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경이 아름다운 도시 5선 ⑤경남 창원

도시·섬·항구가 어우러진 바다의 야경

창원시는 도시 여행자에게 재미난 요소가 가득한 보물창고다. 도시의 네온과 항구의 여유로움이 어우러진 야경이 으뜸가는 보물이다. 어둠이 드리운 하늘은 석양빛을 이고 있고, 도심에는 조명이 하나둘 켜진다. 건물 불빛 뒤로는 바다가 수줍은 듯 모습을 내보이고, 성산구 귀산동과 마산합포구 가포동을 잇는 마창대교가 위용을 드러낸다.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과 추산근린공원이 포인트다. 창동예술촌에는 1970~1980년대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 골목 풍경이 숨 쉬고, 돝섬해상유원지에는 한적한 숲길 산책로가 조성되었다. 바다에서는 더위를 날려버릴 해양 레포츠 체험이 가능하고, 마산어시장과 오동동 아구찜거리에는 싱싱한 해산물과 풍성한 먹거리가 있다. 마산의 도심과 바다가 선물하는 풍경은 여름날 항구 여행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다.

 

 건물 불빛 뒤로 수줍은 바다
과거와 현재 잇는 창동예술촌

경남 중부 남단에 위치한 창원시는 도시 여행자에게 재미난 요소가 가득한 보물창고다. 도시와 바다가 선물하는 멋진 풍경이 있고, 1970~1980년대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 골목 풍경이 숨 쉰다. 바다에서는 더위를 날려버릴 해양 레포츠 체험이 가능하고, 어시장에는 싱싱한 해산물과 풍성한 먹을거리가 있다.
본래 창원은 바다와 무관한 산업기지개발구역이었다. 산업공단의 이미지에서 바다를 품은 도시로 변신한 것은 마산시, 진해시와 합쳐져 통합 창원시로 출범한 2010년 7월 이후다. 바다가 생기면서 창원은 아름다운 도시로 변모했다. 봄이면 벚꽃이 진해를 가득 채우고, 여름이면 마산의 바다가 푸른빛을 뽐낸다. 특히 도시의 네온과 항구의 여유로움이 어우러진 마산의 풍경은 여름날 밤바다를 즐기기에 더없이 좋다. 

 

어둠이 서서히 내리는 마산의 야경을 감상하기 좋은 장소는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이 위치한 추산근린공원이다. 추산동 언덕에 자리 잡아 마산의 전경이 고스란히 내려다보인다.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야외 전시장에서 바라봐도 좋겠으나, 미술관이 오후 6시에 문을 닫기 때문에 추산근린공원으로 가야 한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마산의 밤 풍경을 보기 전에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에서 작가 문신의 작품과 예술혼을 만나는 것도 좋다. 문신은 일본에서 나고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한 미술가다. 1940년대 중반 한국에서 인물, 정물, 풍경 등 사실화 계열 화가로 활동하다가, 1961년 초 파리에 정착해 추상 작업을 했다. 그러던 중 프랑스의 고성인 라브넬 수복 작업을 통해 입체에 대한 잠재성을 발견하고 본격적으로 조각 작업을 시작해 국제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도시 여행자의
보물창고


