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 떠나는 여행-강원도 태백

“야생화 천국 ‘분주령’으로 오세요”

분주령은 5월이면 ‘천상화원’으로 변한다. 이름도 신기한 야생화들이 앞다퉈 꽃망울을 터트린다. 두문동재에서 시작해 금대봉과 분주령, 검룡소로 이어지는 코스는 봄날 야생화 트레킹을 즐기기에 더 없이 좋다. 홀아비바람꽃, 범꼬리, 현호색, 앵초 등 금대봉과 분주령에 피는 야생화만 약 900여 종. 내려오는 길에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도 만날 수 있다. 야생화 트레킹을 마친 후 아이들과 함께 가볼 만한 곳도 많다. 고생대 삼엽충과 공룡을 전시하고 있는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 국내 석탄산업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태백석탄박물관 등이 인기가 높다. 화전동에 위치한 용연동굴도 아이들이 좋아한다. 태백고원자연휴양림은 휴양도시 태백의 면모를 잘 느낄 수 있는 곳으로 하루쯤 머물며 심신의 휴식을 취하기에 좋은 곳.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멋진 풍경을 자아내는 매봉산 풍력단지도 가볼 만하다.

5월이면 흐드러지게 피는 야생화 화원
태백석탄박물관서 석탄산업 역사 한눈에

5월은 트레킹하기 딱 좋은 계절이다. 따뜻한 봄 햇살과 싱그러운 숲내음을 즐기며 걸을 수 있어 좋다. 수줍게 얼굴을 내미는 형형색색의 야생화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거창한 장비는 필요 없다. 발이 편한 트레킹화와 물통, 도시락을 싸서 떠나보자.
목적지는 태백 분주령. 우리나라 최고의 야생화 천국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야생화가 가장 많은 때는 5월 초부터 7월 초순경으로 기린초, 하늘나리, 하늘말나리 등이 눈부시게 핀다.

숲길 따라
야생화 트레킹

트레킹의 시작은 두문동재(1268m)에서 시작한다. 두문동재는 정선과 태백을 잇는 고개인데 싸리재라고도 부른다. 두문동재에서 트레킹을 시작해 금대봉 정상과 분주령을 거쳐 한강 발원지인 검룡소로 내려가는 게 일반적인 코스다. 약 6.6km.
두문동재에서 헬기장을 지나 금대봉(1,418m)으로 향하는 길은 평탄한 능선길과 완만한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양지바른 곳에는 할미꽃들이 드문드문 피어있다. 산책하듯 느린 걸음으로 걸어 약 30~40분 정도를 가면 금대봉이다. 금대봉은 식물자원 보호구역이다. 그만큼 야생화가 많다. 금대봉 이르는 짧은 길에도 노란 산괴불주머니며 솜방망이, 딱총나무꽃 등의 단아한 자태를 만날 수 있다.
금대봉에서 숲길을 따라 좀 더 내려가면 ‘고목나무 샘’이다. 이 물은 검룡소로 스며들어 다시 솟구친다. 고목나무샘에서 다시 1시간여를 가면 분주령 초원이다. 이 길은 ‘들꽃숲길’이라는 명칭이 붙어 있는데, 이름에 걸맞게 하늘이 보이지 않을 만큼 녹음이 우거져 있고 길섶에는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 봄바람에 흔들린다. 이들과 눈을 맞추며 길을 걷다보면 어느새 전망이 탁 트이는 곳에 닿는다. 분주령이다. 해발 1080m에 이렇게 넓은 분지가 펼쳐진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봄이면 분주령 일대는 드넓은 꽃밭으로 변한다. 다양한 야생화들이 앞다퉈 핀다. 낚시제비꽃, 줄딸기꽃, 노루삼, 홀아비바람꽃, 범꼬리, 왜미나리아재비, 현호색, 앵초, 터리풀, 요강나물, 쥐오줌풀, 구슬붕이, 어릿광대수염 등이 분주령에서 만날 수 있는 야생화. 금대봉과 분주령에 자생하는 풀꽃은 약 900여 종에 달하는데 식물도감을 챙겨가 꽃 이름을 확인하며 걷는 것도 야생화 트레킹을 잘 즐기는 한 방법이다.
분주령을 지나 계곡길로 내려서면 검룡소로 가는 길이다. 빽빽이 들어선 침엽수림 사이를 걷는 기분이 상쾌하다. 검룡소로 이어지는 길은 거의 내리막이라 발걸음이 한결 가볍다. 길을 따라 내려오다 주차장 못 미처 오른쪽에 난 숲길을 따라 15분 정도 올라가면 닿을 수 있다.
검룡소는 한강의 발원지다. 울창한 숲 속, 푸른 이끼가 가득한 바위 웅덩이에서 하루 2000톤의 물이 샘솟는다. 오랜 세월 동안 물줄기가 흘러 2m 정도 되는 암반이 구불구불하게 패여 있다. 이끼가 가득한 암반 사이로 굽이쳐 흐르는 물줄기가 신비스럽게 보인다. 이 모습이 마치 용이 용틀임하는 것과 비슷해 검룡소라 불린다. 물 온도가 사계절 내내 섭씨 10도 안팎으로 유지된다고 한다. 입산은 5월16일부터 가능하며 분주령은 생태경관보존지역이기 때문에 입산 일주일 전에 태백시청 환경보호과에 사전예약하면 된다.

