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을 찾아서 ④전남 나주시 김춘식 나주반장

화려함보다 견고함 강조한 50년 세월

좌식 생활을 하던 우리네 문화가 서양 문물을 받아들여 입식 문화로 바뀌면서 많은 것이 변했다. 음식을 올려놓고 먹는 데 사용하는 소반이 그중 하나다. 과거에는 식생활부터 제사까지 다양한 용도로 쓰였으며, 소반 제작이 발달해 지방마다 전통적인 형태가 형성되었다. 생산지에 따라 특징이 있어 나주반, 해주반, 통영반 등 고장 이름과 함께 고유명사가 되었다. 그러나 서구식 주거 방식이 보편화되면서 식탁에 밀려 점차 사라지는 추세다.

‘나주반·통영반…’ 생산지 따르는 소반 명칭
좌식문화의 서양화 속 뿌리 깊은 장인 정신

전남 나주 지방에서 만드는 나주반도 한때 맥이 끊어졌다고 여겼다. 일본의 민예 연구가 야나기 무네요시는 1922년에 펴낸 <조선과 그 예술>에 “그렇게 번영했다는 소반 업자는 지금 대부분 끊어졌다. 나주반을 구하려고 해도 파는 가게가 없다”고 적었다. 그는 어렵게 이석규라는 명공을 만나 나주반을 구입했으나, 광복 후 나주반 제작 기술은 사라져갔다.
이 땅에서 자취를 감출 뻔한 나주반은 김춘식 선생(중요무형문화재 99호 소반장)에 의해 전통이 유지되었다. 빈농의 아들로 태어난 그가 나주반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60년대 초다. 팔촌 형이 제대한 그에게 “상 만들면 먹고살 만하다”고 권해 상 만드는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때는 나주반에 관심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서울에서 내려온 사람이 용이 다리를 휘감고 올라가 상판에서 두 마리씩 마주 보는 모양으로 된 제상을 주문했다. 자신의 실력이 못 미치는 것을 깨닫고 솜씨 좋은 장인을 수소문했으나, 나주반을 제대로 만드는 이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주문 받은 상을 제작하는 것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지만, 나주반에 관심이 생겼다.

전통과 명맥
잇는 나주반

나주반의 원형을 찾아보기로 한 김춘식 장인은 헌 상 고치는 일을 시작했다. 10년 넘게 헌 상을 해체하고 조립하며 나주반의 구조와 제작법을 익혔다. 그리고 ‘김삿갓 영감’이라 불리던 장인태 장인을 영광에서 초빙해 3년간 기초를 배웠다. 기초를 배운 뒤에는 소반이 무엇인지 연구하고, 여기저기 발품 팔아가며 독학했다. 기술을 전수할 스승이 없어 밤새는 줄도 모르고 죽을 둥 살 둥 나주반 재현에 힘썼으니, 그의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김춘식 장인이 인생과 열정을 바친 나주반은 어떤 것일까. 나주반은 간결하면서도 견고하다. 해주반에서 보이는 화려한 투각도 없고, 통영반처럼 꽉 짜인 정형미가 나타나지도 않는다. 간단한 운각, 둥글면서 날렵한 다리 선, 화려하지 않은 가락지(다리와 다리를 연결하는 가로 부재) 등 간결미가 우선한다.
못을 사용하지 않고 결구를 짜 맞추기 때문에 공력이 많이 든다. 깎고 다듬는 잔손질이 많아 톱이나 대패, 칼 등 사용하는 도구도 다양하다. 형태가 갖춰진 백골(옻칠을 하지 않은 소반)에는 옻칠을 한다. 묽게 탄 옻을 바르고 1~2일 말린 뒤 고운 사포로 문지르기를 여덟 차례 반복하면 붉고 투명한 광택이 난다.
제작 기법에서 두드러진 특징은 변죽 기법이다. 변죽은 상 가장자리다. 상판 가장자리를 따라 아교를 칠하고 홈을 판 변죽을 둘러서 끼워 맞추는 방식이다. 변죽 이음매에는 대못을 쳐서 견고함을 더한다. 변죽을 대는 이유는 여름에 팽창하고 겨울에 수축하는 목재의 특성으로 상판이 휘거나 갈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깎고 다듬는 잔손질 과정 통해 완성되는 나주반
소반 직접 만들며 느끼는 전통 문화의 아름다움

50년 이상 나주반을 만들어 온 김춘식 장인은 우리의 전통 생활 문화 속에서 형성된 기물을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으면 더 이상 만들 수 없게 된다고 한다. 그는 나주반이 한국 전통의 아름다움이 담긴 명품으로 인정받아 후손에게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일반인 가족을 대상으로 소반체험을 하고 있다. 한 가족이 하나의 소반을 제작할 수 있으며, 주중(월·수·목·금요일)은 오전과 오후, 화·토요일은 오후에 진행된다. 일주일 전에 예약을 해야 하며, 체험시간은 3시간이다.
나주에는 호남의 젖줄 영산강이 흐른다. 그 강을 따라 영산포에서 흑산도를 오가던 어선이 홍어라는 특산품을 전해줬다. 홍어 하면 흑산도나 목포를 떠올리는 이들은 영산포와 홍어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의아할지도 모른다.
고려 말에는 전라도 섬 지역에 왜구가 자주 침입했다. 흑산도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생명의 위협을 받은 주민들이 바다에서 강을 따라 거슬러 와서 정착한 곳이 나주의 영산포다. 이들은 뭍으로 와서도 흑산도 인근에 나가 어로 활동을 했다. 여름이면 돌아오는 길에 생선이 썩어서 버리는 일이 다반사였지만, 홍어는 먹어도 탈이 나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돛단배를 타고 흑산도와 영산포를 오가던 시절, 삭힌 홍어는 나주의 명물이 되었다. 

