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경이 아름다운 도시 5선 ⑤경남 창원

도시·섬·항구가 어우러진 바다의 야경

창원시는 도시 여행자에게 재미난 요소가 가득한 보물창고다. 도시의 네온과 항구의 여유로움이 어우러진 야경이 으뜸가는 보물이다. 어둠이 드리운 하늘은 석양빛을 이고 있고, 도심에는 조명이 하나둘 켜진다. 건물 불빛 뒤로는 바다가 수줍은 듯 모습을 내보이고, 성산구 귀산동과 마산합포구 가포동을 잇는 마창대교가 위용을 드러낸다.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과 추산근린공원이 포인트다. 창동예술촌에는 1970~1980년대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 골목 풍경이 숨 쉬고, 돝섬해상유원지에는 한적한 숲길 산책로가 조성되었다. 바다에서는 더위를 날려버릴 해양 레포츠 체험이 가능하고, 마산어시장과 오동동 아구찜거리에는 싱싱한 해산물과 풍성한 먹거리가 있다. 마산의 도심과 바다가 선물하는 풍경은 여름날 항구 여행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다.

 

 건물 불빛 뒤로 수줍은 바다
과거와 현재 잇는 창동예술촌

경남 중부 남단에 위치한 창원시는 도시 여행자에게 재미난 요소가 가득한 보물창고다. 도시와 바다가 선물하는 멋진 풍경이 있고, 1970~1980년대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 골목 풍경이 숨 쉰다. 바다에서는 더위를 날려버릴 해양 레포츠 체험이 가능하고, 어시장에는 싱싱한 해산물과 풍성한 먹을거리가 있다.
본래 창원은 바다와 무관한 산업기지개발구역이었다. 산업공단의 이미지에서 바다를 품은 도시로 변신한 것은 마산시, 진해시와 합쳐져 통합 창원시로 출범한 2010년 7월 이후다. 바다가 생기면서 창원은 아름다운 도시로 변모했다. 봄이면 벚꽃이 진해를 가득 채우고, 여름이면 마산의 바다가 푸른빛을 뽐낸다. 특히 도시의 네온과 항구의 여유로움이 어우러진 마산의 풍경은 여름날 밤바다를 즐기기에 더없이 좋다. 

 

어둠이 서서히 내리는 마산의 야경을 감상하기 좋은 장소는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이 위치한 추산근린공원이다. 추산동 언덕에 자리 잡아 마산의 전경이 고스란히 내려다보인다.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야외 전시장에서 바라봐도 좋겠으나, 미술관이 오후 6시에 문을 닫기 때문에 추산근린공원으로 가야 한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마산의 밤 풍경을 보기 전에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에서 작가 문신의 작품과 예술혼을 만나는 것도 좋다. 문신은 일본에서 나고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한 미술가다. 1940년대 중반 한국에서 인물, 정물, 풍경 등 사실화 계열 화가로 활동하다가, 1961년 초 파리에 정착해 추상 작업을 했다. 그러던 중 프랑스의 고성인 라브넬 수복 작업을 통해 입체에 대한 잠재성을 발견하고 본격적으로 조각 작업을 시작해 국제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도시 여행자의
보물창고


1980년 귀국해 유년 시절을 보낸 마산에서 1994년 문신미술관을 개관했다. 미술관에 대한 그의 애정은 각별했다. 손수 설계한 것은 물론, 야외 조경에도 바위 하나의 배치까지 꼼꼼하게 살폈다. 미술관 건립비용이 부족할 때는 작품을 만들어 팔아가며 충당했다고 한다. 미술관 구석구석 문신의 손길과 애정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야경은 8시 무렵에야 제 모습을 드러낸다. 어둠이 드리운 하늘은 석양빛을 이고 있고, 도심에는 조명이 하나둘 켜진다. 들쭉날쭉 무질서하게 보이던 건물도 불빛에 가려 멋스럽게 다가온다. 멀리 고층 건물 뒤로는 바다가 수줍은 듯 모습을 내보이고, 성산구 귀산동과 마산합포구 가포동을 잇는 마창대교가 위용을 드러낸다. 도시지만 산과 바다, 항구, 섬을 모두 보여주는 멋진 광경이다.제1전시관, 제2전시관, 문신원형미술관, 야외조각전시장으로 구성된 미술관은 조각, 석고 원형, 유화, 채화, 드로잉, 유품, 공구 등 작품과 자료 3900여점을 소장하고 있다. 전시실에서 만나는 조각 작품은 좌우대칭의 추상조각으로 대표된다. 미세하게 불균형하고 비대칭인 특징이 작품에 내재해, 생명체와 같이 자연스러운 형상을 띤다. 처음에는 복잡해 보여도 원과 선의 자연스러운 결합과 변화가 곤충, 식물, 인간 등의 구상적 형상을 떠올리게 한다.

