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을 찾아서 ⑤부산광역시 안해표 화혜장

전통 신 신고 부산 한번 걸어볼까?

 ‘한국의 마추픽추’ ‘한국의 산토리니’라 불리는 감천문화마을에 가면 전통신전수관이 있다. 부산광역시 무형문화재 제 17호로 지정된 화혜장 안해표 장인의 공방이다. 백성이 주로 신은 신이 짚신과 미투리라면, 왕가나 양반층은 가죽신을 신었다. 이 가죽신을 화혜라 부르는데, 화(靴)는 신목이 있는 신발이고 혜(鞋)는 신목이 없는 신발이다. 쉽게 얘기하면 화는 목이 긴 신발, 혜는 목이 없는 신발이다. 예로부터 화혜를 만드는 사람을 각각 화장, 혜장이라 불렀고, 순우리말로는 ‘갖바치’다.

3대째 가업이어 전통 신 만들어온 장인
다양한 전통 신이 전시된 전통신전수관

화혜장 안해표 선생은 40년이 넘게 전통 신을 만들어온 장인이다. 선생의 할아버지가 경남 합천에서 관청에 납품할 화혜를 만든 뒤, 아버지에 이어 3대째 가업을 물려받았다. 그가 본격적으로 장인의 길을 걸었던 것은 19세 되던 해, 지금의 용두산공원 아래에서 전통 신 가게를 운영하던 김현경 선생에게 전수한 뒤로 부터다. 지금은 그의 아들이 4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
우리 전통 신은 좌우가 없는 게 특징이다. 유럽이나 중국과 달리 유독 우리나라 신만 좌우가 없는데, 이것은 장점이자 단점이다. 예부터 선현들이 신을 좌우 구분해 신다 보니, 주인의 발에 길들여져 최적의 상태가 되었다.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좌우를 구분하지 않고 아무렇게나 전통 신을 신기 때문에 자기 발에 맞지 않아 불편함을 느낀다. 오랜 시간 길들이고 나서야 제 발에 맞아 편안하게 신은 것이야말로 선조들의 지혜가 아닐까? 

전통 신을 만들기 위해서는 명주, 비단, 삼베, 노루 가죽, 산양 가죽, 쇠가죽 등의 천연 재료가 필요하다. 다양한 재료를 구하고 손질하는 일부터 전통 신을 만드는 데 드는 공력이 만만치 않다.
접착제는 부드럽고 오래 지나도 상하지 않도록 멥쌀과 찹쌀을 끓인 뒤 삭힌 풀만 사용하고, 3년에 걸쳐 말린 광목은 신나무에서 채취한 발효액으로 검게 염색한다. 두껍고 질긴 쇠가죽 밑창에 송곳으로 일일이 구멍을 뚫고, 쌀풀이 누지기 전에 꼬박 두 시간 동안 바느질하고, 신의 형태를 잡기 위해 신골을 넣고 나무망치로 수백 번 두드린다. 재단할 때 필요한 칼판, 신골 등 오랜 세월 손때 묻은 작업 도구도 인상적이다.

천연재료 사용
견고한 전통 신

전통신전수관에는 다양한 전통 신이 전시되었다. 밋밋하지만 단정한 흑혜, 구름 문양이 깃든 운혜와 당초 문양이 들어간 당혜는 우리 고유의 단아함이 느껴진다. 왕실의 의례용 신인 석부터 최고 상류층만 신을 정도로 까다롭게 만든 태사혜, 비 올 때(진날) 신던 진신까지 만나볼 수 있다. 진신은 미끄러지거나 신에 흙이 묻지 않도록 징을 박았다.


전통신전수관이 있는 감천문화마을도 한 바퀴 둘러보자. 감정초등학교에서 감내2로를 따라 전통신전수관까지 걸으면 시시각각 변하는 마을 풍경이 펼쳐진다. 전망대 역할을 하는 하늘마루에서 내려다보는 전경은 최고의 전망으로 꼽힌다.
광안대교, 부산항대교, 남항대교, 영도대교 등은 부산의 섬과 육지, 육지와 육지를 잇는 큰 다리다. 대교를 넘나들며 드라이브도 즐기고, 부산의 바다를 만끽하기 좋다. 부산대교를 건너 영도구에 가면 영화 〈변호인〉을 촬영한 흰여울문화마을과 아름다운 해안을 간직한 절영해안산책로를 만난다. 반도보라아파트에서 시작하는 절영해안산책로와 함께 해안가 절벽에는 흰여울길이 이어진다. 가볍게 산책하려면 절영해안산책로를 걷다가 이송도 전망대에서 흰여울문화마을로 돌아오는 길을 추천한다. 

