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원로 릴레이인터뷰> ⑧새정치민주연합 김상현 상임고문

"정치후배들이여! 국민·역사 편에서 대의를 지켜라"

[일요시사=정치팀] 여야의 정쟁은 그칠 줄을 모르고, 민생은 뒷전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2014년 대한민국 정치권의 현주소다. 이럴 때 정계원로의 충고 한마디는 망망대해에서 만난 등대의 한줄기 빛처럼 반갑기 그지없다. 이정표를 잃어버린 정치권의 탈출구는 어디일까? <일요시사>에서 준비한 정계원로들과의 릴레이인터뷰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보자. <일요시사>가 이번 호에 만난 정계원로는 새정치민주연합 김상현(80) 상임고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상현 상임고문은 현대정치사의 산증인이다. 일제강점기, 광복, 6·25전쟁, 4·19혁명, 3선개헌, 유신, 10·26사태, 12·12사태, 5·18광주민주화운동 등 한국 현대정치 주요사건들의 현장에서 야당 정치인으로 김 고문이 겪은 시련과 성취는 그 자체가 역사인 까닭이다.

DJ(김대중 전 대통령)가 운영했던 웅변학원에 취직한 것을 계기로 DJ와 인연을 맺고, 그를 따라 정계에 입문한 김 고문은 1965년 처음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후 내리 3선에 성공했다. 1966년 3월에는 국회 한일협정 대일청구권자금 사용안에 반대하기 위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4시간30분간 진행하며 "5·16은 4·19의 반동"이라는 유명한 연설로 단순에 스타 정치인으로 등극했다.

그러나 1972년 유신과 1980년 김대중내란음모사건(2004년 재심에서 무죄)으로 수차례 고문, 투옥을 당했고 무려 17년간 공민권을 박탈당하며 오랜 정치야인으로 지냈다.

야인으로 지냈던 시절인 1983년에는 당시 미국에 있던 DJ를 대신해 YS(김영삼 전 대통령)와 함께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를 결성하고, DJ를 대신해 공동의장 권한대행을 맡기도 했다.

1992년 14대 총선에서 민주당 공천으로 다시 국회의원에 당선돼 원내에 복귀한 그는 동교동계에 속했으나 DJ노선을 비판하기도 했고, 상도동계와도 친분을 유지하는 등 독특한 정치행보를 보였다.


이러한 행보에 대해 그는 "대의, 타협, 절충이라는 정치의 기본을 지키고자 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지만, 그 대가로 DJ와 동교동계 인사들의 배척을 받기도 했다. 결국 15·16대 국회의원에도 당선되며 6선 의원이 됐지만 당대표, 원내대표, 사무총장 등 당내 요직은 한 번도 맡지 못했다.

현대정치사 산증인이 말하는 진짜 정치
"정치적 선택, 눈앞 이익보다 대의 좇아야"

김 고문의 아호가 '인생 전반기에는 고생이 많지만 후반기에는 수확을 많이 한다'는 후농(後農)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호와 그의 삶은 맞지 않았던 셈이다. 이에 대해 그는 "정치적 기로에서 눈앞의 이익보다 대의를 좆았기 때문"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격동의 시기 야당 정치인으로 YS·DJ 등과 함께 민주화와 정치 발전에 큰 공헌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만큼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그는 지난 삶과 정치에 대해 "최선을 다해 후회가 없다"고 말했다.

대립·갈등으로 점철된 작금의 정치 상황에서 서슬퍼런 박정희·전두환 군사정권에 온갖 고문을 당하면서도 당당히 맞섰고, 불이익이 뻔히 예상되지만 이를 감수한 채 늘 대의를 택했던 김 고문의 정치가로서의 삶은 교훈과 함께 묘한 울림을 준다.

다음은 지난 2일 서울 소재의 한 호텔에서 김 고문을 직접 만나 그의 삶과 2014년 정치권의 현실에 대해 나눈 대화 전문이다.

-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 합니다 김 고문님. 정치권의 최근 상황을 간략히 총평해주시지요.
▲ 통합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발족에 창당 발기인으로도 참여했는데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또 지방선거를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은 기초선거 공천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깨고 공천을 하기로 했고, 야당은 지방조직이 엄청난 타격을 받을 것을 알면서도 '무공천 약속'을 지켜내고 있습니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정치에 대해 국민들이 냉정한 심판을 내려야 합니다.


