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가볼 만한 캠핑장 ①전북 무주 덕유대야영장 &장수 방화동 가족휴가촌

깊어가는 가을 캠핑서 얻는 운치와 낭만

따사로운 가을 햇살과 발밑에 수북한 낙엽 더미, 구수한 장작 냄새. 가을 캠핑에는 여름 캠핑이 주지 못하는 운치와 낭만이 있다. 울창한 숲이나 깊은 계곡에 자리해 자연미가 돋보이는 캠핑장이라면 감동은 더욱 크다. 전라북도 무주 덕유산국립공원의 덕유대야영장과 장수 장안산군립공원의 방화동가족휴가촌이 그런 곳이다.

덕유대야영장, 해설이 있는 자연 탐방 트레킹
방화동 가족휴가촌서 낙엽 무성한 산길 따라 힐링

전북 동북부 산악지역인 무주와 장수에 자연미가 돋보이는 캠핑장이 있다. 덕유산국립공원의 덕유대야영장과 장안산군립공원의 방화동 가족휴가촌이다. 두 곳 모두 캠핑이 국민 레저로 각광받기 전부터 인기를 누려온 ‘믿고 가는’ 캠핑장.
통영대전고속도로가 관통해 접근성이 좋고, 사설 캠핑장에 비해 이용료가 저렴하다. 각각 국립공원관리공단과 장수군청이 운영해 시설과 안전 관리도 철저하다.

덕유대야영장은 진달래 만발한 봄과 신록이 우거진 여름, 단풍이 화려한 가을, 설경이 아름다운 겨울 등 사계절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구천동계곡에 자리 잡았다. 규모가 워낙 크고 사이트 간 경계가 없어 많게는 1000동이 넘는 텐트가 들어가기도 했으나, 올여름 구획을 정비해 사이트 개수를 500개로 확정하고, 이용 방법도 선착순 입장에서 예약제로 전환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홈페이지에서 회원 가입 후 예약할 수 있다.

덕유대야영장
빼어난 풍광

새로 정비된 야영장은7개 구역으로 나뉜다. 매표소에서 가장 가까운 7영지는 텐트 바로 옆에 주차하는 자동차 야영장(오토캠핑장)이고, 자동차 야영장 위 비탈에 조성된 1~6영지는 사이트와 주차장이 떨어진 일반 야영장이다. 일반 야영장도 영지마다 전용 주차장이 있고 사이트가 가까워 장비를 내리고 싣는 데 불편함이 없다. 오히려 지형을 살려 계단식으로 조성한 일반 야영장을 선호하는 캠퍼도 많다. 숲 속에 안긴 느낌이 좋고, 공간 활용이 쉽기 때문이다.
겨울철에는 1~6영지가 폐쇄되고 7영지만 개방된다. 7영지에는 캐러밴(일명 캠핑카)을 세울 수 있는 사이트 6개를 포함해 74개 사이트가 있고, 전기 사용이 가능하다. 사용료는 별도. 온수는 제공되지 않으나 5분 거리에 무주덕유산리조트 사우나가 있으므로 크게 아쉽지 않다.
장비가 없거나 야영이 부담스럽다면 풀 옵션 캠핑 존을 이용한다. 최근 캠핑 트렌드를 반영해 장비를 모두 대여하는 글램핑 스타일로 위탁 운영 중이다.


덕유대야영장을 찾았으면 트레킹과 자연학습도 즐겨보자. 야영장 내 구천동자연관찰로에서 출발해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계곡 주변 습지식물과 수서생물을 관찰하고 놀이도 즐기는 생태 프로그램이 인기다. 한 시간 남짓 소요되며, 오전 10시와 오후 2시에 출발한다(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므로 미리 확인하자).
구천동계곡을 따라 백련사까지 다녀오는 코스도 완만하고 아름답다. 사이트에 근거지를 두고 곤돌라로 덕유산 최고봉인 향적봉에 오르거나, 무주 지역 비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적상산전망대와 무주머루와인동굴에 다녀와도 좋다. 

방화동 가족휴가촌은 한라산, 지리산, 덕유산 등과 더불어 전국 8대 종산인 장안산(1237m) 방화동 계곡을 따라 1992년에 조성됐다. 야영장은 일반 야영장과 오토캠핑장으로 구분된다.
일반 야영장은 넓은 체육 광장 가장자리를 따라 데크 30개와 평상 34개가 마련되었고, 옆에 개수대와 화장실이 있다. 사이트가 선착순으로 배정되며, 성수기인 여름철을 제외하면 비교적 여유로운 편이다.
일반 야영장에서 안으로 더 들어가면 오토캠핑장이다. 총 3개 구역 65개 사이트로 구성된 오토캠핑장은 계곡을 따라 반원형으로 1~2구역이 구획되었고, 각각 전용 출입구를 이용한다. 3구역은 조금 더 위에 계곡을 바라보며 서 있다. 1~3구역 모두 거실형 텐트에 타프까지 설치할 수 있을 만큼 넓고, 주차 공간이 넉넉하다. 예약은 인터넷으로 받는다.

