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3일 가족여행 ①경남 창원

낙동강 줄기와 이어진 생태 천국 ‘주남저수지&우포늪’

창원 주남저수지와 창녕 우포늪은 낙동강 물줄기와 이어진 생태 천국이다. 닮은 듯 다른 두 ‘생태 박물관’은 새들의 단아한 날갯짓과 물에 기대 사는 수생생물의 고요한 하모니가 탐스러운 곳이다. 주남저수지와 우포늪은 차량으로 한 시간 남짓 소요되는 거리에 나란히 있다. 두 곳을 오가며 물과 생태계가 빚어내는 향연을 비교하면 재미는 배가된다. 저수지와 늪이 만들어내는 풍광은 새벽과 저녁이 다르고, 사계절이 변화무쌍하다. 

영남젖줄 낙동강 물줄기와 이어진 생태박물관
새들의 날갯짓과 수생생물의 고요한 하모니

주남저수지는 우포늪처럼 낙동강의 배후습지였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주남저수지는 용산늪, 산남늪, 가월늪으로 불리며 인근 농경지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게 주요 역할이었다. 1980년대 들어 가창오리 수만 마리가 찾기 시작하면서 저수지의 생태적 중요성이 재조명됐다. 주남저수지는 우포늪과 낙동강 하구 철새도래지의 가교로서 의미도 크다. 9월이면 기러기류 선발대가 저수지를 찾는다. 가을이 깊어지면 노랑부리저어새, 재두루미, 큰고니 등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을 비롯해 철새 수만 마리가 날아든다.
통칭해 주남저수지로 불리지만 주남, 동판, 산남으로 나뉜다.

낙동강 하구 철새도래지 가교

가장 편리하게 저수지를 감상하는 방법은 람사르문화관부터 생태 탐방로가 잘 닦인 주남저수지를 따라 걷는 것이다. 제방 길에는 철새 탐조대가 마련되었으며 연꽃단지가 조성되었다. 가을에 주남수문을 거쳐 저수지를 끼고 걸으면 코스모스 길이 반긴다. 주천강 줄기를 따라 방향을 잡으면 주남돌다리로 연결되는데, 800년 전 이곳에 돌을 옮겨놓았다는 전설이 있다.
은밀한 저수지가 만들어낸 아름다움과 대면하려면 동판저수지가 한결 고요하다. 실제로 산남저수지와 주남저수지는 확 트인 주변 환경으로 철새들의 이동이 용이하며, 동판저수지는 새들에게 좋은 은신처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판저수지에서는 녹색 융단처럼 깔리는 마름, 생이가래 등 수생식물을 만날 수 있다. 산남저수지는 유일하게 낚시가 허용되는 곳이다.

생태 저수지가 전해주는 감동을 제대로 음미하려면 이른 아침에 찾는 것도 방법이다. 곳곳에서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안개 사이로 물새가 날갯짓하는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세 저수지를 두루 둘러보려면 자전거를 이용하는 게 좋다. 초입에 자리한 생태학습관에서 신분증만 제시하면 자전거를 무료로 빌릴 수 있다. 생태학습관과 나란히 들어선 람사르문화관에서는 국내 생태 습지의 분포 등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우포늪은 국내 최대 규모 자연 습지다. 늪 전체가 천연기념물 524호로 지정되었고,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협약인 람사르협약에 등록돼 보호받고 있다. 동식물 1500여종이 공생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자연 내륙 습지로, 약 1억4000만년 전에 생성된 것으로 추정한다. 화왕산에서 발원한 토평천이 흘러 낙동강으로 합류하는데, 토평천 유역에 우포늪이 자리한 모양새다.


현지 주민들은 우포늪을 우포늪, 사지포, 목포늪, 쪽지벌 등으로 나눠 부른다. 늪은 곳곳에 비경을 담고 있다. 북쪽 목포의 장재마을은 왕버들 군락으로 원시적인 멋을 전해준다. 실제로 우포늪의 8경 중 1경이 왕버들 군락이다. 우포 북단의 소목마을에는 장대 거룻배의 풍경이 남아 있다. 장대 거룻배는 자연과 사람이 하나 되는 연결 고리다. 우포늪에서는 이곳 주민인 몇몇 어부에게만 고기잡이가 허용되는데, 새벽녘 배가 한가롭게 오가는 정경이 서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우포늪의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풍광은 새벽과 별밤이다. 늪은 해가 지면 별천지로 변신한다. 우포늪 주변에는 다른 빛이 없기 때문에 이 일대의 별은 유난히 또렷하게 빛난다.

녹색 융단 풍요로운 녹음잔치

최근 인기를 끄는 우포늪 생명길은 ‘느리게 걷기’가 어울리는 곳이다. 흙을 다진 비포장 길이 8.4km가량 이어진다.
우포늪은 사계절 단아한 자태를 뽐낸다. 여름 내내 우포늪은 짙푸르게 변장한다. 초록 잎이 수면을 덮으며 풍요로운 녹음 잔치를 펼친다. 마름, 자라풀, 개구리밥 등이 녹색 융단을 깔아놓은 듯 가지런하게 늪을 수놓는다. 이곳에 해오라기, 백로, 쇠물닭 등 여름 철새가 날아와 늪의 정적을 깬다. 가을로 넘어서면 갈대와 물억새가 완연한 주인공이 된다. 큰기러기, 쇠오리 등 철새의 군무도 아름답게 펼쳐진다. 우포늪 남쪽 초입에는 우포늪생태관이 마련돼 늪의 역사와 식생에 대해 살펴볼 수 있다. 우포늪은 ‘2014년 한국 관광의 별’ 생태 관광 부문별로 선정되기도 했다.

