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회고록 VS MB 관전록 전격비교

"자뻑하다간 쌍피 대신 쌍코피 터진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자서전은 수치스러운 점을 밝힐 때만이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스스로 칭찬하는 사람은 십중팔구 거짓말을 하고 있다.’ 조지 오웰(1903 ~ 1950, 영국작가)의 이 말처럼 자화자찬은 스스로를 돌아보는 이의 자세로써 부적절하다. 회고록도 마찬가지다. 단지 글을 전개하는 방식이 기억의 흐름을 쫓아서냐 아니면 사건을 통해서냐의 차이일 뿐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현재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자화자찬 회고록’으로 당혹스러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쓴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알에이치코리아)은 숱한 화제 속에 예정 출간일보다 3일이나 앞선 지난달 30일에 판매가 시작됐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완전히 다른 방향에서 바라보는 <MB의 비용>(알마출판사)이 2월3일 출판됐다.

두 책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해 완벽히 다른 시각에서 접근한다는 점에서, 하물며 비슷한 시기에 출판됐다는 점에서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과연 누가 더 진실을 얘기하고 있는지 항목별로 내용을 들여다보자.

자찬 대 자뻑
자원 외교

결론부터 얘기하면 둘은 하나의 사업에 대해 완전히 다른 평가를 내리고 있다. <대통령의 시간>에서는 자원외교에 대해 “성과가 10년에서 30년에 거쳐 나타나는 장기적인 사업이다”라며 “퇴임한 지 2년도 안된 상황에서 자원외교를 평가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는 격’이라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즉 자원외교의 성패에 대해 지금 논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는 말이다.

그 어리석은 생각이 <MB의 비용>에 실려 있다. 자원외교 부분을 저술한 고기영 한신대학교 교수는 책의 도입부에서 “어떻게 해서 이런 엉터리 투자가 가능했는지 낱낱이 밝혀야 한다”며 “지금 손쓰지 않으면 손실은 눈덩이처럼 부풀어 올라 나중에는 감당할 수 없게 된다. 지금 당장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고 말했다. 나중에 평가하라는 이 전 대통령과는 완전히 상반되는 생각이다.

이어서 고 교수는 “자원외교로 에너지 공기업 3사에 생긴 빚이 42조원에 이른다”며 “이는 2015년도 국방·외교·통일 예산을 합한 것보다 높은 액수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중요한 것은 최근 문제된 캐나다 하베스트 에너지, 맥시코 볼레오 구리광산처럼 빚낸 돈을 모두 날릴 만한 건이 허다하다는 것이다”라고 현 상황을 우려했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은 “우리 정부 시절 공기업이 해외 자원에 투자한 26조원(242억달러) 중 4조원(36억달러)은 이미 회수됐으며, 2014년 12월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의하면 미래의 이자비용까지 감안한 현재가치로 환산된 향후 회수 예상액은 26조원에 달한다”고 밝혀 손해 보는 사업이 아님을 강조했다.

또한 “총 회수 전망액이 30조원으로 투자 대비 총 회수율은 114.8%에 이르러 전임(노무현)정부 시절 투자된 해외자원사업의 총회수율 102.7%보다도 12.1%포인트가 높은 수준이다”라는 것이 이 전 대통령 측의 주장이다.

전국 서점에 때아닌 MB열풍 몰아쳐
자원외교·4대강 사업 자화자찬 일색

그러나 <MB의 비용>에서는 다르게 분석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대표적인 여섯 건의 해외자원개발 과정을 면밀하게 분석한 결과 최대 10조원의 손해액을 도출해낸다. 특히 이 사업들은 잘하려고 하다가 투자에 실패했다기보다는 겉보기 성과를 위해 절차를 무시해가며 사업을 추진했다는 데 큰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관점의 차이인 것일까. 이 전 대통령은 책에서 “오랫동안 유전개발을 해온 서구 선진국들도 많은 검토 끝에 시추해서 기름이 나올 확률은 20%에 불과하다”면서 “실패한 업만을 꼬집어 단기적인 평가를 통해 책임을 묻는다면 아무도 그 일을 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고 지적해 투자한 금액보다 그 이면의 의미를 잘 봐야 한다는 듯한 발언을 한다.

