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전 돌입 ‘4·29 재보선’ 판세 분석

‘일여다야’ 구도…이겨도 본전 지면 패당망신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4·29재·보궐선거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다음달 9일부터 10일까지 이틀간 후보자 등록 신청을 받는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레이스에 돌입하는 이번 재보선은 많은 변수를 내재하고 있어 더욱 흥미롭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많은 후보들이 출마 선언을 하고 열전에 돌입한 시점에서 <일요시사>가 지역별 판세를 짚어보고자 한다.

재보선이 치러지는 지역은 총 4곳.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 해산과 맞물려 공석이 된 지역인 서울 관악을, 경기 성남 중원, 광주 서구을 등 총 3곳에서 치러질 예정이었으나 최근 새누리당 안덕수 의원의 당선이 무효로 확정됨에 따라 인천 서·강화을 지역이 추가됐다. 이번 선거가 규모는 작지만 내년 총선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시험대’라는 점에서 여·야 모두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미니 총선
여야 셈법

2015년을 맞이할 때만 해도 이번 재보선은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의 낙승이 예상됐다. 아무리 통진당 해산의 여파가 있다고 해도 전통적으로 야당이 표를 많이 가져간 텃밭이기 때문이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던 시점이라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새정치연합의 우세를 점쳤다.

그러나 최근엔 그러한 판세가 완전히 뒤집혀 새누리당의 승리를 예견하는 사람도 많이 늘었다. 그들은 야권이 힘이 분산됐다는 점을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했다. 현재 지역별로 1명의 여당후보와 2~3명의 야당후보가 격돌하는 구도가 성립됐다. 즉 ‘일(一)여 다(多)야’의 상황이 되다보니 표가 분산될 것이란 예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이 지지율 반등에 성공한 점도 여당에 힘을 실어주는 데 한몫했다는 의견이 많다. 특히 중동 4개국 순방이 비교적 성공적으로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옴에 따라 ‘제2의 중동 붐’을 기대하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김기종 사태가 보수층을 결집시키는 계기가 된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새정치연합 양승조 사무총장 또한 이번 재보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 내다봤다. 양 총장은 지난 17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해 “재보선 4개 지역구를 보면 4곳 모두 우리 쪽에서 현역의원이 나온 지역이 아니다”며 “일여 대 다야 구도로 치르는 선거에서 어려움이 예상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라고 토로했다.

그러나 야권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축했다. 그 이유에 대해 양 총장은 “성남의 정환석, 관악의 정태호, 광주의 조영택 후보가 경선을 통해 후보자로 확정된 지 며칠 되지 않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야권연대를 운운하는 것은 당원들에 대한 모욕적인 언사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불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후보들 스스로 자구책을 찾아 연대에 나설 것이라고 많은 정치평론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양 총장이 말한 당 차원의 연대는 없을지 모르나 후보자 간 연대는 모른 척 넘어가 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특히 양 총장이 “정치는 생물”이라고 말한 점은 이러한 상황을 잘 대변해 주는 발언으로 보인다.

이렇듯 새정치연합이 오히려 수세에 몰리고 있는 형국을 두고 당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들은 “현 정권에 대한 불만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야당 텃밭에서 표를 걱정해야 된다”며 “현재 제1야당이 현 정부의 대안이 되지 못하는 모습이 가장 큰 문제다”고 지적했다.