습지 생태 지역은 인근 관광지와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주남저수지를 방문한 뒤에는 창동예술촌에 들르면 좋다. 창동예술촌은 옛 마산의 상업·예술 중심지였던 창동을 새롭게 구성한 곳이다. 골목에는 아기자기한 공방과 갤러리, 공연 공간이 들어섰다. 창동예술촌에서 내려오면 오동동 통술거리가 향수를 자극한다. 통술거리는 벽화가 그려진 따뜻한 공간으로 변신했다.

창원에서 근대 문화를 엿봤다면, 창녕에서는 옛 유적과 조우한다. 우포늪 인근의 창녕석리성씨고가(경남문화재자료 제355호)는 오래된 양반 한옥이 고스란히 남은 곳이다.
창녕시장을 중심으로 창녕 읍내에는 걸어서 둘러볼 수 있는 유적이 흩어져 있다. 조선 시대 얼음을 보관하던 창녕 석빙고(보물 제310호)를 지나면, 가야 시대 고분인 창녕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사적 제514호)이 이어진다.
통일신라 때 석탑인 창녕 술정리 동 삼층석탑(국보 제34호) 역시 창녕시장 뒷길에 소담스럽게 서 있다.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 정보>----------------------------------------------------


1박2일 여행 코스
· 첫째 날 : 주남저수지→람사르문화관→창동예술촌
· 둘째 날 : 우포늪→소목마을→창녕시장→창녕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

2박3일 여행 코스
· 첫째 날 : 주남저수지→람사르문화관→동판저수지→오동동 통술거리
· 둘째 날 : 창동예술촌→우포늪→우포늪생태관→창녕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
· 셋째 날 : 우포늪 소목마을→창녕석리성씨고가→창녕 술정리 동 삼층석탑→창녕시장

관련 웹사이트 주소
· 창원시 문화관광 http://culture.changwon.go.kr      · 창녕군청 문화관광 http://tour.cng.go.kr
· 주남저수지 http://junam.changwon.go.kr              · 우포늪 사이버생태공원 www.upo.or.kr
· 창동예술촌 www.changdongart.com

문의 전화
· 창원시청 문화관광과 055)225-3694              · 창녕군청 생태관광과 055)530-1534
· 주남저수지 람사르문화관 055)225-2798        · 주남저수지 생태학습관 055)225-3491
· 우포늪생태관 055)530-1551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마산(창원) :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20~25분 간격(06:05~다음 날 01:00) 운행, 약 4시간 소요.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4회(09:00~17:30) 운행, 약 4시간 소요.
·서울-창녕 :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하루 5회(08:10~18:10) 운행, 약 4시간 소요.
대구서부정류장에서 30분~1시간 간격(07:00~23:00) 운행, 약 40분 소요.
* 문의
·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 코버스 www.kobus.co.kr
·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www.ti21.co.kr                    · 서울남부터미널 02)521-8550
· 전국시외버스통합예약안내서비스 www.busterminal.or.kr     · 마산고속버스터미널 1688-3110
· 대구서부정류장 1688-2824
기차> ·서울역-마산역 : KTX 하루 9회(05:50~21:50) 운행, 약 3시간 10분 소요. 창원역에서 주남저수지까지 마을버스 운행.    * 문의 :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자가운전 정보
· 중부내륙고속도로 내서 JC→남해고속도로 동창원 IC→창원 방면 14번 국도→가월삼거리→주남저수지
· 중부내륙고속도로 창녕 IC→합천 방향 우회전→회룡삼거리에서 우회전→우포늪

숙박 정보
· 마산m호텔 : 창원시 마산합포구 해안대로, 055)223-0550, www.masanmhotel.co.kr
· 리베라호텔 : 창원시 마산합포구 해안대로, 055)248-5200, http://rivierahotelms.co.kr
· 대천장호텔 : 창녕군 부곡면 온천중앙로, 055)536-5656~9 (굿스테이)
· 부곡로얄관광호텔 : 창녕군 부곡면 온천중앙로, 055)536-7300, http://bugokroyal.co.kr

식당 정보
· 고향아구찜 : 아귀찜, 창원시 마산합포구 오동남길, 055)242-0500, www.gohyang0500.kti114.net
· 해안선횟집 : 장어구이, 창원시 마산합포구 수산2길, 055)222-1771
· 왕순한우식육식당 : 수구레국밥, 창녕군 창녕읍 창녕시장길, 055)532-1711
· 양반청국장순두부 : 청국장·순두부, 창녕군 창녕읍 화왕산로, 055)533-0066, http://blog.naver.com/wiz627

주변 볼거리
마금산온천, 창원시립마산박물관, 마산조각공원, 화왕산, 관룡사, 창녕객사, 부곡온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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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