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김기종 아이템’ 활용 노림수

종북숙주 VS 종북몰이 선거판에 때 아닌 북풍 “김기종 대체 넌 뭐냐?”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리퍼트 주한 미대사 피습’ 지난 5일 언론사들은 일제히 보도를 통해 다급한 현장 소식을 국민들에게 전했다. 국민들은 끔찍했던 당시 상황을 선혈이 낭자한 사진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대사가 습격 당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지켜보던 국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한미관계가 급속히 냉각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려 왔다.

김기종. 이제 대한민국 국민들의 뇌리에 그의 이름은 똑똑히 각인됐다. 칼을 휘두른 목적이 이것이었다면 대단히 ‘성공적’이라 볼 수 있다. 그만큼 사건은 충격적이었고 촉각을 다툴 만큼 위급하게 전개됐다. 사건 직후 과거 일 대사에게 콘크리트를 투척하는 등 그의 지난 행적이 드러나면서 ‘김기종’ 개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러나 이후 사태는 이념적 갈등을 지나 ‘선거’라는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고 정치전문가들은 말한다.

미 대사 피습
김기종 사태

김기종 우리마당독도지킴이 대표가 25cm 과도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공격했다. 현장에서 김씨를 체포한 경찰은 그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수색 후 경찰은 중간수사 브리핑을 통해 이적성이 의심되는 서적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압수한 증거 중 도서 17점, 간행물 26점, 유인물 23점 중 일부 증거에서 이적성이 의심되는 부분을 포착해 내용과 문구 등을 분석 중이다”고 전했다.

그로부터 얼마 후 경찰은 압수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13점에서 이적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자료에는 북한의 주체사상 교육용으로 사용되는 <정치사상강좌>라는 유인물을 비롯해 김정일이 쓴 <영화예술론>도 포함돼 있었다.

또한 그는 경찰 조사과정에서 “김일성은 20세기 민족지도자라고 생각한다”며 “우리나라는 반식민지 사회이지만 북한은 자주적인 정권이라 생각한다” 등의 진술을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그러나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그가 가진 이념이 ‘종북’이냐 아니냐의 문제를 넘어 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쟁점은 그가 한 행동이 개인 일탈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그를 뒤에서 조종하는 세력이 있는지에 맞춰져 있다. 대한민국에서는 이를 두고 긴장감 넘치는 설전이 오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재 보도되고 있는 김씨의 기이한 언행을 근거로 ‘극단적 민족주의자의 돌출행동’이라 규정한다. 현재 김씨는 “김일성을 존경하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종북은 아니다”고 말하는가 하면 리퍼트 대사의 목을 향해 칼을 휘두른 바로 다음날 웃으면서 대사의 빠른 쾌유를 바란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그는 7차례나 북한을 다녀온 사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북을 한 적이 없다”고 진술하는 등 갈지자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김씨를 두고 리퍼트 대사의 치료 전반을 책임졌던 인요한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센터장은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김씨가) 정신과적인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이번 사건이 김씨의 ‘개인적 일탈’에 의해 발생했을 확률이 높음을 시사했다.

종북숙주
새정치연합

반면 보수 측은 이번 사태를 종북세력을 완전히 뿌리 뽑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종택 <뉴스타운> 객원논설위원은 ‘종북 수사에는 성역이 있을 수 없다!’라는 제하의 글에서 소위 종북세력에 대해 ‘숟가락으로 밥 먹고 두 발로 걸어 다니니까 사람일 뿐 도무지 사람이라 할 수 없는 인간이다’라며 ‘이번 미국대사 테러사건을 계기로 종북세력을 말끔히 소탕하고 국민 혈세만 빨아먹는 흡혈귀단체들도 싹 다 정리해 버리자!’고 강력 주장했다.

지난 10일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는 보수단체 회원 3000여명이 모여 ‘반국가 종북세력 대척결 국민대회’를 열고 종북세력 척결을 촉구했다. 그들은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의 길로 가려면 남남갈등을 부추기는 종북주의자들을 모조리 쓸어 북으로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당 “종북숙주에 대한 참회록 쓸 때”
야당 “종북 올가미 덧씌우려는 속셈”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현재 국회에서 보여주는 모습을 보면 시민들 간의 이러한 이념적 대립이 오히려 순수해 보일 정도다’라고 말한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여야 모두 이번 사건을 발판 삼아 4.29재보선은 물론이고 내년 총선까지 가져가려 하고 있다. 치열한 동상이몽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서로 간에 원색적 ‘헐뜯기’부터 시작했다. 새누리당은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을 향해 ‘종북숙주’라고 칭했다.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은 현안관련 브리핑에서 “(야당은) ‘종북몰이’ 운운하며 역색깔론을 펼칠 때가 아니다”며 “지금은 새정치연합이 종북숙주에 대한 참회록을 쓸 때다”라고 자성의 목소리를 촉구했다. 즉 새누리당은 김기종의 ‘배후세력’으로 새정치연합을 지목한 것이다.


