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산홍엽 단풍여행 ②충북 청주

‘청남대’ 가을빛 담은 나무들 주인 되는 시간

가을엔 붉은 옷을 입은 단풍나무, 황금보다 눈부신 은행나무, 계절의 깊이를 알려주는 낙엽송이 주인이다. 대통령의 별장에서 만인을 위한 숲과 정원으로 변신한 청남대에선 그 길을 걷는 사람 또한 주인이다. 계절마다 다양한 풍광을 보여주는 청남대는 특히 가을에 한 폭의 그림을 그려낸다. 가을의 절정을 맞은 정원에는 서늘한 바람을 좋아하는 꽃들이 화사하고 겨울을 준비하는 다람쥐, 청설모들이 ‘대통령의 길’로 이름 붙은 숲길을 부지런히 오간다. 맑은 가을 햇살이 쏟아지는 대청호를 감상하며 걷는 여행자의 마음은 여유롭기만 하다. 메타세쿼이아, 단풍나무, 미선나무들이 이어지는 길을 걸을 수 있는 미동산수목원과 문의문화재단지도 함께 둘러보자. 청원 IC 인근에 자리한 상수허브랜드에는 허브향 가득한 가을 정원이 기다리고 있다.

계절 갈무리하는 나뭇잎과 맑은 가을햇살 아래
남쪽의 청와대 ‘대통령의 길’ 그림 같은 풍광

‘남쪽의 청와대’라는 의미로 대통령의 별장으로 사용되던 청남대가 일반에게 공개된 지 7년이 지났다. 대통령만을 위한 별장이던 청남대는 이제 모두를 위한 숲과 정원이 되었다. 정갈하게 가꾸어진 정원과 울창한 숲을 따라 난 오솔길들에 가을빛이 완연하다. 청남대의 가을엔 붉은 옷을 입은 단풍나무, 황금보다 눈부신 은행나무, 계절의 깊이를 알려주는 낙엽송이 주인이다. 그리고 그 길을 걷는 사람 또한 주인이다.

청남대로 들어서는 여행자들에게 가장 먼저 인사를 보내는 것은 대청호를 따라 이어지는 진입로의 아름드리 플라타너스들이다.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조용히 계절을 갈무리하는 나뭇잎들과 맑은 가을햇살이 드라이브의 즐거움을 더한다.

국민의 공간
노무현 대통령길

청남대 본관으로 향하는 길에는 가을향기를 전하는 국화와 산파첸스들이 늘어섰고 대통령을 상징하는 봉황 조형물도 선명한 빛깔의 메리골드를 배경으로 위엄을 뽐낸다. 더 이상 대통령이 머무는 곳은 아니지만 정성스레 정원을 가꾸는 일은 계속되고 있다.
둥근 반송들이 호위하는 길을 지나 대통령이 머물렀던 거실과 침실, 손님방 등이 있는 본관을 둘러보고 나면 발길은 자연스럽게 숲길로 이어진다. ‘대통령의 길’이라는 이름이 붙은 여러 길들은 가벼운 운동화 차림으로 가볍게 누릴 수 있는 아름다운 숲길이다.


2006년 청남대를 국민의 공간으로 되돌려 준 노무현 대통령을 상징하는 ‘노무현 대통령길’은 단풍나무와 참나무들이 이어져 가을이면 빨강, 노랑 물감을 풀어놓은 듯 화려하게 물든다. 약 1km로 길이는 짧지만 운치에 젖고 낭만을 느끼게 하는 가을길이다.
전망대에서 호숫가로 이어지는 ‘김대중 대통령길’은 소나무와 참나무가 울창한 약 2.5km의 산길로, 나뭇가지 사이로 비치는 대청호의 풍광과 맑은 가을 하늘을 즐길 수 있는 길이다. 부드러운 흙을 밟으며 짧은 산행의 즐거움도 맛볼 수 있고 도토리를 모으는 다람쥐와 청설모도 만날 수 있다. 특히 ‘행복의 계단’이라 이름 붙은 645개의 계단 끝 전망대에 오르면 다도해의 풍광을 닮은 대청호와 청남대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행복의 계단을 올라 전망대에서 시작되는 김대중 대통령길을 걷고 호수 쪽에서 이어지는 노무현 대통령길을 걸으면 청남대의 숲을 완벽하게 즐기게 된다.
‘이명박 대통령길’ ‘노태우 대통령길’ ‘전두환 대통령길’ ‘김영삼 대통령길’이라 이름 붙은 호반길은 호수의 짙은 물빛을 마음에 담으며 걸을 수 있는 한적한 길이다. 키 큰 낙엽송들이 길게 이어지는 골프장길은 감나무와 단풍나무들까지 더해져 총천연색 그늘을 만들어준다. 가던 걸음을 멈추고 카메라에 추억을 담는 사람들로 길 위에 행복한 웃음이 퍼진다.