영산포구가 있던 자리에 홍어 음식점과 도매상 40여곳이 들어서 ‘홍어의 거리’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거리에 들어서면 홍어 특유의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마치 포구의 진한 향수가 전해지는 듯하다.
홍어의 거리 입구 영산교 아래에는 황포돛배 선착장이 있다. 1976년 영산강하굿둑이 들어서기 전에는 바닷물이 나주까지 올라왔다. 영산포는 내륙 항구지만, 한때 호남 최대의 포구로 이름을 떨친 조선 시대 남해 물류의 집결지였다. 서해에서 잡은 해산물과 남도 들녘에서 거둔 곡식이 황포돛배를 타고 모여들었고, 나주에서 전국으로 보내졌다.

사연 많은
나주의 명물

면포에 황톳물을 들인 깃발을 달고 영산강을 누비던 황포돛배가 유람선으로 다시 태어나 여행객을 실어 나른다. 영산포에서 한국천연염색박물관이 있는 회진리까지 왕복 10km 구간을 운항한다. 황포돛배를 타고 강을 오르내리다 보면 개가 물을 마시는 형상, 슬픈 사랑의 주인공 아랑사와 아비사가 꼭 껴안은 형상의 바위 절벽이 눈에 띈다. 황포돛배 선착장에는 영산강을 드나드는 배를 인도하던 영산포등대가 있다. 1915년 국내에서 유일하게 내륙하천에 세워진 등대다.

나주금성관도 돌아볼 만하다. 나주는 1896년 광주에 도청이 들어서기 전까지 전라남도의 정치, 행정, 경제의 중심지였다. 조선 시대에 관찰사가 관할구역을 순행할 때 업무를 보던 곳이자, 중앙의 사신이 지방에 오면 묵던 곳이 나주금성관이다. 정면 5칸에 측면 4칸의 단층 팔작지붕이지만, 칸 넓이나 높이가 다른 건물보다 커서 정청의 위엄을 더한다. 현재 금성관, 동익헌, 서익헌, 망화루 등이 복원되었다.

나주금성관 앞에는 곰탕골목이 있다. 곰탕은 남도의 맛과 풍요로움, 나주의 넉넉함이 배어 있는 향토 음식이다. 양지, 사태, 쇠머리 등 소의 여러 부위를 삶은 국물에 밥을 말아 낸다. 하루 종일 끓이면서 국자로 기름을 걷어 국물이 맑고, 맛이 개운하고 담백하다.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 정보>----------------------
당일 코스

나주금성관→나주반전수교육관→황포돛배→영산포 홍어의 거리

1박 2일 코스
첫째 날 : 나주금성관→남고문(나주읍성 남문)→나주반전수교육관→황포돛배→영산포 홍어의 거리
둘째 날 : 나주영모정→한국천연염색박물관→나주 복암리 고분군→나주영상테마파크

관련 웹사이트
· 나주문화관광   http://tour.naju.go.kr
· 한국천연염색박물관   www.naturaldyeing.or.kr/xe 

문의 전화
· 나주시청 관광문화과  061-339-8592
· 나주반전수교육관  061-332-2684
· 황포돛배   061-332-1755
· 한국천연염색박물관  061-335-0091

대중교통
버스> 서울-나주 :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5회 (07:10, 10:10, 12:35, 15:35, 18:35) 운행, 4시간 소요.
* 문의 :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이지티켓 www.hticket.co.kr
            나주시외버스터미널 061-333-1323
기차> 용산역-나주역 : KTX 하루 6회(05:20~18:20) 운행, 약 3시간 소요.
* 문의 :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자가운전
무안광주고속도로→나주 IC→양천교차로 좌회전→831번 지방도(노안삼도로)→동신대 앞→산정삼거리 좌회전→돌고래사거리 우회전→나주반전수교육관

숙박
· 나주목사내아 금학헌 : 나주시 금성관길, 061-332-6565
· 힐모텔 : 나주시 완사천길, 061-332-5046
· 궁무인텔 : 나주시 송월2길, 061-336-7588

식당
· 영산홍가 : 홍어회, 나주시 영산포로, 061-334-0585
· 영산포홍어 : 홍어회, 나주시 영산3길, 061-337-5000
· 남평할매집 : 곰탕, 나주시 금성관길, 061-334-4682
· 노안집 : 곰탕, 나주시 금성관길, 061-333-2053, www.나주곰탕.kr

주변 볼거리
도래전통한옥마을, 불회사, 나주 복암리 고분군, 나주영상테마파크, 나주 반남 고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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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