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경이 아름다운 도시 5선 ①경기 광주

세계유산인 성곽에서 야경에 흠뻑 취하다

세계유산인 남한산성은 야경 또한 탐스럽다. 산성 주변에 흩어진 유적 사이를 걸으며 숲과 성곽 둘레길이 선사하는 한낮의 여유를 만끽했다면, 해질 무렵에는 산성에서 바라보는 야경에 취해본다. 남한산성 서문 위에서 바라보는 서울을 아우른 야경은 시대를 넘어서는 아득한 추억을 만들어낸다.

남한산성 성곽 위에서 조망하는 서울
시대를 넘어서는 아득한 추억 연출

남한산성의 야경 감상은 선선한 바람과 고독이 함께한다. 한낮에 성곽을 채우던 산행객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 산성 안은 오붓함이 동행하는 시간이다. 북문에서 서문으로 이어지는 완만한 탐방 코스 역시 주말 낮이면 사람들로 북적이지만, 해가 내려앉을 때쯤이면 가로등만 듬성듬성 켜진 한적한 공간으로 변신한다.

성루 지키는
병사의 마음

야경을 감상하는 최고의 포인트는 서문 성곽 위다. 행락객이 하산길에 나설 무렵, 북문을 거슬러 서문으로 오른다. 서문에서 조우하는 야경의 묘미는 옛 도읍이던 서울의 건물과 한강변에 불이 하나씩 켜지고 옅은 어둠에서 벗어난 도시가 은은한 조명으로 뒤덮이는 시간을 알현하는 것이다. 청량산을 거슬러 오른 선선한 바람은 이마의 땀을 식혀준다.
역사의 흔적이 담긴 남한산성에서 만나는 서울 야경은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남한산성은 백제에서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국방의 보루역할을 한 요충지였다. 조선 인조 때는 청나라가 침략하자, 왕이 이곳으로 피신해 47일 동안 항전한 곳이기도 하다. 성곽 위에 서면 마치 성루를 지키는 옛 병사가 된 듯 애틋한 마음이 든다.

 

남한산성은 광주, 하남, 성남시와 접한 공간에 있다. 서문에서는 서울 송파구를 중심으로 강남 일대와 멀리 하남시가 아득하게 내려다보인다. 서문 성곽 아래 전망대가 마련되었는데, 야경 감상은 성곽 위쪽이 한결 운치 있다. 다른 산에서 조망하는 야경과 달리 서문까지 큰길이 닦여 가족이 함께 산책하며 오붓하게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남한산성(사적 제57호)은 국내에서 11번째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문화와 역사의 현장이다. 야간에는 일부 유적에만 조명이 들어오기 때문에, 남한산성의 의미를 제대로 되새기려면 야경 감상 전 산성을 둘러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10여년 복원 과정을 거쳐 문을 연 행궁(사적 제480호)은 남한산성의 새로운 상징이다. 행궁은 임금이 도성 밖으로 거동할 때 임시로 머물던 곳이다. 조선 인조 때 만들어졌으며, 이후에도 숙종과 영조, 정조 등이 능행길에 머물렀다. 남한산성 행궁은 유일하게 종묘와 사직을 갖춘 행궁으로, 유사시에는 남한산성이 임시 수도 역할을 했음을 보여준다.

 


행궁 안에는 정문이자 ‘한강 남쪽 제일의 누각’이라는 의미가 있는 한남루 외에 내행전, 외행전, 이위정 등이 복원되었다. 행전에서는 무료 해설을 들을 수 있으며, 주말이면 아이들을 위한 책 만들기와 부채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행전을 둘러봤으면 본격적인 남한산성 낮 투어에 나설 차례다. 남한산성은 해발 500m 험준한 자연 지형을 따라 둘레 11.76km 성곽에 200여개 문화재가 자연경관과 함께 흩어져 있다.

 

산성 탐방 코스 중 가장 수월하고 가족여행객이 접근하기 쉬운 코스는 북문~서문~수어장대~남문을 둘러보는 코스다. 이곳에서는 성곽 안팎을 넘나들며 성곽 둘레길을 걸어보면 좋다. 성문 밖으로 잠시 나서면 솔숲이 상쾌한 휴식을 선물한다.