일여 vs 다야
연대는
글쎄

현재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은 각각의 선거전략을 내놓은 상황이다. 먼저 새누리당은 ‘지역일꾼론’을 들고 나왔다. 토박이 전략을 기반으로 그 지역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지역경제를 이끌어 가야 한다는 기조를 강조하고 있다. 특히 지난 7·30재보선 때 전략공천을 최소화한 상황에서 지역일꾼론으로 압승을 거둔 좋은 기억이 있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전남 곡성의 주민들이 지역을 누비고 다닌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이군현 사무총장은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이번 선거는 어디까지나 ‘지역경제 살리기에 최적임자가 누구냐’는 선거라고 생각을 한다”며 “그런 측면에서 우리가 정책을 개발하고 유권자의 선택을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새정치연합은 ‘민생제일 경제정당’을 전면에 내세웠다. 지금껏 유지해오던 네거티브 전략에서 벗어나 ‘유능한 경제정당’의 이미지로 탈바꿈해 지지를 얻겠다는 복안으로 보인다. 현 정국의 핵심 키워드가 ‘경제’라는 측면에서 새정치연합 측은 국민이 가장 관심을 가지는 것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재보선 후보 공천장 수여식에서 “제가 생각하는 이번 재보선의 의의는 먹고 사는 것이 버거워 절망하는 국민들께 국민의 지갑을 지키겠다는 약속”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일련의 상황은 새정치연합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민일보>가 여론조사전문업체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15일부터 16일까지 양일간 조사해본 결과, 서울 관악을 1000명 중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에게 33.5%의 유권자가 지지를 보내 31.2%가 나온 새정치연합 정태호 후보를 2.4%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왔다.

야권후보 난립 “당 차원 연대 없을 것”
새누리 ‘3곳 중 1곳 이기면 본전’ 여유

성남 중원에서는 새누리당 신상진 후보가 인지도가 높아 유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대학교 의대를 졸업하고 지난 2001년 대한의사협회회장을 지낸 이력이 있는 신 전 의원은 이미 성남 중원에서 17~18대 국회의원을 지낸 바 있어 지역에서 인지도가 높다. 이러한 점은 지금처럼 야권후보가 많은 상황에서 더욱 여권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정치평론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지난 14일 경선을 통해 정환석 지역위원장을 성남 중원의 후보로 낙점했다. 정 후보는 한국노총 성남시지부 부의장 출신으로 경기도의원을 지낸 경력이 있다.

정의당 측 후보가 아직 미정인 상황에서 무소속으로 김미희 전 통진당 의원이 출마를 선언했다. 그녀는 지난 19일 “새누리당은 경기도 성남 중원구 주민들을 종북세력으로 매도했다”며 사죄를 요구하는 등 후보로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이번에 새로운 선거 지역으로 추가된 인천 서·강화을은 전통적으로 여권의 표가 많이 나온 지역이라는 점에서 새누리당의 승리를 예상하는 사람이 많다. 아직 후보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선만 통과하면 당선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새누리당에서 고려하고 있는 후보는 안상수 전 인천시장을 비롯해 이경재 전 의원, 계민석 교육부장관 정책보좌관, 유천호 전 강화군수 등이다.

새정치연합은 신동근 지역위원장의 출마가 유력한데, 그가 17대 총선 출마 이후 꾸준히 강화에서 활동해오며 지역 입지를 다진 측면에 기대를 걸고 있다.

정의당은 박종현 인천시당 사무처장을 일찌감치 낙점했다. 강화 출신인 박 사무처장은 지역에서 인맥이 넒은 것으로 알려져 당에서는 기대를 걸고 있다.


새누리당 목표
한곳이면 본전

현재 정계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지역은 광주 서구을이다. 전통적으로 야권의 메카와 같던 이 지역에서 지각변동의 조짐이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조짐은 의외의 곳에서 시작됐다. 천정배 전 법무부장관이 새정치연합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를 선언한 것이다. 당시 대부분의 새정치연합 인사들이 ‘천정배 전 장관은 당에 남지 않겠나?’라고 예상한 가운데 일어난 일이라 그 이유에 대한 추측이 난무했다.

이에 천 후보는 한 라디오에 출연해 “야당이 이대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라며 “새정치연합은 야당과 대안세력으로서의 비전을 잃었다고 생각한다”고 심정을 밝혓다.

