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겨울별미 특집 ③거제-외포 대구탕

알 꽉 찬 대구 “겨울철 귀족 납시오”

 ‘눈 본 대구 비 본 청어’라는 속담을 아는 미식가들은 겨울이면 거제 외포리로 모여든다. 찬바람이 부는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대구 산란기고, 이때 잡히는 대구가 가장 맛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외포리는 대구 산란기에도 조업과 위판이 허용되는 유일한 곳이다.

큰 입, 부리부리한 눈, 얼룩덜룩한 무늬
입 호사시키고, 풍경으로 눈 행복하게

경남 거제 동부 해안가에 위치한 외포리는 전국 대구 물량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집산지다. 부산 가덕도와 거제도로 둘러싸인 진해만이 대표적인 대구어장이다. 진해만에서 부화한 새끼대구가 찬 바닷물을 따라 멀리 베링해까지 나갔다가, 성어가 되어 산란하러 돌아오기에 겨울철 거제도는 대구가 풍년이다.
한때 지나친 어획으로 대구가 잡히지 않은 적도 있었다. 대구 한 마리 값이 쌀 한 가마니를 호가하기도 했다. 멸종 위기에 몰린 대구를 살리기 위해 인공수정으로 방류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대구가 거제 앞바다로 돌아왔다.
요즘 대구잡이 배는 매일 새벽 물때에 맞춰 바다로 나간다. 어장에 설치한 그물을 걷어 올리기 위해서다. 대구잡이에는 통발 모양 호망을 사용한다. 호망은 길그물과 포위망, 그리고 끝에 원추형 통그물이 붙어 있다. 야행성인 대구를 잡기 위해서는 하룻밤 이상 바다에 그물을 설치해 두어야 한다. 대구가 밤에 활동을 하다 그물에 걸리기 때문이다. 그물에 꿰이는 것이 아니라 단지처럼 생긴 망에 가둬지므로 60~70cm 대구가 산 채로 올라오는 경우가 많다. 산란기여서 암컷은 배가 터질 듯 알을 품고 있다.

새벽 조업이 끝난 대구잡이 배는 외포에 모여 대구를 내려놓는다. 크고 위협적인 입, 부리부리한 눈, 얼룩덜룩한 무늬가 위풍당당해보이는 대구는 오전 10시부터 외포 어판장에서 경매에 부쳐진다. 경매사는 랩을 하듯 빠르게 말하고, 중개인들은 연신 수신호를 한다. 매일 낙찰가에 따라 값이 달라지지만, 겨울철 대구는 귀한 대접을 받는다.
대구잡이 배가 모이고 경매가 열리다 보니, 외포에는 살아 있는 대구로 요리하는 음식점이 많다. 먹자골목이나 대구탕거리라는 이름이 다소 어색하지만, 포구를 따라 식당 10여 곳이 늘어섰다. 메뉴는 대구탕, 대구찜, 대구회가 대표적이다.
추운 겨울에는 신선한 대구로 끓인 탕이 으뜸이다. 맑게 끓인 대구탕은 뽀얀 국물이 구수하면서도 진한 맛을 낸다. 진하고 약간 기름진데, 느끼하지 않고 개운하다. 아침 해장국으로 이만한 음식이 없다.

약간 기름지지만 느끼하지 않고 개운

거제에서는 대구 대가리로 낸 국물에 대구, 모자반, 무를 넣고 끓이다가 다진 마늘과 생강, 파를 넣고 한소끔 더 끓인다. 간은 소금으로 한다. 대구 대가리를 삶는 것은 구수한 맛을 더하기 위함이다. 대구를 끓는 물에 데치면 비린내가 적고, 살도 풀어지지 않는다.


대구찜은 조금 특별하다. 고춧가루로 매콤하게 맛을 내는 것은 다른 지역의 조리법과 같지만, 거제에서는 생대구 살이 부서지지 않게 김치에 싸서 찐다. 하얀 대구 살의 담백함과 김치의 신맛이 어우러져 맛있다.
생대구회는 산지이기에 맛볼 수 있는 음식이다. 겨울철에 대구가 잡히는 지역에서나 접할 수 있는 귀한 음식이지만, 생대구회의 식감은 질기면서 물컹하다. 대구 살에 수분이 많고 기름기가 거의 없어서 맛도 밍밍하다. 그래서 어민들은 생대구회보다 살짝 말린 대구회가 맛있다고 한다. 아가미와 내장을 정리하고 통째로 바닷가에서 3~5일 말리면 수분이 증발되어 더욱 차지고 감칠맛이 난다.

