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가 있는 한옥 ③강원도 영월

따뜻한 온기가 담긴 추억의 옛집

한옥 여행은 따뜻해야 제격이다. 아침이면 창호 문 너머 따사로운 햇볕이 깃들어야 하고, 시린 웃풍이 불더라도 아랫목은 뜨끈한 게 좋다. 주인장 인심 역시 툇마루에 내려앉은 햇살처럼 따뜻해야 정감이 간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한옥 종부의 목소리가 푸근할 때 발걸음이 동하고, 은근슬쩍 내준 고구마 몇 개, 차 한잔에도 여행자들은 깊게 감명받는다. 겨울의 문턱에서 한옥 여행을 꿈꾸는 것은 그런 따뜻함에 대한 추억과 동경 때문이다.

옛것과 새것의 적절한 조화 ‘주천고택 조견당’
전통 시골집의 정서가 남아있는 우구정한옥

강원도 영월에는 가볼 만한 전통 한옥이 두 곳 있다. 주천면의 조견당(김종길가옥)과 남면의 우구정가옥이다. 100년 세월을 뛰어넘은 두 옛집은 서로 다른 개성으로 한옥 여행을 부추긴다. 남부 지방에 내로라하는 고택들이 유명세를 타지만, 이들 한옥은 추운 강원도에서 꼿꼿한 자태를 지키기에 가치가 더욱 새삼스럽다.
주천고택 조견당은 옛것과 새것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 한옥이다. 느티나무 고목 아래 안채는 1827년에 상량했으니 그 세월이 200년 가까이 된다. 안채 대청마루의 천장을 떠받친 웅장한 대들보만 봐도 당시의 위세를 짐작할 수 있다. 대들보 목재의 수령만 800년쯤 된다고 하니 가옥에 1000년 세월의 깊이가 담긴 셈이다.

추운 강원도
꼿꼿한 자태

조견당은 한때 99칸이 넘는 규모로 중부 지방 양반집을 대표하는 전통 가옥이었다. 한국전쟁 등을 거치며 나머지 가옥은 대부분 손실되고, 현재는 안채만 남아 있다. 조견당은 강원도 문화재자료 71호에 등재되었으며, 김종길가옥으로도 불린다.
기품이 묻어나는 안채를 살펴보면 여러 가지 이야깃거리가 쏟아진다. 안채의 동·서·남쪽 지붕 아래에는 해, 달, 별이 조형되었다. 동쪽 벽은 다섯 가지(흑·백·황·적·청) 색깔의 돌로 꾸며졌는데, 이는 조견당에 우주의 원리와 음양오행의 정신이 담겨 있음을 뜻한다. 안채 옆의 커다란 너럭바위는 하인들의 규율을 잡는 터로 쓰였다고 한다.
조견당의 장점은 한옥에서 하룻밤 묵는 데 그치지 않고 종부가 들려주는 고택의 사연을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채 외벽에 새겨진 문양과 집의 역사에 관한 얘기를 듣다 보면 고택에서 머무는 하룻밤이 더욱 잔잔하게 새겨진다. 이외에도 종부와 함께하는 다도 체험 같은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주인장이 아홉 번 덖어 달인 맨드라미차를 꼭 맛보자.
조견당 안채가 옛 모습을 간직했다면, 사랑채는 새롭게 단장해 깔끔하다. 나무의 특성을 살린 내부 장식 또한 정갈하다. 사랑채는 안사랑과 바깥사랑으로 나뉜다. 안사랑은 통유리 너머로 안채와 마당이 보여 풍취가 뛰어나며, 바깥사랑은 차 한잔 마시거나 책을 읽을 수 있는 실내 공간과 연결된다. 

투숙할 수 있는 방은 모두 아홉 채로, 안채에서 묵으면 장작불을 이용한 구들 체험이 가능하다. 하룻밤 숙박비는 8만원에서 30만원 선까지 다양하다. 조견당 밖으로 나서면 주천 읍내와 주천강이 걸어서 닿는 거리다.
남면의 우구정한옥은 전통 시골집의 정서가 남아 있는 한옥이다. 100년이 넘은 한옥은 큰 자리바꿈 없이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장작을 때는 아궁이며, 그 위에 가마솥까지 어릴 적 시골 할머니 댁에 놀러 온 듯 푸근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집 밖으로 배추밭이 펼쳐지고, 모퉁이에는 수백 년 세월을 지켜온 느티나무가 서 있고, 밭 너머로는 평창강이 흐르는 고요한 시골 마을이다.