- 민주당과 새정치연합 통합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야권이 단일화, 통합하는 것은 국민의 여망입니다. 국민의 여망에 잘 따른 옳은 결정이라 생각합니다.

-여권에서는 야권이 그간 분열과 통합을 반복해온 만큼 이번에도 지방선거를 대비한 이합집산이 아니냐는 비판을 합니다만.
▲ 야권통합으로 위협을 느낀 여권의 모략, 선동으로 적절치 않은 비판입니다. 야권 입장에서는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는 반응입니다.

- '기초선거 무공천 약속 실현'을 고리로 통합야당이 만들어졌는데, 최근 이대로는 지방선거에서 전패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며 내부에서는 '공천을 해야 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당장 기초선거 출마자들은 탈당을 한 후 출마를 해야 합니다. 그럴 경우 조직이 깨지게 돼 엄청난 불이익이 예상됩니다.

반면 새누리당은 공천을 하기 때문에 불리해진 야권 출마자들이 충분히 할 수 있는 요구라고 봅니다. 그러나 일단 새정치민주연합은 약속을 했기에 이번에는 다소 불리하더라도 멀리 보고 그대로 밀고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 야권이 지방선거에서도 패한다면 중앙권력, 의회권력에 이어 지방권력도 여권이 쥐게 되는데, 다음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 가까이는 7월 재·보궐선거, 그리고 차기 총선에서는 국민들이 약속을 지킨 새정치민주연합을 지원해줄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약속을 지켜나가다 보면 국민들이 진정성을 알아 줄 것입니다.

- 박근혜정부가 최근 강조하고 있는 '규제완화'에 대해선 어떻게 보십니까?
▲ 기본적으로 규제를 푸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다만 규제가 있어야 할 곳은 유지하면서, 풀어야 할 규제가 있다면 풀어야 합니다. 선별적으로 규제가 필요한 부분과 필요 없는 부분을 잘 분별해서 정리해 나간다면 긍정적 효과가 기대됩니다. 지금 정부도 이러한 분별을 잘 해 나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 국정원·검찰이 서울시 공무원이었던 유우성씨의 간첩혐의 증거를 조작했다는 정황이 드러나며 사회·정치적 파문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 대해선 어떻게 보시는지요?
▲ 미진한 검찰 수사를 바꿀 방법은 특검뿐입니다. 특검으로 확실히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 드러난 국정원의 행태를 보면 과거 중앙정보부, 국가안전기획부 등의 활동과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고문님께서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 그렇습니다. 21세기 현실에 어울리지 않는 과거지향적 행태지요. 거듭 말하지만 특검을 통해 책임소재를 확실히 따져야 합니다.

"국익 앞에선 여야 구분 없이 똘똘 뭉쳐야"
"상대방 입장 배려·포용하는 정치 펼쳐라"

- 집권 2년차에 접어든 박근혜정부에 대해선 어떤 중간평가를 내리시겠습니까.
▲ 대체로 외교·안보면에서는 잘했고, 국내정치에서 보여준 독선적이고 소통하지 못하는 비민주적 모습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현대 정치사의 산증인으로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들에 대한 개인적 평가도 궁금합니다.
▲ 역대 정권들은 모두가 다 장단점이 있습니다. 공도 있고 과도 있는 것이지요. 이런 부분은 역사가 평가할 것입니다. 제가 언론을 통해 개인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 40여년간 우여곡절이 많았던 본인의 정치사에 대해선 어떻게 자평하십니까?
▲ 격변의 시대에 정치를 했고, 역사와 국민의 편에서 최선을 다해왔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큰 후회도 없습니다. 당내에서 요직은 경험하지 못했지만, 이는 저의 정치력이 부족한 탓입니다. 최선을 다했지만 역부족이었던 셈이지요.