이 전 대통령은 현재 자원외교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에 대해서는 “해외자원개발 과정에서 비리가 있다면 철저히 조사하여 관련자를 엄벌하면 된다”면서 “그러나 이런 문제를 침소봉대해 자원외교나 해외자원개발 자체를 죄악시하거나 하지 못하게 막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에너지와 자원 확보는 미래의 생존과도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비판한다.

한편 이 전 대통령이 책임을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이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해외자원개발의 총괄지휘는 국무총리실에서 맡았다. 초대 국무총리로 한승수 총리를 임명한 것은 그 같은 이유였다”면서 “국내외의 복잡한 현안에 대해서는 내가 담당하고, 해외자원외교 부문을 한 총리가 힘을 쏟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고 강조해 논란이 되고 있다.

성공 대 사기
4대강사업

<대통령의 시간>에서는 4대강 추진 배경과 경과 등의 내용이 35쪽에 걸쳐 요약돼 있다. 책 전체 분량이 798쪽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적지 않은 분량이다. 책에서 4대강사업에 관한 얘기는 이 전 대통령이 ‘한반도대운하 건설’을 회상하면서 시작된다.

현대건설 재직 시절 유럽 운하를 보고 처음 한반도대운하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반도대운하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 직후 불거진 광우병 파동 탓에 백지화 됐고 대신 하천정비사업으로 목적을 바꾸는가 하면, 이름도 ‘4대강 살리기 사업’(이하 4대강사업)으로 변경했다는 것이다.

<MB의 비용>에서 4대강사업에 대해 저술한 박창근 가톨릭관동대학교 교수는 서두에서 “4대강사업의 진실은 일시적으로 물속에 잠겨 있을지 몰라도 엄연히 숨 쉬고 있다”며 “비싼 수업료를 지불하고 우리 국민들은 ‘오래된 상식’을 확인했다. 어서 그들의 몰상식을 백일하에 드러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교수는 “(2013년 위장된 대운하사업으로 드러난 감사결과에 따르면) 이명박정부가 22조원의 국민세금으로 추진했던 4대강사업은 단군 이래 최대의 대국민 사기극이었다는 뜻이다”고 지적했다.

한편 투자된 22조원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은 적극 해명했다. 책에서 그는 “2009년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확정한 4대강사업 예산은 15조3000억원인데, 일각에서 22조2000억원으로 부풀려 비판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는 농림수산식품부와 환경부가 계속 사업으로 진행해온 6조9000억원 예산이 포함된 금액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2013년 3월 감사원이 ‘4대강사업은 대운하를 만들기 위한 의도’라고 감사 결과를 밝힌 데 대해서는 정면 반박했다. 이 전 대통령은 “사업의 입찰 시공 과정의 부정이나 불법행위가 있었는지 파악해야 할 감사원이 대운하 위장설을 발표하는 행위는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았다”며 “감사원의 비전문가들이 단기간에 판단해 결론을 내릴 문제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국민들이 회고록에 대해 가장 불편하게 느끼는 부분은 4대강사업에 대한 자평이다. 이 전 대통령은 4대강사업이 2008년 금융위기 극복에 도움이 됐다는 주장은 물론 2012년 홍수를 예방하는 등 다방면에서 성과가 좋은 사업이라는 것이다.