물감 풀어놓은 듯 물든 ‘노무현 대통령길’
가을 하늘 아래 울창한 ‘김대중 대통령길’

대통령이 머물며 사색을 즐긴 초가정, 숲속 쉼터 등 여유로운 공간이 곳곳에 있고 호숫가 나무 그늘 아래 벤치들이 있어 잠시 앉아 쉬면서 그림 같은 풍광을 즐길 수 있다.
11월16일까지 주말과 공휴일에는 통기타, 국악, 무용 등 다양한 공연이 어울림마당에서 펼쳐진다.

인터넷으로 미리 예약하면 자동차로 청남대 정문까지 들어갈 수 있고 예약하지 않은 경우에는 문의면에 있는 청남대 매표소에서 매표 후 셔틀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유모차와 휠체어는 대여할 수 있지만 음식물 반입은 금지되어 있으니 유념하자.
청원IC 인근에 자리한 상수허브랜드는 짙은 가을 향기와 허브 향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우리나라 허브 재배의 메카라 불러도 좋을 상수허브랜드는 직접 육종에 성공한 상수로즈메리를 비롯해 1000여종의 허브들이 자라고 있다. 특히 가을을 맞아 꽃망울을 터뜨린 다양한 색깔의 세이지들을 비롯해 가지마다 열매를 단 산딸나무, 피라칸사 등이 자태를 뽐낸다. 직접 재배한 식용 꽃들을 먹어볼 수 있는 허브꽃비빔밥도 특별하다. 제라늄과 세이지, 산파첸스 등으로 꽃밭을 이룬 그릇은 기분까지 화사하게 만든다.

대통령 사색하던
초가정·숲속 쉼터

청남대 매표소가 있는 문의면소재지에 자리한 문의문화재단지는 대청댐을 만들 당시 수몰 위기에 있던 조선 중기 문의현의 객사와 전통가옥 등을 옮겨놓은 공간이다. 문산리석교(충북유형문화재 제222호), 문의 노현리 민가(충북무형문화재 제220호), 부용 부강리 민가(충북유형문화재 제221호) 등을 비롯해 가마터와 주막집, 대장간 등을 재현해 놓았다. 민화 배우기, 짚풀공예 만들기 등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체험거리도 마련되어 있다. 

충청북도산림환경연구소에서 운영하는 미동산수목원은 가을빛으로 물든 다양한 나무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앙증맞은 고마리들이 지천으로 피어난 계곡을 따라 길게 이어지는 수목원은 나무와 꽃들이 이어지는 산책로를 따라 돌아볼 수 있게 꾸며져 있다. 메타세쿼이아길, 단풍나무길, 미선나무길 등 수목별로 나뉜 길들은 깊이를 더해가는 계절의 빛깔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목재문화체험관, 산림환경생태관 등 아이들과 함께 둘러볼 만한 전시공간도 알차다.
자료제공=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 청남대→문의문화재단지 →상수허브랜드
· 미동산수목원→청남대→문의문화재단지

1박2일 여행 코스
· 첫째 날 : 미동산수목원→상당산성→수암골→국립청주박물관
· 둘째 날 : 청남대→문의문화재단지→상수허브랜드

관련 웹사이트 주소
· 청남대 http://chnam.cb21.net
· 미동산수목원(산림환경연구소) www.cbforest.net
· 상수허브랜드 www.sangsooherb.com

문의 전화
· 청남대 043)220-6412~4
· 문의문화재단지 043)251-3288
· 미동산수목원(산림환경연구소) 043)220-6101
· 상수허브랜드 043)277-6633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청주 :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10~15분 간격(05:40~24:00) 운행, 약 1시간 40분 소요. 청주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문의 방면 311, 311-1 버스 승차, 문의정류장 하차, 도보 약 200m 거리에 청남대 매표소. 매표 후 셔틀버스로 청남대까지 이동(청남대까지 약 13km, 15분 소요).
* 문의 :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www.exterminal.co.kr
코버스 www.kobus.co.kr

자가운전 정보
<인터넷 및 모바일 사전 예약 결제자>
당진·영덕고속도로 문의 IC→문의사거리에서 좌회전 →회남문의로 따라 약 10.4km 이동 후 청남대 정문 매표소 도착.
<미예약자>
당진·영덕고속도로 문의 IC → 대청호반로 따라 약 1.5km 이동 → 청남대매표소 도착. 입장권 구입 후 셔틀버스로 청남대까지 이동

숙박 정보
· GEE호텔 : 충북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중심상업2로, 043)715-1700
· 호텔이프 : 충북 청주시 흥덕구 풍년로 193번길, 043)237-8466, www.hotelif.co.kr
· 청주백제관광호텔 : 충북 청주시 흥덕구 풍년로 205번길, 043)900-0137

식당 정보
· 대청마루 : 보리밥정식, 충북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대청호반로, 043)298-2507, www.dcmaru.com
· 아리랑 : 우렁쌈밥정식·버섯전골, 충북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문의시내 2길, 043)287-3016, www.청남대아리랑.kr
· 신선매운탕 : 민물매운탕, 충북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대청호반로, 043)297-4320
· 청남한정식 : 한정식,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문의시내 2길, 043)287-8884

주변 볼거리
국립청주박물관, 상당산성, 수암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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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