당 지도부도 이에 합세했다. 김무성 대표는 리퍼트 대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번 사건은 종북좌파들이 한미동맹을 깨려는 시도였지만 오히려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확인하고 더 결속시키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한 정치평론가는 김 대표의 발언을 두고 “종북좌파를 명확히 언급함으로써 논쟁의 포커스가 흐트러지는 것을 미연에 방지”한 것이라 평했다.

서청원 최고위원도 회의자리에서 “종북세력에 대한 관리를 사법당국이 철저히 해야 하고, 강력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며 “어느 정치권이 뭐라고 하든 이번에 배후를 철저히 가려내 이런 세력이 이 땅에 더 존재하지 않는 단호한 대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새누리당의 이러한 움직임으로 인해 불투명하던 4·29재보선 향방이 유리한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전망한다. 만약 사태가 오래 지속된다면 내년 총선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계속적인 종북전략을 펼칠 것이라 내다봤다.

한편 새정치연합은 이런 새누리당을 두고 종북몰이라 주장하고 있다. 서영교 원내대변인은 사건 직후 ‘새누리당은 비겁한 정치 행태 즉각 중단하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여당 대변인이 오늘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을 종북숙주라고 공격했다”며 “김기종의 과거행적을 들먹이며 야당을 걸고 넘어가고 있지만 어떻게 해서든 야당에게 종북올가미를 씌워보려는 그 속셈이 너무도 뻔해 일일이 대꾸할 가치조차 없다”고 주장했다. 정치평론가는 서 대변인의 이러한 발언은 “이번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현함과 동시에 개인의 일탈행동으로 규정짓는 것”이라고 봤다.


사태가 누그러들지 않자 새정치연합은 새누리당의 이군현 사무총장, 박대출 대변인, 김진태 의원, 하태경 의원, 심재철 의원에 대해서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의 책임을 묻기 위해 법적으로 대응할 것임을 밝혔다. 이들은 모두 직간접적으로 새정치연합을 종북세력의 배후로 지목한 인사들이다.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빠르게 선 긋기에 나섰다. 유은혜 대변인은 사건 직후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김씨는) 성균관대 법대 80학번으로 잘 아는 선배”라며 “워낙 개인적 돌출행동을 반복적으로 많이 했다”고 밝혔다. 유 대변인은 성균관대 81학번으로 80학번인 김씨의 대학 후배다.

이어서 유 대변인은 김씨를 ‘극단적 민족주의자’로 명명했다. 또한 기자간담회 배경에 대해서는 “개인적 범죄행위가 불필요한 이념논쟁으로 번지거나 조직적 연계 가능성 등에 대한 오해가 생길까 봐 정보 차원에서 개인의 삶을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종북몰이
새누리당

새정치연합 문 대표는 “미국 측에서도 이번 사건을 차분하게 바라보고 논평을 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을 마치 종북세력에 의한 것으로 정치에 악용하려 한다면 오히려 한미 양국관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리퍼트 대사가 어제 퇴원하면서 한국말로 ‘동네 아저씨로 남겠다. 같이 갑시다’라고 인사하는 것을 보며 성숙한 미국의 대응을 봤다”며 “이와 반대로 우리는 무모하게 종북몰이를 하며 사실상 국익을 해치는 것에 심각히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로 가장 큰 수혜를 본 것은 박근혜 대통령과 현정부라고 평가하고 있다. 세월호 이후 지속적으로 떨어지던 지지율(국정수행 긍정평가)에서 반전에 성공한 것이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9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박 대통령 지지율은 일주일 전 대비 4.0%포인트가 반등한 39.3%로 집계됐다. 이에 대해 리얼미터는 “중동 순방과 주한 미국대사 피습사건을 둘러싼 종북 논란으로 보수층이 결집하며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40%에 근접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야 ‘법적 대응’ 여 ‘부끄럽다’ 소송전 예고
박근혜 제부 ‘석고대죄’ 단식 “과하다”