 

마산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문화의 낭만을 느끼려면 창동예술촌으로 가야 한다. 창동은 1950~1980년대 마산의 문화와 예술 중심지였다. 마산의 원도심이던 창동은 인구감소와 경기 불황으로 상권이 쇠퇴하면서 빈 건물이 도처에 널린 황폐한 거리로 내몰렸다. 사람들이 떠난 건물에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들면서 창동예술촌이 형성되고, 거리는 점차 활기를 되찾고 있다.

오래된 골목 안 낡은 건물은 커다란 벽화로 치장했다. 예술가들은 각자 특기를 살려 초크 아트, 유리공예, 염색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쇠락해가는 창동이 다시 일어서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지금 창동예술촌을 멋스럽게 만들어내는 것은 낡고 허름해 보이지만 어쩐지 정이 가는 아날로그적 풍경이다.
바다에서 즐거움을 누리기에는 돝섬 해상유원지가 제격이다. 마산연안여객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10여분이면 도착하는 돝섬은 각종 화초류와 꽃나무가 있는 섬이다. 바다를 벗하며 걷는 해안 산책로, 조각 작품과 멋들어진 수목이 어우러진 정상 산책로를 걷는 동안 도시에서 누리지 못한 여유와 힐링의 시간을 만끽한다. 돝섬의 ‘돝’은 ‘돼지’의 옛말이다. 김해 가락왕의 총애를 받던 후궁이 섬에 들어와 금빛 돼지로 변했다는 설화가 전해져 ‘황금돼지섬’이라 부르기도 한다.

작가 문신의
작품과 예술혼

돝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 해양 레포츠다. 파도를 가르며 질주하는 요트, 카약 등이 주인공이다. 요트는 1인승부터 5인승 이상까지 다양하다. ‘요트를 어떻게 타지?’ 하는 걱정은 필요 없다. 초보자라도 전문가에게 세 시간 정도 교육을 받으면 혼자 탈 수 있다. 요트에 올라 바다를 달리는 기분은 한마디로 ‘최고’다. 바람을 이용해 자신에게 주어진 자유를 최대한 누릴 수 있다. 카약은 간단한 안전 교육을 받으면 바로 체험 가능하다. 

 

바다에서 맘껏 놀았으면 허기진 배를 채워야 한다. 마산의 제일 별미인 아귀찜을 먹기 위해서는 오동동 아구찜거리로 가야 한다. 아귀찜이 표준어지만, 아귀찜의 원조 마산에서는 어디를 가도 아구찜이라 부른다.
마산 아귀찜은 한겨울 찬바람에 20~30일 말린 아귀를 냉동 창고에 보관해놓고 쓴다. 토박이들이 말하는 아귀찜의 맛은 육질이 단단해서 쫄깃한 말린 아귀에 있다. 말린 아귀를 요리 직전에 불려서 콩나물, 미더덕을 넣고 재래 된장과 고춧가루로 버무려서 찐다.

 


마산어시장에는 마산 앞바다와 통영, 거제 등지에서 갓 잡은 자연산 횟감이 살아 움직인다. 어시장 초입의 건어물 상가부터 채소 가게, 젓갈 가게, 생선 가게가 이어진다. 삶은 돼지를 파는 돼지골목과 과일 도매시장도 있지만, 여행자의 발길은 대풍횟집골목과 장어골목으로 향한다.

