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산홍엽 단풍여행 ①강원 홍천

노랗고 붉은 옷 갈아입은 수타사계곡과 산소길

 홍천은 생각보다 가깝다. 동서울터미널에서 수타사까지는 102km, 1시간 20분 거리다. 그런 반면 홍천 안에서 움직이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수타사에서 무궁화마을까지 53km인데 1시간이 걸린다. 거리는 절반인데 시간 차이는 크게 나지 않는 것이다. 산지가 많아 고개가 많고, 고개를 넘으려니 굽이굽이 길이 험하다. 게다가 홍천은 제주도와 면적이 비슷해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넓은 땅 부자라서 동선을 잘 짜지 않으면 이동하는 데만 시간을 허비하기 십상이다.

천년 세월 고스란히 안은 수타사의 고귀한 자태
피톤치드 그득한 산소길 청량하고 달콤한 공기

공작산 생태숲을 통과해 수타사계곡을 끼고 걷는 산소(O₂)길은 이름 덕분인지 유난히 공기가 청량하고 그 향이 달다. 신라시대에 창건한 수타사를 중심으로 공작산 생태숲과 수타사계곡은 가을이 깊어감에 따라 찾는 발길이 늘고 있다.
나무는 하나 둘 노랗고 붉은 옷으로 갈아입고, 벌개미취, 감국이 길 위에 향기를 더한다. 숲 해설 프로그램에 참가하면 그냥 지나치기 쉬운 숲의 나무와 풀, 들꽃까지 자세히 알 수 있어 유익하다.
가축 여물통을 닮아 이름 붙은 귕소, 용이 승천했다는 용담, 발 디딜 때마다 흔들려 간을 서늘하게 만드는 귕소출렁다리,
여럿이 앉아도 자리가 남는 계곡의 넓은 암반 등이 걷는 길에 재미를 더한다.
한서 남궁억 선생이 일제강점기 전국에 무궁화를 보급하기 위해 힘썼다는 서면의 무궁화마을, 홍천강의 시원한 풍광이 인상적인 밤벌유원지, 고소한 한우의 풍미를 느낄 수 있는 늘푸름한우 등으로 홍천의 멋과 맛에 한껏 빠져든다.

수타사 계곡의
깊어가는 가을

홍천의 가을은 어디든지 좋다. 드넓은 홍천 땅의 84%가 산지다 보니 가을이면 붉디붉은 단풍으로 천지가 물든다. 그중에서 수타사계곡의 단풍은 단연 최고다. 붉은 단풍이 물과 어우러진 풍광이 감탄을 자아낸다. 거기에 잘 보존된 공작산 생태숲과 천년고찰 수타사까지 더해 볼거리가 풍성하다. 왕릉이 조성되면서 왕실의 숲으로 지정돼 함부로 훼손할 수 없었던 광릉숲과 비슷하게 공작산은 세조의 비 정희왕후의 태실이라 조선시대부터 보호를 받았다.

