 남원시청 문화관광과 063-620-6162
· 광한루원 063-625-4861
· 춘향테마파크 063-620-6836, 6180
· 국악의 성지 063-620-6905

대중교통
기차> 용산역-남원역 :
KTX 하루 10회(05:20~21:40) 운행, 약 2시간 소요.
* 문의 :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버스> 서울-남원 :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1일 15회(06:00~22:20)운행, 3시간10분 소요.
* 문의 :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이지티켓 www.hticket.co.kr

자가운전
88고속도로 남원 IC→남원교차로 광한루원 방면 우회전→충정로 1.5km 직진→시청삼거리 춘향테마파크 방면 좌회전→시청로 700m→남원대교사거리 광한루원 방면 우회전→요천로 1.6km 직진 우측→광한루원

숙박
· 마음호텔 : 남원시 소리길, 063-631-9999,www.maumhotel.com
· 남원호텔 : 주천면 정령치로, 063-626-3535, www.namwonhotel.com
· 한일파크 : 남원시 용성로, 063-632-8462
· 윈호텔 : 남원시 충정로, 063-625-1801

식당
· 한우촌웰빙가 : 육회비빔밥, 남원시 양림길, 063-632-6935
· 한우회관 : 한우, 남원시 정문길, 063-625-4777
· 가나안식당 : 한정식, 남원시 관서당길, 063-632-5566
· 지리산고원흑돈 : 흑돼지, 아영면 인월장터로, 063-625-3663
· 새집추어탕 : 추어탕, 남원시 천거길, 063-625-2443

축제와 행사
· 제85회 남원 춘향제

  2015년 5월22~25일, 광한루원·요천 일원, 063-620-5771, www.chunhyang.org
· 제21회 지리산 운봉 바래봉 철쭉제
  2015년 4월25일~5월24일(개화기에 따라 변동 가능), 바래봉 일원, 063-634-0024(운봉읍사무소)

주변 볼거리
실상사, 만인의총, 황산대첩비, 가왕 송흥록·국창 박초월 생가, 혼불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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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