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을 찾아서 ①경남 하동군 홍소술·김동곤

다향 가득한 지리산에서 음미하는 ‘제다 명인’의 차 한잔

오랜 친구와 마주 앉아 고운 햇살 담긴 차 한잔 나누고 싶은 봄날이다. 좋은 차 한 모금을 머금으면 절로 미소가 떠오른다. 그 향기가 입안에 퍼져 거친 말을 뱉을 수 없고, 맑은 찻물을 내려다보며 마음까지 겸손해진다. 차 맛을 위해 평생을 바친 제다 명인을 만나러 하동 화개로 간다.

화개천·지리산 정기 받고 자라는 화개동 차나무
가장 좋은 찻잎 수확시기 ‘초세작부터 중작’

하동 야생차의 시작은 신라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828년(흥덕왕3) 당나라 사신으로 간 김대렴이 차나무 종자를 가져왔고, 왕은 지리산 화개동 일대에 심으라고 명한다. 이후 고려와 조선 시대까지 임금에게 진상하는 차가 화개동에서 재배되었다. 하동의 야생차를 ‘왕의 차’라 부르는 까닭이다.
지리산 화개동은 화개장터에서 화개천을 거슬러 오르는 곳으로, 지금도 양안의 산자락 곳곳에는 차나무를 키우고 찻잎을 덖는 다원이 있다. 섬진강과 화개천이 만든 안개를 먹고 지리산의 정기를 받아 향이 좋은 차를 생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기업 형태로 운영되는 곳부터 개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다원까지 20여곳에 이른다.
그중 화개제다는 화개동에 자리한 많은 다원의 원조라 할 수 있다. 홍소술 명인(농림수산식품부 지정 대한민국 식품명인 30호 죽로차 제조·가공 부문)은 1950년대 말 우연한 기회에 하동의 야생차를 마신 뒤, 부산에서 하던 사업을 정리하고 화개동으로 들어왔다. 마을 사람들에게서 높은 값으로 찻잎을 수매하고, 차나무 종자를 산에 심게 했다. 밭농사를 주로 하던 사람들이 하나둘 차나무를 심으며 화개동 일대가 야생차 밭이 되었고,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전국에서 모여들었다.

왕령으로 시작된
하동의 야생차

올해 86세인 홍소술 명인은 좋은 차나무를 구하기 위해 전국을 누비고, 산비탈을 오르내리며 찻잎을 따던 일을 어제 일처럼 기억한다. 찻잎을 덖은 100년 넘은 가마솥은 선친이 쓰던 것으로, 가보처럼 간직하고 있다.
쌍계제다는 하동 야생차의 명성을 전국에 알리며 다양한 전통차를 만드는 김동곤 명인(농림수산식품부 지정 대한민국 식품명인 28호 우전차 제조·가공 부문)이 운영하는 다원이다. 화개동 토박이로 1975년 쌍계제다를 설립하고, 차를 덖는 일뿐 아니라 차와 관련된 책도 여러 권 출간했다. 쌍계제다에서 만든 녹차와 전통차, 다양한 허브티와 한방 차는 티이즘(teaism)이라는 브랜드로 포장되어 전국 백화점에 매장을 두고 있다. 대기업의 차 브랜드에 뒤지지 않는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좋은 차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찻잎을 수확하는 시기에 따라 곡우(양력 4월20일경) 전에 따는 초세작, 그 이후에 따는 세작, 5월 중순에 따는 중작, 그 이후에 따는 대작으로 나뉜다. 초세작부터 중작 정도면 좋은 차를 만드는 데 손색이 없는 것으로 친다. 귀한 대접을 받으며 높은 몸값을 자랑하는 초세작으로 만든 차도 덖는 과정에서 잘못되면 차 맛을 버리고, 중작도 잘 덖으면 맛과 향이 좋은 차가 된다.
제다 과정의 기본은 똑같다. 달군 솥에 차를 덖고 멍석으로 옮겨 비비는 과정을 반복하는데, 날씨와 찻잎의 수분 함량에 따라 덖는 횟수가 달라진다. 마지막 과정(끝덖음)은 차의 향을 결정짓고, 오래 보관하고 마실 수 있게 하므로 가장 중요하다. 찻잎을 덖는 제다 명인의 손끝에서 새 생명을 얻어 비로소 향기로운 차 한 잔이 완성되는 것이다.

차 덖기·다례체험 가능한 하동 차문화센터
섬진강 백릿길 하동야생차 구간 걸으며 ‘힐링’


명인들이 운영하는 다원에서는 부담 없이 차를 마실 수 있는 시음장도 마련된다. 차의 깊은 맛을 구별하는 것은 오랜 경험이 있어야겠지만, 차 한 잔에 담긴 정성을 느끼는 것은 열린 마음 하나면 충분하다.
칠불사는 101년 가락국 김수로왕의 일곱 왕자가 암자를 짓고 수도하다가 성불했다는 전설이 짓든 고찰이다. 다도 이론을 정립하고 차 문화를 꽃피운 초의선사가 이곳에 머무르며 책을 쓰고, 그 유명한 <동다송>을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전쟁으로 소실되었다가 복원된 아자방지(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 144호)와 대웅전 뒤편으로 조성된 야생차 밭이 눈길을 끈다. 

