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가볼 만한 캠핑장 ②경기 연천·포천·김포

청정자연 속 약간의 추위쯤은 오히려 즐겨라

연천군 가장 북쪽 고대산 자락에 위치한 연천고대산캠핑리조트는 28만8000여㎡ 공간에 오토캠핑장과 글램핑, 캐러밴, 콘도 시설까지 갖추고 있다. 연천베이스볼파크와 고대산 등산로가 인접해 스포츠와 등산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신탄리역이 가까워 연천 시티 투어를 이용하기도 좋다. 포천에 있는 유식물원캠핑장은 식물원, 오토캠핑장, 글램핑, 펜션 단지까지 마련된 복합휴양공간이다. 산자락 곳곳에 단독 캠핑 사이트를 구축할 수 있어 호젓한 캠핑이 가능하다. 잣나무 숲에 자리 잡은 캠핑 사이트가 인상적이다. 김포매화미르마을 캠핑장은 민통선 안에 있다. 멸종 위기 식물인 매화마름 최대 군락지로, 청정한 자연이 살아 숨 쉬는 곳이다. 마을에서 농촌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해 캠핑과 체험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산자락 곳곳에 단독 사이트 구축 가능
피톤치드 가득한 숲에서 힐링 캠핑

연천고대산캠핑리조트는 캠핑장부터 콘도까지 다양한 시설을 갖춘 고급 캠핑 리조트로, 지난 5월 문을 열었다. 28만8000여㎡ 공간에 콘도를 포함해 오토캠핑, 글램핑, 캐러밴 등 56개 사이트만 운영해 넓고 쾌적한 캠핑 공간이 가장 매력적이다.

클래식 울리는 감성 자극 글램핑

캠핑장에는 가로등에 스피커를 별도로 달아 클래식이 은은하게 울려 퍼진다. 음악이 감성을 자극해서 편안하고 기분 좋게 해줘 설치했다고 한다. 전국 캠핑장을 돌아다니며 끊임없이 벤치마킹한 흔적도 역력하다. 바비큐에 사용한 식기나 화로대를 닦기 위해 개수대와 별도로 마련한 세척장과 세탁기를 비치한 세탁공간이 눈에 띈다.
글램핑 시설은 가장 정성을 들였다. 외부는 파쇄석과 잔디를 함께 사용했고, 내부는 편백으로 만든 침대와 탁자 같은 가구를 들였다. 추위에 대비해 바닥의 전기 패널은 물론, 벽난로와 이너 텐트까지 설치했다. 이너 텐트는 일반 글램핑을 이용할 때보다 내부 온도가 7.5℃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니, 한겨울 캠핑에도 추위 걱정은 없을 듯하다. 글램핑 시설 내부의 또 다른 매력은 오래된 LP판 10여 장과 턴테이블이다. 나나 무스쿠리, 조지 마이클 등 감성을 자극하는 올드팝 레코드를 직접 턴테이블에 올려 들을 수 있다. 

서울역에서 출발한 ‘평화열차 DMZ Train 경원선’은 신탄리역에서 연천 시티투어와 연계된다. 연천고대산캠핑 리조트에서 신탄리역까지는 1km로 가깝다. 연천의 주요 관광지인 재인폭포, 전곡선사박물관, 숭의전, 태풍전망대, 연천역 급수탑을 둘러본 뒤 서울로 돌아간다. 연천역 급수탑 아래에서는 율무, 밤, 산나물 등 연천 특산물을 판매하는 반짝 장터도 열린다.


김포 민통선 안 매화미르마을캠핑장 인기 만점
청정자연 숨 쉬는 멸종위기 매화마름 최대군락지

포천 종현산 자락에 위치한 유식물원캠핑장은 허브가든과 잣나무 숲이 매력적인 곳이다. 오토캠핑장뿐 아니라 글램핑시설, 펜션단지를 갖췄다. 식물원과 캠핑장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은근히 잘 어울린다. 자연 속 놀이공간이자, 놀이하며 자연을 배우는 상호작용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유식물원캠핑장은 입구부터 산 정상 전망대까지 걸어서 한 시간이 걸릴 정도로 규모가 크다. 입구의 평지 오토캠핑장을 제외하면 캠핑 사이트가 식물원 전체에 고르게 조성되었다. 다른 텐트에 방해받지 않고 호젓한 캠핑을 즐길 수 있도록 단독형 사이트로 조성한 것도 인상적이다. 특히 잣나무 숲에 조성된 캠핑 사이트는 추천할 만하다. 울창한 잣나무 숲에 나무 데크를 설치해 사이트를 꾸몄다. 햇빛에 노출될 염려도 없고, 피톤치드 가득한 숲에서 힐링 캠핑을 즐길 수 있다.
캠핑장이 식물원에 있으니 즐길 것도 많다. 아이들과 함께 숲 속을 거닐며 전망대까지 산책을 즐길 수 있고 작은 계곡과 나무 사이에 해먹을 걸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레일 썰매는 산비탈에 설치한 레일에 썰매를 끼워 타는 사계절 썰매로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다.