현재 야권 사이에는 이를 두고 설전이 오가고 있다. 새정치연합 양승조 사무총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천 전 장관이 말한) 탈당의 변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새정치연합이 비전을 상실하고 무능하다고 하셨는데 지금 우리당은 30% 내외의 지지율이 나오고 있다”고 반박했다.


새정치연합을 탈당한 정동영 국민모임 인재영입위원장이 천 전 장관을 지지할 뜻을 내비쳐 또 하나의 변수로 떠올랐다. 두 인사 간 연대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천 전 장관도 “연대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화답했다. 그러나 많은 정치평론가들은 천 전 장관이 연대 의사는 있지만 국민모임에 대한 합류의 뜻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위원장도 천 전 장관의 합류는 당분간 성사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정 위원장은 “광주에서 광주 기득권, 일당독재를 깨자는 목표점에 대해선 (천 전 장관과) 일치한다”면서도 “앞으로 계속 천정배, 광주 시민사회, 그리고 국민모임이 어떻게 하면 광주 기득권을 깨트리는데 함께 할 것인지 문제를 논의해 갈 것”이라고 말해 의견을 조율해 나갈 뜻을 내비쳤다. 자신을 둘러싼 서울 관악을 출마 소문에 대해선 “생각이 없다”고 못 박았다.

천 전 장관에 대한 맞수로 새누리당은 정 승 전 식약처장을 내세웠다. 정 전 처장은 “광주 발전을 10년 앞당기는 예산불독 국회의원이 돼 광주시민을 정승(政丞)처럼 모시겠다”고 출사표를 던지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예고했다. 정계는 이미 정 전 처장이 지난 7·30재보선에서 파란을 일으킨 이정현 최고위원의 행보를 따라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새누리당에서도 그의 공천을 두고 ‘제2의 이정현을 위해 차출했다’고 밝힐 만큼 큰 기대감을 표했다. 이에 많은 전문가들은 정 전 처장이 천 전 장관을 제치고 당선된다면 전 지역 승리라는 파랑새도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이들은 정 전 처장이 얼마나 열정적으로 현장을 누빌 수 있을지, 이전에 지역에서 얼마나 입지를 다져놨는지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 내다봤다.

새정치 ‘재보선 1곳만 이겨도 승리’ 엄살
박지원 “1곳 승리는 패배주의적인 발상”

천 전 장관을 놓친 새정치연합에서는 조영택 전 의원을 내세웠다. 조 전 의원은 20일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열고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상대적으로 천 전 장관보다 인지도적인 면에서 부족한 조 전 의원에게 당지도부 차원에서 얼마나 힘을 실어줄 수 있을지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새정치연합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변수가 존재한다. 바로 문 대표가 호남지역에서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그것이다. 특히 광주지역 민심 중 반노정서가 생각보다 큰 것으로 알려져 이를 우려하는 의원들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호남총리론’ 발언처럼 자칫 엉뚱한 곳에서 뇌관이 터진다면 재보선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 안민석 의원은 TBS라디오 <열린아침 고성국입니다>에 출연해 “(광주 지역에서 패배한다면) 천 전 장관의 탈당에 대한 책임도 문 대표가 질 것”이라며 “전반적으로 출범하자마자 문 대표가 독박을 쓰게 될 가능성이 많다”고 내다봤다.

이번 재보선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 간의 대결로 바라보는 시선도 많다. 특히 문 대표의 경우에는 당권을 잡은 후 처음 맡는 선거라는 측면에서 정계는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만 양당에서 이번 재보선을 바라보는 시각이 서로 다르게 나타나고 있어 세간의 이목을 끈다. 새누리당 김 대표는 “세 곳 중 한 곳은 이겨야 본전으로 보지 않겠냐”며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인 반면 새정치연합 양 사무총장은 “현 상황이 녹록치 않다”며 “(1석 이상이) 최소한의 의미있는 승리라는 것은 당 내부적으로도 어느 정도 공감대가 있다”는 얘기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새정치연합 목표
한곳 이상 승리