1980년 귀국해 유년 시절을 보낸 마산에서 1994년 문신미술관을 개관했다. 미술관에 대한 그의 애정은 각별했다. 손수 설계한 것은 물론, 야외 조경에도 바위 하나의 배치까지 꼼꼼하게 살폈다. 미술관 건립비용이 부족할 때는 작품을 만들어 팔아가며 충당했다고 한다. 미술관 구석구석 문신의 손길과 애정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야경은 8시 무렵에야 제 모습을 드러낸다. 어둠이 드리운 하늘은 석양빛을 이고 있고, 도심에는 조명이 하나둘 켜진다. 들쭉날쭉 무질서하게 보이던 건물도 불빛에 가려 멋스럽게 다가온다. 멀리 고층 건물 뒤로는 바다가 수줍은 듯 모습을 내보이고, 성산구 귀산동과 마산합포구 가포동을 잇는 마창대교가 위용을 드러낸다. 도시지만 산과 바다, 항구, 섬을 모두 보여주는 멋진 광경이다.제1전시관, 제2전시관, 문신원형미술관, 야외조각전시장으로 구성된 미술관은 조각, 석고 원형, 유화, 채화, 드로잉, 유품, 공구 등 작품과 자료 3900여점을 소장하고 있다. 전시실에서 만나는 조각 작품은 좌우대칭의 추상조각으로 대표된다. 미세하게 불균형하고 비대칭인 특징이 작품에 내재해, 생명체와 같이 자연스러운 형상을 띤다. 처음에는 복잡해 보여도 원과 선의 자연스러운 결합과 변화가 곤충, 식물, 인간 등의 구상적 형상을 떠올리게 한다.

 

마산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문화의 낭만을 느끼려면 창동예술촌으로 가야 한다. 창동은 1950~1980년대 마산의 문화와 예술 중심지였다. 마산의 원도심이던 창동은 인구감소와 경기 불황으로 상권이 쇠퇴하면서 빈 건물이 도처에 널린 황폐한 거리로 내몰렸다. 사람들이 떠난 건물에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들면서 창동예술촌이 형성되고, 거리는 점차 활기를 되찾고 있다.

오래된 골목 안 낡은 건물은 커다란 벽화로 치장했다. 예술가들은 각자 특기를 살려 초크 아트, 유리공예, 염색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쇠락해가는 창동이 다시 일어서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지금 창동예술촌을 멋스럽게 만들어내는 것은 낡고 허름해 보이지만 어쩐지 정이 가는 아날로그적 풍경이다.
바다에서 즐거움을 누리기에는 돝섬 해상유원지가 제격이다. 마산연안여객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10여분이면 도착하는 돝섬은 각종 화초류와 꽃나무가 있는 섬이다. 바다를 벗하며 걷는 해안 산책로, 조각 작품과 멋들어진 수목이 어우러진 정상 산책로를 걷는 동안 도시에서 누리지 못한 여유와 힐링의 시간을 만끽한다. 돝섬의 ‘돝’은 ‘돼지’의 옛말이다. 김해 가락왕의 총애를 받던 후궁이 섬에 들어와 금빛 돼지로 변했다는 설화가 전해져 ‘황금돼지섬’이라 부르기도 한다.

작가 문신의
작품과 예술혼

돝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 해양 레포츠다. 파도를 가르며 질주하는 요트, 카약 등이 주인공이다. 요트는 1인승부터 5인승 이상까지 다양하다. ‘요트를 어떻게 타지?’ 하는 걱정은 필요 없다. 초보자라도 전문가에게 세 시간 정도 교육을 받으면 혼자 탈 수 있다. 요트에 올라 바다를 달리는 기분은 한마디로 ‘최고’다. 바람을 이용해 자신에게 주어진 자유를 최대한 누릴 수 있다. 카약은 간단한 안전 교육을 받으면 바로 체험 가능하다. 

 

바다에서 맘껏 놀았으면 허기진 배를 채워야 한다. 마산의 제일 별미인 아귀찜을 먹기 위해서는 오동동 아구찜거리로 가야 한다. 아귀찜이 표준어지만, 아귀찜의 원조 마산에서는 어디를 가도 아구찜이라 부른다.
마산 아귀찜은 한겨울 찬바람에 20~30일 말린 아귀를 냉동 창고에 보관해놓고 쓴다. 토박이들이 말하는 아귀찜의 맛은 육질이 단단해서 쫄깃한 말린 아귀에 있다. 말린 아귀를 요리 직전에 불려서 콩나물, 미더덕을 넣고 재래 된장과 고춧가루로 버무려서 찐다.

