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을 찾아서 ②전남 진도군 김영숙 명인

맛 좋고 몸에도 좋은 약떡을 만들다

­­진도 지산면에서 대한민국 식품명인 53호 김영숙 선생을 만났다. 외할머니처럼 푸근한 인상이다. 그가 명인이 된 것은 한약재로 많이 쓰이는 복령으로 만든 ‘복령조화고’ 덕분이다. 복령조화고는 조선 시대에 가정 살림 전반에 관해 기술한 <규합총서>에도 나올 만큼 조상 대대로 즐겨 먹던 전통 떡이다. 백설기와 비슷한데 멥쌀과 복령을 주재료로 만들어 복령조화고라 한다. 전라도 지역에서는 쉽게 복령떡이라고 부른다.

 

시간과 정성으로 빚어낸 전통 떡 ‘복령조화고’
직접 재배·생산한 재료 사용해 만족감 두 배

김영숙 명인은 춘궁기에 복령을 캐서 덥석덥석 베어 먹기도 하고, 설을 쇠기 위해 복령 가루를 넣어 조청을 고았다고 어린 시절을 회상한다. 그때는 복령이 귀한 약재인 줄도 몰랐다. 명인이 복령조화고를 안 것은 1966년 지산면으로 시집오고 나서다. 시할머니에게 떡 만드는 법을 배웠는데, 시댁에서는 손이 많이 가도 큰일이 있을 때마다 복령조화고를 냈다.
복령은 벌채한 소나무나 죽은 소나무 뿌리에 기생하는 버섯으로, 땅속 30cm 깊이에서 자란다. 이뇨, 강장, 진정에 효능이 있어 한약재로 쓰인다. 김영숙 명인은 문중 산에서 캔 복령을 바로 냉동했다가 필요할 때마다 가루를 내서 쓴다. 울퉁불퉁하고 못생겼지만 달고 심심한 맛이 떡 재료에 적당하다. 멥쌀에 복령, 산약(마), 검인(가시연밥), 연자육(연꽃 씨앗)을 넣고 사탕가루로 맛을 내는 것이 전통적인 조리법이다.
우리네 전통 떡은 시간과 정성이 많이 든다. 복령조화고도 손이 많이 가는 떡이다. 먼저 불린 멥쌀을 가루 내고 복령, 산약, 검인, 연자육도 곱게 가루를 낸다. 사탕가루 대신 꿀을 넣고 체에 여러 번 내린다. 체에 내리는 작업은 두 번 정도 기계를 쓰지만, 손으로 두어 번 더 내려야 한다. 예전에는 전 과정을 손으로 하느라 힘들었다. 고운 가루를 내려야 부드러우면서도 식감이 좋은 떡이 완성되므로 절대 게을리할 수 없는 부분이다. 곱게 내린 가루는 물에 적신 면포를 덮어 숙성시킨다.

