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 김영환 새정치민주연합 세월호 사고 공동대책위원장

"국민을 미흡한 존재라 보는 사람들이 사태 키웠다"

[일요시사=정치팀] 허주렬 기자 = 지난 4월16일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고로 302명의 승객들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사고 당일 배를 스스로 탈출한 것에 가까운 최초 구조자 174명 외에 2주가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실질적 구조자는 '0명'에서 멈춰있다. 시간이 갈수록 실종자의 숫자가 사망자로 바뀔 뿐이다.

참사와 관련해 가급적 발언을 자제해왔던 정치권에서도 이제는 책임을 따져야한다는 말이 서서히 나온다. 실종자에 대한 구조작업이 완료되면 본격적인 사고 책임에 대한 추궁과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일요시사>는 지난 4월30일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정치권의 소리'를 듣기위해 새정치민주연합 세월호 침몰 사고 공동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영환 의원을 찾았다.
다음은 김 의원과의 일문일답.

- 새정치민주연합 여객선 침몰 사고 대책위원장으로 진도 현장에 오랫동안 머물렀던 것으로 알고 있다. 직접 보고, 느낀 현장 분위기는 어떤가?
▲ 국민들이 느끼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번 사고는 대한민국이 출범한 후 최대의 참사, 최악의 인재다. 앞서 세월호 참사보다 더 많은 국민들이 희생된 삼풍백화점 붕괴 등 수많은 재난이 있었지만 이번 일은 누가 봐도 막을 수 있었던 인재다. 250명이 넘는 꽃다운 젊은이들이 희생됐고, 전 국민이 TV를 통해서 참사의 현장을 목격했다. 세월호 참사는 어떤 일로도 덮을 수 없고, 용서받을 수도 없는 참변이자 범죄다.

- 일각에선 현장 상황과 방송 등 언론에서 나오는 보도가 다르다는 얘기도 있다.
▲ 언론은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 이후 인명을 구조하거나 사태를 냉정하게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기는커녕 사태를 오판하고 만들고, 국민들에게 혼선을 가져다줬다. 대한민국 언론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이번 일은 국민들이 방송과 신문의 공정성·객관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도 됐을 것이다.

-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구조와 관련한 여러 의문점들이 제기되고 있다. 본인이 생각하는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 총체적 혼선, 총체적 미비점들이 드러났다. 구조는 있었지만 가장 필요했던 '선실 구조' '적극적 구조'가 없었다. 많은 승객들이 선실에 갇혀있는 상황에 대한 판단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구조 관계자들이 나름 목숨을 건 구조 활동을 했지만 근본적으로 구조가 안됐고, 국민들의 공분을 사게 만들었다.


- 왜 가장 필요했던 구조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보는가.
▲ 사태를 정확히 판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선후, 경중이 바뀐 구조작업이 이뤄졌다. '골든타임' 내 구조, 최대한 많은 인명 구조가 필요했던 상황에서 '선'은 300여명의 승객이 있었던 '선실 내부'가 돼야 했다. 경중의 관점에서도 무게중심을 '선실 내부'로 뒀어야 했다. 그러나 단 한사람도, 심지어 대통령까지도 선실 안에 있던 사람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이 참사의 본질이다. 그리고 사태를 오판한 책임은 컨트롤타워에 있다.

- 결국 컨트롤타워는 정부다. 정부가 오판을 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는가?
▲ 우선 명확한 진실규명이 이뤄져야 한다. 사고 직후 탑승한 승객이 얼마인지, 밖에서 구조된 승객이 얼마인지 등을 청와대나 중앙재난대책본부에서 파악했어야 하는데 제대로 파악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정부는 사고 당일 오후 1시30분께 368명 구조라는 잘못된 공식발표를 했고, 오후 4시30분이 되어서야 164명으로 구조자수를 바로잡았다. 대통령은 오후 5시에 "왜 구명조끼를 입고 있는데 구하지 못하느냐"고 했다. 기본적인 사태 파악, 구조 상황파악이 안됐다는 증거다.

