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의 보고 ‘민통선’ 100배 즐기기 ③강원 양구

초여름 녹음과 햇살 사이 비밀의 계곡 ‘두타연’

짙은 녹음 사이로 싱그러운 햇살이 쏟아지는 초여름 숲 속을 걷는 일은 그 자체로 훌륭한 ‘생태학습’이자, 최고의 ‘힐링여행’이다. 그곳이 반세기 넘게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 독특한 생태계를 오롯이 간직한 청정지역이라면 감흥도 남다르다. 금강산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강원도 양구의 깊은 골짜기를 흐르다가 굽은 한 부분이 절단되면서 만들어진 두타연은 시원하게 쏟아지는 폭포와 푸르다 못해 검은빛을 띠는 소, 그 주위를 병풍처럼 둘러싼 기암이 어우러져 천혜의 비경을 선사한다. 열목어, 고라니, 산양, 금낭화, 큰꽃으아리, 올괴불나무 등 희귀한 동식물도 만날 수 있다. 1박2일 일정이라면 양구생태식물원, 양구산양증식복원센터, 광치계곡, 박수근미술관, 국토정중앙천문대, 펀치볼까지 돌아보는 생태 문화 코스도 좋다.

두타연 폭포 뒤 둘러싼 천혜의 비경
국토정중앙천문대서 ‘별 헤는 밤’ 만끽

민간인통제구역(민통선) 북쪽에 위치해 휴전 뒤 50년간 금단의 땅으로 남아 있던 두타연 일부 구간이 개방된 것은 지난 2004년이다. 2009년 관광코스로 널리 알려지면서 원시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생태관광지로 각광받아왔다.

우렁찬 폭포
검은빛 소

두타연은 금강산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강원도 양구의 깊은 골짜기를 흐르다가 굽은 한 부분이 절단되면서 만들어진 폭포 아래 너른 소를 일컫는다. 10여m 높이의 아담하면서 우렁찬 폭포와 푸르다 못해 검은빛을 띠는 소, 그 주위를 병풍처럼 둘러싼 기암이 어우러져 천혜의 비경을 선사한다.
폭포 위 바위에 설치된 관찰데크에 오르면 발 아래에 절경이 펼쳐지고, 탐방로를 따라 출렁다리를 건너면 폭포와 소, 소를 에워싼 바위 안 벽의 보덕굴까지 정면에서 볼 수 있다. 물이 맑고 깨끗한 두타연에는 오염되지 않은 곳에 산다는 열목어를 비롯해 다양한 물고기들이 서식하고, 탐방로를 걷는 동안 금낭화, 큰꽃으아리 같은 들꽃은 물론 올괴불나무, 쪽동백, 회목나무 등 다양한 식물도 관찰할 수 있다.  

 

두타연이라는 이름은 1000년 전 이 자리에 있었다는 두타사라는 사찰에서 유래했다. 두타연 탐방은 이목정안내소나 반대쪽 비득안내소에서 시작한다. 예전에만 해도 두타연에 들어가려면 예약과 해설사 동행이 필수였으나, 지난해 11월부터 절차가 간소해져 당일 개별 관광이 가능하다. 출입 신청서와 서약서를 작성해 신분증과 함께 안내소에 제시하고, 위치 추적 태그가 부착된 출입증을 받아 착용하면 끝.
두타연 입구는 이목정안내소에서 3.7km 지점의 두타연 주차장 맞은편이다. 두타연 주차장까지 도보나 자전거, 차량 이동이 모두 가능하며, 자전거는 안내소에서 대여해준다. 

 


두타연만 둘러보기 아쉽다면 평화누리길도 걸어보자. 이목정과 비득안내소 사이 계곡을 따라 조성된 평화누리길 12km 구간은 트레킹이나 자전거 여행을 즐기는 이들에게 인기다. 양구전투위령비, 조각공원, 쉼터 세 곳과 포토 존 등이 마련되었고, 계곡을 가로지르는 두타 1·2교에서 멋진 전망도 즐길 수 있다.

 

양구에 가면 두타연 외에도 생태관광을 즐길 수 있는 곳이 많다. 휴전선 인근 남한 최북단에 자리한 대암산 기슭의 양구생태식물원이 대표적이다. 중부 이남 지역에서 보기 힘든 희귀식물이 많이 분포하는 양구는 식물지리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양구생태식물원에서 다양한 북방식물과 고산성산지 습지식물, 멸종 위기 식물을 만날 수 있다. 입장은 무료, 놀이터와 피크닉 광장도 마련되어 아이들과 함께 찾으면 좋다.
천연기념물(217호)이자 멸종 위기 야생동물 1급으로 지정된 산양을 볼 수 있는 양구산양증식복원센터도 놓치지 말자. 방사장 울타리 주변의 관찰로를 따라 걸으며 바위에 우뚝 서 있거나 풀을 뜯는 산양을 어렵지 않게 마주칠 수 있다. 