부산 최고 전망
감천문화마을

절영해안산책로 가는 길에는 부산삼진어묵체험역사관도 있다. 어묵이 맛있기로 유명한 부산에서 삼진어묵은 60년 전통을 자랑한다. 묵직하면서도 차진 식감이 엄지를 치켜들 만하다. 매일 생산되는 신선한 어묵을 맛보고, 2층에 마련된 체험역사관에서 삼진어묵의 역사와 어묵을 이용한 다양한 체험 활동도 즐겨보자.
영도구에서 부산항대교를 타고 바다를 건너면 부산 남구다. 신선대를 거쳐 부산의 상징적 명소인 오륙도에 이르면 37m 높이의 송두말 해안 절벽에 오륙도 스카이워크가 있다. 강화유리 아래로 펼쳐지는 아찔한 풍경과 오륙도, 이기대해안산책로가 이어진 해안 절벽이 보인다.

이기대해안산책로는 오륙도해맞이공원부터 동생말까지 4km다. 오륙도해맞이공원 전망대에 오른 뒤에는 내리막길이 이어져 반대편에서 오는 것보다 훨씬 수월하다. 해안 절벽에 우뚝 선 농바위, 해운대와 광안대교의 전경이 펼쳐지는 여울마당 등 바다 위를 걷는 듯한 느낌이 가득하다. 여울마당은 영화 〈해운대〉에서 소방대원 형식(이민기)과 여자 친구 희미(강예원)가 야경을 보며 티격태격하는 장면을 촬영한 곳이다.
이기대와 오륙도는 약 8000만년 전 중생대 백악기 말 격렬한 화산활동으로 생성된 부산국가지질공원 중 하나다. 동생말부터 여울마당까지 해양 돌개구멍, 구리 광산, 해식동굴, 화산각력암층 등 국가지질공원의 명소도 만나보자.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 정보>-----------------------

당일 코스
감천문화마을→전통신전수관→신선대→이기대해안산책로(오륙도 스카이워크~동생말)


1박 2일 코스
· 첫째 날 : 감천문화마을→전통신전수관→국제시장→이기대해안산책로(오륙도 스카이워크~동생말)
· 둘째 날 : 부산삼진어묵체험역사관→흰여울길과 절영해안산책로→동삼동패총전시관→국립해양박물관

관련 웹사이트
· 부산삼진어묵체험역사관 www.samjinfood.com
· 감천문화마을 www.gamcheon.or.kr
· 부산갈맷길 http://galmaetgil.busan.go.kr

문의 전화
· 부산광역시청 문화관광국 문화예술과 051-888-5062
· 부산삼진어묵체험역사관 051-412-5468
· 감천문화마을(감내어울터) 051-293-3443

대중교통
버스> 서울-부산 :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20~40분 간격(06:00∼다음 날 02:00) 운행, 약 4시간20분 소요.
* 문의 :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코버스 www.kobus.co.kr
           부산종합버스터미널 1577-9956, www.bxt.co.kr
기차> 서울역-부산역 : KTX 하루 50여회(05:10~23:00) 운행, 약 2시간40분 소요.
* 문의 :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자가운전
중앙고속도로 대동 TG→백양터널→수정터널→좌천삼거리에서 부산역 방면 우회전→자갈치사거리에서 서구청 방면 우회전→부평교차로에서 부산대학병원 방면 좌회전→감정초등학교에서 우회전→감내2로 따라 800m 직진→전통신전수관

숙박
· 테라게스트하우스 : 중구 자갈치해안로, 051-254-1544(굿스테이)
· 타워힐호텔 : 중구 백산길, 051-243-1001, www.towerhill.co.kr
· 파크하야트부산 : 해운대구 마린시티1로, 051-990-1234, http://busan.park.hyatt.com/ko/hotel/home.html

식당
· 가야할매밀면 : 밀면, 중구 광복로, 051-246-3314
· 본참치 : 참치회, 중구 해관로, 051-463-3737
· 부산족발 : 냉채족발, 중구 광복로, 051-245-5359

주변 볼거리
보수동책방골목, 부평깡통시장, 용두산공원, 부산근대역사관, 자갈치시장, 40계단거리, 초량 이바구길, 국립해양박물관, 동삼동패총전시관, 태종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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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