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 새정치민주연합 김효석 최고위원

"무공천 결정, 선거 유불리 따진 것 아니다"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이 지난 10일 6.4지방선거에서 무공천 방침을 철회하고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 후보를 공천하기로 최종결정했다. 이로써 무공천에 따른 혼란은 해소됐지만 당 일부에서는 국민적 요구인 무공천 철회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갑작스러운 이번 결정에는 어떤 사연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안철수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새정치민주연합 김효석 최고위원을 만나 저간의 사정을 들어봤다. 



- 안철수 대표는 그동안 기초선거 무공천을 강하게 밀어붙여왔다. 그래서 갑작스러운 이번 철회 결정에 놀란 분들이 많다. 숨겨진 이유나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닌가?
▲ 우선 무공천 '철회'라기보다는 '유보'가 맞다. 무공천을 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게 된 것이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모든 후보가 무공천을 약속했었다. 그래서 국민들은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기초선거 공천을 안 하겠구나 모두가 기대를 했다. 그런데 갑자기 새누리당이 뒤집어 버린 것이다.

우리가 그렇게 압박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새누리당이 무공천 공약을 철회했다. 한쪽은 공천을 안 하고 다른 쪽은 공천을 하면 민심을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 그 결과로 약속을 안 지킨 사람들이 어부지리를 얻는 결과도 예상됐다. 새누리당이 국가권력도 독점하고 있고, 의회권력도 독점하고 있는데 지방권력까지 싹쓸이 하는 결과는 막아야 했다. 결국 당원과 국민의 뜻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 특별한 계기나 숨겨진 이유는 없었다.

- 새누리당은 일찌감치 기초선거 공천을 할 것이라고 밝혀왔다. 무공천을 강행하면 불리하다는 것도 예상됐던 일이다. 그래서 안철수 대표가 "잠시 죽더라도 영원히 사는 길을 택하겠다"고 말한 것 아닌가?
▲ 새누리당은 지난 대선 무공천 공약을 했고 지난해 4월 재보선에서는 실제로 기초선거 공천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국민들은 지방선거도 공천을 하지 않겠구나 믿었던 것이다. 우리도 그렇게 믿었다. 그런데 갑자기 한마디 사과도 없이 바꿔버린 것이다.

- 안철수 대표는 본인이 무공천을 선언하면 새누리당도 따라 올 것이라 생각했다는 것인가?
▲ 그렇다.

- 보수언론들에서는 문재인 의원의 무공천 재검토 발언 이후 갑자기 입장이 바뀌었다며 이번 결정에 친노진영의 압박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 이런 시각 자체가 너무 정치공학적으로 보는 것이다. 안 대표가 당내 여러 분들의 의견을 들었다. 그런데 무공천에 대한 많은 우려가 있었다. 문재인 의원뿐만이 아니다. 특정한 사람 때문에 입장이 바뀌었다는 것은 전혀 맞지가 않는 말이다.

-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언론이 약속을 안 지킨 사람은 욕하지 않고 약속을 지키려했던 사람만 욕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하지만 기초선거 무공천은 새누리당의 핵심공약은 아니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무공천을 명분으로 합당까지 했고, 몇 달간이나 무공천을 주요이슈로 다뤘다.
▲ 무공천은 대선기간 박근혜 대통령이 여러 차례 강조한 공약이다. 또 지난해 4월 재보선에서 새누리당은 실제 무공천을 했다. 무공천이 핵심공약이 아니었다고 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우리가 합당하면서 무공천을 대표적으로 내걸기는 했지만 새정치 정신에 동의해서 한 것이다. 기본 정신은 거기에 있는 것이다. 약속을 못 지킨 것은 무척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대표가 국민들에게 직접 사과까지 했다.


- 무공천 결정과 관련해 여론조사 설문 문구가 공정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애초부터 무공천 결정을 철회할 목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있는데.
▲ 처음부터 무공천을 목적으로 한 것 같으면 안 대표가 "나는 지금도 무공천이 소신"이라는 이야기를 안 했을 것이다. 어떤 결과를 유도하기 위한 전략은 조금도 없었다. 설문 문구는 현재 상황을 그대로 설명한 것이다. 오히려 무공천으로 결정됐다면 안 대표의 체면은 훨씬 더 섰을 것이다. 설문 문구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문구가 한쪽으로 치우쳤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 합당 후 민주당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다. 하지만 '비례대표 지역구 출마 금지' '최고위원제 폐지' '정강정책 수정' 등의 개혁안이 사사건건 발목이 잡혔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민주당과 달라진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대표적인 것이 정강정책이다. 정강정책에서 우리는 안보에 상당히 무게를 뒀고, 경제정책에 있어서도 기존의 민주당과 비교해 성장에 좀 더 무게를 뒀다. 성장 없는 복지는 지속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복지국가로 가되 포퓰리즘 복지정책을 경계한다는 부분 등은 민주당이 과거엔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이지만 이번에 우리 의견을 상당부분 받아들였다. 앞으로 민주당을 얼마나 달라지게 만드느냐는 이런 부분들을 얼마나 실천해나가느냐 하는 문제다.

- 지방선거 공천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그런데 기초단체장 평가항목이 광역단체장 후보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 논란이 되고 있다. 정치자금법 위반 전력이 있는 안희정 충남지사 등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 광역단체장에 대한 심사는 이미 끝나 있었다. 이미 다 결정을 한 부분이다. 다만 기초단체의 경우 (무공천 철회 결정으로) 공천을 하게 되니까 새롭게 기준을 마련한 것이다.