11월 캠핑장의 밤은 도시와 달리 꽤 춥다. 자녀를 동반한 가족 캠퍼들이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캠핑장을 선호하는 이유다. 방화동 가족휴가촌은 오토캠핑장에서 전기 사용이 가능하며, 사이트 이용료에 전기사용료가 포함된다. 온수는 제공되지 않지만, 10분 거리에 장수온천이 있어 몸을 녹이고 피로를 풀기에 충분하다. 개수대와 화장실도 깨끗이 관리된다. 오토캠핑장에서 더 안쪽으로 들어간 곳에 내년 개장을 목표로 캠핑카 전용 사이트를 만드는 중. 캠핑카 사이트 너머는 방화동 자연휴양림 영역이다.
방화동 가족휴가촌을 찾으면 용이 살았다는 덕산용소까지 산책을 즐기는 것도 잊지 말자. 오토캠핑장 3구역에서 출발해 나무 데크가 놓인 길과 계곡, 낙엽이 무성한 산길을 따라 가을 풍경에 젖어 걷노라면 머리가 맑아지고 호흡이 깊어진다.

방화동 가족휴가촌
낙엽 무성한 산길

캠핑 음식으로는 토종 돼지나 장수한우를 추천한다. 더치 오븐에 돼지고기와 감자, 고구마를 숭덩숭덩 썰어 넣고 후추와 소금을 뿌려 푹 익히면 근사한 수육이 완성된다. 야영장 들어가는 길에 읍내에서 장을 보면 된다. 

귀갓길에 들러볼 만한 곳으로는 장수향교와 논개사당 등이 있다. 장수향교는 조선 태종 7년(1407)에 지어진 가장 오래된 향교이고, 논개사당(의암사)은 장수 출신인 논개를 기리는 사당이다.

자료제공=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 정보>--------------------------

 1박2일 여행 코스
·무주: 첫째 날 : 덕유대야영장(숙박)
         둘째 날 : 덕유산 곤돌라 혹은 무주머루와인동굴

·장수: 첫째 날 : 방화동 가족휴가촌(숙박)
         둘째 날 : 장수향교→논개사당

2박3일 여행 코스
·무주: 첫째 날 : 덕유대야영장 입장
         둘째 날 : 구천동 자연관찰로 산책 혹은 덕유산 곤돌라
         셋째 날 : 야영장 퇴장→무주머루와인동굴→적상산전망대

·장수: 첫째 날 : 방화동 가족휴가촌 입장
         둘째 날 : 덕산용소 산책
         셋째 날 : 야영장 퇴장→장수향교→논개사당→주촌마을 논개 생가지

관련 웹사이트 주소
·덕유대야영장  http://reservation.knps.or.kr (국립공원관리공단 예약통합시스템)
·방화동 가족휴가촌  www.jangsuhuyang.kr/Banghwa2
·무주머루와인동굴  http://cave.mj1614.com
·무주덕유산리조트  www.mdysresort.com

문의 전화
·덕유대야영장(덕유산국립공원사무소)  063)322-3174
·방화동 가족휴가촌  063)353-0855

대중교통 정보
·장수: 버스>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장수공용버스터미널까지 하루 4회 운행(09:20, 10:40, 13:40, 14:35), 약 3시간 30분 소요. 장수공용버스터미널에서 택시 이용
·무주: 버스>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구천동정류소까지 하루 1회 운행(7:40), 약 3시간 소요.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무주공용버스터미널까지 하루 4회 운행(09:20, 10:40, 13:40, 14:35), 약 3시간 소요. 무주공용버스터미널에서 구천동행 버스 또는 택시 이용
* 문의 : 서울 남부터미널  02)521-8550, www.nambuterminal.co.kr.
           장수공용버스터미널   063)351-8889
           무주공용버스터미널   063)322-2245

자가운전 정보
·덕유대야영장 : 통영대전고속도로 무주 IC→가림교차로에서 좌회전→가림터널→적상산터널→사산삼거리에서 좌회전→치목터널→구천동터널→삼공삼거리에서 덕유산국립공원·무주구천동 방면 우회전→덕유대야영장
·방화동 가족휴가촌 : 통영대전고속도로 장수 IC→장수 방면 좌회전→싸리재터널→수분교차로에서 좌회전→당재터널 지나 방화교차로에서 방화동 가족휴가촌 방면 우회전→방화동 가족휴가촌

숙박 정보
·덕유대야영장 : 무주군 설천면 백련사길, 063)322-3174, http://reservation.knps.or.kr
·방화동 가족휴가촌 : 장수군 번암면 방화동로, 063)353-0855, www.jangsuhuyang.kr/Banghwa2
·무주덕유산리조트 : 전북 무주군 설천면 만선로, 063)320-7000, www.mdysresort.com

식당 정보
·장수한우명품관 : 꽃등심·생갈비·한우곰탕, 장수군 장수읍 군청길, 063)352-8088
·장수와행복한농부 : 장수곰탕·꺼먹돼지김치찌개, 장수군 장수읍 장천로, 063)351-9991
·큰손식당 : 어죽·민물매운탕, 무주군 무주읍 내도로, 063)322-3605

주변 볼거리
·무주: 덕유산 곤돌라, 무주머루와인동굴, 적상산 안국사
·장수: 장수향교, 논개사당(의암사), 주촌마을 논개생가지, 장수온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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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