사이트를 따로 구획하지 않아 텐트와 타프를 자유롭게 설치할 수 있고, 예약을 통해 선착순으로 자리 잡을 수 있기 때문에 서두르면 좋은 자리를 선점하는 것도 유식물원캠핑장의 매력이다.
명성산 아래 위치한 산정호수는 한 바퀴 둘러볼 수 있는 3.5km 순환 산책로가 있다. 명성산을 중심으로 망봉산과 망무봉이 호수와 어우러져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최근 궁예와 관련된 전설을 스토리보드로 만들어 산책로 곳곳에 세우고, 호수 제방 입구에는 말을 탄 궁예의 동상도 설치했다. 산정호수와 명성산의 풍경이 아름다운 수변 데크, 적송과 단풍 군락지, 상동 조각공원을 거쳐 원위치까지 오붓한 산책을 즐길 수 있다. 

김포매화미르마을캠핑장은 농촌전통테마마을에서 운영하는 곳이다. 캠핑장이 민통선 안에 있어 검문소를 통과해야 하므로 신분증 지참은 필수다.

김포매화미르마을은 멸종 위기 식물인 매화마름의 최대 군락지이자, 용이 승천했다고 전해지는 용못이 있어 용의 순우리말인 미르를 붙인 이름이다. 용못에는 신기하게도 끊임없이 물이 솟아난다. 용못에서 나는 물로 66만1000㎡가 넘는 경작지를 농사짓는다니 놀랍다. 용못 주변으로 잔디가 깔린 오토캠핑장이 아담하게 자리 잡았다. 마을 창고를 리모델링한 체험장 2층에는 숙박시설(4실)도 이용할 수 있다.

김포매화미르마을캠핑장은 청정지역에 있어 한가로운 농촌 풍경 속에서 호젓한 캠핑이 가능하다. 토요일 오후에는 캠핑객을 대상으로 체험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트랙터에 연결된 미르열차를 타고 마을의 너른 들판도 달리고, 매화마름 군락지와 북한 땅을 마주 보는 철책 인근까지 갈 수 있다. 철책 너머로 보이는 곳이 북한 땅이라는 마을 위원장의 설명에 모두 놀라는 눈치다. 북한 땅을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보리라고는 생각지 못한 모양이다. 

농촌 풍경 속 호젓한 캠핑


농촌 체험프로그램도 있다. 가을철 캠핑의 별미인 고구마를 캐는 체험이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호미질이 진지하다. 마을 위원장은 호미질이 서툰 가족을 위해 고구마 원줄기를 찾아주느라 바쁘고, 땅속에서 딸려 나오는 고구마를 찾은 아이들은 연신 싱글벙글한다. 

김포와 강화도를 이어주는 초지대교 인근에는 대명항이 있다. 선주가 직접 운영하는 수산물 직판장에서는 수산물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대명항의 명물 왕새우튀김도 지나치지 말자. 미국에서 건조되어 52년 동안 바다를 지키다 퇴역한 운봉함을 활용한 김포함상공원은 대명항과 이웃해 있어 함께 둘러보기 좋다. 사적 292호로 지정된 김포 덕포진도 가깝다. 강화해협의 물길을 지키기 위해 설치된 덕포진 포대와 고려 때 임금을 태우고 바다를 건너다 억울하게 죽은 손돌의 묘가 남아 있다.
자료제공=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 연천 : 전곡선사박물관→태풍전망대→연천고대산캠핑리조트 캠핑
· 포천 : 허브아일랜드→유식물원캠핑장 캠핑
· 김포 : 문수산성 트레킹→김포매화미르마을캠핑장 캠핑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 연천 경순왕릉→연천 호로고루→연천 당포성→태풍전망대→연천고대산캠핑리조트
둘째 날 : 연천고대산캠핑리조트→고대산 산행→전곡선사박물관
첫째 날 : 포천아트밸리→산정호수→유식물원캠핑장
둘째 날 : 유식물원캠핑장→허브아일랜드
첫째 날 : 대명항→김포함상공원→김포 덕포진→김포매화미르마을캠핑장
둘째 날 : 김포매화미르마을캠핑장→애기봉전망대→문수산성트레킹