이러한 새정치연합의 모습에 박지원 의원이 쓴소리를 하고 나섰다. 박 의원은 “(선거 지역이) 야권성향이 강한 지역인데 3곳 중 1곳만 승리하면 된다는 것은 패배주의적인 발상”이라고 크게 비난했다.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박 의원은 “야당은 사기를 먹고 사는 조직인데 이렇게 목표를 낮게 잡으면 당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 뿐만 아니라 당 내부에는 저자세로 나가는 지도부를 달갑지 않게 보는 시선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일부 정치전문가들은 새정치연합이 만약 재보선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다면 슬며시 나오고 있는 ‘신당 창당’ 움직임이 본격화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민모임 김세균 신당추진위원회 공동추진위원장

국민모임 김세균 신당추진위원회 공동추진위원장은 4·29재보선에 정동영 인재영입위원장이 출마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한 김 위원장은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이 이번 기회에 서울 관악을에 출마해 (국민모임의) 밀알 역할을 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정 위원장은 당내에서도 거듭 뜻이 없음을 밝혀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어떠한 국회의원 자리에도 욕심이 없다고 강조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가 나가달라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굉장히 가혹한 주문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정동영, 서울 관악을에 출마해야…”

현재 서울 관악을 지역은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 새정치연합 정태호 후보, 정의당 이동영 후보, 무소속 이상규 후보가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정 위원장이 후보로 출마한다고 해도 당선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관악을 지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민모임 정동영 위원장의 지지율은 18.2%로 나타나 33.5%가 나온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에게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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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국민의힘 행사에서 영향력을 과시하다가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국민의힘에서 ‘보수의 김어준’을 꿈꾸는 것 같다. 전씨는 과연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했던 영향력을 단번에 얻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지난 8일, 대구 EXCO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구·경북지역 합동연설회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지난 3월 창간한 <전한길뉴스> 소속 언론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선거판 난장판 하지만 전씨는 언론 취재의 한계를 넘어 반탄(탄핵 반대) 성향 후보들의 연설 도중 응원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반대로 찬탄(탄핵 찬성) 성향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이 연설할 때마다 “내부 총질” 혹은 “배신자” 등 원색 비난을 했다. 이날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는 전씨를 직접 지칭해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지고, 계엄을 계몽령이라고 정당화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같이 투쟁할 수 있겠느냐”면서 비난했다. 그러자 전씨는 김 후보에게 욕설하면서 자신의 지지자들을 격동시켰다. 찬탄 성향 조경태 당 대표 후보가 연설할 땐 자리에서 일어나 한 손을 들고 항의하는 등 지지자들의 조 후보 비난을 유도했다. 그러자, 찬탄 성향 일부 당원들이 전씨에게 물병을 던지면서 항의했다. 한 당원은 전씨에게 “난 20년 차 당원인데, 입당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당신이 왜 이런 난동을 부리느냐”고 따져 물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씨의 전당대회 출입을 막기 위해 대의원이 아닌 일반 당원의 행사장 출입을 금지했다. 