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경이 아름다운 도시 ②서울 종로

600년 후 서울 도심을 바라보다

한양도성은 북악산(백악), 낙산, 남산, 인왕산의 능선을 따라 총 18.6km에 이른다. 조선 600년 역사가 켜켜이 쌓인 도성으로, 네 산으로 오르다 보니 서울 도심의 화려한 야경을 볼 수 있는 곳이 제법 많다. 특히 흥인지문에서 혜화문으로 이어지는 한양도성 낙산 구간은 남녀노소가 쉽게 산책할 수 있으며, 낙산공원은 북악산과 북한산 능선으로 넘어가는 일몰과 서울 도심 야경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어 밤이 더욱 아름다운 명소다. 한여름 밤, 시원한 바람과 함께 서울 야경을 감상하며 더위를 식혀보자.

 

600년 역사 오롯이 담긴 한양도성
낙산정 올라 내려다 본 황홀경 서울

한양도성은 조선의 건국과 함께 도읍인 한양의 경계를 삼고, 외침을 방어하기 위해 축성했다. 조선 태조 때인 1396년부터 쌓기 시작해 600년 역사가 오롯이 담겼다. 한양도성(사적 제10호)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 목록에 올라 서울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여행지다.

600년 전
한양도성 따라

흥인지문 주변으로는 최근 개관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와 쇼핑몰, 청계천 일대가 화려한 조명으로 일렁여 도심 야경의 화룡점정이 된다. 마약김밥과 빈대떡으로 유명한 광장시장, 신진시장 주변의 곱창골목과 닭한마리골목, 장충동 족발골목, 음식 특화 거리로 지정된 신당동 떡볶이골목이 가까워 맛있는 음식과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여정을 마무리할 수 있다.

 

서울 야경을 감상하기 전에 한양도성을 걸어보자. 한양도성 낙산 구간은 흥인지문부터 혜화문까지 2.1km에 이른다. 낙산이 있는 낙산공원을 기준으로 혜화문과 흥인지문으로 가는 길은 내리막길이다.
흥인지문에서 시작하면 성곽으로 오르는 길에 서울디자인지원센터 건물이 있다. 이 건물에는 최근 임시 개관한 한양도성박물관이 들어섰다. 1~3층으로 구성된 박물관은 한양도성의 역사와 도성 발굴이야기부터 서울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공간으로, 한양도성을 걷기 전에 들르면 좋다.
성곽을 따라 낙산공원에 이르면 성곽을 끼고 자리한 두 마을을 꼭 둘러보자. 성곽 안쪽으로는 이화마을이, 바깥쪽으로는 장수마을이 있다.

 


이화마을은 원래 낙산 자락의 가파른 경사 지대에 조성된 마을로, 오래된 건물이 많아 낙후 지역으로 손꼽히던 곳이다. 지난 2006년 예술인들이 ‘낙산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건물 외벽에 그림을 그리고, 마을 곳곳에 조형물을 설치했다. 천사의 날개, 가파른 계단에 그려진 꽃 그림은 화사해진 이화마을을 상징한다.
한국전쟁 이후 형성된 판자촌에서 기원한 장수마을은 낙산공원 동남쪽 성벽을 끼고 앉은 마을로, 60세 이상 거주 인구가 많아 장수마을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낙산공원 암문에서 장수마을로 내려가는 길은 낙산 구간의 가장 아름다운 코스다.
해가 저물 때쯤 낙산공원에 자리 잡은 낙산정으로 가보자. 낙산정에서는 서울 한복판이 시원스레 내려다 보인다. 혜화동과 동숭동 일대가 눈앞에 펼쳐지고, 북한산 능선과 북악산, 인왕산, 안산 자락이 도심을 포근히 감싼다. 조선의 역사를 이어간 창덕궁과 창경궁도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여름이면 해는 인왕산과 북악산을 힘겹게 넘는다. 북악의 우뚝 솟은 봉우리로 해가 저물고, 하늘은 금세 붉은 기운을 머금는다. 이 무렵 성곽에 또 다른 빛의 향연이 펼쳐진다. 성곽 아래에서 조명이 밝혀지고, 성곽이 마치 거대한 용처럼 구불거리며 이어지기 때문이다. 

 

낙산정에서 일몰을 보고 낙산공원 제1전망광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낙산정이 성곽이 없는 서울 야경을 볼 수 있는 곳이라면, 제1전망광장 주변은 조명이 어우러진 성곽과 함께 도심 야경이 펼쳐지는 곳이다. 성곽에 기대서서 충분하게 야경을 감상할 수 있으니, 안전과 성곽의 보전을 위해서도 성곽 위로 올라서는 안된다.
해가 넘어간 직후부터 밤이 찾아오기 전까지 서울의 야경은 시시각각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해가 넘어간 직후에는 성곽의 불빛과 저 멀리 북한산 능선이 조화를 이루지만, 밤이 되어 도심에 하나둘 불빛이 들어오면 성북구 일대의 야경이 성곽과 어우러진다.
성곽 아래 자리 잡은 장수마을과 성북구 아파트 단지의 불빛도 묘한 대조를 보여준다. 낙산공원 제1전망광장에서 암문을 나서면 장수마을로 이어지는 성곽의 야경 또한 놓쳐서는 안 될 풍경이다.

