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사정에 박원순-안철수 떠는 내막

이상득 박영준만 덜덜 떠나 했더니만...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서슬퍼런 사정의 검날은 재계를 향해있다. 그러나 불안에 떠는 곳은 비단 재벌들만이 아니다. 현재 정계는 연대책임을 지게 될까 노심초사해하는 ‘조정 대신들’과 같은 모습이다. 그들은 점점 옥죄어 오는 수사망을 피해갈 수 있을 것인가? 무르익어가는 사정정국이 불안한 사람들을 알아보자.

청와대가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한 후 검찰의 수사는 날이 갈수록 날카로워지고 있다. 포스코건설을 신호탄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검찰은 신세계, 롯데그룹에까지 수사 폭을 확대할 것이라 전했다. 또한 검찰은 ‘캐비닛’을 활짝 열고 그동안 묵혀둔 수상한 금융거래 정황까지 다시 들춰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재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묵혀둔 수사기록
벌벌 떠는 대기업

김진태 검찰총장은 지난 17일 “내사를 정밀하게 해 수사에 착수, 가장 빠른 시일 내에 환부만 정확하게 도려내고 신속하게 종결함으로써 수사대상인 사람과 기업을 살리는 수사를 하길 바란다”고 지시했다.

김 총장의 이러한 발언은 크게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의 요청에 화답해 빠른 시간 안에 목표한 바를 이루는 것이 하나이며, 다른 하나는 기업들의 경제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재계의 우려를 최소화시키는 목적이다.

그러나 이번 사정바람에 오히려 정계 측에서 더 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친이계는 사정의 첫 타깃으로 포스코그룹이 선정되자 ‘표적 수사’를 언급하고 나섰다. 친이계 좌장으로 불리는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은 지난 18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5~6년 묵혀놓았다 수사하니 정치검사 소리 듣는 것”이라며 쓴소리를 했다. 정병국 의원은 “누가 기획을 했는지 정말 새머리 같은 기획”이라며 촌철살인을 날렸다.

이완구 국무총리는 지난 12일에 가진 대국민담화에서 ‘방위산업 비리’ ‘해외 자원개발 부실 투자’ ‘일부 대기업의 비자금 조성 및 횡령’ ‘공적문서 유출’을 대표적 부정부패 사례로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이 총리가 밝힌 4가지 중 적어도 2가지 이상에서 친이계를 표적으로 기획한 것 아니냐고 보는 시선이 있다.

검찰의 포스코건설 수사를 보는 정치전문가들은 이것이 단순한 비자금 조성의혹을 수사하는 것이 아닌 ‘영포라인’과의 연결고리를 찾는 과정이라 보고 있다. 영포라인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영일·포항지역 출신 인사들을 묶어서 지칭하는 말로 MB정권 당시 실세였던 이상득 전 의원,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박영준 전 차관 등이 핵심 멤버로 꼽힌다.

현재 포스코건설은 베트남 건설공사를 하면서 10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이 포착됐다. 이에 당시 베트남법인장 출신 박씨가 구속됐다. 따라서 검찰의 수사는 박씨의 직속상관이던 정동화 전 포스코 부회장은 물론이고 정준양 전 회장,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2차관으로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언론에 공개된 정동화-정준양 라인과 박영준 전 차관과의 관계는 다음과 같다. 정동화 전 부회장은 정준양 전 회장, 박영준 전 차관 모두와 막역한 사이였는데 정준양 당시 포스코건설 사장을 포스코 회장으로 만들기 위해 박영준 차관에게 인사청탁을 했다는 것이다.

박영준 전 차관
인사비리 의혹

이후 정준양 전 회장이 보여준 모습은 영포라인과의 관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정 전 회장은 취임 후 5조원을 들여 몇 건의 인수합병을 추진했는데 대표적인 것이 대우인터내셔널, 호주 로이힐 광산, 성진지오텍, 포뉴텍이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모두 에너지 자원개발 기업이라는 점이다. 검찰은 포스코가 이들 기업을 인수해 에너지 자원개발에 적극 뛰어든 것이 과연 기업 전략에 따른 판단이었는지 아니면 외부압력에 의한 것이었는지 집중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포스코가 에너지 자원개발의 첨병역할을 할 때쯤 이상득 전 의원이 MB정부의 자원외교를 위해 중동과 아프리카 출장을 다녀왔다는 점을 들어 충분히 근거있는 주장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자원외교 비리와 관련해 경남기업을 압수수색하기 시작했다. 경남기업 특혜공여 의혹이 나왔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 전 의원에 대한 의혹도 제기됐다.