수타사 주차장을 지나 숲길에 들어서면 숲 해설 신청을 할 수 있는 부스가 나온다. 공작산 생태숲과 산소길의 나무와 꽃, 풀 등을 해설해 준다. 숲 해설사가 아니었다면 그저 이름 모를 풀과 꽃에 불과했을 텐데 각각 이름을 가지고 오랜 시간을 우리와 동거해 왔다니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보이지 않는다. 어떤 것은 풀인 줄 알았더니 약초인 것도 있다.
출발은 부도밭 앞 솔숲이다. 아름드리 소나무를 자세히 보면 밑동에 상처가 있다. 일제강점기에 송진을 긁어낸 상처를 안고 구불구불 자란 노송들이다. 계곡물을 건너 수변길에 들어서니 물과 어우러진 오솔길이 운치 있다. 잎을 따서 맛보니 쓰디쓴 소태나무, 옛날 도로변에 거리 측량을 위해 오리마다 심었다는 오리나무, 십리마다 심었다는 시무나무도 보인다.
수타사 입구는 코스모스가 한창이다. 신라 성덕왕 때 창건했다고 하니 어느덧 역사가 1300년을 훌쩍 넘어섰다. 오랜 역사에 걸맞게 월인석보(보물 745호)를 비롯해 많은 문화재를 거느리고 있다. 가람이 평지에 자리한 것도 특이하다. 수타사를 간단히 둘러보고 정문으로 나오면 절 앞에 펼쳐진 연지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연지 가운데를 뚫고 이어진 길이 공작산 생태숲의 품 안으로 들어간다. 가을 숲은 소리가 아름답다. 숲을 쓰다듬는 바람 소리, 기분 좋은 새 소리, 툭툭 밤과 도토리가 떨어지는 소리가 서로 장단을 맞춘다.
수타사를 한축에 두고 초승달처럼 휘어진 형태의 공작산 생태숲은 자생화원, 수생식물원, 계류, 생태관찰로, 숲속교실 등의 이름으로 나뉘었지만 걷다보면 굳이 그렇게 구분하지 않아도 보기 좋고 즐기기 좋은 숲이다. 미리 신청하면 숲 해설이나 숲 유치원 등 숲을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즐기는 프로그램에 참가할 수 있다.
산소(O₂)길은 수타사 일대와 약수봉, 수타사계곡 등지에 뻗은 등산로 중 걷기 좋은 길을 선정해 조성한 것이다. 우거진 숲을 거닐며 몸에 좋은 피톤치드를 마음껏 들이켤 수 있다. 피톤치드는 활엽수보다는 침엽수에서, 또 계곡처럼 물이 있는 곳에서 더 많이 생성된다고 한다. 숲길이라면 어디든 당연히 공기가 좋겠지만, 수타사 산소길은 공기가 맑다 못해 달콤하게 느껴진다.
생태숲을 지나 출렁다리로 향하는 길에는 계곡 쪽으로 낭떠러지가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산소길은 계속해서 계곡 상류로 이어지지만 출렁다리에서 계곡을 건너 다시 수타사 방면으로 내려갈 수 있다. 출렁다리 아래는 귕소라는 곳이다. 소나 말이 여물을 먹는 통을 이곳 말로 '귕'이라 하는데 바위가 움푹 파인 모양이 귕을 닮아 붙은 이름이다. 


수타사가 가까워질 무렵 계곡에는 또 하나의 명물이 나오는데 박쥐굴을 통해 용이 승천했다는 용담이다. 수타사계곡은 이렇듯 곳곳에 크고 작은 소가 있고 잠시 앉아 쉬기 좋은 넓은 바위가 많다. 계곡 상류 쪽으로 계속 가면 신봉마을과 노천리가 나온다. 산소길은 노천리까지 이어지는데, 무리하지 말고 체력에 따라 걸으면 된다. 주차장에서 생태숲-출렁다리-귕소-용담-수타사로 돌아오는 코스는 빠른 걸음으로는 1시간, 천천히 걸으면 2시간 정도 걸린다.
하늘을 찌르는 잣나무, 단풍이 가장 아름답게 든다는 마가목, 한국전쟁으로 황폐해진 국토를 빠르게 녹화하기 위해 품종을 개량해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은사시나무 등 숲이 전해주는 나무 이야기를 듣다 보니 한 그루 한 그루에 눈길을 주게 된다. 나물이나 순을 뜯어가는 얌체족들도 가끔 있는데 모르고 건드렸다가는 독초를 뜯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사약의 원료가 되었을 만큼 독성이 강한 천남성은 열매가 붉게 익어 인삼 열매와 흡사해 조심해야 한다.