 

여름철 인기 명소는 해발 800m에 자리한 광치계곡이다. 우거진 원시림 아래 차가운 계곡물이 흘러 물놀이를 즐기기에 제격이다. 광치자연휴양림에서 시작되는 대암산 생태 탐방로 중에서 원점으로 회귀하는 2시간 30분 코스나 양구생태식물원까지 이어지는 5시간 코스도 도전해볼 만하다.

양구생태식물원
멸종 위기 식물

가장 한국적인 화가로 평가받는 박수근 화백의 생가 터에 건립된 박수근미술관, 천체관측과 캠핑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국토정중앙천문대도 양구가 자랑하는 명소다. 박수근미술관에서는 8월3일까지 ‘박수근 화백 탄생 100주년 특별전’이 열린다. 

 

펀치볼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해안분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을지전망대도 빼놓으면 아쉽다. 비무장지대(DMZ) 철책 위에 세워진 을지전망대에서 금강산까지는 불과 38km 거리. 전망대 출입 신청은 해안면 양구통일관에서 당일 오후 4시까지 받는다. 양구통일관 앞에는 한국전쟁 당시 주요 전투 9개를 재조명한 양구전쟁기념관이 있다. 

 

오골계 살을 발라 양념한 뒤 숯불에 굽고 남은 뼈로 탕을 끓여 먹는 오골계숯불구이, 직접 만든 모두부와 순두부를 섞어 매콤하게 끓인 촌두부전골, 특산물을 이용한 시래기정식은 양구가 자랑하는 별미다.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두타연→양구산양증식복원센터→양구생태식물원

1박2일 여행 코스
· 첫째 날 : 두타연→박수근미술관→국토정중앙천문대→광치자연휴양림(숙박)
· 둘째 날 : 을지전망대→양구전쟁기념관→양구산양증식복원센터→양구생태식물원


관련 웹사이트 주소

· 청춘양구 문화관광 www.ygtour.kr
· 박수근미술관 www.parksookeun.or.kr
· 국토정중앙천문대 www.ckobs.kr
· 광치자연휴양림 www.kwangchi.or.kr
· 양구생태식물원 www.yg-eco.kr
· 양구산양증식복원센터 www.goral.or.kr


문의 전화
· 양구군청 경제관광과 033)480-2251
· 평화누리길 이목정안내소 033)482-8449
· 평화누리길 비득안내소 033)481-9229
· 양구통일관 033)481-9021
· 양구산양증식복원센터 033)480-2665
· 박수근미술관 033)480-2655
· 양구생태식물원 033)480-2529
· 국토정중앙천문대 033)480-2586


대중교통 정보
기차>
서울-양구 :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22회(06:30~19:35) 운행, 약 2시간 10분 소요.
* 문의 :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www.ti21.co.kr 양구시외버스터미널 1666-0335


자가운전 정보
서울춘천고속도로 춘천 IC→46번 국도→배후령터널→추곡터널→웅진터널→양구읍→31번 국도→460번 지방도→고방산리→두타연


숙박 정보
· 양구KCP호텔 : 양구읍 파로호로, 033)482-7700, www.yanggukcphotel.com (베니키아)
· 광치자연휴양림 : 남면 광치령로1794번길, 033)482-3115, www.kwangchi.or.kr
· 현대모텔 : 양구읍 관공서로, 033)482-1234, http://cafe.naver.com/01038059380


식당 정보
· 석장골오골계집 : 오골계숯불구이, 양구읍 양록길23번길, 033)482-0801
· 광치막국수 : 막국수, 남면 남동로, 033)481-4095
· 시래원 : 시래기정식, 남면 봉화산로, 033)481-4200
· 전주식당 : 촌두부전골·돼지고기김치찌개, 양구읍 비봉로, 033)481-7922
· 엄마가산채원 : 산채정식·토종포계탕, 양구읍 황강길, 033)481-3599


축제와 행사 정보
2014 도솔산지구전투전승행사 : 2014년 6월21일, 도솔산전투 추모비(위령비)·도솔산 일원, 033)480-2242(양구군축제위원회)


주변 볼거리
양구선사박물관, 양구백자박물관, 이해인 시문학과 김형석·안병욱 철학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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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