- 그렇다면 최종 컨트롤타워인 정부가 어떻게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보는가?
▲ 대통령에게까지 보고가 잘못됐다. 보고는 아이들의 생명과 재난의 상황을 결정짓는 것인데 그것이 잘못되다 보니 다 잘못됐다. 실제 보고가 몇 시에, 어떻게 이뤄졌는지를 조사해야 한다. 그리고 보고라인에 있었던 사람들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비교적 올바른 지침이었던 오전 10시께 나온 박 대통령의 "특공대라도 투입하라"는 지시가 왜 안 지켜졌는지도 조사해서 책임질 부분과 사람들이 있다면 책임을 물어야 한다.

- 사고 진실 규명을 위해 수사에 나선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승무원들과 청해진 해운에만 초점을 맞춰 수사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 그런 것들이 국민들을 더 분노하게 만들고, 유가족을 더 실망하게 만드는 것이다. 본질로 가야 한다. 지금 수사의 본질은 '사고 이후 왜 아이들을 구출하지 못 했나'로 가야 한다. 선장, 선주 등의 잘못은 이미 온 국민이 공감하고 있다. 이쪽으로 몰아간다고 해서 아이들을 못 구한 책임을 정부가 면피할 수는 없다. 그 다음에 재난이 오게 된 과정에 대해 따져야 한다. 사고 이후 아이들을 살리지 못한 것은 결국 정부의 책임이다. 정부는 기본적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할 헌법적 책무가 있다.

"세월호 참사, 대한민국 출범 후 최악의 인재"
"선후, 경중 뒤바뀐 구조작업이 '참사의 본질'"
"명확한 진상규명, 진정한 희생자 유족 위한 길"

- 검·경의 조사 이후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도 필요하다고 보는데.
▲ 당연히 필요하다. 국정조사, 청문회 등을 할 것이고 국회 차원의 사고대책 특별위원회도 구성될 것이다. 여야 모두 반대할 이유도 없고, 반대를 해서도 안 된다.

- 지난 4월29일 국무회의에서 나온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와 관련해 유가족들이 사과를 받는 것을 거부하는 등 뒷말이 나오고 있다.
▲ 사과를 한 것 자체는 잘한 일이다. 앞으로도 여러 차례 더 사과를 할 것이라 생각하고, 마지막에는 국민담화 형식의 사과도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지금은 어떤 사과도 유족들에게 위로가 될 수 없는 상황이다.
 


- 청와대 홈페이지와 페이스북 등 온라인을 비롯해 거리시위에서도 박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이정도의 참사가 벌어졌는데 당연히 나올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대통령에 대한 하야 요구가 중론은 아닐 것이라고 본다. 어쨌든 대한민국은 다시 살아야 하고, 다시 희망도 가져야 한다. 특히 세월호 참사를 수습할 사람은 대통령뿐이다. 아마 대통령도 국민들과 똑같은 아픔을 느끼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다만 대통령인 만큼 아픔을 가장 크게 느껴야 하고, 국민들에게도 그것을 표출해야 한다.

- 안전행정부가 희생자를 위한 합동분향소를 17개 시·도청 소재지별로 각 1개만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의 공문을 광역단체에 내려 보냈다. 4년 전 천안함사건이 발생했을 때 시민 왕래가 잦은 곳에 마음대로 분향소를 설치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정부 조치와 너무 비교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정치적 판단이 가미된 데서 나오는 부작용이라 생각한다. 이렇게 되면 분향소 숫자는 작을지 모르지만 국민적 공분이 이것을 채울 것이다. 정부의 언론통제 시도, 민심을 바꾸기 위한 시도 등은 국민들이 다 알고 있다. 국민들을 미흡한 존재라 생각하는 사람들 때문에 사태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 민심의 파도에 배가 빠지지 않을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배가 가라앉을 수도 있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 끝으로 희생자 유족들에게 한 마디 남기신다면.
▲ 전 국민이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저도 마찬가지다. 유가족들은 이 말조차도 상투적이라 느껴질 정도로 아픔이 크고, 고통스러울 것이라 생각한다. 유가족들이 생때같은 아이들의 죽음 앞에 오열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아이들이 어떻게 죽게 됐는가를 파헤치고, 아직 갇혀 있는 아이들과 '영혼의 대화'로 아이들의 심정을 대변하는 일이 속죄의 길이라 생각한다. 정치인으로서 남은 힘도 여기에 다 쏟을 것이다.