‘영포라인’ 이상득·박영준 비리 청탁 의혹
이 “워크아웃 제외”, 박 “정준양을 회장으로”

<한겨례>는 지난 24일 단독기사를 통해 이 전 의원의 청탁 의혹을 제기했다. 이 전 의원이 2008년 9월경 경남기업의 주채권은행인 신한금융지주 당시 고위관계자에게 “경남기업을 워크아웃(재무구조 개선작업)에서 제외해 달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이 전 의원이 평소 친분을 유지하던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의 요청을 받고 전화를 한 것인지 수사해 볼 방침이다.

결국 청탁 건은 신한금융지주 쪽의 거절로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 전 의원의 한 측근은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못했지만, 일방의 주장처럼 사실이라 하더라도 (요구대로) 워크아웃에서 제외된 것도 아니고, 그냥 알아본 정도 수준 아닌가 싶다”고 두둔했다.


이상득, 박영준 등 영포라인의 핵심이 의혹에 휩싸이는 등 일련의 좋지 않은 분위기를 고려해 친이계는 최대한 조심스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 내 전·현직 친이계 의원들의 모임인 ‘함께 내일로’는 지난 19일 대규모 만찬회동을 알렸으나 돌연 일정을 연기했다. 정계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이번 회동을 준비한 의원들은 대규모 회동이 자칫 국민들 눈에 오해를 불러일으킬까 우려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모임에는 안경률·강승규·임해규 등 20~30여명의 원내외 인사들이 참석할 예정이었다.

안경률 함께 내일로 대표는 회동 연기 이유에 대해 언론 인터뷰에서 “친목모임의 원래 취지와 달리 불필요한 정치적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고, 자칫 발생할 수 있는 정치적 왜곡으로 몇몇 의원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 밝혔다.

비단 친이계 뿐만 아니다. 포스코 수사가 부담스런 사람들은 다른 곳에도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박원순 서울시장과 새정치연합 안철수 의원을 꼽을 수 있다. 두 사람은 모두 포스코 사외이사로 재임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지난 23일 박 시장이 포스코 경영진에 대한 감시에 소홀했음을 주장했다. 문제로 지적되는 부분은 정준양 전 회장의 선임, 그리고 포스코로부터 받은 기부금이다.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은 박 시장에 대해 “2004년 3월부터 2009년 2월까지 포스코 사외이사를 지내면서 아름다운재단은 포스코로부터 상당한 금액을 기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며 “사외이사를 맡고 있거나 퇴임 상황에서 이해관계에 있는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아닌가”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아름다운재단은 박 시장이 주도해 설립된 비영리 공익재단이다.

이상득 전 의원
경남기업 청탁


이러한 새누리당의 주장에 박 시장은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지난 23일 김인철 서울시 대변인은 “박 시장이 포스코 사외이사로 활동한 기간은 2004년 3월부터 2009년 2월까지로, 정준양 전 회장과 임기가 겹치지 않는다”며 “정 전 회장 선임과 관련해서도 세 차례 투표 과정에 박 시장은 당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서 “그럼에도 정 전 회장이 CEO로 선출되자 곧바로 포스코 사외이사를 사임했다”고 덧붙였다.

포스코가 사외이사에게 스톡옵션을 준 사안에 대해서는 “(박 시장은) 스톡옵션에 대해 적절하지 않다고 계속 반대했지만 결국 도입됐고 박 시장은 스톡옵션을 거절했다”며 “사외이사 기간 중 받은 급여 대부분도 모두 시민단체에 기부했다”고 밝혔다.