태백에는 아이들과 함께 가볼 만한 곳이 많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은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이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고생대 지층 위에 건립된 고생대 전문박물관으로 고생대 삼엽충, 두족류 및 공룡 화석과 자체 제작한 영상물, 입체 디오라마 등을 전시하고 있다. 대륙 이동 등 지각변동에 관한 자료도 볼 수 있는데, 고생대 때 한반도가 3개의 땅덩어리로 분리돼 있었다는 사실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박물관 지하 1층에는 화석 발굴 현장, 화석 탁본, 30억 년 지층 파노라마 등 다양한 주제의 체험전시실도 운영하고 있다. 박물관 가기 전 볼 수 있는 구문소는 황지에서 시작된 물이 태백을 빠져나가며 산자락을 뚫어 커다란 석문(石門)을 만들어 놓은 것으로 천연기념물 제417호다.

동굴 속
신비로운 경관

태백산도립공원 입구에 위치한 태백석탄박물관도 흥미롭다. 1997년 ‘석탄과 자연 그리고 인간’이라는 주제로 건립됐는데 국내 석탄산업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광물, 화석, 기계장비, 광부들의 생활용품 등 8700여점의 석탄 관련 유물과 모형을 전시하고 있다. 특히 박물관 지하에 위치한 8전시실에는 채탄과정과 지하작업장 사무실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지시의 모습, 여러 가지 갱도의 유형 등을 전시하고 있어 광산의 위험성과 광산노동자들의 힘겨운 생활을 느껴볼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꼭 가봐야 할 곳이 또 있다. 화전동에 위치한 용연동굴이다. 국내 동굴 중 가장 높은 해발 920m 지점에 있다. 1억5000만~3억년 전에 생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총 길이 1.5km. 동굴 내부에는 다양한 모양의 석순과 종유석, 석주 등이 즐비하다. 모양에 따라 드라큘라 성, 죠스의 두상, 등용문 등 재미있는 이름을 붙여 놓았다. 동굴 내부에는 폭 50m, 길이 130m의 광장과 인공분수, 조명시설이 만들어져 있는데 자연 생성물들과 어우러져 신비로운 경관을 연출한다. 주차장에서 동굴 입구까지 1.1km 구간을 운행하는 ‘낭만의 용연열차’도 아이들에게 인기다.

태백 대부분의 지역은 평균 해발 높이가 800m를 훌쩍 넘는다. 그래서 태백을 ‘고원관광휴양도시’라고 부르기도 한다. 태백고원자연휴양림은 휴양도시 태백의 면모를 잘 느낄 수 있는 곳. 산림문화휴양관과 숲속의 집이 마련되어 있는데 하루쯤 머물며 심신의 휴식을 취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산행길과 트래킹 코스도 잘 닦여 있으며 MTB(산악자전거)를 즐기는 이들도 종종 눈에 띈다.
매봉산풍력발전단지는 ‘바람의 언덕’으로도 불린다. 가파른 비탈의 배추밭 꼭대기 능선에 자리한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멋진 풍경을 자아낸다. 발전기 외에도 조그마한 네덜란드식 풍차가 한 기 서있어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자연체험 코스 : 분주령 야생화 트레킹 - 검룡소 -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


1박2일 여행 코스
· 첫째날 : 분주령 야생화 트레킹 - 용연동굴 - 태백고원자연휴양림 숙박
· 둘째날 :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 - 석탄박물관 - 매봉산 풍력발전단지

관련 웹사이트 주소
· 태백시청 문화관광포털 tour.taebaek.go.kr
· 태백산도립공원 park.taebaek.go.kr
·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 paleozoic.go.kr
· 태백석탄박물관 www.coalmuseum.or.kr
· 태백고원자연휴양림 forest.taebaek.go.kr

문의 전화
· 태백시 관광문화과 033)550-2085
· 태백시 환경보호과 033)550-2061
· 태백시 관광안내소 033)550-2828
·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 033)581-8181
· 태백석탄박물관 033)552-7730
· 용연동굴 033)553-8584
· 태백고원자연휴양림 033)582-7440

대중교통 정보
버스> 
· 청량리-태백 : 하루 7회 운행, 4시간40분 소요.
· 동대구-태백 : 하루 2회 운행, 4시간20분 소요.
· 부산-태백 : 하루 1회 운행, 6시간30분 소요.

기차> · 동서울-태백 : 하루 32회 운행, 3시간10분 소요.
· 북대구-태백 : 하루 7회 운행, 5시간 소요.
· 부산-태백 : 하루 6회 운행, 5시간 소요.

자가운전정보
영동고속도로 - 남원주 나들목 - 중앙고속도로 - 제천IC - 영월방면 38번 국도 - 두문동재 터널 입구

숙박 정보
· O2리조트 : 태백시 황지동, 033)580-7500
· 호텔메르디앙 : 태백시 황지동, 033)553-1266
· 스카이호텔 : 태백시 소도동, 033)552-9912
· 태백산 민박촌 : 소도동, 033)553-7440

식당 정보
· 태성실비식당 : 태백시 상장동, 한우, 033)552-5287
· 경성실비식당 : 태백시 삼수동, 한우, 033)552-9156
· 태백닭갈비 : 태백시 황지동, 닭갈비, 033)553-8119
· 강산막국수 : 태백시 황지동, 막국수, 033)552-6608

축제와 행사 정보
· 태백산 눈축제 : 매년 1월, 033)550-2085, festival.taebaek.go.kr
· 태백산 철쭉제 : 매년 6월, 033)550-2085, festival.taebaek.go.kr

주변 볼거리
황지연못, 추전역, 삼수령, 용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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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