이어 전씨에 대한 징계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러자 전씨는 <전한길뉴스> 발행인 신분을 내세워 “언론 탄압”이라며 반발했다. 이처럼 전씨는 국민의힘 당원과 언론인이란 신분을 왕래하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개입하고 있다. 지난달 31일과 지난 7일엔 시사평론가 고성국씨 등과 함께 주최한 ‘자유 우파 유튜브 연합 토론회’에 각각 장동혁·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출연시켜 ‘면접’을 보는 위력을 국민의힘 내외에 과시했다. 특정 진영의 강경파를 대상으로 언론사·유튜브 채널 등을 운영하면서 힘을 과시하는 모델로는 방송인 김어준씨가 있다. 김씨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친문(친 문재인) 강경파 성향 당원·지지자를 대상으로 라디오·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면서 당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당 대표 후보들을 면접하는 형식은 김씨가 지난해 3월 자신의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민주당 총선 후보자였던 이언주·전현희 의원과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출연시켜 객석의 청중에게 큰절을 시킨 것과 비슷하다. 김씨가 지난 6월 기획·진행한 ‘더 파워풀’ 콘서트엔 ▲문재인 전 대통령 ▲민주당 정청래 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등 다수의 민주당 내 유력 정치인이 참석했다. 입당하자마자 영향력 과시 물의 당원·언론인 오가며 전대 개입 김씨는 지난 2011년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로 활동하면서부터 민주당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왔다. 물론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한 영향력을 전씨가 단기간에 얻긴 어렵다. 이 때문인지 전씨는 국민의힘에 입당하자마자 ‘10만 당원 양병설’ 등을 주장하면서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하기 위해선 당비를 3개월 이상 납부하고, 연 1회 이상 교육을 받은 책임당원이어야 한다. 전씨는 지난 6월 온라인으로 입당했고, 당 대표 후보 등록일은 지난달 30일부터 단 이틀 동안이었다. 따라서 전씨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수 없었다. 출마 길이 막힌 전씨는 전당대회에서 당원·언론인 신분을 교차하면서 자신을 따르는 당원들을 선동해 영향력을 과시하려고 한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가 민주당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주변 진영 전체를 둘러싼 질서는 20세기 초·중반에 활동했던 이탈리아 사회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의 헤게모니 이론이 갖는 틀과 비슷하다. 그람시는 “자본주의는 견고하게 발전할 것”이라는 대전제를 토대로 “언론·문화 등 각 분야에 진지를 구축해 참호전으로써 상대 세력을 약화해야 한다”는 사상을 정리했다. 각 분야에 구축한 진지는 결정적인 시기에 전개할 기동전의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자본주의 구조가 뿌리내리면서 러시아 2월·10월 혁명과 같이 한순간에 모든 것을 뒤집는 혁명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람시는 주도권 다툼으로써 체제 내 혁명을 추구하는 취지의 사상을 구체화했다. 우리나라에선 소련 해체가 가시화되던 1980년대 후반부터 기존 노동운동에 문화·예술운동을 접목하는 단체가 활동하는 등 각계에서 다른 방향의 노동운동을 전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민주당을 받치는 양대 축은 각계의 시민단체들과 진보 성향 매체들이다. 대규모 정치 이벤트가 진행될 땐 민주당 지원 사격을 맡으면서, 정치적 명분과 정당성을 구축·홍보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민주당에 인력을 공급하는 역할도 한다. 주요 선거 등 대규모 기동전이 필요한 상황에선 각자의 진지에서 일시에 뛰쳐나와 물량을 공급하는 식이다. 이 같은 구조를 상징하는 사람이 민주당 윤미향 전 의원이다. 정의기억연대 대표로 오랫동안 활동하던 윤 전 의원은 민주당을 통해 국회의원이 됐지만, 횡령 의혹이 유죄로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다. 같은 당 추미애 의원 등 민주당 일각에선 윤 전 의원의 사면을 강하게 지지했고, 결국 8·15 광복절특사를 통해 사면·복권됐다. 민주당과 그람시 하지만 시민단체와 매체는 대중을 직접 동원하기가 어려운 데다, 매체는 언론 고유의 한계가 있다. 