 

대풍횟집골목에는 커다란 수조를 앞세운 횟집이 몰려 있다. 봄 도다리, 여름 농어, 가을 전어, 겨울 볼락 외에도 돔, 우럭, 숭어, 쥐치 등 계절에 따라 다양한 생선을 선보인다. 생선회는 모둠으로 주문해도 되고, 한 가지 생선을 무게로 주문해도 좋다.
어시장에서 큰길을 건너면 장어골목이다. 바닷가와 맞닿아 항구의 야경을 배경으로 부드럽고 살집이 통통한 바닷장어의 담백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마산 바닷장어 요리는 고추장 양념을 바르고 굽는 과정을 두세 번 반복해 양념 맛이 속살 깊이 밴다. 양념을 하지 않고 소금장에 찍어 먹어도 좋다.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돝섬해상유원지→창동예술촌→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마산 야경(추산근린공원)


1박2일 여행 코스
· 첫째 날 : 창동예술촌→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마산 야경(추산근린공원)→오동동 아구찜거리
· 둘째 날 : 돝섬해상유원지→해양 레포츠→마산어시장→장어골목


관련 웹사이트 주소
· 창원시 문화관광  http://culture.changwon.go.kr
·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http://moonshin.changwon.go.kr
· 창동예술촌  www.changdongart.com
· 돝섬해상유원지    http://dotseom.kr
· 해양레포츠스쿨  http://maritimeschool.cwsisul.or.kr
· 마산어시장  http://masan.golmoktour.kr


문의 전화
· 창원시청 문화관광과 055)225-2341
·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055)225-7181
· 창동예술촌 055)222-2155
· 돝섬해상유원지 055)245-4451
· 해양레포츠스쿨 055)712-0445
· 마산어시장 055)224-0009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마산 :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20~25분 간격
(06:05~다음 날 01:00) 운행, 약 4시간 5분 소요.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10회(07:30~22:00) 운행,
약 4시간 30분 소요.
* 문의 :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www.exterminal.co.kr
·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www.ti21.co.kr
· 코버스 www.kobus.co.kr
· 마산고속버스터미널 1688-3110
기차> 서울역-마산역 : KTX 하루 9회(05:50~21:50) 운행, 약 3시간 5분 소요.
* 문의 :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자가운전 정보
중부내륙고속도로→내서 JC→남해고속도로 제1지선→서마산 IC→석전교 사거리 우회전→6호광장 오거리→서성광장 사거리 우회전→무학초등학교 지나 우회전→지산동주민센터→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숙박 정보
· 마산m호텔 : 마산합포구 해안대로, 055)223-0550, www.masanmhotel.co.kr
· 리베라관광호텔 : 마산합포구 해안대로, 055)248-5200, http://rivierahotelms.co.kr
· 마산아리랑관광호텔 : 마산회원구 마산역광장로, 055)294-2211
· 타임모텔 : 마산합포구 수산1길, 055)247-9912
· 조이모텔 : 마산합포구 수산1길, 055)244-8722 


식당 정보
· 고향아구찜 : 아귀찜, 마산합포구 오동남길, 055)242-0500
· 진짜초가집원조아구찜 : 아귀찜, 마산합포구 오동남3길, 055)246-0427
· 나야횟집 : 자연산 회, 마산합포구 어시장8길, 055)246-1514
· 해안선횟집 : 장어구이, 마산합포구 수산2길, 055)222-1771
· 만날재손짜장 : 해물짬뽕, 마산합포구 만날고개2길, 055)222-9122


