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 김영환 새정치민주연합 세월호 사고 공동대책위원장

"국민을 미흡한 존재라 보는 사람들이 사태 키웠다"

[일요시사=정치팀] 허주렬 기자 = 지난 4월16일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고로 302명의 승객들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사고 당일 배를 스스로 탈출한 것에 가까운 최초 구조자 174명 외에 2주가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실질적 구조자는 '0명'에서 멈춰있다. 시간이 갈수록 실종자의 숫자가 사망자로 바뀔 뿐이다.

참사와 관련해 가급적 발언을 자제해왔던 정치권에서도 이제는 책임을 따져야한다는 말이 서서히 나온다. 실종자에 대한 구조작업이 완료되면 본격적인 사고 책임에 대한 추궁과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일요시사>는 지난 4월30일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정치권의 소리'를 듣기위해 새정치민주연합 세월호 침몰 사고 공동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영환 의원을 찾았다.
다음은 김 의원과의 일문일답.

- 새정치민주연합 여객선 침몰 사고 대책위원장으로 진도 현장에 오랫동안 머물렀던 것으로 알고 있다. 직접 보고, 느낀 현장 분위기는 어떤가?
▲ 국민들이 느끼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번 사고는 대한민국이 출범한 후 최대의 참사, 최악의 인재다. 앞서 세월호 참사보다 더 많은 국민들이 희생된 삼풍백화점 붕괴 등 수많은 재난이 있었지만 이번 일은 누가 봐도 막을 수 있었던 인재다. 250명이 넘는 꽃다운 젊은이들이 희생됐고, 전 국민이 TV를 통해서 참사의 현장을 목격했다. 세월호 참사는 어떤 일로도 덮을 수 없고, 용서받을 수도 없는 참변이자 범죄다.

- 일각에선 현장 상황과 방송 등 언론에서 나오는 보도가 다르다는 얘기도 있다.
▲ 언론은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 이후 인명을 구조하거나 사태를 냉정하게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기는커녕 사태를 오판하고 만들고, 국민들에게 혼선을 가져다줬다. 대한민국 언론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이번 일은 국민들이 방송과 신문의 공정성·객관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도 됐을 것이다.

-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구조와 관련한 여러 의문점들이 제기되고 있다. 본인이 생각하는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 총체적 혼선, 총체적 미비점들이 드러났다. 구조는 있었지만 가장 필요했던 '선실 구조' '적극적 구조'가 없었다. 많은 승객들이 선실에 갇혀있는 상황에 대한 판단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구조 관계자들이 나름 목숨을 건 구조 활동을 했지만 근본적으로 구조가 안됐고, 국민들의 공분을 사게 만들었다.


- 왜 가장 필요했던 구조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보는가.
▲ 사태를 정확히 판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선후, 경중이 바뀐 구조작업이 이뤄졌다. '골든타임' 내 구조, 최대한 많은 인명 구조가 필요했던 상황에서 '선'은 300여명의 승객이 있었던 '선실 내부'가 돼야 했다. 경중의 관점에서도 무게중심을 '선실 내부'로 뒀어야 했다. 그러나 단 한사람도, 심지어 대통령까지도 선실 안에 있던 사람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이 참사의 본질이다. 그리고 사태를 오판한 책임은 컨트롤타워에 있다.

- 결국 컨트롤타워는 정부다. 정부가 오판을 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는가?
▲ 우선 명확한 진실규명이 이뤄져야 한다. 사고 직후 탑승한 승객이 얼마인지, 밖에서 구조된 승객이 얼마인지 등을 청와대나 중앙재난대책본부에서 파악했어야 하는데 제대로 파악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정부는 사고 당일 오후 1시30분께 368명 구조라는 잘못된 공식발표를 했고, 오후 4시30분이 되어서야 164명으로 구조자수를 바로잡았다. 대통령은 오후 5시에 "왜 구명조끼를 입고 있는데 구하지 못하느냐"고 했다. 기본적인 사태 파악, 구조 상황파악이 안됐다는 증거다.

- 그렇다면 최종 컨트롤타워인 정부가 어떻게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보는가?
▲ 대통령에게까지 보고가 잘못됐다. 보고는 아이들의 생명과 재난의 상황을 결정짓는 것인데 그것이 잘못되다 보니 다 잘못됐다. 실제 보고가 몇 시에, 어떻게 이뤄졌는지를 조사해야 한다. 그리고 보고라인에 있었던 사람들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비교적 올바른 지침이었던 오전 10시께 나온 박 대통령의 "특공대라도 투입하라"는 지시가 왜 안 지켜졌는지도 조사해서 책임질 부분과 사람들이 있다면 책임을 물어야 한다.

