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산홍엽 단풍여행 ①강원 홍천

노랗고 붉은 옷 갈아입은 수타사계곡과 산소길

 홍천은 생각보다 가깝다. 동서울터미널에서 수타사까지는 102km, 1시간 20분 거리다. 그런 반면 홍천 안에서 움직이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수타사에서 무궁화마을까지 53km인데 1시간이 걸린다. 거리는 절반인데 시간 차이는 크게 나지 않는 것이다. 산지가 많아 고개가 많고, 고개를 넘으려니 굽이굽이 길이 험하다. 게다가 홍천은 제주도와 면적이 비슷해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넓은 땅 부자라서 동선을 잘 짜지 않으면 이동하는 데만 시간을 허비하기 십상이다.

천년 세월 고스란히 안은 수타사의 고귀한 자태
피톤치드 그득한 산소길 청량하고 달콤한 공기

공작산 생태숲을 통과해 수타사계곡을 끼고 걷는 산소(O₂)길은 이름 덕분인지 유난히 공기가 청량하고 그 향이 달다. 신라시대에 창건한 수타사를 중심으로 공작산 생태숲과 수타사계곡은 가을이 깊어감에 따라 찾는 발길이 늘고 있다.
나무는 하나 둘 노랗고 붉은 옷으로 갈아입고, 벌개미취, 감국이 길 위에 향기를 더한다. 숲 해설 프로그램에 참가하면 그냥 지나치기 쉬운 숲의 나무와 풀, 들꽃까지 자세히 알 수 있어 유익하다.
가축 여물통을 닮아 이름 붙은 귕소, 용이 승천했다는 용담, 발 디딜 때마다 흔들려 간을 서늘하게 만드는 귕소출렁다리,
여럿이 앉아도 자리가 남는 계곡의 넓은 암반 등이 걷는 길에 재미를 더한다.
한서 남궁억 선생이 일제강점기 전국에 무궁화를 보급하기 위해 힘썼다는 서면의 무궁화마을, 홍천강의 시원한 풍광이 인상적인 밤벌유원지, 고소한 한우의 풍미를 느낄 수 있는 늘푸름한우 등으로 홍천의 멋과 맛에 한껏 빠져든다.

수타사 계곡의
깊어가는 가을

홍천의 가을은 어디든지 좋다. 드넓은 홍천 땅의 84%가 산지다 보니 가을이면 붉디붉은 단풍으로 천지가 물든다. 그중에서 수타사계곡의 단풍은 단연 최고다. 붉은 단풍이 물과 어우러진 풍광이 감탄을 자아낸다. 거기에 잘 보존된 공작산 생태숲과 천년고찰 수타사까지 더해 볼거리가 풍성하다. 왕릉이 조성되면서 왕실의 숲으로 지정돼 함부로 훼손할 수 없었던 광릉숲과 비슷하게 공작산은 세조의 비 정희왕후의 태실이라 조선시대부터 보호를 받았다.