주변 볼거리
가고파 꼬부랑길 벽화마을, 마금산온천, 마창대교, 창원시립마산박물관, 마산조각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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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국민의힘 행사에서 영향력을 과시하다가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국민의힘에서 ‘보수의 김어준’을 꿈꾸는 것 같다. 전씨는 과연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했던 영향력을 단번에 얻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지난 8일, 대구 EXCO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구·경북지역 합동연설회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지난 3월 창간한 <전한길뉴스> 소속 언론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선거판 난장판 하지만 전씨는 언론 취재의 한계를 넘어 반탄(탄핵 반대) 성향 후보들의 연설 도중 응원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반대로 찬탄(탄핵 찬성) 성향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이 연설할 때마다 “내부 총질” 혹은 “배신자” 등 원색 비난을 했다. 이날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는 전씨를 직접 지칭해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지고, 계엄을 계몽령이라고 정당화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같이 투쟁할 수 있겠느냐”면서 비난했다. 그러자 전씨는 김 후보에게 욕설하면서 자신의 지지자들을 격동시켰다. 찬탄 성향 조경태 당 대표 후보가 연설할 땐 자리에서 일어나 한 손을 들고 항의하는 등 지지자들의 조 후보 비난을 유도했다. 그러자, 찬탄 성향 일부 당원들이 전씨에게 물병을 던지면서 항의했다. 한 당원은 전씨에게 “난 20년 차 당원인데, 입당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당신이 왜 이런 난동을 부리느냐”고 따져 물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씨의 전당대회 출입을 막기 위해 대의원이 아닌 일반 당원의 행사장 출입을 금지했다. 이어 전씨에 대한 징계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러자 전씨는 <전한길뉴스> 발행인 신분을 내세워 “언론 탄압”이라며 반발했다. 이처럼 전씨는 국민의힘 당원과 언론인이란 신분을 왕래하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개입하고 있다. 지난달 31일과 지난 7일엔 시사평론가 고성국씨 등과 함께 주최한 ‘자유 우파 유튜브 연합 토론회’에 각각 장동혁·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출연시켜 ‘면접’을 보는 위력을 국민의힘 내외에 과시했다. 특정 진영의 강경파를 대상으로 언론사·유튜브 채널 등을 운영하면서 힘을 과시하는 모델로는 방송인 김어준씨가 있다. 김씨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친문(친 문재인) 강경파 성향 당원·지지자를 대상으로 라디오·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면서 당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당 대표 후보들을 면접하는 형식은 김씨가 지난해 3월 자신의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민주당 총선 후보자였던 이언주·전현희 의원과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출연시켜 객석의 청중에게 큰절을 시킨 것과 비슷하다. 김씨가 지난 6월 기획·진행한 ‘더 파워풀’ 콘서트엔 ▲문재인 전 대통령 ▲민주당 정청래 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등 다수의 민주당 내 유력 정치인이 참석했다. 입당하자마자 영향력 과시 물의 당원·언론인 오가며 전대 개입 김씨는 지난 2011년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로 활동하면서부터 민주당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왔다. 물론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한 영향력을 전씨가 단기간에 얻긴 어렵다. 이 때문인지 전씨는 국민의힘에 입당하자마자 ‘10만 당원 양병설’ 등을 주장하면서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하기 위해선 당비를 3개월 이상 납부하고, 연 1회 이상 교육을 받은 책임당원이어야 한다. 전씨는 지난 6월 온라인으로 입당했고, 당 대표 후보 등록일은 지난달 30일부터 단 이틀 동안이었다. 따라서 전씨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수 없었다. 출마 길이 막힌 전씨는 전당대회에서 당원·언론인 신분을 교차하면서 자신을 따르는 당원들을 선동해 영향력을 과시하려고 한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가 민주당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주변 진영 전체를 둘러싼 질서는 20세기 초·중반에 활동했던 이탈리아 사회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의 헤게모니 이론이 갖는 틀과 비슷하다. 그람시는 “자본주의는 견고하게 발전할 것”이라는 대전제를 토대로 “언론·문화 등 각 분야에 진지를 구축해 참호전으로써 상대 세력을 약화해야 한다”는 사상을 정리했다. 