 

<carpediem@ilyosisa.co.kr>

 

[김영환 의원 프로필]

▲ 새정치민주연합 여객선 침몰 사고 공동대책위원장
▲ 4선 의원(15·16·18·19대)
▲ 민주당 인재영입위원장
▲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위원장(18대 국회)
▲ 민주당 최고위원
▲ 새천년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
▲ 과학기술부 장관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하이브 사태’ 결정적 장면 셋

‘하이브 사태’ 결정적 장면 셋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시작은 분명 하이브였다. 하지만 나락에 떨어지고 있는 것도 하이브다. 연예기획사 최초로 대기업에 지정되는 등 업계 1위로 군림하던 상황이라 추락의 속도가 더 빠른 모양새다. 불과 6개월 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일요시사>가 ‘하이브 사태’의 결정적 장면을 꼽았다. 내부서 시작된 갈등이 외부로 분출됐다. 여론이 움직이고 대중의 뭇매가 이어졌다. 정치권이 나서자 사건은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그사이 연예기획사 하이브는 이른바 ‘동네북’으로 전락했다. 오랜 시간 모래 위에 성을 쌓아온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민낯도 드러났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하이브가 케이팝에 독물을 풀었다’는 말이 돌았다. 업계 1위 나락 갔다 시작은 민희진 당시 어도어 대표이사와 하이브 간의 갈등이었다. 하이브는 멀티레이블 체제를 도입해 시행했다. 국·내외서 큰 성공을 거둔 방탄소년단(BTS)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리스크를 낮추겠다는 의도였다. 모회사인 하이브는 산하에 레이블을 인수하거나 편입하는 식으로 체제를 완성했다. 각 레이블은 소속 아티스트의 활동을 전담하고 하이브는 지원 업무를 담당했다. 멀티레이블은 ‘독립적 운영’이라는 반석 위에 세워졌다. 이 같은 방식은 이번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성공적으로 자리 잡는 듯했다. 실제 BTS의 ‘군백기(군대+공백기)’에도 하이브의 매출은 성장세를 보였다. 어도어는 하이브 산하 레이블 중 하나로 그룹 뉴진스가 소속돼있다. 어도어의 지분은 하이브가 80%, 민 전 대표 등 어도어 경영진이 20%(민 전 대표 18%)를 보유하고 있다. 민 전 대표는 과거 SM엔터테인먼트서 샤이니, 에프엑스 등 아이돌 그룹의 콘셉트와 브랜드를 맡은 제작자로, 2019년 하이브에 합류했고 2021년 어도어 대표가 됐다. 지난 4월 하이브는 민 전 대표 등 어도어 경영진이 레이블의 경영권을 탈취하려는 정황이 드러났다고 주장하며 내부 감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민 전 대표 측은 하이브의 감사는 내부고발에 대한 보복성 조치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하이브의 또 다른 레이블인 빌리프랩의 소속 가수 아일릿이 뉴진스를 카피했다고 주장했다. 아일릿은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프로듀싱을 맡은 걸그룹이다. 민 전 대표 측의 주장으로 전선이 다른 레이블로까지 확대됐다. 대형 연예기획사와 산하 레이블 대표 간의 갈등은 인터넷 커뮤니티를 달궜다. 폭로와 반박이 나올 때마다 여론이 휘청였고 온갖 의혹이 난무했다. 민 전 대표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공개됐고 이 과정서 한 무속인의 존재가 드러났다. 민 전 대표가 자신의 중대사를 무속인과 논의했다는 의혹이 퍼졌다. 4월22일부터 4월25일까지 불과 나흘 만에 벌어진 일이다. 그때 민 전 대표의 기자회견 소식이 전해졌다. 민 전 대표는 4월25일 법무법인 세종 소속 변호사 2명과 함께 한국컨퍼런스센터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가 자청한 회견이었다. 파란 모자에 녹색 줄무늬 티셔츠를 입고 나타난 민 전 대표는 하이브의 주장에 ‘억울하다’는 입장을 드러내며 반박했다. 