수타사 주차장을 지나 숲길에 들어서면 숲 해설 신청을 할 수 있는 부스가 나온다. 공작산 생태숲과 산소길의 나무와 꽃, 풀 등을 해설해 준다. 숲 해설사가 아니었다면 그저 이름 모를 풀과 꽃에 불과했을 텐데 각각 이름을 가지고 오랜 시간을 우리와 동거해 왔다니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보이지 않는다. 어떤 것은 풀인 줄 알았더니 약초인 것도 있다.
출발은 부도밭 앞 솔숲이다. 아름드리 소나무를 자세히 보면 밑동에 상처가 있다. 일제강점기에 송진을 긁어낸 상처를 안고 구불구불 자란 노송들이다. 계곡물을 건너 수변길에 들어서니 물과 어우러진 오솔길이 운치 있다. 잎을 따서 맛보니 쓰디쓴 소태나무, 옛날 도로변에 거리 측량을 위해 오리마다 심었다는 오리나무, 십리마다 심었다는 시무나무도 보인다.
수타사 입구는 코스모스가 한창이다. 신라 성덕왕 때 창건했다고 하니 어느덧 역사가 1300년을 훌쩍 넘어섰다. 오랜 역사에 걸맞게 월인석보(보물 745호)를 비롯해 많은 문화재를 거느리고 있다. 가람이 평지에 자리한 것도 특이하다. 수타사를 간단히 둘러보고 정문으로 나오면 절 앞에 펼쳐진 연지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연지 가운데를 뚫고 이어진 길이 공작산 생태숲의 품 안으로 들어간다. 가을 숲은 소리가 아름답다. 숲을 쓰다듬는 바람 소리, 기분 좋은 새 소리, 툭툭 밤과 도토리가 떨어지는 소리가 서로 장단을 맞춘다.
수타사를 한축에 두고 초승달처럼 휘어진 형태의 공작산 생태숲은 자생화원, 수생식물원, 계류, 생태관찰로, 숲속교실 등의 이름으로 나뉘었지만 걷다보면 굳이 그렇게 구분하지 않아도 보기 좋고 즐기기 좋은 숲이다. 미리 신청하면 숲 해설이나 숲 유치원 등 숲을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즐기는 프로그램에 참가할 수 있다.
산소(O₂)길은 수타사 일대와 약수봉, 수타사계곡 등지에 뻗은 등산로 중 걷기 좋은 길을 선정해 조성한 것이다. 우거진 숲을 거닐며 몸에 좋은 피톤치드를 마음껏 들이켤 수 있다. 피톤치드는 활엽수보다는 침엽수에서, 또 계곡처럼 물이 있는 곳에서 더 많이 생성된다고 한다. 숲길이라면 어디든 당연히 공기가 좋겠지만, 수타사 산소길은 공기가 맑다 못해 달콤하게 느껴진다.
생태숲을 지나 출렁다리로 향하는 길에는 계곡 쪽으로 낭떠러지가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산소길은 계속해서 계곡 상류로 이어지지만 출렁다리에서 계곡을 건너 다시 수타사 방면으로 내려갈 수 있다. 출렁다리 아래는 귕소라는 곳이다. 소나 말이 여물을 먹는 통을 이곳 말로 '귕'이라 하는데 바위가 움푹 파인 모양이 귕을 닮아 붙은 이름이다. 


수타사가 가까워질 무렵 계곡에는 또 하나의 명물이 나오는데 박쥐굴을 통해 용이 승천했다는 용담이다. 수타사계곡은 이렇듯 곳곳에 크고 작은 소가 있고 잠시 앉아 쉬기 좋은 넓은 바위가 많다. 계곡 상류 쪽으로 계속 가면 신봉마을과 노천리가 나온다. 산소길은 노천리까지 이어지는데, 무리하지 말고 체력에 따라 걸으면 된다. 주차장에서 생태숲-출렁다리-귕소-용담-수타사로 돌아오는 코스는 빠른 걸음으로는 1시간, 천천히 걸으면 2시간 정도 걸린다.
하늘을 찌르는 잣나무, 단풍이 가장 아름답게 든다는 마가목, 한국전쟁으로 황폐해진 국토를 빠르게 녹화하기 위해 품종을 개량해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은사시나무 등 숲이 전해주는 나무 이야기를 듣다 보니 한 그루 한 그루에 눈길을 주게 된다. 나물이나 순을 뜯어가는 얌체족들도 가끔 있는데 모르고 건드렸다가는 독초를 뜯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사약의 원료가 되었을 만큼 독성이 강한 천남성은 열매가 붉게 익어 인삼 열매와 흡사해 조심해야 한다.