 


마산어시장에는 마산 앞바다와 통영, 거제 등지에서 갓 잡은 자연산 횟감이 살아 움직인다. 어시장 초입의 건어물 상가부터 채소 가게, 젓갈 가게, 생선 가게가 이어진다. 삶은 돼지를 파는 돼지골목과 과일 도매시장도 있지만, 여행자의 발길은 대풍횟집골목과 장어골목으로 향한다.

 

대풍횟집골목에는 커다란 수조를 앞세운 횟집이 몰려 있다. 봄 도다리, 여름 농어, 가을 전어, 겨울 볼락 외에도 돔, 우럭, 숭어, 쥐치 등 계절에 따라 다양한 생선을 선보인다. 생선회는 모둠으로 주문해도 되고, 한 가지 생선을 무게로 주문해도 좋다.
어시장에서 큰길을 건너면 장어골목이다. 바닷가와 맞닿아 항구의 야경을 배경으로 부드럽고 살집이 통통한 바닷장어의 담백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마산 바닷장어 요리는 고추장 양념을 바르고 굽는 과정을 두세 번 반복해 양념 맛이 속살 깊이 밴다. 양념을 하지 않고 소금장에 찍어 먹어도 좋다.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돝섬해상유원지→창동예술촌→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마산 야경(추산근린공원)


1박2일 여행 코스
· 첫째 날 : 창동예술촌→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마산 야경(추산근린공원)→오동동 아구찜거리
· 둘째 날 : 돝섬해상유원지→해양 레포츠→마산어시장→장어골목


관련 웹사이트 주소
· 창원시 문화관광  http://culture.changwon.go.kr
·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http://moonshin.changwon.go.kr
· 창동예술촌  www.changdongart.com
· 돝섬해상유원지    http://dotseom.kr
· 해양레포츠스쿨  http://maritimeschool.cwsisul.or.kr
· 마산어시장  http://masan.golmoktour.kr


문의 전화
· 창원시청 문화관광과 055)225-2341
·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055)225-7181
· 창동예술촌 055)222-2155
· 돝섬해상유원지 055)245-4451
· 해양레포츠스쿨 055)712-0445
· 마산어시장 055)224-0009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마산 :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20~25분 간격
(06:05~다음 날 01:00) 운행, 약 4시간 5분 소요.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10회(07:30~22:00) 운행,
약 4시간 30분 소요.
* 문의 :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www.exterminal.co.kr
·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www.ti21.co.kr
· 코버스 www.kobus.co.kr
· 마산고속버스터미널 1688-3110
기차> 서울역-마산역 : KTX 하루 9회(05:50~21:50) 운행, 약 3시간 5분 소요.
* 문의 :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자가운전 정보
중부내륙고속도로→내서 JC→남해고속도로 제1지선→서마산 IC→석전교 사거리 우회전→6호광장 오거리→서성광장 사거리 우회전→무학초등학교 지나 우회전→지산동주민센터→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숙박 정보
· 마산m호텔 : 마산합포구 해안대로, 055)223-0550, www.masanmhotel.co.kr
· 리베라관광호텔 : 마산합포구 해안대로, 055)248-5200, http://rivierahotelms.co.kr
· 마산아리랑관광호텔 : 마산회원구 마산역광장로, 055)294-2211
· 타임모텔 : 마산합포구 수산1길, 055)247-9912
· 조이모텔 : 마산합포구 수산1길, 055)244-8722 


식당 정보
· 고향아구찜 : 아귀찜, 마산합포구 오동남길, 055)242-0500
· 진짜초가집원조아구찜 : 아귀찜, 마산합포구 오동남3길, 055)246-0427
· 나야횟집 : 자연산 회, 마산합포구 어시장8길, 055)246-1514
· 해안선횟집 : 장어구이, 마산합포구 수산2길, 055)222-1771
· 만날재손짜장 : 해물짬뽕, 마산합포구 만날고개2길, 055)222-9122


주변 볼거리
가고파 꼬부랑길 벽화마을, 마금산온천, 마창대교, 창원시립마산박물관, 마산조각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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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