종부가 들려주는 고택 사연 속 잔잔한 하룻밤
뜨끈한 방에서 몸 지진 뒤 맞는 개운한 아침

우구정가옥은 안채, 사랑채, 헛간채로 구성된 ‘ㅁ’자 형 기와집이다. 자연석으로 기단을 만들고 안채 뒤로 돌담을 두른 중부 영서 지방의 전통 가옥 형태를 띤다. 방은 안채, 건넌방, 사랑방 등 단출하게 세 개다. 이 방은 모두 장작으로 구들에 불을 땐다. 방 옆에는 대청마루와 툇마루가 붙어 있고, 창호 문만 열면 소소한 시골 정경이 펼쳐진다.
우구정가옥은 문화재로 지정될 당시 집주인이 ‘우구정’씨라 붙은 이름이다. 지금은 우구정씨의 아들 내외가 집을 이어받아 한옥 숙박을 꾸려가고 있다. 다소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옛 한옥의 정서가 특별한 격식 없이 실려 있다. 

우구정가옥에서는 장작불을 때는 주인장 곁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거나, 뜨끈한 방바닥에서 몸을 지진 뒤 개운한 아침을 맞는 일상이 더디게 흘러간다. 남부 지방 고택처럼 번듯하고 웅장한 느낌은 아니지만, 툇마루에 내려앉는 아침 햇살과 인심으로 건네주는 몇 개의 고구마만으로도 훈훈하게 다가서는 집이다. 우구정가옥은 강원도 문화재자료 70호로 등록되었으며, 하룻밤 묵는 비용은 5만~13만원이다.

출출해진 배는
별미인 묵밥으로…

한옥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에는 국가 지정 명승으로 등재된 영월의 자연을 음미한다. 조견당에서 우구정가옥으로 가는 길목에는 한반도 지형이 자리한다. 선암마을 한반도 지형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 국토와 빼닮은 곳으로, 평창강과 주천강이 만나기 전 강물이 크게 휘돌면서 조성됐다. 하안단구 지질 등을 관찰할 수 있으며, 전망대까지 가는 길에는 회양목 군락지와 쉼터도 마련되어 호젓한 산책을 즐기기에 좋다. 소나기재 정상의 선돌은 서강의 푸른 물과 기암괴석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어내는 곳으로, 영월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주천읍에서는 이 지역 별미인 묵밥으로 출출한 배를 채워도 좋다.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주천 섶다리→조견당→선암마을 한반도 지형→우구정가옥→선돌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 선암마을 한반도 지형→선돌→우구정가옥
·둘째 날 : 장릉→청령포→주천 섶다리→조견당


관련 웹사이트 주소
· 영월관광  www.ywtour.go.kr
· 조견당   www.jogyundang.com

문의 전화
· 영월군 관광안내  1577-0545
· 영월군청 문화관광과  033-370-2037
· 조견당   033-372-7229, 010-6344-1667
· 우구정가옥   033-372-5704, 010-7160-5714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영월 :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1일 13회(07:00~22:00) 운행, 2시간 20분 소요.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1일 4회(10:00, 13:30, 19:00, 20:30) 운행, 2시간 30분 소요.
기차> 청량리역-영월역 : 무궁화호 1일 6~8회(07:05~23:25) 운행, 2시간 15분~2시간 45분 소요.
· 문의 :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www.ti21.co.kr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자가운전 정보
영동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신림 IC→주천 방면 88번 도로→주천 읍내→조견당

숙박 정보
· 조견당 : 주천면 고가옥길, 033-372-7229, www.jogyundang.com (명품고택)
· 우구정가옥 : 남면 들골안길, 033-372-5704 (명품고택)
· 동강시스타 : 영월읍 사지막길, 033-905-2000, www.cistar.co.kr

식당 정보
· 주천묵집 : 메밀묵밥, 주천면 솔치로, 033-372-3800
· 청산회관 : 곤드레밥, 영월읍 중앙로, 033-374-2141
· 풍류관 : 꺼먹돼지구이, 주천면 서강로, 033-372-8851

주변 볼거리
별마로천문대, 영월 고씨굴, 영월마차탄광문화촌, 영월동굴생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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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