관련 웹사이트 주소
· 연천군 문화관광 http://www.iyc21.net/_yc/tour/a06_b01_c01.asp
· 연천고대산캠핑리조트 www.godaesanresort.co.kr
· 전곡선사박물관 http://jgpm.ggcf.kr
· 포천시 문화관광 http://tour.pcs21.net
· 유식물원캠핑장 www.yoogarden.com
· 허브아일랜드 www.herbisland.co.kr
· 김포매화미르마을 http://mir.go2vil.org/index.html
· 김포함상공원 http://gimpo-hamsang.co.kr/
· 김포시 문화관광 http://tour.gimpo.go.kr

문의 전화
· 연천군청 문화관광체육과 031)839-2061
· 연천고대산캠핑리조트 031)834-6300
· 포천시청 관광사업과 031)538-2069
· 유식물원캠핑장 031)536-9922
· 김포시청 문화예술과 031)980-2743
· 김포매화미르마을캠핑장 010-9916-9007
· 김포덕포진 031)980-2965
· 김포함상공원 031)987-4097

대중교통 정보
지하철> 서울-연천 : 지하철 1호선 동두천역까지 이동, 환승센터에서 39-2번 버스 15분 간격(05:30~21:10) 운행, 60분 소요.
기차> 동두천역-신탄리역 : 하루 11회(05:45~22:15) 운행, 50분 소요.
버스> 서울-포천 :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10~30분 간격(06:00~21:40) 운행, 약 1시간 30분 소요.
서울-김포 : 여의도환승센터에서 8600번 버스이용, 북변환승센터에서 하차, 20분 간격(04:20~23:20) 운행. 약 40분 소요.
*문의 :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www.ti21.co.kr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자가운전 정보
· 연천고대산캠핑리조트 : 동부간선도로 이용→도봉역 방면 좌회전→도봉역사거리에서 의정부 방면 3번 국도로 우회전→신탄리역에서 건널목 건너 연천고대산캠핑리조트
· 유식물원캠핑장 : 동부간선도로 의정부 방면→금신교차로에서 포천 방면 43번 국도 우회전→포천 읍내 한내사거리에서 전곡 방면 좌회전→하심곡사거리에서 연천 방면 좌회전→청산별미에서 우회전→유식물원캠핑장
· 김포매화미르마을캠핑장 : 올림픽대로 김포공항 방면→강화 방면 48번 국도→갈산사거리에서 애기봉 방면 우회전→용강로→김포매화미르마을캠핑장

숙박 정보
· 연천고대산캠핑리조트 : 연천군 신서면 고대산길, 031)834-6300, www.godaesanresort.co.kr
· 유식물원캠핑장 : 포천시 신북면 간자동길, 031)536-9922, www.yoogarden.com
· 김포매화미르마을캠핑장 : 김포시 월곶면 용강로437번길, 010-9916-9007, http://mir.go2vil.org/index.html
· 조선왕가 : 연천군 연천읍 현문로, 031)834-8383, www.royalresidence.kr
· 허브아일랜드 체험펜션 : 포천시 신북면 청신로947번길(허브아일랜드 내), 1644-1997, www.herbisland.co.kr
· 호텔5.0 : 김포시 대곶면 약암로, 031)984-1050, www.hotel50.co.kr

식당 정보
· 약수식당 : 순두부보리밥, 연천군 신서면 연신로, 031)834-8331
· 청산별미 : 버섯샤브샤브정식, 포천시 신북면 청신로, 031)536-5362, www.청산별미.kr
· 고가 : 한정식, 김포시 고촌읍 풍굴로92번길, 031)986-5458∼9

주변 볼거리
· 김포 : 평화누리길(염하강 철책길), 대명항, 애기봉, 문수산성, 장릉
· 연천 : 재인폭포, 1·21무장공비침투로, 상승OP, 제1땅굴, 연천숭의전지
· 포천 : 포천아트밸리, 산사원, 한가원, 비둘기낭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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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