각 분야에 구축한 진지는 결정적인 시기에 전개할 기동전의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자본주의 구조가 뿌리내리면서 러시아 2월·10월 혁명과 같이 한순간에 모든 것을 뒤집는 혁명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람시는 주도권 다툼으로써 체제 내 혁명을 추구하는 취지의 사상을 구체화했다. 우리나라에선 소련 해체가 가시화되던 1980년대 후반부터 기존 노동운동에 문화·예술운동을 접목하는 단체가 활동하는 등 각계에서 다른 방향의 노동운동을 전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민주당을 받치는 양대 축은 각계의 시민단체들과 진보 성향 매체들이다. 대규모 정치 이벤트가 진행될 땐 민주당 지원 사격을 맡으면서, 정치적 명분과 정당성을 구축·홍보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민주당에 인력을 공급하는 역할도 한다. 주요 선거 등 대규모 기동전이 필요한 상황에선 각자의 진지에서 일시에 뛰쳐나와 물량을 공급하는 식이다. 이 같은 구조를 상징하는 사람이 민주당 윤미향 전 의원이다. 정의기억연대 대표로 오랫동안 활동하던 윤 전 의원은 민주당을 통해 국회의원이 됐지만, 횡령 의혹이 유죄로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다. 같은 당 추미애 의원 등 민주당 일각에선 윤 전 의원의 사면을 강하게 지지했고, 결국 8·15 광복절특사를 통해 사면·복권됐다. 민주당과 그람시 하지만 시민단체와 매체는 대중을 직접 동원하기가 어려운 데다, 매체는 언론 고유의 한계가 있다. 시민단체 역시 시민들의 참여가 부실하다는 핸디캡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도 존재해 왔다. 이 때문에 삼각 구조를 받쳐줄 또 하나의 하부 구조가 필요했다. 이 문제를 해결해준 사람이 바로 김씨였다. 김씨는 지난 1998년 ‘안티 <조선일보>’라는 깃발을 내걸고 <딴지일보>를 창간한 후 풍자·B급 정서·유머를 지향해오고 있다. 당시 <딴지일보>에선 포장마차에서 어묵을 찍어 먹는 용도로 내는 간장의 위생 상태를 취재해 기사화하거나 국가혁명당 허경영 명예대표의 대권 도전 과정을 풍자하는 등 ‘신선한 B급 정서’를 지향해 독자적인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한편으로 김씨에게 평생 따라다닐 놀림거리를 남겼다. 김씨가 <딴지일보>의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용 성인용품을 판매했고, 성인남녀의 만남을 중개하는 사이트를 개설했던 탓이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여전히 김씨를 비판하면서 당시의 전력을 함께 언급한다. 이후 김씨는 ▲황우석 박사 옹호 ▲영화감독 겸 코미디언 심형래씨 옹호 등 숱한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황 박사 옹호는 그럴 듯한 음모론을 제시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는 김씨의 특성과 깊이 맞물린다. 당시의 논란도 김씨에 대한 비판론을 형성하는 중심축이다. 그랬던 김씨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계기로는 크게 2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를 처음 시작했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 중 1명으로 활동했단 것이었다. 김씨는 당시 민주당 백원우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거친 항의를 말리고 고개 숙여 사과하는 문 전 대통령을 주목했다. 이후 김씨는 문 전 대통령의 킹메이커를 자처했고, 이는 ‘나는 꼼수다’ 진행 이후 문 전 대통령의 대세론으로 이어졌다. ‘나는 꼼수다’는 김씨 특유의 B급 정서·음모론이 이명박정부에 대한 다양한 불만과 맞물려 대성했던 방송이었다. ‘나는 꼼수다’는 현재까지 이어지는 김씨의 성향을 구체화한 방송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해당 팟캐스트의 상징으로 통하는 “쫄지 마”는 여전히 회자된다. ‘나는 꼼수다’는 구체적인 사실관계 검증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명확한 당파성을 매개로 특정 정당·진영 사람들이 선호할 음모론과 괴담을 이미 밝혀진 사실관계와 섞어 전달하는 것에 집중했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선을 적당히 왕래하면서 민주당 지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영웅과 악당들 이는 집단의식으로 연결됐고, 김씨에겐 거대한 영향력을, 민주당엔 거대한 지지 집단을 만들어줬다. 김씨는 ‘나는 꼼수다’를 통해 단순·명쾌한 이분 구도를 완성했다. 그를 선호하는 민주당 지지자의 정치관은 “보수진영이란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운다”는 것이다. 이는 정의로운 주인공이 지구 정복을 노리는 악당의 무리에 맞서 싸우는 어린이용 만화의 서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울러 현재 민주당 핵심 지지 세대로 알려진 4050세대가 미국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선호하는 것과 연결해볼 수 있다. 이 세계관엔 초월적인 힘을 갖고 모든 생명체의 절반을 죽여 우주를 정화하려는 악당에 맞서는 영웅들이 등장한다. 이 세계관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사건은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사건이었다. 이들에게 노 전 대통령 사망사건은 거대 악당과 싸워야 하는 당위성을 제공해주는 절대적인 명분이었다. 김씨가 이 사건에 주목하고, 상주로서 백 전 의원의 항의를 제지하던 문 전 대통령을 주목한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우리 고전문학 중 전설은 김씨의 평소 주장과 비슷한 서사 구조를 띠고 있다. 