- 독재정권의 회유, DJ와의 결별, YS와 결합 등 정치적 선택의 기로가 많았습니다.
▲ 당장 눈앞의 이익을 탐했다면 그때 다른 선택을 했을 것이고, 지금 저의 삶도 달라졌을 것입니다. 하지만 기로에서 늘 국민과 대의를 좇았고, 때문에 불이익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렇다고 지금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 후배 정치인들에게 한 마디 조언을 해주신다면?
▲ 정치는 국민, 역사의 편에서 대의를 지켜나가는 꾸준함이 필요합니다. 더불어 원칙을 지키는 정치인이 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정치는 타협과 협상이 필요하지만 원칙은 그 대상이 아닙니다. 또한 국익을 위해선 여야 구분 없이 뭉쳐야 합니다.

일례로 최근 박 대통령이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출국하기 전에 야당이 원자력방호법을 통과시켜주지 않은 것은 잘못된 일입니다. 야당도 국익을 위해선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줘야 합니다.

- 눈여겨보는 후배 정치인이 있으신지요?
▲ 안철수 공동대표의 행보를 관심 있게 보고 있습니다. 이번에 대구시장 선거에 나서는 김부겸, 전남지사 선거에 나서는 이낙연 등도 관심을 가지고 보고 있습니다.

- 끝으로 덧붙일 말씀이 있다면?
▲ 정치인은 상대방을 과대평가하는 것도 곤란하지만 상대방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더욱 곤란합니다. 여야가 자기 입장만 생각하지 말고 항상 반대당의 입장과 고민을 이해하고 상대방을 배려·포용하는 정치를 하기 바랍니다.

 

대담=허주렬 기자 <carpediem@ilyosisa.co.kr>

 


<김상현 상임고문 프로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
▲대한산악연맹 회장
▲민주당 부총재
▲6선 의원(6·7·8·14·15·16대)
▲민주화추진협의회 공동의장 대행

 

<기사 속 기사>
'한국 정치 아리랑', 김상현을 통해 본 대한민국 현대사

최근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으로 가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하는 것 외에는 휴식을 취하고 있는 김상현 상임고문은 지난 2011년 9월 자서전 격인 <한국 정치 아리랑>을 펴냈다. <만다라>로 유명한 김성동 작가가 김 고문의 삶을 현대정치사와 연계해 기술한 것이다.

"나의 삶을 잘 녹여냈다"는 김 고문의 말처럼 이 책에는 인터뷰에 미처 담지 못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예를 들면 '박정희·김형욱·전두환' 등을 만나서 대담한 것에서는 김 고문의 정치신념과 정치철학을 바탕으로 화려했던 그의 말솜씨를 엿볼 수 있다. 특히 박정희 전 대통령이 암살됐을 때 김 고문이 조문을 하려 했던 시도는 정치적 상대방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해 시사점을 준다.

이외에도 정치적인 전략·전술의 구사와 앞날을 보는 혜안도 참고할 만하다. 김 고문과 비슷한 시기 정치를 했던 남재희 전 장관은 이 책을 읽고 "김 고문은 재주가 비상하다"며 "현대 한국정치사에서 대성공을 거둔 DJ에 거의 버금가는 실력을 보였다"고 높이 평가했다.

