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세월호 참사…국민안전 경고하는 이수곤 교수

“이러다 정말 큰일 납니다”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최근 급증하는 땅꺼짐 현상, 이른바 ‘싱크홀(지반침하)’ 현상에 많은 시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사전예방이 가능하지만 기존 시스템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게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의 견해다. 큰 틀에서 세월호 참사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한다.


 
땅을 지탱하는 지하수가 유출될 때 땅속에 동공이 생겨나 지반이 무너져 내리는 경우를 ‘싱크홀’ 현상이라 부른다. 최근 5년 동안 서울시에서 발생한 싱크홀은 모두 3300여건에 이른다. 특히 지하철 공사나 고층건물 신축 등 대규모 굴착공사를 할 때 주로 나타난다.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가 대표적이다.

서울 10만곳 위험
 
최근 들어 정부는 상하수도관, 전력선 등 지하구조물의 위치가 표시된 지하공간 지도 제작에 속도를 내고 있다. 첨단 기술을 적용해 노후관의 파손 여부를 확인한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이 같은 지도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수년에 걸친 전수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에 대해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기본 자료인 지질 지도 없이는 전수조사가 불가능하다”며 “정부가 그저 국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급한 불만 끄고 있다”고 꼬집었다. 위기상황에 우왕좌왕하면서 대외적으로는 마치 해결이 금방 될 것처럼 전시행정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에 따르면 싱크홀은 사전예방이 가능하다. 재난안전시스템이 갖춰졌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같은 시스템에서는 싱크홀을 막을 수 없다. 이유는 2011년 우면산 산사태에서 찾을 수 있다. 1999년 7월 폭우 때 부산에서 147군데 산사태, 절개지, 옹벽, 석축이 붕괴되어서 여러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적이 있다.
 

그래서 서울시에서도 10억을 들여 25개 구청별로 4000만원씩 조사용역을 주고 산사태 위험지역 300여곳이라고 지정한 바 있다. 그러나 2010년 9월 폭우로 우면산 산사태 2곳을 포함해서 서울시 전역에서 절개지와 옹벽 석축 등 78곳이 붕괴되어 1명이 부상당했고, 불과 10개월후인 2011년 7월 폭우로 우면산 산사태 12곳을 포함해 80여군데가 무너져서 12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2년동안에 실제로 무너진 158군데가 서울시가 추정한 위험지역과 거의 맞지 않았다. 돈만 날리고 헛발질을 했단 얘기다.
 
“어떻게 보면 당연해요. 위험지역 300여곳이 애초에 주먹구구식으로 정해졌기 때문이죠. 지질이나 전문조사를 통해 파악된 수치가 아니었어요. 1970년대 외국에서 썼던 방법으로 아주 형식적으로 진행했어요. 서울시가 추정한 위험지역 300곳도 그저 육안으로 본 것에 불과해요. 한마디로 대충했다는 거죠.”
 
홍콩은 매년 300번에 산사태를 견뎌내고 있다. 위험지역은 5만4000여개다. 그러나 홍콩은 1977년 산사태 방재 전담 기관인 GEO(Geotechical Engineering Offiee)가 설립된 이후 달라졌다. GEO 설립 이후 25년간 발생한 산사태는 30여건에 불과했다. GEO의 주 업무는 크게 세 가지다.
 
▲건설되는 사면에 대한 사전환경성검토 ▲기존 사면에 대한 보수·보강 ▲산사태 발생 시 대피요령 및 사전 징후 신고 요령 등 대국민 교육 등이다. 이 교수는 “서울시에만 산사태, 싱크홀 등 위험지역이 10만여개가 있다”고 추정한다. 그는 “어디가 위험한 지 우선순위를 정하고 위험한 곳부터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며 “근본적인 원인을 밝히고 철저한 조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전히 정신 못차리고 ‘안전불감증’
급증하는 땅꺼짐 현상 ‘싱크홀’ 심각
 
싱크홀, 산사태뿐만이 아니다. KTX, 고속도로도 마찬가지다. 비가 많이 오면 무너질 곳이 넘쳐난다. 재난안전시스템을 설계한 적이 없기 때문에 곳곳이 화약고다. 이 교수는 “지금까지 우리는 산을 깎고 공사하기만 바빴다”며 “땅의 반발은 생각하지 못하고 난개발을 이어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 나타나는 위험요소들을 ‘우리 사회가 만든 괴물’이라고 진단했다. 열에 아홉은 천재가 아닌 인재라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면 노후관로 탓이고 장비가 없다는 둥 예산 타령을 한다. 이 교수는 “예산이 있어도 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단순히 열심히 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공무원 등 담당자들이 원인도 모르고 방향도 모른다는 사실이 핵심이다. 이 교수는 우면산 산사태 당시 TF팀에서 일하다 떠나면서 느낀 게 있다. ‘여기는 내가 있을 자리가 아니다.’

 
 
또한 그는 지난해 9월 싱크홀 국정감사에 증인과 참고인으로 참석해 우면산 산사태 원인조사보고서가 두 차례나 왜곡됐다고 공개적으로 증언한 적이 있다. 당시 재난재해의 원인조사가 왜곡된 걸 알면서도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자기들에게 유리한 결론이 나오도록 방임한 관의 무책임함을 절감했다. 
 
과거 우면산 산사태 당시에도 서울시는 자기들 입맛에 맞는 외눈박이 전문가들에게 용역을 줬다는 게 이 교수의 주장이다. 인재는 축소하고 천재를 과장해서 결국 공무원들이 책임을 지지 않는 편파적인 보고서가 작성됐다는 것이다. 그는 “갑자기 자연재해로 생명까지 잃은 약자인 유족들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고 강자인 공무원의 편을 들어서 진실을 왜곡하는 전문가는 진정한 전문가라고 볼 수 없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싱크홀도 이와 같이 흘러갈까 우려한다.
 
책임자를 특정 지을 순 없다. 큰 틀에서 보면 싱크홀, 산사태 등 재난상황은 우리나라 전체 시스템의 고질적인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폐해를 타파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데, 어디서부터 엉킨 실타래를 풀어야 할지 엄두조차 못 낼 지경이다.
 
“지난해 4월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도 같은 맥락이에요. 싱크홀과 세월호 참사가 주는 교훈은 사회변혁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이제는 국민이 기득권 세력의 견제세력으로 나서야 할 때죠. 국민들이 가만히 있으면 이 같은 참사가 또다시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어요. 각 분야에 숨겨져 있는 재난의 문제점들을 각 전문가들을 통해서 도출시켜 사회에 알려야 해요. 그래야 해결점이 나오죠.”

난개발 한계 드러나
 
대한민국은 지금껏 앞만 보고 달린데 반해 그에 따른 재난에 대해서는 무감각했다. 작금의 재난 현상은 이미 예견된 일로 평가된다. 서서히 드러나는 불편한 진실에 깊은 반성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khle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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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