하동 차 시배지에 가면 화개동 일대에 처음 차나무를 심은 김대렴 공의 추원비가 있다. 언덕을 따라 심긴 차나무 사이를 걸으며 초의선사의 <동다송>을 음미하고, 지리산에서 흘러내린 화개천 물줄기를 조망하는 즐거움도 누려보자. 

차 시배지 아래 자리한 하동 차문화센터는 하동 차 재배의 역사를 비롯해 차를 우려 마시는 다구 등을 전시한 차문화전시관과 차체험관으로 구성된다. 차체험관에서는 차 덖기를 비롯해 떡차 만들기, 다식 만들기, 다례 체험 등이 상시 진행되어 특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다원에서 마시는
따뜻한 차 한잔

차와 찻잔은 불가분의 관계다. 좋은 찻잔은 차의 떫은맛을 부드럽게 만들고, 찻잔의 촉감과 시각적인 아름다움까지 더해 오감을 즐겁게 한다. 진교면의 백련리도요지는 조선 시대 가마터로, 임진왜란 당시 이곳에 살던 수많은 도공들이 일본으로 끌려갔다고 전해진다. 일본이 국보로 자랑하는 이도다완의 원류를 백련리 일대로 보는 이들도 있다.
지금도 여러 도예가들이 백련리 일대에 자리 잡고 혼을 담은 도예 작업을 한다. 그중 길성도예는 일본까지 명성이 자자하다. 폐교된 초등학교에 작업 공간을 마련하고, 평생에 걸쳐 작업한 도예 작품을 전시한 갤러리 ‘길’과 차를 마시며 대화할 수 있는 한옥 다실을 지었다. 차와 그릇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곳에서 그윽한 다향을 음미할 수 있다.

섬진강 100리 테마로드 하동 구간은 화개장터에서 하동송림공원이 있는 섬진교를 잇는 약 21km 길이다. 총 네 구간으로 나뉘며, 구간마다 특색 있는 이야기를 담아 조성되었다. 화개장터에서 녹차연구소까지 야생차 구간(3.2km)은 대숲과 야생차 밭이 어우러진 강변을 따라 걷는 길이다. 향기로운 차를 마시고 부드러운 강바람을 맞으며 하동의 봄날이 깊어간다.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 정보>----------------------


당일 코스
칠불사→쌍계사→차 시배지→하동 차문화센터→쌍계제다→화개장터→화개제다→백련리도요지

1박 2일 코스
· 첫째 날 : 칠불사→쌍계사→차 시배지→하동 차문화센터→쌍계제다→화개장터→화개제다→백련리도요지
· 둘째 날 : 섬진강 100리 테마로드 걷기→하동송림공원

관련 웹사이트
· 쌍계명차(쌍계제다) www.sktea.com
· 하동 문화관광 http://tour.hadong.go.kr
· 칠불사 www.chilbulsa.or.kr

문의 전화
· 쌍계제다 055-884-8100
· 화개제다 055-883-2233
· 칠불사 055-883-1869
· 하동 차문화센터 055-880-2895
· 길성도예 055-883-8486
· 하동군청 문화관광과 055-880-2377

대중교통
기차> 용산역-구례구역 : KTX 하루 2회(05:20, 13:50) 운행, 약 3시간 소요. 구례구역에서 구례-구룡 농어촌버스 승차, 구례터미널 정류장에서 구례-중한치 농어촌버스로 갈아타고 하천리 정류장 하차, 약 1시간50분 소요.
* 문의 :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버스> 서울남부터미널-화개시외버스공용터미널 : 하루 10회(06:30~22:00) 운행, 약 3시간50분소요.
* 문의 : 서울남부터미널 02-521-8550
            전국시외버스통합예약안내서비스 www.busterminal.or.kr

자가운전
순천완주고속도로 구례화엄사 TG→산업로 따라 약 7.8km 진행→하동·화엄사·마산·토지 방향 우측 도로→구례로 따라 약 14.9km 진행→화개삼거리에서 쌍계사 방향 좌회전→화개로 따라 약 280m 진행→쌍계제다 시음 공방

숙박
· 쉬어가는누각 : 화개면 화개로, 055-884-0151
· 최참판댁숙박체험동 : 악양면 평사리길, 055-880-2384
· 수류화개 : 화개면 쌍계로, 055-882-7706, www.sooryu.co.kr
· 고궁모텔 : 하동읍 중앙3길, 055-884-5100

식당
· 섬진강횟집 : 참게가루장국, 하동읍 섬진강대로, 055-883-5527
· 수석원식당 : 영양돌솥밥, 화개면 석문길, 055-883-1716
· 동흥식당 : 재첩국, 하동읍 경서대로, 055-884-2257
· 하동솔잎한우플라자 : 한우구이, 고전면 하동읍성로, 055-884-1515
· 태봉식당 : 매운탕·참게가루장, 화개면 화개로, 055-883-2466

축제와 행사
· 하동야생차문화축제 : 2015년 5월22~25일, 화개면·악양면 일대, 055-880-2377, http://festival.hadong.go.kr

주변 볼거리
불일폭포, 청학동, 삼성궁, 평사리공원오토캠핑장, 화엄사, 청매실농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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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