민희진에 대한 감사 나비효과 국감에서 다뤄지며 뭇매 맞아 민 전 대표는 중간중간 욕설을 섞거나 눈물을 흘리는 등 감정을 ‘날것’ 그대로 쏟아냈다. 2시간 남짓한 기자회견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여론이 급격하게 민 전 대표 쪽으로 기울었고 그가 착용한 모자와 티셔츠가 불티나게 팔리는 등 엄청난 화제로 기록됐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갈등에서 가장 결정적인 장면으로 꼽히는 대목이다. 이후 둘의 갈등은 법정 공방으로도 비화했다. 첫판은 민 전 대표의 판정승이었다. 민 전 대표는 자신을 해임하기 위한 어도어 주주총회서 하이브가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법원은 “하이브가 민 대표의 해임 사유를 충분히 소명하지 못했다고 판단된다”며 인용 결정을 내렸다. 또 하이브가 주장했던 민 전 대표의 ‘경영권 찬탈’ 의혹에 대해 “민 대표가 뉴진스를 데리고 하이브의 지배 범위를 이탈하거나 압박해 하이브가 보유한 어도어 지분을 팔게 만들어 지배력을 약화시키고 민 전 대표가 어도어를 독립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던 것은 분명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런 방법의 모색 단계를 넘어 구체적 실행 단계로 나아갔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민 대표의 행위가 하이브에 대한 배신적 행위가 될 수는 있겠지만 어도어에 대한 배임 행위가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민 전 대표는 가처분 승소 이후 기자회견을 열어 “어도어 대표로서 계속 일하고 싶다. 뉴진스와 함께 계획한 것들을 하고 싶다. 그게 하이브에도 이익이다. 그만 싸우고 다음 챕터로 넘어가자”며 화해를 제안했다. 하지만 하이브는 앞서 열린 임시주총서 민 전 대표 측 이사 2명을 해임하고 3명을 새로운 이사로 선임하는 등 압박을 가했다. 여기에 아일릿의 레이블 빌리프랩서 민 전 대표가 주장한 뉴진스 카피 의혹을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사건이 확대됐다. 빌리프랩은 민 전 대표에 대한 민사소송도 제기했다. 레이블 간의 다툼이 본격화된 것이다. 이때부터 팬덤 사이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소속 가수가 직접적인 공격 대상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후 어도어와 또 다른 하이브 산하 레이블인 쏘스뮤직 간의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쏘스뮤직에는 그룹 르세라핌이 소속돼있다. 한 언론 매체를 통해 어도어 측이 쏘스뮤직의 연습생을 빼앗아 뉴진스를 결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레이블 간의 반박, 재반박이 거듭됐다. 또 레이블서 직접 민 전 대표를 상대로 법적 소송을 제기하는 등 진흙탕 싸움이 이어졌다. 기자회견 첫 분기점 ‘민-방(민희진-방시혁) 대전’ ‘민-합(민희진-하이브) 대전’은 8~9월 분기점을 맞았다. 역시 선공격은 하이브의 몫이었다. 지난 8월27일 어도어는 “김주영 어도어 사내이사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며 “김 신임 대표이사는 다양한 업계서 경험을 쌓은 인사관리 전문가로서 어도어의 조직 안정화와 내부 정비를 맡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지난 5월 어도어 사내이사가 교체될 때 하이브 쪽 추천으로 들어간 인사다. 민 전 대표는 대표직에서는 해임됐지만 사내이사직은 유지했다. 어도어는 민 전 대표가 뉴진스의 프로듀싱 업무도 그대로 맡게 된다고 밝혔다. 제작과 경영을 분리한다는 방침도 발표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어도어만 예외적으로 제작과 경영을 모두 총괄해 왔다”고 강조했다. 민 전 대표의 권한을 제작으로만 축소하겠다는 뜻이었다. 민 전 대표는 “일방적인 해임”이라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또 주주 간 계약의 중대한 위반이라고도 했다. 민 전 대표가 뉴진스의 프로듀싱을 맡는 문제도 일방적인 통보라고 주장했다. 어도어의 선공격과 민 전 대표의 반박으로 공은 또다시 법정으로 넘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생각지 못했던 변수가 등장했다. 뉴진스가 직접 목소리를 낸 것이다. 