- 그렇다면 7월 재보선에서는 이번에 마련한 공천가이드라인이 적용되는 것인가?
▲ 그건 또 그때 가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약속 대 거짓' 프레임 여전히 유효
새누리당 지방권력 싹쓸이는 막아야

- 최근 정청래 의원의 북한 무인기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민감한 시기에 왜 자꾸 자책골을 넣는 것이냐며 답답해하는 분들도 많다. 당 차원에서 종북 논란과 선을 그어야 하는 것 아닌가?
▲ 정청래 의원의 발언은 결과적으로는 적절치 못했다고 본다. 더구나 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점이었다. 새누리당에서는 그런 것을 종북 프레임으로 몰고 가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데 빌미를 제공해준 꼴이다. 설사 이의제기가 옳다고 할지라도 잘못된 것이다.

하지만 국회의원이 각자 헌법기관인데 미리 단속을 하거나 징계를 하기는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 다만 국회의원 개개인이 심사숙고해서 발언을 해줬으면 좋겠다. (※ 이후 김한길 대표는 정청래 의원에게 구두 경고를 했다.)


- 새누리당은 자꾸 종북 프레임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을 흔들고 있는데 종북 프레임을 차단할 전략은 무엇인가?
▲ 그러니까 우리가 거기에 걸려들지 않아야 한다. 한마디로 낚이면 안 된다. 종북 공격을 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지만 그런 부분들이 먹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니까 우리 스스로도 발언과 행동에 상당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 이제 새정치민주연합도 기초선거 공천을 실시해야 하는데 시간이 촉박한 만큼 부실공천의 우려도 있다.
▲ 시간이 많지 않은 것은 틀림이 없지만 밤을 새워서라도 심사를 잘 해서 개혁 공천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 개혁 공천으로 기초단체 정치인들이 중앙정치에 예속된다든지, 기존 국회의원들이 공천과정에서 기득권을 행사하려고 한다든지 이런 부분을 철저히 막도록 하겠다. 늦긴 했지만 공천과정을 개혁하기 위한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있다.

- 이번 결정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이 내세워왔던 '약속 대 거짓'의 프레임이 깨졌다는 지적이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새롭게 내세울 선거 전략이 있다면?
▲ 저는 약속 대 거짓의 프레임이 아직도 유효하다고 본다. 우리는 약속을 지키려고 해왔던 것이고 불가피하게 약속을 유보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수많은 약속을 어겼다. 경제민주화부터해서 총리에게 장관 제청권을 다 주겠다든지, 장관들에게 산하기관장에 대한 인사권을 다 넘겨주겠다든지, 또 여야 구분 없이 좋은 인재를 골라서 탕평인사를 하겠다든지 하는 여러 가지 좋은 공약이 많았다.

그런데 기초선거 무공천 약속을 포함해서 아무것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복지 공약은 재원 때문에 속도조절을 한다고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돈이 들어가지 않는 공약들은 왜 지키지 않는 것인가? 우리 당은 약속을 지키려 했는데 새누리당이 동참하지 않아 못한 것이다. 그런데 너희랑 나랑 똑같다고 물타기를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나는 아직도 약속 대 거짓의 프레임은 유효하다고 본다.

- 약속 대 거짓의 프레임을 꺼내들 때마다 보수진영에서 나오는 이야기가 민주당은 왜 세비 30% 삭감 대선공약을 지키지 않느냐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결단을 내리면 지킬 수 있는 것인데 지방선거를 앞두고 과감한 승부수를 던져야 하는 것 아닌가?
▲ 제가 기억하기엔 박지원 당시 원내대표가 꺼낸 이야기지 대선 공약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 민주당은 지난 2012년 12월1일 문재인 후보가 참여한 가운데 특별의총을 열고 세비를 30% 삭감하는 정치혁신안을 통과시켰다.)

- 문재인 의원이 최근 '박근혜정부 심판론'를 제기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심판론이 제대로 먹히겠느냐는 비관론도 있다.
▲ 지방선거는 두 가지 성격이 있다. 하나는 지역일꾼을 뽑는 선거로 생활정책 아젠다로 승부해야 하고, 또 하나는 현 정부에 대한 심판의 성격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지방선거는 투트랙으로 가야 한다. 그런데 현 정부에 대한 심판에 대해서 다들 꺼려한다. 현재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고공행진하고 있기 때문에 잘못 건드리면 우리에게 불리한 것 아니냐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박근혜정부가 약속을 지키지 않은 부분이나 국정원 문제라든지, 안보무능이 심각한데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모습이라든지, 이런 부분에 대해 야당이 국민들에게 알리고 여기에 대해 견제할 힘을 달라고 읍소해야 된다. 이렇게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은 것도 이런 부분들을 언론이나 야당들이 제대로 지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 무공천 철회 결정이 지방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하는가? 기초선거 몇 석은 더 건질지 몰라도 광역단체장 선거에는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
▲ 무공천 철회 결정을 하면서 선거에 유리할 것인가 불리할 것인가 하는 점은 전혀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다만 이제 국민들이 느끼기에 "너희들의 마음을 알겠다. 하지만 이렇게 불공정하게 가면 안 되지 않느냐 너희들도 1:1로 제대로 싸워봐라" 이런 요구로 받아들인 것이지 유불리는 염두에 두지 않았다. 그래도 어쨌든 간에 기호 2번을 달고 당당히 싸울 수 있다는 점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mi737@ilyosisa.co.kr>


<김효석 최고위원 프로필>

▲ 제11회 행정고시 합격
▲ 중앙대학교 경영대학 학장
▲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원장
▲ 제16,17,18대 민주당 국회의원
▲ 민주당 원내대표
▲ 새정치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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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