전설은 능력이 뛰어난 주인공이 현실의 한계에 좌절하고 무너지는 비극적인 구조를 취한다. 또 설득력을 부여해야 많은 사람에게 퍼질 수 있어서 실제 존재하는 지역·지명을 매개로 그럴듯하게 전개된다. 여기엔 각박한 현실을 바꿔줄 새로운 영웅의 출현을 기대하는 민중의 소망이 담겨있다. 그래서 조선시대엔 “정씨 성을 가진 영웅이 새 나라를 만들어 왕이 될 것”이란 취지의 예언서가 오랫동안 돌아다녔다. 김씨의 주장은 21세기판 전설이라고 할 수 있다. 김씨는 민주당과 주변 진영을 취약한 상황에서 거대한 악에 도전하는 영웅으로 묘사하고, 지지자들은 그 영웅담에 환호한다. 그러면서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우는 영웅을 또 잃을 수 없다”는 공감대를 공유한다. 그들은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같은 목표를 공유한다. 김씨는 ‘김어준 유니버스’ 혹은 ‘민주 유니버스’를 만들었고, 지지자들은 관객을 넘어선 참여자로서 희열과 보람을 느낀다. <한국일보>는 지난 2017년 이들의 세계관을 소개하면서 “대통령이 국민을 지켜야지, 왜 국민이 대통령을 지켜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완전히 다른 ‘B급 정서’ 카타르시스·도파민 차이 김씨는 ▲세월호 고의 침몰설 ▲천안함 피격 사건 관련 가짜 뉴스 살포 ▲코로나19 대구 확산설 등 주장을 이어가면서 지지자들에게 정치적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했다. 그들이 김씨를 통해 느낀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은 고스란히 민주당의 정치적 자양분이 됐다. 그래서 총선 출마 후보들은 김씨가 보는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큰절을 해야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김씨를 지목했던 것은 김씨에게 엄청난 이익이 됐다. 당시 계엄군은 김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스튜디오 주변을 통제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13일 국회에서 “계엄군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사살한 후 북한 소행으로 공작하려고 했다”면서 “정보 출처는 국내에 대사관이 있는 우방국”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그 우방국은 미국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미국은 국무부·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이를 부인했다. 반면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어준님’의 증언을 허구로 단정하고 비난부터 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과 보수 세력은 민주당과 그 주변 세력처럼 정교한 조직체를 만들지 못했다. 보수 세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피커 역할은 전씨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맡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김씨처럼 진영 전체를 들썩일 수 있는 정치적 유머 감각과 설득력을 갖추지 못했다.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하지도 못한다. 이 때문에 이들의 주장은 강경 보수 지지자들 외 국민 사이에서 웃음거리로 전락한 지 오래고, 국민의힘 내부서도 강하게 비판한다. 국민의힘이 지난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이겼을 당시엔 민주당에 비판적인 2030세대 남성과 6070세대를 아울러 민주당을 지지하는 4050세대와 2030세대 여성을 포위한다는 ‘세대포위론’ 전략이 제시됐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불화 끝에 결별하면서 이 연합은 얼마 가지 못해 해체됐다. 당시 승리를 주도했던 국민의힘 지지층은 이 대표 특유의 합리주의를 지지하는 젊은 유권자와 강경 보수를 지향하는 노년 유권자로 분열됐다. 전씨는 많은 공무원 제자를 거느린 유명 한국사 강사였다. 따라서 적절히 순화된 주장과 교묘하게 선정한 정치적 입지를 섞어서 정치 전면에 나섰더라면,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와 달리 그럴듯한 이야기를 구성하고 유머를 섞는 능력을 보여준 적이 없다. 전씨의 옛 제자들은 그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절대로 정치 전면에 나서지 않는 김씨와 달리, 직접 국민의힘에 입당해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려 하는 등 적당히 선을 긋지도 않는다. 정치인들이 알아서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큰절을 하게 만드는 김씨와 달리, 전씨는 스스로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전당대회서 눈에 띄는 행동을 했다. 전에겐 없는 것들 무엇보다 김씨가 “이 대통령을 능가하는 영향력을 가진 것 아니냐”는 설까지 나올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구축하기까지 15년이 걸렸단 사실도 제대로 통찰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으로 국민의힘은 정치 구조를 통찰하지 못해 민주당이 장기간 공들여 구축한 정치 구조체를 갖추지 못했다. 그런데도 전씨는 ‘전한길 유니버스’ 제작을 멈추지 않는다. 과연 전씨는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