지난 4월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온 이후부터 지난 9월까지 뉴진스가 전면에 나선 적은 없었다. 시상식 등에서 민 전 대표와의 유대감을 표현하거나 뉴진스 멤버의 부모가 목소리를 낸 경우는 있었지만 직접 입장을 드러낸 것은 처음이다. 9월11일 뉴진스는 유튜브 계정을 열고 하이브의 부당한 조치에 대해 토로했다. 이들은 “라이브를 결정한 이유는 (민희진)대표님의 해임이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스태프들이)부당한 요구와 압박 속에서 마음고생하는 것을 보는 게 힘들었다. 그리고 저희 다섯명의 미래가 걱정돼 용기를 내게 됐다”고 밝혔다. 또 버니즈(뉴진스의 팬덤명)까지 나서서 도와주고 있는데 우리만 숨어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면서 방송 배경을 밝혔다. 뉴진스는 “경영과 프로듀싱이 통합된 원래 어도어를 저희는 바란다. 이것이 하이브와 싸우지 않고 잘 지낼 수 있는 방법”이라며 “오는 25일까지 어도어를 원래대로 복구시키는 현명한 결정을 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날짜를 못 박았다. 당시 뉴진스가 민 전 대표를 복귀시키라면서 특정 날짜를 언급하는 등 ‘최후통첩’에 가까운 발언을 하면서 하이브와 법정 공방을 준비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라이브 방송 변곡점 됐다 특히 이날 방송서 뉴진스 멤버 하니가 “(하이브 사옥서)혼자 복도서 기다리고 있었다”며 “다른 팀원들이랑 매니저가 지나갔다. 서로 인사했는데, 그분들이 나오셨을 때 그쪽 매니저가 ‘무시해’라고 했다. 제 앞에서. 다 들리고 보이는데 ‘무시해’라고 했다. 제가 왜 그런 일을 당해야 하는지 지금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간다. 어이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부분이 ‘직장 내 괴롭힘’ 의혹으로 번졌다. 뉴진스가 전면에 나서 진행한 라이브 방송의 파급력은 컸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갈등이 민 전 대표+뉴진스와 하이브 간의 갈등으로 재규정된 순간이었다. 방송 자체는 3시간 만에 삭제됐지만 뉴진스의 발언은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던 정치권이 하니의 주장을 문제 삼으면서 상황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하니를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채택했다. 하이브의 직장 내 괴롭힘 의혹에 대해 파헤치겠다는 취지였다. 동시에 인사책임자인 김주영 어도어 대표이사의 증인 출석도 요구했다. 아이돌 따돌림, 직장 내 괴롭힘 문제와 관련해 하니에게 묻고 김 대표에게 대응에 대해 질문하겠다는 것이다. 하니가 국감에 출석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면서 화제가 일었다. 이날 국감에서는 하니와 김 대표 간의 공방이 벌어졌다. 하니는 다른 레이블 소속 매니저로부터 ‘무시해’라는 발언을 들었고 하이브가 CCTV를 삭제하는 등 사건을 축소·은폐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반면 김 대표는 서로의 입장이 엇갈리는 상황이라고 맞섰다. 하니의 국감 출석으로 아티스트의 근로자성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아티스트는 현재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에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상태다. 여야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정 의원은 “(아티스트가)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니까 대응할 수가 없다고 하면 이 문제는 영원히 도돌이표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하이브는 아이돌 굿즈 관련한 문제로도 국감서 지적받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의혹이 쟁점이 될 것이라던 예상과 달리 ‘하이브 국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하이브에 대한 정치권의 공격은 거셌다. 