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의 보고 ‘민통선’ 100배 즐기기 ①강원 화천

숨겨진 청정 습지는 희귀 동식물의 천국

화천의 6월은 고요하고 신비로운 녹음의 세상이다. 세인의 발길이 닿지 않은 땅에 숲과 물이 뒤엉키며 생태계의 향연을 만들어낸다. 화천 양의대 습지는 민통선 생태계의 숨은 보고(寶庫)다. 평화의 댐에서 북한강을 따라 민간인통제구역(민통선)을 거슬러 오르면 상류에 드넓은 습지가 모습을 드러낸다. 안동철교에서 이어지는 12km 습지대는 반세기 넘게 고스란히 간직돼 수달, 사향노루, 산양 등 천연기념물과 희귀식물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을 마시러 강변에 나선 동물들의 흔적은 낯선 세계에 들어선 듯 감동을 준다. 양의대 습지 하류에는 세계 평화의 종, 비목공원 등이 들어선 평화의 댐이 위치해 있으며, 북녘 땅을 가깝게 조망할 수 있는 칠성전망대도 화천 민통선 여행의 다른 축을 이룬다. 생태 투어는 ‘숲으로 다리’길과 수달연구센터를 둘러보며 마무리하면 좋다.

 

 

강원 화천의 6월, 신비로운 녹음의 세상
사람 발길 닿지 않은 깊은 생태계 향연

화천의 6월은 고요하고 신비로운 녹음의 세상이다. 세인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공간에 숲과 물이 뒤엉키며 깊은 생태계의 향연을 만들어낸다.
화천 양의대 습지는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민통선 생태계의 숨은 보고다. 평화의 댐에서 북한강을 따라 민간인통제구역(민통선)을 거슬러 오르면 상류에는 드넓은 습지가 모습을 드러낸다. 양의대 습지는 군사용 철교인 안동철교에서 오작교까지 이르는 12km 습지대를 일컫는다.

양의대 습지
생태계 숨은 보고

반세기 넘게 사람들의 손길이 닿지 않은 습지의 풍경은 몽환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이른 아침이면 아득한 물안개로, 한가로운 오후에는 물을 마시러 강변에 나서는 노루와 고라니의 발걸음으로 낯선 세계에 들어선 듯한 감동을 전한다.
양의대 습지로 가는 길부터 가슴 설렌다. 평화의 댐과 안동철교를 잇는 하천 길에는 동물 보호 표지판이 연이어 드러난다. 수달, 사향노루, 산양 같은 천연기념물과 삵, 담비, 노루 등이 양의대 습지 일대에서 서식한다. 이 길을 왕래하는 군인이나 안내원이 전하는 동물과 맞닥뜨린 생생한 목격담은 이제 흔한 화젯거리가 됐다. 

양의대 습지 주변으로는 금강초롱, 각시붓꽃, 노루귀 등 희귀식물도 자생한다. 습지식물인 연복초가 5월에 화려한 꽃을 피우고 나면, 중부 이북의 고산 습지에서 자라는 금마타리가 6월에 만발해 습지를 진녹색으로 단장한다. 그 숲과 강을 잇는 모래톱에는 오랜 기간 이곳 생태계의 터줏대감이던 동물들의 발자국이 촘촘히 찍혀 있다. 양의대 습지 일대는 민통선 습지보전지역 중 가장 우수한 핵심 야생동식물 서식지로 평가받고 있다. 

양의대 습지를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면 가슴이 더욱 먹먹해진다. 북쪽으로 향한 물줄기는 금성천과 만나 북녘 땅으로 연결되고, 아스라이 보이는 안동철교 너머로는 평화의 댐이 메마른 물줄기를 받아낸다. 한 많은 역사의 현장 사이에서 신비로운 생태계는 이곳에 서식한다는 커다란 황금구렁이처럼 똬리를 틀고 있다.
안동철교가 놓이기 전 이곳 주민들은 나룻배로 강을 건너 소달구지를 타고 화천 장터를 오갔다. 해발 1194m 해산 기슭을 에돌아 넘는 데만 반나절이 걸렸다고 한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비련의 생태계지만, 한때는 촌부들의 평화로운 삶이 녹아 있었음을 되새기게 만든다. 

안동철교와 평화의 댐을 잇는 민통선 구간은 최근에 신분증이 있으면 누구나 출입이 가능해졌다. 단 양의대 습지 전망 포인트까지 차량으로 오르려면 사전에 승인을 받아야 한다.
양의대 습지로 향한 발길은 자연스럽게 평화의 댐으로 연결된다. 세계 평화의 종, 비목공원 등이 들어선 평화의 댐은 해산터널을 경유하면 민통선을 거치지 않고도 갈 수 있는 개방된 공간으로 변신했다. 평화의 댐 언덕 위로는 거대한 세계 평화의 종이 눈길을 끈다. 29개국 분쟁 지역과 한국전쟁 당시 사용한 탄피 등을 모아 만든 세계 평화의 종은 높이 4.7m, 무게 37.5t의 외관을 뽐낸다. 