새정치 박원순·안철수 ‘포스코 사외이사’ 논란 
박 “스톡옵션 거절”, 안 “보고대로 했을 뿐”

더불어 김 대변인은 “2004년 포스코 사외이사 제의도 수차례 고사했으나 포스코라는 우리나라 대표기업의 신뢰도를 높여달라는 사외이사추천위원회의 끈질긴 요청으로 수락했고 활동기간 수차례 반대의사를 제시하는 등 견제역할을 수행했다”고 분명히 말했다.

새정치연합 안철수 의원은 성진지오텍 인수와 관련해 견제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언론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안 의원은 2005년부터 2011년까지 6년간 포스코 사외이사를 맡았으며 최근 포스코의 대표적 부실인수 사례로 꼽히고 있는 성진지오텍을 인수할 때인 2010년 4월경엔 이사회 의장을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문제를 제기하는 측에서는 안 의원이 의장으로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수기’ 역할만 한 것 아니냐고 비판하고 있다.

이러한 비판 여론에 안 의원은 “당시 경영진이 이사회에 (성진지오텍을) 장래성 있는 기업으로 보고했다”며 “국내 최고수준의 회계법인과 법무법인, 증권사부터 회계·법률 실사, 인수 가치에 대한 평가 결과를 받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2010년 3월 포스코 내부 보고내용에 따르면 성진지오텍은 안 의원이 사외이사로 있을 당시 부채비율이 1612%나 하는 부실기업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됐다.

이번 해명에 대해 정치전문가들은 “안 의원이 본인이 한 말처럼 했을 수도 있는데 그렇다고 이사회의 의장이 서류만 보고 판단하는 자리는 아니기 때문에 당시 이사회 의장으로서 어떤 방식으로든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세간에서는 이번 포스코 사외이사 건에서 볼 수 있는 두 사람의 해명 태도가 화제다. 각종 언론들 사이에서는 박 시장이 적극적이고 명쾌한 해명으로 이번 난관을 잘 헤쳐 나갔다는 반응이 많은 반면, 안 의원의 경우에는 두루뭉술하게 눈앞의 위기만 극복하려는 모습을 보여 오히려 논란만 부추겼다고 보고 있다.

박원순·안철수
포스코 사외이사

정계는 박 대통령이 꺼내든 부정부패 척결 카드로 ‘정국 주도권 확보’ ‘지지율 상승’ ‘정적 제거’ 등 ‘일거삼득’을 노린다고 해석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수사로 비리를 제대로 잡아내지 못했을 경우 박근혜 대통령에게 화살이 돌아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 17일 홍준표 경남지사는 “포스코 수사가 이명박정부의 핵심세력을 겨냥한 기획수사로,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엄청난 비리가 드러나지 않는다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정치 전문가들도 일련의 사정바람에 대해 신중해야 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이번 사정을 두고 ‘과거 정권에 대한 심판’보다 ‘비리에 대한 수사’로 해석하는 국민들이 더 많기 때문에 수사가 힘을 받고 있지만 만약 성과 없이 시간만 지난다면 명분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새정치연합 안철수 의원 “내가 대통령이 됐다면?”

최근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안철수 의원이 모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한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25일 한 언론사는 안 의원과 나눈 인터뷰 내용을 보도했다. 내용에 따르면 안 의원은 ‘2012년에 만약 대통령이 됐다면 박근혜 대통령보다 잘했을까’라는 기자의 질문에 “(내가 대통령이 됐다면) 경제외교 그렇게 안 했을 것”이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진다. 단일후보로 출마한 문재인 대표에 대해서도 “지금 대통령보다 낫지 않았겠나”라고 웃으며 답했다.

이에 새누리당에서는 안 의원의 발언이 부적절했음을 지적했다. 정준길 수석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안철수 의원과 사소한 인연이 있는 제 입장에서도 비슷한 말씀을 드릴 수 있다”며 “내가 포스코 이사회 의장이었다면 성진지오텍같은 부채비율 1600%인 회사 인수를 승인하지 않았을 거다. 내가 국회의원이 됐다면 안 의원보다 잘했을 것이다. 최소한 신당창당과 기초단체장 무공천을 약속했다가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꿔 야당 대표를 꿰차는 대국민 사기극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 부대변인은 “국민들은 안 의원에게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느낀다”고 평가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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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