건강과 맛 담은
명인의 떡

숙성된 가루는 시루에 찌는데, 김영숙 명인은 직접 짜 맞춘 나무 시루를 쓴다. 옛날에는 질시루를 사용했으나, 찌는 동안 물방울이 맺혀 떡에 스며드는 걸 보고 여러 재질을 시험해본 결과 나무 시루가 가장 좋았다. 시루에 면포를 깔고 떡가루를 평평하게 올린 뒤 두꺼운 면포를 덮어 20분간 찐다.
김이 하얗게 오른 떡은 보기에도 침이 꿀꺽 넘어간다. 생김새는 백설기와 비슷한데, 복령조화고는 황토색이 살짝 도는 아이보리색이다. 떡이 두꺼우면 찌는 시간이 길어지고, 가루 무게에 눌리기 때문에 손가락 한 마디 두께로 만든다.
복령을 비롯해 여러 가지 약재를 넣지만, 약 냄새나 쓴맛이 없다. 또 백설기는 먹다 보면 목이 메는데, 복령조화고는 물이 필요 없을 정도로 잘 넘어간다. 씹을수록 침이 나와 부드럽게 넘어가고 소화도 잘된다. 사탕가루 대신 꿀을 넣어 그런지 달지 않으면서도 자꾸 손이 간다. 아이들도 맛있다며 연신 집어 먹는다.
명인의 떡은 건강과 맛을 고루 담아낸다. 단맛이 강하거나 수입 쌀과 저렴한 재료를 쓴 떡을 파는 곳이 많은 요즘도 명인은 직접 재배하거나 지역에서 생산한 재료를 고집한다. 전통적인 비율에 따라 만든 복령조화고도 약재의 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지만, 아이들이나 한약재를 싫어하는 이들을 위해 복령의 비율을 낮추고 하트 모양으로 포인트를 준 떡도 있다. 소화력이 약해진 환자들에게 약떡으로 알려져 노인병원이나 요양원에서 주로 판매되고, 선물용으로도 사랑받는다. 진도 특산물인 검정쌀과 구기자로 만든 검정쌀떡, 구기자한과도 명인의 자랑거리다. 바쁜 아침에 빵으로 끼니를 대신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명인이 만든 떡 한 조각이면 거뜬하겠다.

4월부터 꽃게가 넘쳐나는 진도 서망항
6월 산란기에 볼 수 있는 다양한 꽃게 요리

진도의 4월은 꽃게를 몰고 온다. 진도 남쪽 서망항은 4월부터 5월까지 꽃게가 넘쳐난다. 진도 일대에서 잡은 꽃게는 모두 서망항으로 하역해 경매를 마친 뒤 전국으로 팔려 나간다. 그물을 사용하는 타 지역과 달리 진도는 통발을 던져 꽃게를 잡는다. 덕분에 살아 있는 시간이 길고, 살이 더 꽉 찼다. 먼 길을 마다치 않고 서망항을 찾는 이유다.
꽃게잡이 어선은 바다에 정박해 있고, 운반선이 항구와 어선을 오가며 꽃게를 나른다. 오전 11시에 경매를 시작하고, 물량이 많을 때는 오후 1시에도 열린다. 운반선에서 내린 꽃게는 크기별로 분류 작업을 거쳐 수조에 넣으면 다시 헤엄친다. 진도 앞바다는 6월부터 산란기를 맞아 꽃게 금어기가 시작되는데, 산란 전인 지금이 살도 많이 오르고 알도 꽉 차 맛이 좋다. 꽃게찜, 꽃게탕, 꽃게살비빔밥, 간장게장 등 다양하게 요리한 꽃게가 달다. 

진도의 새로운 명소로 접도가 급부상하고 있다. 의신면 남쪽에 있는 접도는 연륙교가 놓여 접근하기 쉽다. 섬이 대부분 원시적인 자연 상태 그대로 보존되었으며, 섬 구석구석을 찾아가는 접도웰빙등산로가 알려지면서 많은 이들이 찾는다. 능선과 계곡, 해안선을 따라 이어진 등산로는 안내 표시, 일부 구간의 계단과 목책, 밧줄 정도를 제외하면 인위적인 손길이 닿지 않은데다, 등반 중에는 인가나 건물이 전혀 없다. 

1코스는 수품항과 아홉봉을 잇는 3.5km 구간으로 왕복 1시간 걸리고, 2코스는 여미주차장-쥐바위-거북바위-병풍바위-부부느티나무-여미사거리-작은여미(동백계곡)-솔섬해안-작은여미-말똥바위-여미사거리-여미주차장으로 돌아오는 9km 구간으로 4시간 정도 걸린다. 2코스가 훨씬 아름답고 볼거리가 많다. 바다와 해변, 바위 절벽이 어우러진 작은여미와 솔섬해안이 특히 인상적이다. 솔섬바위 끝 조망대에 서면 등산로 출발점부터 능선과 동백계곡, 작은여미 등 접도웰빙등산로가 한눈에 펼쳐진다.