시민단체 역시 시민들의 참여가 부실하다는 핸디캡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도 존재해 왔다. 이 때문에 삼각 구조를 받쳐줄 또 하나의 하부 구조가 필요했다. 이 문제를 해결해준 사람이 바로 김씨였다. 김씨는 지난 1998년 ‘안티 <조선일보>’라는 깃발을 내걸고 <딴지일보>를 창간한 후 풍자·B급 정서·유머를 지향해오고 있다. 당시 <딴지일보>에선 포장마차에서 어묵을 찍어 먹는 용도로 내는 간장의 위생 상태를 취재해 기사화하거나 국가혁명당 허경영 명예대표의 대권 도전 과정을 풍자하는 등 ‘신선한 B급 정서’를 지향해 독자적인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한편으로 김씨에게 평생 따라다닐 놀림거리를 남겼다. 김씨가 <딴지일보>의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용 성인용품을 판매했고, 성인남녀의 만남을 중개하는 사이트를 개설했던 탓이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여전히 김씨를 비판하면서 당시의 전력을 함께 언급한다. 이후 김씨는 ▲황우석 박사 옹호 ▲영화감독 겸 코미디언 심형래씨 옹호 등 숱한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황 박사 옹호는 그럴 듯한 음모론을 제시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는 김씨의 특성과 깊이 맞물린다. 당시의 논란도 김씨에 대한 비판론을 형성하는 중심축이다. 그랬던 김씨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계기로는 크게 2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를 처음 시작했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 중 1명으로 활동했단 것이었다. 김씨는 당시 민주당 백원우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거친 항의를 말리고 고개 숙여 사과하는 문 전 대통령을 주목했다. 이후 김씨는 문 전 대통령의 킹메이커를 자처했고, 이는 ‘나는 꼼수다’ 진행 이후 문 전 대통령의 대세론으로 이어졌다. ‘나는 꼼수다’는 김씨 특유의 B급 정서·음모론이 이명박정부에 대한 다양한 불만과 맞물려 대성했던 방송이었다. ‘나는 꼼수다’는 현재까지 이어지는 김씨의 성향을 구체화한 방송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해당 팟캐스트의 상징으로 통하는 “쫄지 마”는 여전히 회자된다. ‘나는 꼼수다’는 구체적인 사실관계 검증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명확한 당파성을 매개로 특정 정당·진영 사람들이 선호할 음모론과 괴담을 이미 밝혀진 사실관계와 섞어 전달하는 것에 집중했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선을 적당히 왕래하면서 민주당 지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영웅과 악당들 이는 집단의식으로 연결됐고, 김씨에겐 거대한 영향력을, 민주당엔 거대한 지지 집단을 만들어줬다. 김씨는 ‘나는 꼼수다’를 통해 단순·명쾌한 이분 구도를 완성했다. 그를 선호하는 민주당 지지자의 정치관은 “보수진영이란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운다”는 것이다. 이는 정의로운 주인공이 지구 정복을 노리는 악당의 무리에 맞서 싸우는 어린이용 만화의 서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울러 현재 민주당 핵심 지지 세대로 알려진 4050세대가 미국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선호하는 것과 연결해볼 수 있다. 이 세계관엔 초월적인 힘을 갖고 모든 생명체의 절반을 죽여 우주를 정화하려는 악당에 맞서는 영웅들이 등장한다. 이 세계관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사건은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사건이었다. 이들에게 노 전 대통령 사망사건은 거대 악당과 싸워야 하는 당위성을 제공해주는 절대적인 명분이었다. 김씨가 이 사건에 주목하고, 상주로서 백 전 의원의 항의를 제지하던 문 전 대통령을 주목한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우리 고전문학 중 전설은 김씨의 평소 주장과 비슷한 서사 구조를 띠고 있다. 전설은 능력이 뛰어난 주인공이 현실의 한계에 좌절하고 무너지는 비극적인 구조를 취한다. 또 설득력을 부여해야 많은 사람에게 퍼질 수 있어서 실제 존재하는 지역·지명을 매개로 그럴듯하게 전개된다. 여기엔 각박한 현실을 바꿔줄 새로운 영웅의 출현을 기대하는 민중의 소망이 담겨있다. 그래서 조선시대엔 “정씨 성을 가진 영웅이 새 나라를 만들어 왕이 될 것”이란 취지의 예언서가 오랫동안 돌아다녔다. 김씨의 주장은 21세기판 전설이라고 할 수 있다. 김씨는 민주당과 주변 진영을 취약한 상황에서 거대한 악에 도전하는 영웅으로 묘사하고, 지지자들은 그 영웅담에 환호한다. 그러면서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우는 영웅을 또 잃을 수 없다”는 공감대를 공유한다. 