 

탐방 코스의 반환점인 수어장대(경기도 유형문화재 제1호)는 지휘와 관측을 위한 군사적 목적으로 만들어진 남한산성 장대 중 유일하게 남은 곳이다. 성 안에 남아 있는 건축물 중 가장 화려한 자태를 뽐낸다. 서문 옆 병암에는 정조 때 서문 근처가 파괴된 것을 주민들이 자진해 보수한 것을 찬양하는 글이 새겨졌다.
빠르게 수어장대와 서문까지 오르려면 숭렬전, 국청사를 거치는 숲길 코스를 선택한다. 숭렬전(경기도 유형문화재 제2호)은 백제의 시조 온조왕과 산성 축조 당시 책임자인 이서 장군을 모신 사당이다. 이 단축 코스는 야간에 길을 잃을 우려가 있으니 해가 진 뒤에는 산행을 삼간다.

우국충절 기린
현절사 자태

산성 탐방을 마친 뒤에도 곳곳에 들어선 유적이 한낮의 더위를 식혀준다. 군사를 훈련하기 위해 건립한 연무관(경기도 유형문화재 제6호)이 육중한 규모를 자랑하고, 병자호란 때 항복을 끝까지 반대한 삼학사를 기리는 현절사(경기도 유형문화재 제4호)가 오붓한 자태로 남아 있다.

 

남한산성 인근에 시인이자 독립운동가 한용운 선생의 흔적이 담긴 만해기념관도 들러보면 좋다.
산성 주변으로는 야경 투어의 여운을 즐길 만한 공간도 있다. 무기 제작을 관장하던 침괘정(경기도 유형문화재 제5호)과 행궁 초입 종루 인근에는 은은한 조명과 함께 허기를 달랠 식당과 차 한잔 마실 수 있는 카페가 들어섰다.

 

산성 남문에 들어서기 전 위치한 닭죽마을 역시 여름 원기를 보충하기 좋다. 마을에는 식당이 20여 곳 모여 있는데, 남한산성에 놀러 온 사람들이 계곡에 발 담그고 닭을 먹던 시절부터 30여년간 운영해온 곳도 있다. 동문 방향으로 향한 뒤, 광주 분원리에서 팔당호를 바라보며 시래기붕어찜을 맛보는 것도 몸에 좋은 뒤풀이가 될 듯하다.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남한산성 행궁→숭렬전→수어장대→북문→서문


1박2일 여행 코스
· 첫째 날 : 남한산성 행궁→숭렬전→수어장대→북문→서문→닭죽마을
· 둘째 날 : 남문→연무관→현절사→동문


관련 웹사이트 주소
· 남한산성 문화관광사업단 http://nhss.ggcf.kr
· 광주시 문화관광 http://tour.gjcity.go.kr


문의 전화
· 남한산성도립공원 031)743-6610
· 남한산성 문화관광사업단 031)777-7500
· 평화누리길 비득안내소 033)481-9229
· 만해기념관 031)744-3100


대중교통 정보
지하철,버스>
8호선 산성역에서 9번, 52번 버스 타고 산성로터리 하차.


자가운전 정보

경부고속도로 양재 IC→헌인릉 앞→세곡동→복정사거리→약진로→남문→산성로터리


숙박 정보
· 곤지암리조트 : 도척면 도척윗로, 1661-8787, www.konjiamresort.co.kr
· 남한강모텔 : 남종면 산수로, 031)768-7777
· 카프리모텔 : 남종면 산수로, 031)767-2087


식당 정보
· 산성오복식당 : 닭볶음탕, 중부면 남한산성로, 031)743-6566
· 남문관 : 산채비빔밥, 중부면 남한산성로, 031)743-6560
· 논골장마담집 : 닭죽도가니탕, 성남시 수정로, 031)745-5700
· 고향매운탕 : 붕어찜, 남종면 산수로, 031)767-9693


주변 볼거리
경안천습지생태공원, 팔당호, 무갑산, 경기도자박물관, 한국잡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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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