이 과정서 하이브의 내부 문건이 공개됐다. 하이브에서는 ‘모니터링’ 문서라고 주장하는 이른바 ‘업계 동향 보고서’다. 해당 문건의 존재와 내용이 공개되면서 하이브는 바닥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모양새다. 한때 케이팝을 선도한다는 평을 받을 정도로 승승장구하던 연예기획사가 타사 아이돌의 외모를 품평하고 방송 출연 모습을 일일이 꼬투리 잡아 원색적인 비난을 가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팬덤은 물론 대중도 경악하고 있다. 모니터링 문건 대중 반응 최악 뒤에 숨어있는 방시혁 나와야? 엔터 업계서 오랜 시간 일했다는 관계자들도 ‘이런 사례는 보지 못했다’며 손사래를 칠 정도다. 해당 문건에 대한 하이브의 대응은 엄청난 역풍을 불렀다. 앞서 지난달 24일 민주당 민형배 의원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서 ‘위클리 음악산업 리포트’라는 이름의 문건을 공개했다. 민 의원이 공개한 문건 내용이 파장을 일으키자 하이브는 국감 도중에 입장문을 내고 대응에 나섰다. 문제는 입장문 내용이 ‘적반하장’에 가까웠다는 점이다. 당시 하이브는 “국감서 공개된 당사의 모니터링 보고서는 팬덤 및 업계의 다양한 반응과 여론을 취합한 문서”라며 “업계 동향과 이슈를 내부 소수 인원에게 참고용으로 공유하기 위해 커뮤니티나 소셜미디어 반응을 있는 그대로 발췌해 작성됐으며 하이브의 입장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당 보고서에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로서 귀담아들어야 할 내용들, 팬들의 긍정적인 평가도 포함돼있다”며 “보고서 중 일부 자극적인 내용들만 짜깁기해 마치 하이브가 아티스트를 비판한 자료를 만든 것처럼 보이도록 외부에 유출한 세력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이브의 입장문에 국회의원들은 “국회가 만만하냐”며 불쾌감을 표했다. 국감 도중에 입장문을 발표한 것도 모자라 제보자를 색출하겠다는 하이브의 태도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결국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해 있던 김태호 하이브 최고운영책임자 겸 빌리프랩 대표는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국회발로 시작된 문건의 파장은 현재진행형이다. 수천장에 달하는 문건 중 극히 일부만 공개된 상황이지만 국내는 물론 해외 케이팝 팬들까지 반응하고 있다. 문건을 만든 사람, 본 사람, 공유한 사람 등이 쟁점으로 떠올랐고, 민 전 대표가 이미 지난 4월 첫 번째 기자회견을 했을 때 언급했던 내용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대중의 관심은 최고조에 달한 상태다. 하이브는 지난달 29일 이재상 최고경영자(CEO) 명의로 입장문을 게재했다. 문건이 처음 공개된 지 닷새 만에 나온 사과문이다. 이 CEO는 “당사의 모니터링 문서에 대해 아티스트분들, 업계 관계자분들, 그리고 팬 여러분께 고개 숙여 사죄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또 부적절한 내용의 문건을 작성한 점을 인정하고 내부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하이브의 사과문을 두고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상황에 기름을 부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언론을 통해 추가 문건이 공개될 조짐을 보이고 있고 일부 하이브 소속 가수가 SNS를 통해 말을 얹으면서 사태가 진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사이 하이브의 이미지는 물론 소속 가수의 호감도 또한 수직 낙하하는 중이다. 정치권발 카운터펀치 결국 방시혁 의장이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방 의장은 BJ 과즙세연과의 LA 목격담 이후 두문불출 중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도 전면에 나선 적이 없다. 하지만 대중의 시선은 계속해서 ‘위’를 향하고 있다. 결국 하이브를 총괄 지배하는 사람은 방 의장이기 때문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