자연 그대로의
접도 웰빙등산로

고개를 들면 활짝 핀 동백꽃이 머리 위를 비추고, 고개를 숙이면 수풀에 숨어 있던 들꽃이 수줍게 인사를 한다. 남산제비꽃, 산자고, 노루귀, 현호색 등 봄꽃이 등산로 곳곳에 피었다. 5m가 넘는 모새나무와 이팝나무, 제주도와 전남 지역에서 자생하는 지네발난 같은 희귀 식물도 눈에 띈다. 봄부터 가을까지 들꽃이 피고 지며, 상록활엽수가 많아 겨울에도 싱그러운 초록이 가득하다. 등산로가 험하지 않아 초등학생은 물론 70대 어르신도 도전해볼 만하다.
진도의 상징인 진돗개의 명성을 확인할 수 있는 진도개테마파크를 찾으면 흥미진진한 경주와 공연을 볼 수 있다. 평일에는 진돗개 공연이 세 차례 있고, 주말에는 공연 외에도 진돗개 경주와 어질리티(장애물 경기)까지 볼 수 있어 흥미롭다. 

진도 남서쪽 바다의 조도 일대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지산면 급치산전망대에 오르면 그림처럼 펼쳐진 풍광을 조망하기 좋다. 세방낙조전망대 주변으로 분위기 좋은 펜션이 많은데, 방 안에서 낙조를 감상할 수 있어 인기다. 남종화를 대표하는 소치 허련이 말년에 머물며 그림을 그린 운림산방, 운림산방 바로 아래 새롭게 문을 연 운림삼별초공원, 울돌목의 세찬 물살과 어우러진 진도대교를 굽어보는 진도타워(녹진전망대)도 진도 여행 코스에서 빠지지 않는다.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 정보>-----------------
당일 코스

진도타워(녹진전망대)→진도전통식품(복령조화고 제조)→서망항→급치산전망대

1박 2일 코스
· 첫째 날 :
진도전통식품(복령조화고 제조)→진도향토문화회관(토요민속여행 공연 관람)→서망항→급치산전망대→세방낙조
· 둘째 날 : 접도웰빙등산로→운림산방→운림삼별초공원→진도개테마공원→진도타워(녹진전망대)

관련 웹사이트
· 진도군 관광문화 http://tour.jindo.go.kr
· 진도군 진돗개(진돗개테마파크) http://dog.jindo.go.kr

문의 전화
· 진도군청 홍보계  061-540-3033
· 진도군 관광안내소  061-542-0088
· 진도전통식품          061-542-0011
· 진돗개테마파크  061-540-6331
· 운림산방  061-540-6286
· 운림삼별초공원  061-543-2002

대중교통
버스> 서울-진도 :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4회(07:35, 09:00, 15:30, 17:35) 운행, 약 5시간 소요.
* 문의 :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이지티켓  www.hticket.co.kr
            진도공용터미널  061-544-2121

자가운전
서해안고속도로→목포 IC→목포대교→고하대로→대불로→우수영교차로→진도대교→진도읍→지산면

숙박
· 지중해펜션 : 지산면 세방낙조로, 061-542-9600, www.jdjijoonghae.com
· 태평모텔 : 진도읍 남동1길, 061-542-7000
· 프린스모텔 : 진도읍 남동1길, 061-542-2251

식당
· 신호등회관 : 꽃게비빔밥·간장게장, 진도읍 남동1길, 061-544-4449
· 나주곰탕 : 곰탕, 진도읍 남동1길, 061-542-7179
· 옥천횟집 : 회정식, 진도읍 철마길, 061-543-5664
· 다도해관광회센타 : 생선회, 지산면 세방낙조로, 061-543-7227

주변 볼거리
신비의 바닷길, 남도석성, 용장산성, 관매도, 국립남도국악원, 가계해수욕장, 진도해양생태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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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