녹조 발생에 관해선 "4대강사업을 시행한 남한강은 녹조가 없었던 반면 공사를 안 한 북한강과 서울 한강 본류에 극심한 녹조가 나타났다"며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는데도 4대강 공사로 인해 녹조가 발생했다는 주장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오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MB의 비용>에서는 “(4대강사업이 준공될 무렵인) 2012년부터 낙동강에 녹조가 발생한 이후 내리 3년째다”며 “하천이 녹조가 썩어가고 있고 물에서 시궁창 냄새가 진동하고 있음에도 부산과 대구시민, 그리고 경남북도민 약 1300만명은 그 물을 식수로 사용하고 있다”고 사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국격 대 전시
원전 수주

홍수가 예방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하천법에 따라 국가하천, 지방하천으로 나눠 “(국가하천은) 3000km 길이의 국가하천 중 홍수예방을 위한 4대강사업의 준설구간은 686km에 지나지 않는다”며 “문제는 준설구간이 21세기 들어 홍수로 인한 범람 피해가 크게 발생하지 않는 구간이라는 점이다”고 밝혔다. 이어서 지방하천에 대해서는 “4대강사업으로 홍수 위험이 더 커졌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 전 대통령은 “4대강사업은 ‘그린 뉴딜(Green New Deal)’이라 불리면서 국제사회에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고 자평했다. 그는 지난 2011년 10월 미국을 국빈 방문해 가진 오바마 대통령과의 비공식 만찬에서 “식사 도중에 오바마는 세계 금융위기를 맞아 한국이 즉각 4대강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면서 어떻게 그렇게 신속하고 효율적인 재정 투자에 나설 수 있었는지 물었다”고 소개했다.

사회 각계각층에서는 너무 후한 자평에 비판의 목소리가 속출했다. 이준구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달 30일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4대강사업으로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했다라고 밝힌 것에 대해 “개가 웃을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망국적인 4대강사업의 주동자 MB가 회고록인가 뭔가에서 이런 망언을 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우선 우리나라가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제일 먼저 빠져 나왔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허풍이다”라며 “길 가던 분견(糞犬)이 이 말 듣고 가가대소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라고 말했다.

자원외교를 펼치기 위해 아랍에미리트(이하 UAE)를 세 차례 방문해 석유광구개발권을 따냈다는 부분에서 원전을 수주했다는 내용도 함께 담겨 있다.

책에 따르면 “2009년 12월27일, 칼리파 UAE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고 말하며 원전 수주가 결정된 순간에 대해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던 UAE 원전 수주가 마침내 결실을 맺은 것이다. 이로써 한국은 미국, 일본, 프랑스와 함께 세계 4대 원전 수출국이 됐다”고 자축했다.

그러한 원전에 대해 <MB의 비용>에서 ‘무너진 원전 안전의 신화’를 저술한 김학진 충남대학교 교수는 “원자력발전소는 아주 서서히 작동하는 원자폭탄으로 안전 문제는 어떤 상황에서나 최우선 과제다”며 “한국에서 사고 원전을 중심으로 반지름 100km 지역에 아무도 살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한국 사회 전체가 유지되기 힘들 것이다”고 경고했다.

같은 사건 두고 ‘자가당착 일색’ 혹평
남기고 싶은 5년 VS 잃어버린 5년

이어서 김 교수는 UAE 원전 수주를 ‘전시 행정의 끝판 왕’으로 칭하며 “총 수주 금액이 43조원에 달하는 UAE 원전 수주 사업은 밑지는 덤핑이라는 주장이 수주 성공 보도 후 바로 제기됐다”며 “그후에도 수주 욕심에 덤핑으로 낙찰받았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어서 미국의 GE 컨소시엄은 1Kw당 생산단가가 한국보다 82%나 높은 가격이며 그 차이를 금액으로 따지면 328억달러, 즉 35조원이 넘는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대통령의 시간>에는 민감한 사안이 실려 있다. 바로 대북 문제다. 이 전 대통령은 재임기간 중 각국의 정상들과 만난 외교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 북한과의 대화 내용도 공개했다. 그 속에는 북한이 다양한 채널로 먼저 남북 정상회담을 요구하면서 우리 측에 그 대가로 대규모 경제지원 등을 요구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북한이 남북정상회담 및 천안함 폭침에 대한 사과의 대가로 쌀 50만톤 제공을 요구했다고 밝힌 것이다. 자신들의 행적이 남한 대통령의 회고록에 기재됐기 때문에 북한 측의 반응에 이목이 집중됐다.