 

한양도성 낙산 구간을 걷기 어렵다면 버스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지하철 1·4호선 동대문역 5번 출구에서 종로3번 마을버스를 이용하면 낙산공원까지 쉽게 갈 수 있다. 버스 종점에는 ‘여행하는 꿈꾸는 달수씨, 그리고 커피트럭’이 있다. 30세 ‘용기청년’이 전국을 여행하며 만난 커피전문가들에게서 공수한 원두로 드립 커피를 낸다. 밝고 긍정적인 청년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드립 커피도 좋지만, 달달하면서도 상큼한 망고 아이스티는 더위를 잊게 하는 청량제다.
한양도성은 상시 해설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서울 한양도성 홈페이지나 종로구청·중구청 문화관광 홈페이지에서 예약하면 된다.

시시각각
다른 얼굴

성곽을 걷고 야경까지 감상하면 밤이 제법 깊어진다. 출출한 배도 채우고, 여행을 마무리하며 술 한잔 나누는 건 어떨까? 흥인지문을 중심으로 1.5km 내에 먹거리 골목이 즐비하다. 청계천을 따라 광교 방면으로 가다 보면 신진시장, 광장시장을 만난다. 신진시장에는 곱창골목과 닭한마리 골목이 있다. 닭한마리는 닭고기를 삶아 먹은 뒤 그 국물에 양념과 김치를 넣고 칼국수를 끓인다. 광장시장은 마약김밥과 빈대떡으로 유명하다. 빈대떡에 막걸리를 마시는 흥겨운 광경이 밤을 잊은 채 이어진다.

 

흥인지문에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지나 지하철 3호선 동대입구역으로 가다 보면 왼편으로 장충동 족발골목이다. 옛 명성만 못하지만 장충동할머니집, 뚱뚱이할머니집 등 족발집 여섯 곳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지하철 2·4·5호선 동대문역사공원역 3번 출구나 2·6호선 신당역 7번 출구로 나오면 신당동 떡볶이골목이 지척이다. ‘며느리도 몰라, 아무도 몰라’라는 유행어를 남긴 마복림 할머니의 가게를 시작으로 떡볶이집 수십 곳이 있다. 떡볶이와 삶은 달걀, 당면, 어묵, 쫄면, 라면 사리가 어울려 매콤한 맛이 제격이다.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동대문디자인플라자→동대문운동장기념관, 동대문역사관1398→한양도성박물관→한양도성 낙산 구간(흥인지문~낙산공원)→낙산공원 야경→동대문


1박2일 여행 코스
· 첫째 날 : 서대문형무소역사관→독립문→안산 무장애 자락길→한양도성 인왕산 구간(돈의문 터~경교장~홍난파 가옥~딜쿠샤~성곽길)
· 둘째 날 : 동대문디자인플라자→동대문운동장기념관, 동대문역사관1398→한양도성박물관→한양도성 낙산 구간(흥인지문~낙산공원)→낙산 야경→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야경→장충동 족발골목이나 닭한마리골목



관련 웹사이트 주소
· 서울시 문화관광 포털 www.visitseoul.net
· 종로구청 문화관광 www.jongno.go.kr/tourMain.do
· 중구청 문화관광 http://tour.junggu.seoul.kr/tour/index.jsp
· 서울 한양도성 http://seoulcitywall.seoul.go.kr
· 동대문역사관1398 www.seouldesign.or.kr/park2/summary.jsp
· 동대문디자인플라자 www.ddp.or.kr


문의 전화
· 서울시 도보관광코스(서울시 문화관광 포털) 02)6925-0777
· 종로구청 관광체육과 02)2148-1864
· 중구청 문화관광과 02)3396-4623
· 한양도성박물관(서울역사박물관 한양도성연구소) 02)724-0286
· 동대문역사관1398 02)2153-0408~9
· 동대문디자인플라자 02)2153-0000


대중교통 정보
지하철>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 4번 출구나 1·4호선 동대문역 10번 출구(한양도성 낙산 구간)
버스> 동대문역 5번 출구에서 종로3번 마을버스 이용, 종점에서 하차(낙산공원 입구)
* 문의 : 서울메트로 1577-1234, www.seoulmetro.co.kr


자가운전 정보
종로5가역 사거리→대학로→마로니에공원 입구에서 우회전→동숭길→첫 번째 갈림길에서 좌회전→낙산길로 우회전→낙산공원 주차장


숙박 정보
· 라임스테이 : 종로구 종로66가길, 070-8945-8818, www.limestay.com (굿스테이)
· 토요코인 서울동대문호텔 : 중구 퇴계로, 02)2267-1045, www.toyoko-inn.kr (굿스테이)
· 가인게스트하우스 : 종로구 북촌로11길, 02)763-0365, www.gainguesthouse.com
· 24게스트하우스 청계천점 : 중구 을지로9길, 02)2274-0024,
  http://cheonggye-stream.24guesthouse.co.kr
· 센터마크호텔 : 종로구 인사동5길, 02)731-1000, www.centermarkhotel.com


식당 정보
· 삼삼뚝배기 : 김치찌개, 종로구 동숭길, 02)765-4683, www.02-2266-6066.kti114.net
· 원조장충동할머니집 : 족발, 중구 장충단로, 02)2279-9979
· 진옥화할매원조닭한마리 : 닭한마리, 종로구 종로40가길, 02)2275-9666, www.darkhanmari.co.kr
· 낙산냉면 : 냉면, 종로구 지봉로5길, 02)743-7285

 

축제와 행사 정보
·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 : 2014년 7월 22~27일, 남산·명동역 일원, 02)3455-8435,     www.sicaf.org
 

주변 볼거리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동대문운동장기념관, 동대문역사관1398, 광장시장, 대학로, 이화마을, 장수마을, 이화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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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