그들은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같은 목표를 공유한다. 김씨는 ‘김어준 유니버스’ 혹은 ‘민주 유니버스’를 만들었고, 지지자들은 관객을 넘어선 참여자로서 희열과 보람을 느낀다. <한국일보>는 지난 2017년 이들의 세계관을 소개하면서 “대통령이 국민을 지켜야지, 왜 국민이 대통령을 지켜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완전히 다른 ‘B급 정서’ 카타르시스·도파민 차이 김씨는 ▲세월호 고의 침몰설 ▲천안함 피격 사건 관련 가짜 뉴스 살포 ▲코로나19 대구 확산설 등 주장을 이어가면서 지지자들에게 정치적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했다. 그들이 김씨를 통해 느낀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은 고스란히 민주당의 정치적 자양분이 됐다. 그래서 총선 출마 후보들은 김씨가 보는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큰절을 해야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김씨를 지목했던 것은 김씨에게 엄청난 이익이 됐다. 당시 계엄군은 김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스튜디오 주변을 통제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13일 국회에서 “계엄군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사살한 후 북한 소행으로 공작하려고 했다”면서 “정보 출처는 국내에 대사관이 있는 우방국”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그 우방국은 미국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미국은 국무부·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이를 부인했다. 반면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어준님’의 증언을 허구로 단정하고 비난부터 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과 보수 세력은 민주당과 그 주변 세력처럼 정교한 조직체를 만들지 못했다. 보수 세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피커 역할은 전씨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맡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김씨처럼 진영 전체를 들썩일 수 있는 정치적 유머 감각과 설득력을 갖추지 못했다.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하지도 못한다. 이 때문에 이들의 주장은 강경 보수 지지자들 외 국민 사이에서 웃음거리로 전락한 지 오래고, 국민의힘 내부서도 강하게 비판한다. 국민의힘이 지난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이겼을 당시엔 민주당에 비판적인 2030세대 남성과 6070세대를 아울러 민주당을 지지하는 4050세대와 2030세대 여성을 포위한다는 ‘세대포위론’ 전략이 제시됐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불화 끝에 결별하면서 이 연합은 얼마 가지 못해 해체됐다. 당시 승리를 주도했던 국민의힘 지지층은 이 대표 특유의 합리주의를 지지하는 젊은 유권자와 강경 보수를 지향하는 노년 유권자로 분열됐다. 전씨는 많은 공무원 제자를 거느린 유명 한국사 강사였다. 따라서 적절히 순화된 주장과 교묘하게 선정한 정치적 입지를 섞어서 정치 전면에 나섰더라면,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와 달리 그럴듯한 이야기를 구성하고 유머를 섞는 능력을 보여준 적이 없다. 전씨의 옛 제자들은 그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절대로 정치 전면에 나서지 않는 김씨와 달리, 직접 국민의힘에 입당해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려 하는 등 적당히 선을 긋지도 않는다. 정치인들이 알아서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큰절을 하게 만드는 김씨와 달리, 전씨는 스스로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전당대회서 눈에 띄는 행동을 했다. 전에겐 없는 것들 무엇보다 김씨가 “이 대통령을 능가하는 영향력을 가진 것 아니냐”는 설까지 나올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구축하기까지 15년이 걸렸단 사실도 제대로 통찰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으로 국민의힘은 정치 구조를 통찰하지 못해 민주당이 장기간 공들여 구축한 정치 구조체를 갖추지 못했다. 그런데도 전씨는 ‘전한길 유니버스’ 제작을 멈추지 않는다. 과연 전씨는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