아침 해장국으로 일품, 뽀얀 대구탕
담백함·신맛 어우러진 특별한 대구찜

대구가 여행객의 입을 호사시켰다면, 거제도의 아름다운 풍경은 눈을 행복하게 만든다. 장승포에서 배로 20분이면 도착하는 지심도는 이맘때 동백이 한창이다. 짙푸른 잎사귀와 붉은 꽃잎, 샛노란 수술이 선명하게 대비되는 정열적이고 강렬한 동백이 산책로에 뚝뚝 몸을 떨군다. 해안절벽과 일제강점기에 일본군이 만든 포진지, 탄약고 등도 볼거리다.
바람과 함께 추억을 만들기에는 신선대와 바람의 언덕이 제격이다. 해금강 가는 갈곶리 도로 왼편에 바람의 언덕, 오른편에 신선대가 자리한다. 바람의 언덕은 바다와 풍차가 어우러진 이국적인 경치가 매력이다. 신선대는 신선이 내려와 풍류를 즐길 만한 넓은 바위다. 바다를 향해 서서 영화 <타이타닉>의 한 장면처럼 두 팔 벌려 포즈를 잡고 싶어지는 풍경이다.

돌고래 천국 거제씨월드

색다른 볼거리를 찾는다면 거제씨월드가 제격이다. 큰돌고래 16마리, 흰돌고래 4마리가 쇼를 펼치는 국내 최대의 돌고래 체험 파크다. 점프하고 춤추는 돌고래 쇼가 평일 2회, 주말 3회에 걸쳐 20분간 펼쳐진다. 물속을 걸으며 돌고래와 교감하는 시 트렉도 경험할 수 있다. 돌고래를 직접 만질 기회도 있다.

거제도의 황홀한 일출과 일몰을 감상할 수 있는 장소로는 거가대교가 제격이다. 어스름한 새벽 장목면과 부산 가덕도를 연결한 사장교(4.5km)를 배경으로 떠오르는 일출은 자연의 위대함과 인간의 기술력이 더해진 합작품이다.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면 거가대교에 오색등이 켜지면서 다리의 불빛이 바다에 반사되어 밤을 밝힌다. 다리 위를 지나는 자동차의 불빛이 노란 줄처럼 이어지며 멋을 더한다. 거가대교는 사장교와 수심 48m의 침매터널(3.7km)로 구성되며 거제도와 부산의 거리를 40분대로 줄였다.
‘바다의 금강산’이라는 해금강도 일출을 보기 좋은 장소다. 사자바위가 위용을 드러내는 바다의 수평선 위로 붉은 얼굴을 드러내는 태양이 장관을 이룬다.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지심도→장승포항→거제씨월드→외포 대구탕거리→거가대교

1박 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 바람의 언덕→신선대→거제씨월드→거가대교
둘째 날 : 지심도→장승포항→외포 대구탕거리

관련 웹사이트 주소
· 거제문화관광 http://tour.geoje.go.kr
· 지심도 www.jisimdoro.com
· 거제씨월드 www.geojeseaworld.com

문의 전화
· 지심도 055-681-6007
· 거제씨월드 055-682-0330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거제(고현) :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하루 28회(06:40~24:00) 운행, 약 4시간20분 소요.
* 문의 : 서울남부터미널 02-521-8550
           전국시외버스통합예약안내서비스 www.busterminal.or.kr
           고현시외버스터미널 1688-5003

자가운전 정보
대전통영고속도로→통영 IC→남해안대로 거제 방향→신거제대교→거제대로→고현→거제대로→외포교차로→외포 대구탕거리

숙박 정보
· 라이트하우스호텔 : 거제시 장승포로, 055-681-6363, www.geojelighthouse.com (굿스테이)
· 베니키아호텔거제 : 거제시 성산로, 055-991-1000, www.benikeahotel.kr (베니키아)
· 애드미럴호텔 : 거제시 서간도길, 055-687-3761
· 하늘테라스펜션 : 장목면 옥포대첩로, 055-638-3578
· 모네의 정원 : 장목면 유호4길, 055)635-1164, 010-3765-8300, www.mone-garden.com

식당 정보
· 외포효진횟집 : 대구탕, 장목면 외포5길, 055-635-6340, www.055-635-6340.mbiz114.com
· 양지바위횟집 : 대구탕, 장목면 외포5길, 055-635-4327
· 외포등대횟집 : 꽃게장, 장목면 외포5길, 055-636-6426
· 항만식당 : 해물뚝배기, 거제시 장승포로7길, 055-682-4369

주변 볼거리
거제맹종죽테마공원, 외도보타니아, 해금강, 거제포로수용소유적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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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