겨레의 꽃
무궁화 고장

홍천은 무궁화의 고장이다. 홍천 군화는 진달래지만 마스코트와 심벌마크의 주인공은 무궁화다. 독립 운동가이자 교육자였던 한서 남궁억 선생이 1918년 낙향한 곳이 홍천군 서면 모곡리, 지금의 무궁화마을이다. 마을에 학교와 교회를 지어 아이들을 가르치는 한편, 일제의 감시 속에서도 겨레의 꽃 무궁화를 온 나라에 퍼뜨리기 위해 애썼다.해방을 보지 못하고 1939년에 사망했는데 선생이 말년을 지낸 마을에 한서기념관을 세우고, 또 선생의 뜻을 따라 무궁화를 심고 가꾸어 무궁화마을이 되었다. 무궁화마을에서는 계절에 따라 체험 프로그램이 다양한데, 사계절 가능한 무궁화 우산 만들기, 지끈공예, 짚풀공예 등이 인기 있다. 봄에 돋은 여린 잎을 아홉 번 덖어 만든 무궁화잎차는 산뜻하면서도 약간의 단맛까지 감돌아 맛과 향이 일품이다. 무궁화 티 파티, 무궁화 화전 만들기, 관람차 타고 마을 여행하기, 배바위 앞에서 카누 타기, 다듬이 소리 공연, 농사 체험 등 흥미로운 프로그램이 풍성하다.
무궁화마을 체험장에서 걸어서 3분 정도면 홍천강변으로 나갈 수 있다. 모래와 자갈이 섞인 백사장이 길게 뻗은 밤벌유원지가 이곳이다. 캠핑을 무료로 즐길 수 있고, 홍천강에서 카약, 카누, 래프팅, 낚시 등을 할 수 있다. 길게 이어진 강둑을 느린 걸음으로 산책하기에도 그만이다.
홍천 별미도 다양하다. 알코올 발효 사료를 먹여 키운 늘푸름한우는 홍천 특산물 중 으뜸이다. 10월에는 한우축제도 열린다. 쫀득한 찰옥수수는 주전부리로 최고요, 양지말 화로구이 역시 홍천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먹을거리다.
자료제공=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정보>-----------------------------------------------------------------------

당일 여행 코스
생태 탐방 코스 : 공작산 생태숲 & 산소길→수타사→무궁화마을→밤벌유원지
명소 탐방 코스 : 수타사&수타사계곡→산소길→한서기념관→무궁화마을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 공작산 생태숲 & 산소길→수타사→용소계곡→가리산자연휴양림
둘째 날 : 강원도자연환경연구공원→노일강변→무궁화마을→밤벌유원지

2박3일 여행 코스
· 홍천문화관광포털  www.great.go.kr
· 수타사  www.sutasa.org
· 공작산 생태숲  www.ecogongjaksan.kr
· 무궁화마을  www.mgh.co.kr


문의 전화
· 홍천군청 관광레저과 033)430-2472
· 수타사 033)436-6611
· 공작산 생태숲&산소길 숲해설 예약(홍천군청 산림과) 033)430-2790~2
· 무궁화마을 010-8790-1224

대중교통 정보
버스>
동서울-홍천 : 동서울터미널에서 10~30분 간격(06:15~22:20)
운행, 약 1시간(무정차) 혹은 약 1시간 50분(직행) 소요. 홍천터미널-수타사 : 51번 버스 이용, 약 40분 소요.
* 문의 : 동서울터미널 1688-5979, www.ti21.co.kr    홍천터미널 033)432-7893

자가운전 정보
서울춘천고속도로→춘천JC→중앙고속도로→홍천IC→설악로→연봉교차로→공작산로→동면대교→수타사로→수타사

숙박 정보
· 가리산자연휴양림 : 강원 홍천군 두촌면 가리산길, 033)435-6034, www.garisan.kr
· 대명비발디파크 : 강원 홍천군 서면 한치골길, 1588-4888, www.daemyungresort.com/vp
· 모곡레저타운 : 강원 홍천군 서면 밤벌길, 033)435-8333, www.hongcheonkang.co.kr
· 모리의숲 : 강원 홍천군 북방면 노일로238번길, 033)435-0202, www.pensionmori.co.kr

식당 정보
· 양지말화로구이 : 화로구이양념삼겹살, 홍천읍 양지말길, 033)435-7533
· 한림정 : 한정식, 강원 홍천군 홍천읍 송학로, 033)434-8300, www.hanlimjung.co.kr
· 늘푸름임꺽정 : 한우구이, 강원 홍천군 홍천읍 무궁화로4길, 033)432-9939
· 늘푸름홍천한우프라자 : 한우구이, 강원 홍천군 홍천읍 설악로, 033)434-9207, www.nphanwoo.kr
· 공작산송어횟집 : 송어회, 강원 홍천군 동면 노내골길, 033)433-3968

축제와 행사정보
· 홍천인삼한우 명품축제 : 10월 8~12일, 홍천 도시산림공원 토리숲·강원인삼농협 본점 등, 033)435-4350, www.gnhfestival.kr
· 나라꽃무궁화축제 : 10월 9~11일, 홍천종합운동장·홍천 도시산림공원 토리숲·시내 일원, 033)435-4350, www.naraflower.kr

주변 볼거리
미약골, 강원도자연환경연구공원, 홍천생명건강과학관, 가리산자연휴양림, 삼봉자연휴양림, 팔봉산, 금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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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