실제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4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에 대해 반응을 보였다. <노동신문>은 이날 ‘뭇매 맞은 정치무능아’라는 제목의 단평에서 “(이 전 대통령이) 회고록을 쓴다는 것도 가관이지만 자기 치적을 광고하려고 염치없이 놀다가 동네북 신세가 된 것은 더욱 꼴불견”이라고 비아냥거렸다. 그러나 문제의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아 의아함을 자아냈다.

<MB의 비용>에서는 북한 문제 부분을 2부 ‘실정’에서 다룬다. 1부에서는 경제적 비용에 주목했다면 2부에서는 이 전 대통령이 재임당시 얼마만큼 낭비적인 움직임을 보여줬는지를 대담 형식으로 구성해 보여준다. 대담자로 나선 김연철·정세현은 남북관계를 잃어버린 5년이라 칭하며 이 전 대통령과 그 측근들의 현실성 떨어지는 외교·안보의식에 대해 비판했다.

김연철 인제대학교 교수는 이명박정부의 남북관에 대해 “시각 자체가 외교적 필요성의 측면보다는 이념에 기반한 측면이 매우 강하다”며 “그러다보니 대북정책을 이분법적으로 평가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이명박정부 시절 청와대 근무 인사 중 일부는 남북관계 개선을 안 해도 좋다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했다”며 “이산가족 상봉 문제가 중요하다고 지적했을 때도 이명박정부는 이산가족 안 만나도 상관없다는 식의 시각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정세현 김대중평화센터 부이사장은 “보수정권인 이명박정부는 남북관계 중단하더라도 지지세력 결집을 통해 5년 동안 힘 있게 권력을 행사하자는 계산이 있었다고 본다”라고 생각을 말했다.

이념 대 손실
대북 관계

즉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북한의 부당한 요구와 도발로 대북 제재를 했다기 보다 정치적 이념 차이로 관계를 단절할 의사가 이미 있었고 마침 그때 발생한 천안함 사건이 남북관계를 끊고 싶었던 이명박정부에게 좋은 구실로 이용당한 셈이라는 것이다.

<MB의 비용>은 결국 잘못된 대북관계가 현재 박근혜정부에까지 영향을 미쳐 상황을 어렵게 만들고 있으며 이 전 대통령의 집권기인 2008년부터 2013년까지의 잃어버린 5년으로 인해 현재 더 많은 유무형의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MB의 비용>은 “어떻게 그렇게 단시간에 나라를 망가뜨릴 수 있었을까?”라고 독자에게 질문한다. <대통령의 시간>은 “새로운 미래를 위해 우리(이 전 대통령과 함께한 참모들)는 쉬지 않고 달렸다”고 주장한다.

이 전 대통령은 “기억이 용탈돼 희미해지기 전에 대통령과 참모들이 생각하고 일한 기록을 가급적 생생하게 남기고 싶었다”고 그 소회를 밝혔다. 그러나 <MB의 비용> 저자들은 그 5년을 잊고 싶다며, 또는 잃어버린 시간이라고 말한다.

누구의 말이 더 공감 가는지는 현명한 국민이 판단할 일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MB ‘측근 입단속’
“회고록 관련 논란 발언 자제하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회고록을 둘러싸고 공방이 끊이지 않자 측근들에게 발언을 조심하라고 지시했다.

집필을 총괄한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지난 1일 밝힌 내용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이 참모진과 회의를 열어 “논쟁을 일으키자는 게 본래의 취지가 아니다”라며 “논란이 될 발언을 자제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김 전 수석은 “물론 외부에서 계속 이명박정부에 대해 근거 없는 비판이 제기되는 데도 입을 다무는 것은 맞지 않아 어느 수준에서 대응은 할 것이다”면서도 “그러나 선도해서 말을 함으로써 논쟁을 일으키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또한 “원래 의도와 다르게 전·현정부의 갈등 양상으로 비치는 것은 국민에게 할 도리가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이 전 대통령은 회고록을 탈고한 후 가족들과 외국으로 나갔다가 지난달 30일 귀국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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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