야권의 한 의원은 "자신의 개인적 이익과 집단의 이기심보다는 국민을 먼저 생각하고 힘없는 서민들과 약자의 편에 서서 민중이 주인이 되는 정치를 하고 싶은 정치 지망생이라면 김 고문의 정치력을 배워야 한다"며 "'김상현의 길'을 통해 서민의 정치, 대의의 정치, 민중의 정치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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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정치권이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보사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여야 모두 공감한 분위기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이 진일보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강력한 처벌보다 더 많은 간첩을 잡으려면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이 부활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건 여당이다. 한 달여 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당론 추진’을 언급하면서부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는 국가정보원장 출신인 박지원 의원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다만 두 당의 개정안에는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과 관련해 차이가 있다. 국회 본회의 테이블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다. 예상 못한 내부 세작 간첩법 개정안은 지난달 군검찰이 군 정보요원의 신상 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 A씨를 구속 기소하면서 언급됐다. 앞서 국방부 검찰단은 정보사 요원 A씨를 기소하면서 ▲군형법상 일반이적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했다. 국군방첩사령부가 처음 A씨에게 간첩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으나 군검찰은 수사기록 검토 결과 적용하기 어렵다고 봤다. 군형법과 형법은 ‘적’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 간첩죄를 적용하는데, 여기서 적은 북한을 의미한다. 군검찰이 A씨에게 간첩죄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북한과 연계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A씨에게 간첩죄가 적용되지 않자 정치권에서는 연일 논란이 이어졌다. 먼저 한 대표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적국’으로 한정했던 간첩죄 적용 범위를 ‘외국’으로 대폭 넓히는 간첩법 개정안도 당론으로 추진 중이다. 한 대표는 지난달 말 국회서 열린 간첩법 개정 입법토론회에 참석해 “이번 국회서 두 가지를 반드시 해내자”며 “간첩법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자. 그리고 그 법을 제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부활시키자”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 스파이를 적국에 한정해 처벌한 나라가 있느냐”며 “형법 조항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면 된다. 그러면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지난 1일 당 최고위원회의서도 “민주당이 찬성만 하면 ‘적국’서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명 간첩법은 형법 98조다.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북한 연관성 없으면 관련법 적용 불가 적국 아닌 외국으로 조항 신설 추진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인 북한으로 한정해 북한 외 다른 나라를 위해 간첩 행위를 하더라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적국’을 ‘외국 및 외국인 단체’로 고치는 개정안이 지난 2004년부터 끊임없이 발의됐으나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간첩법 개정안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건 국민의힘이다. 강승규 의원은 지난달 같은 당 의원 24명과 함께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엔 허위·조작 정보를 유포해 사회 혼란을 초래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수행하다 적발된 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담았다. ‘외국, 외국인 단체나 외국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자(안보위협인물)가 허위 사실과 왜곡된 정보를 유포할 경우 3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간첩 행위를 하거나 간첩을 방조한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인지전을 통해 정부 정책 결정 또는 외교관계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쳐 국가안보를 위협한 경우 10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특히 정보기관 소속으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지난달 말 간첩죄의 적용 범위를 적국서 외국과 국내외 단체 및 비국가행위자로 확대하는 간첩법 개정안(형법·군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외국이 국내에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할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고, 군사기밀뿐 아니라 국가의 핵심기술 및 방위산업기술에 대한 유출 행위에 대해서도 간첩죄를 적용토록 했다. 윤 의원 측은 “현행 간첩법인 형법 98조는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를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에 처하게 돼있다”며 “군형법 13조서도 비슷한 취지의 조항을 두고 있지만 실질적인 적국에 해당하는 북한 외에 어느 나라를 위해서든 간첩 행위를 하거나 방조할 경우나 외국이 국내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하게 되면 처벌을 할 수 없어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신중한 민주당 민주당은 국정원장을 지낸 박 의원을 필두로 간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의 법안은 법망 미비를 보완하기 위해 ‘적국’은 물론 ‘외국 정부 또는 그에 준하는 단체 및 외국 정부 산하단체’를 이롭게 하기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자도 7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간첩 행위는 ‘국가기밀을 수집·탐지·보관·누설·전달·중개하는 행위’로 명확히 규정했다. 허위·날조 정보를 온·오프라인상에서 가짜뉴스 형태로 퍼뜨려 사회 혼란을 일으키고 정부 정책과 외교관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처벌하는 조항도 담았다. 