세계 평화의 종 너머로는 비목공원이 자리 잡았다. 화천 DMZ에 배속된 청년 장교가 잡초가 우거진 곳에서 무명용사의 돌무덤을 발견하고 만든 노래가 ‘비목’이다. 비목공원에서는 해마다 현충일 전후로 ‘비목’의 탄생과 무명용사의 넋을 기리는 비목문화제가 열린다.
평화의 댐 아래로 내려서면 화천 생태 트레킹의 대명사인 비수구미다. 숲을 가로지르는 비수구미길에서는 들꽃과 새소리가 어우러진 청정 숲길을 오붓하게 거닐 수 있다. 내리막길을 선택하려면 해산터널 초입에서 시작하는 게 좋다.

북쪽 향한 물줄기
북녘 땅 연결

화천 민통선 투어의 또 다른 묘미를 즐기려면 평화의 댐 권역에서 벗어나 칠성전망대로 향한다. 칠성전망대에 오르면 DMZ의 숲과 초소, 철책, 북녘 땅이 어우러진 풍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양의대 습지를 이룬 물줄기의 상류인 금성천과 조우하는 곳이 이곳 칠성전망대 일대다. 북한 주민이 밭을 경작하는 모습도 전망대에서 내려다보인다. 칠성전망대는 지난해 새롭게 단장한 뒤, 가는 길 초입에서 투어 신청을 하면 바로 입장할 수 있게 됐다. 전망대 내부에 갤러리 카페가 마련되어 차 한 잔 음미하며 북한 땅을 조망하는 것도 새롭다. 

청정 화천 땅은 민통선을 벗어나도 다양한 생태 체험으로 몸과 눈을 즐겁게 한다. 화천 생태 투어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화천 산소길과 이어지는 ‘숲으로 다리’ 위를 거니는 것이다.
숲으로 다리는 소설가 김훈이 명명한 나무 데크로, 북한강과 나란히 이어지는 숲 지대를 코앞에서 감상하는 행운이 주어진다. 해 뜰 무렵에는 발밑에서 피어오르는 물안개로, 해 질 무렵이면 고요한 물과 숲의 정취로 묘한 감동을 전해준다. 나무 데크는 원시 숲을 가로지르는 흙길과 연결되며 기분 좋은 생태 산책을 만들어낸다. 

또 산천어와 함께 화천을 상징하는 동물이 수달이다. 간동면 파로호 변에는 지난해 국내 최초의 수달 생태 공원인 한국수달연구센터가 문을 열었다. 현재 야생 수달 13마리가 사는데, 수달이 헤엄치고 물고기를 잡아먹는 모습을 구경하며 화천 생태 투어의 대미를 장식할 수 있다.
끝자리 3·8일에 들어서는 화천 오일장에서는 인근 청정 지역에서 나는 향긋한 나물과 올챙이국수, 메밀전병 등 추억의 맛을 즐길 수 있다.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안동철교→양의대 습지→평화의 댐→숲으로 다리→한국수달연구센터


1박2일 여행 코스
· 첫째 날 : 안동철교→양의대 습지→평화의 댐→비수구미 트레킹→딴산
· 둘째 날 : 칠성전망대→화천 산소길(숲으로 다리)→꺼먹다리→한국수달
연구센터


관련 웹사이트 주소
· 화천군 관광정보 http://tour.ihc.go.kr
· 한국수달연구센터 www.ottercenter.org


문의 전화
·  화천군 종합관광안내소 033)440-2575, 2557
·  화천군청 관광정책과 033)440-2529
·  한국수달연구센터 033)441-9798


대중교통 정보
버스> 
· 서울-화천 :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24회(07:05~19:35) 운행, 약 2시간 40분 소요.
* 문의 : ·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www.ti21.co.kr
             · 화천공영버스터미널 033)442-2902
기차> · 용산-춘천 : ITX 청춘 하루 17회(06:00~22:00) 운행, 약 1시간 15분 소요. 춘천역 경유 화천행 버스 30분 간격 운행.
* 문의 : 코레일 1544-7788, www.korail.com


자가운전 정보
서울춘천고속도로→춘천 JC→중앙고속도로→고속도로 빠져나와 직진→소양2교→화천


숙박 정보
· 파로호한옥펜션 : 화천읍 평화로, 033)441-1488, www.paroho.kr (한옥스테이)
· 화천열차펜션 : 하남면 춘화로, 033)441-8877, www.hctrainpension.com
· 덕성파크 : 화천읍 상승로, 033)442-2204


식당 정보
· 콩사랑 : 두부 요리, 화천읍 대이리길, 033)442-2114
· 화천어죽탕 : 어죽탕, 간동면 파로호로, 033)442-5544
· 평양막국수 : 초계탕·막국수, 화천읍 평화로, 033)442-1112


축제와 행사 정보
비목문화제 : 6월 6일, 평화의 댐, 033)442-2507 (화천문화원), www.bimok.com


주변 볼거리
화천 한뼘길, 동구래마을, 용담계곡, 용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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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