사건 이후에 나온 북한의 반응도 지지율 반등에 한몫했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이하 조평통)는 지난 8일 “남측이 고의로 리퍼트 대사를 습격한 김기종씨를 북한과 연계시키고 있다”며 “전쟁 책동을 반대하는 행동이 테러라면 안중근 의거도 테러라고 해야 하는가”며 억지 논리를 펼쳤다. 한 북한전문가는 “안중근 의사와 김씨를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북한의 백마비마적 논리에 대한민국 국민들은 분노했고 결국 반작용으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박 대통령의 제부까지 이번 사태에 뛰어들었다. 공화당 신동욱 총재는 리퍼트 대사가 입원한 신촌세브란스 병원 앞에서 때 아닌 단식에 들어갔다. 그는 ‘석고대죄’란 글귀와 함께 단식을 시작했다.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석고대죄는 예부터 왕실에서만 했다”며 “일반인이 하는 것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위이자 현 대통령의 제부가 곡기를 끊고 길가에서 밤을 새면 미국 사람들이 얼마나 감동하겠느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그는 자신의 단식을 분명한 ‘정치활동’이라 알렸다.

이러한 신 총재의 기행에 사회 각층 인사들은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역사학자 전우용씨는 개인 SNS를 통해 “조선시대에도 중국 사신 앞에서 석고대죄한 신하는 없었다”고 잘못을 지적했다. 진중권 교수는 “꿈에서나 볼법한 어이없는 상황”이라 일축했다. 국민들의 시선 또한 차갑기는 마찬가지였다.


‘미 대사 피습사건’ 수사본부는 김씨가 리퍼트 대사에게 흉기를 휘두른 것은 국내 종북세력이나 이적단체 등과 연계되지 않은 단독 범행인 것으로 잠정 결론냈다. 수사관계자는 “김씨는 대단한 위인이 아니다. 그 사람이 무슨 대단한 위인이라고 북한의 지령을 받거나 국내 이적단체나 종북단체에 배후세력이 있겠느냐”며 “현재까지는 김씨 개인의 단독범행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신동욱 총재
석고대죄 단식

사건 당일 당사국인 대한민국과 미국의 반응은 여야의 반응만큼이나 극명하게 엇갈렸다. 당시 박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와 평화를 추구하는 우리나라에서 백주대낮에 미국대사가 테러를 당했다는 것은 우리 정부와 국민에게 충격적이고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말했다. 즉 이번 사건을 조직적인 테러로 규정한다는 말이었다.

반면 미국 측은 테러라는 용어 대신 공격이나 폭력행위라는 표현을 일관되게 사용했다. 마리 하프 미 국무부 대변인은 “끔찍한 폭력행위였던 것은 확실”하다면서도 “범행동기나 당시 상황을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더 구체적으로 규정하지는 않겠다”고 못 박았다.

리퍼트 대사는 수술 후 여야 지도부와의 만남에서 “이번 사건이 양국관계를 손상시키는 게 아니라 오히려 다지는 데 도움이 되도록 여당과 야당 모두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희망과는 달리 현재 정치권은 서로 소송 전에 들어갈 것으로 관측되는 등 진흙탕 싸움을 예견하고 있다.

과연 이러한 상황에서 제대로 된 수사가 가능할지, 이번 기회에 ‘종북’이란 단어를 뿌리 뽑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태경 "김기종 변호인이 더한 종북"

‘종북’에 대한 논란은 이제 김씨의 담당 변호인인 황상현 변호사에게까지 번진 상황이다. 황 변호사는 김씨를 두고 “예전에 분신을 해 수전증이 있고 손가락도 틀어져 있어 사실상 살해할 능력은 안되고, 치밀하게 준비한 것도 아니다”고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JTBC <뉴스룸>에 출연해 황 변호사를 두고 “김씨보다 더 한 종북사상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 의원실에서는 보도자료를 통해 황 변호사를 더한 종북으로 주장하는 근거가 있음을 알렸다. 자료를 살펴보면 한 포탈사이트에서 황 변호사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 4개의 글을 볼 수 있다.

문제의 글은 모두 특정사이트에 개제된 것으로써 2011년에 집중적으로 작성됐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북지도자의 서거에 조의를 표하며’라는 제하의 글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현지지도행 열차에서 지병으로 갑자기 서거하였다. (중략) 내년은 강성대국 원년의 해로 선포하고 경공업발전에 박차를 가하면서 북미대결의 종지부를 찍는 마당이었는데…”라고 적혀있다.

‘황장엽, 북한 핵융합 성공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 대해서는 해당 사이트에 링크를 걸며 ‘뒤늦게 찾은 뉴스다. 그렇다면 판은 끝났다고 봐야지. 음~~~’이라며 의미심장한 댓글을 달았다.

문제의 사이트는 현재 비공개카페로 전환돼 열람이 불가능한 상태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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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