이런 행위를 외국 등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저지르는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신분을 위조한 외국 정보기관원(흑색요원)이 인지전을 하다 적발될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가핵심기술 유출 행위도 간첩죄로 처벌하겠단 구상이다. 박 의원은 “지금도 사이버상으로 자생적 공산주의 친북 세력이 교류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서 접선을 하지 않고 중국, 동남아시아 쪽에서 접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특히 산업기술 보호를 위해서도 간첩법 개정이 필수라고 강조하며 “진보적인 민주당서 내가 주장해야 국민을 설득하고 법안이 통과돼 국가를 지탱하고 산업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국민의힘 측 법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이 있다면 국정원 대공수사권과 관련해 이견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국정원 대공수사권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12월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이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 주도로 통과돼 올해부터 시행 중이다. 한 대표가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했다고 해도 야권의 반대가 심한 상황이다. 야권은 대공수사권 폐지는 불법사찰과 간첩 조작 사건 등 국정원의 공안 탄압을 없애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한반도 지금 정보전쟁 중 특히 여야는 최근까지도 대공수사·조사와 관련한 국정원 역할을 놓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나아가 대공수사권을 넘어 조사권까지 대폭 축소하자면서 사실상 국정원의 대공수사 ‘완박(완전박탈)’을 추진 중이다. 실제로 민주당 이기헌·김현·박홍근·윤건영 의원 등은 지난달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과 관련 사실조회 및 자료 제출 요구권을 폐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가정보원법은 ▲방첩·대테러·국제범죄조직에 관한 정보 ▲국가보안법 위반, 반국가단체와 연계가 의심되는 안보침해행위에 대한 정보 ▲사이버안보와 안보 관련 우주 정보 등에 대해 ‘조사권’을 보장하고 있다. 대공수사권이 없는 대신 현장 조사·문서 열람·시료 채취·자료 제출 요구와 진술 요청 등의 방식으로 조사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개정안에는 이 조사권이 오히려 수사권보다 광범위하게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이를 폐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사권의 경우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과 영장주의가 엄격하게 적용되지만, 조사권은 이런 견제는 받지 않으면서도 사실상 압수수색과 신문 조사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골자다. 다만 민주당 내부서도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까지 없애는 건 과도하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민주당 내에서 국정원 근무 경력이 있는 박지원·박선원·김병기 의원은 해당 법안 발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경찰의 대공수사가 제대로 자리 잡히지도 않은 상황서 과거로 회귀하면 경찰 내부의 불만이 폭발할 것”이라며 “국정원이 경찰 대공수사에 힘을 실어주는 협력관계로 가는 게 더 옳지 않겠냐”고 전했다. 이 의원은 “대공수사와 정보수집 기능을 분리하는 게 글로벌 스탠다드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막기 위한 핵심요소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국정원 및 정보기관 출신 전문가들은 간첩법 개정이 10년 전부터 추진됐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3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으며 외국 간첩과 스파이들이 국내서 활동하는 경우가 적었으나 경제 대국이 된 지금은 다르다는 설명이다. 여야 국정원 대조권 두고 기싸움 한국은 미·중·러·일 스파이 ‘천국’ 국정원 파견 업무를 수행했던 부장검사는 “국정원 대공수사권이 사라지면서 간첩과 산업스파이 등 국익에 해가 되는 조직과 인물의 범죄 행위를 포착해도 법률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크게 축소된 건 사실”이라며 “중국과 북한 간첩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표면적으로 우리의 우방국도 간첩이 존재한다.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한 정보기관 출신 관계자는 “중국, 북한은 기본이고 일본, 미국, 러시아, 독일 등 해외 강국들은 국내 수도권서 정보활동을 벌인다. 이들은 외교관(회색), 언론사 특파원, 유학생 등으로 신분을 세탁해 블랙으로 살아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해외 각국 대사관에는 정보기관 담당 인사만 2명 이상 근무 중”이라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대학가에서는 학생 신분으로 위장한 중국인 ‘산업스파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 산업스파이들이 유학생과 연구자로 위장해 국내 대학의 연구실, 연구기관 등에서 암약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은 대학의 연구실을 매개로 대기업 등의 첨단기술 연구소까지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들 역시 이 같은 현실을 알면서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중국인 유학생을 받지 않고서는 정상적인 학교 운영이 불가능한 대학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산업스파이 문제를 공론화했다가 중국인 학생들의 집단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현재 국내 대학에 유학 중인 외국인 학생 수는 2022년 기준 16만6892명으로 2013년(8만 5923명) 대비 2배 가까이 늘었으며 이 중 중국인 비중은 통상 4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강대 등 일부 대학은 중국인 전용 강의까지 개설할 정도다. 본희의 통과 가능성은? 앞으로 한국을 향한 중국의 기술 탈취 시도가 더 강력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중 갈등이 심화함에 따라 중국이 기술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 비영리기구인 국제교육원(IIE)에 따르면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 수는 2022~2023학년 28만9526명으로 집계돼 37만2532명을 기록했던 2019~2020학년 대비 22% 급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