겨레의 꽃
무궁화 고장

홍천은 무궁화의 고장이다. 홍천 군화는 진달래지만 마스코트와 심벌마크의 주인공은 무궁화다. 독립 운동가이자 교육자였던 한서 남궁억 선생이 1918년 낙향한 곳이 홍천군 서면 모곡리, 지금의 무궁화마을이다. 마을에 학교와 교회를 지어 아이들을 가르치는 한편, 일제의 감시 속에서도 겨레의 꽃 무궁화를 온 나라에 퍼뜨리기 위해 애썼다.해방을 보지 못하고 1939년에 사망했는데 선생이 말년을 지낸 마을에 한서기념관을 세우고, 또 선생의 뜻을 따라 무궁화를 심고 가꾸어 무궁화마을이 되었다. 무궁화마을에서는 계절에 따라 체험 프로그램이 다양한데, 사계절 가능한 무궁화 우산 만들기, 지끈공예, 짚풀공예 등이 인기 있다. 봄에 돋은 여린 잎을 아홉 번 덖어 만든 무궁화잎차는 산뜻하면서도 약간의 단맛까지 감돌아 맛과 향이 일품이다. 무궁화 티 파티, 무궁화 화전 만들기, 관람차 타고 마을 여행하기, 배바위 앞에서 카누 타기, 다듬이 소리 공연, 농사 체험 등 흥미로운 프로그램이 풍성하다.
무궁화마을 체험장에서 걸어서 3분 정도면 홍천강변으로 나갈 수 있다. 모래와 자갈이 섞인 백사장이 길게 뻗은 밤벌유원지가 이곳이다. 캠핑을 무료로 즐길 수 있고, 홍천강에서 카약, 카누, 래프팅, 낚시 등을 할 수 있다. 길게 이어진 강둑을 느린 걸음으로 산책하기에도 그만이다.
홍천 별미도 다양하다. 알코올 발효 사료를 먹여 키운 늘푸름한우는 홍천 특산물 중 으뜸이다. 10월에는 한우축제도 열린다. 쫀득한 찰옥수수는 주전부리로 최고요, 양지말 화로구이 역시 홍천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먹을거리다.
자료제공=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정보>-----------------------------------------------------------------------

당일 여행 코스
생태 탐방 코스 : 공작산 생태숲 & 산소길→수타사→무궁화마을→밤벌유원지
명소 탐방 코스 : 수타사&수타사계곡→산소길→한서기념관→무궁화마을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 공작산 생태숲 & 산소길→수타사→용소계곡→가리산자연휴양림
둘째 날 : 강원도자연환경연구공원→노일강변→무궁화마을→밤벌유원지

2박3일 여행 코스
· 홍천문화관광포털  www.great.go.kr
· 수타사  www.sutasa.org
· 공작산 생태숲  www.ecogongjaksan.kr
· 무궁화마을  www.mgh.co.kr


문의 전화
· 홍천군청 관광레저과 033)430-2472
· 수타사 033)436-6611
· 공작산 생태숲&산소길 숲해설 예약(홍천군청 산림과) 033)430-2790~2
· 무궁화마을 010-8790-1224

대중교통 정보
버스>
동서울-홍천 : 동서울터미널에서 10~30분 간격(06:15~22:20)
운행, 약 1시간(무정차) 혹은 약 1시간 50분(직행) 소요. 홍천터미널-수타사 : 51번 버스 이용, 약 40분 소요.
* 문의 : 동서울터미널 1688-5979, www.ti21.co.kr    홍천터미널 033)432-7893

자가운전 정보
서울춘천고속도로→춘천JC→중앙고속도로→홍천IC→설악로→연봉교차로→공작산로→동면대교→수타사로→수타사

숙박 정보
· 가리산자연휴양림 : 강원 홍천군 두촌면 가리산길, 033)435-6034, www.garisan.kr
· 대명비발디파크 : 강원 홍천군 서면 한치골길, 1588-4888, www.daemyungresort.com/vp
· 모곡레저타운 : 강원 홍천군 서면 밤벌길, 033)435-8333, www.hongcheonkang.co.kr
· 모리의숲 : 강원 홍천군 북방면 노일로238번길, 033)435-0202, www.pensionmori.co.kr

식당 정보
· 양지말화로구이 : 화로구이양념삼겹살, 홍천읍 양지말길, 033)435-7533
· 한림정 : 한정식, 강원 홍천군 홍천읍 송학로, 033)434-8300, www.hanlimjung.co.kr
· 늘푸름임꺽정 : 한우구이, 강원 홍천군 홍천읍 무궁화로4길, 033)432-9939
· 늘푸름홍천한우프라자 : 한우구이, 강원 홍천군 홍천읍 설악로, 033)434-9207, www.nphanwoo.kr
· 공작산송어횟집 : 송어회, 강원 홍천군 동면 노내골길, 033)433-3968

축제와 행사정보
· 홍천인삼한우 명품축제 : 10월 8~12일, 홍천 도시산림공원 토리숲·강원인삼농협 본점 등, 033)435-4350, www.gnhfestival.kr
· 나라꽃무궁화축제 : 10월 9~11일, 홍천종합운동장·홍천 도시산림공원 토리숲·시내 일원, 033)435-4350, www.naraflower.kr

주변 볼거리
미약골, 강원도자연환경연구공원, 홍천생명건강과학관, 가리산자연휴양림, 삼봉자연휴양림, 팔봉산, 금학산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