- 사고 진실 규명을 위해 수사에 나선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승무원들과 청해진 해운에만 초점을 맞춰 수사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 그런 것들이 국민들을 더 분노하게 만들고, 유가족을 더 실망하게 만드는 것이다. 본질로 가야 한다. 지금 수사의 본질은 '사고 이후 왜 아이들을 구출하지 못 했나'로 가야 한다. 선장, 선주 등의 잘못은 이미 온 국민이 공감하고 있다. 이쪽으로 몰아간다고 해서 아이들을 못 구한 책임을 정부가 면피할 수는 없다. 그 다음에 재난이 오게 된 과정에 대해 따져야 한다. 사고 이후 아이들을 살리지 못한 것은 결국 정부의 책임이다. 정부는 기본적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할 헌법적 책무가 있다.

"세월호 참사, 대한민국 출범 후 최악의 인재"
"선후, 경중 뒤바뀐 구조작업이 '참사의 본질'"
"명확한 진상규명, 진정한 희생자 유족 위한 길"

- 검·경의 조사 이후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도 필요하다고 보는데.
▲ 당연히 필요하다. 국정조사, 청문회 등을 할 것이고 국회 차원의 사고대책 특별위원회도 구성될 것이다. 여야 모두 반대할 이유도 없고, 반대를 해서도 안 된다.

- 지난 4월29일 국무회의에서 나온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와 관련해 유가족들이 사과를 받는 것을 거부하는 등 뒷말이 나오고 있다.
▲ 사과를 한 것 자체는 잘한 일이다. 앞으로도 여러 차례 더 사과를 할 것이라 생각하고, 마지막에는 국민담화 형식의 사과도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지금은 어떤 사과도 유족들에게 위로가 될 수 없는 상황이다.
 


- 청와대 홈페이지와 페이스북 등 온라인을 비롯해 거리시위에서도 박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이정도의 참사가 벌어졌는데 당연히 나올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대통령에 대한 하야 요구가 중론은 아닐 것이라고 본다. 어쨌든 대한민국은 다시 살아야 하고, 다시 희망도 가져야 한다. 특히 세월호 참사를 수습할 사람은 대통령뿐이다. 아마 대통령도 국민들과 똑같은 아픔을 느끼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다만 대통령인 만큼 아픔을 가장 크게 느껴야 하고, 국민들에게도 그것을 표출해야 한다.

- 안전행정부가 희생자를 위한 합동분향소를 17개 시·도청 소재지별로 각 1개만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의 공문을 광역단체에 내려 보냈다. 4년 전 천안함사건이 발생했을 때 시민 왕래가 잦은 곳에 마음대로 분향소를 설치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정부 조치와 너무 비교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정치적 판단이 가미된 데서 나오는 부작용이라 생각한다. 이렇게 되면 분향소 숫자는 작을지 모르지만 국민적 공분이 이것을 채울 것이다. 정부의 언론통제 시도, 민심을 바꾸기 위한 시도 등은 국민들이 다 알고 있다. 국민들을 미흡한 존재라 생각하는 사람들 때문에 사태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 민심의 파도에 배가 빠지지 않을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배가 가라앉을 수도 있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 끝으로 희생자 유족들에게 한 마디 남기신다면.
▲ 전 국민이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저도 마찬가지다. 유가족들은 이 말조차도 상투적이라 느껴질 정도로 아픔이 크고, 고통스러울 것이라 생각한다. 유가족들이 생때같은 아이들의 죽음 앞에 오열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아이들이 어떻게 죽게 됐는가를 파헤치고, 아직 갇혀 있는 아이들과 '영혼의 대화'로 아이들의 심정을 대변하는 일이 속죄의 길이라 생각한다. 정치인으로서 남은 힘도 여기에 다 쏟을 것이다.

 

<carpediem@ilyosisa.co.kr>

 

[김영환 의원 프로필]

▲ 새정치민주연합 여객선 침몰 사고 공동대책위원장
▲ 4선 의원(15·16·18·19대)
▲ 민주당 인재영입위원장
▲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위원장(18대 국회)
▲ 민주당 최고위원
▲ 새천년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
▲ 과학기술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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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