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예술에 빠지다 ❷경북 안동

'덩실덩실' 800년 이어온 신명나는 ‘탈판’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안동 하회마을에서는 12세기 중엽부터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며 하회별신굿탈놀이를 즐겼다. 8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서민의 애환과 웃음을 담아 탈춤을 춘 것이다. 양반과 선비로 대변되는 지배계층을 비판하고, 파계승을 통해 종교의 타락을 비꼬는 내용이 인상적이다. 해학과 풍자가 넘치는 탈춤을 보며 21세기 관객이 웃음을 터뜨린다. 신명과 흥겨움이 가득한 공연은 꼬마관객도 지루할 틈이 없다. 풍산유씨 대종가 양진당과 서애 유성룡 선생의 충효당 같은 고택과 흙담이 아름다운 하회마을을 구석구석 거닐고, 하회마을로 들어가는 길에 있는 안동한지전시관과 하회세계탈박물관도 들러보자. 안동민속박물관은 안팎이 두루 알차다. 월영교와 안동호반나들이길도 봄볕 아래 걷기 좋다.

‘경북의 흥과 멋’ 담긴 하회별신굿탈놀이
박물관·하회마을 등…전통매력에 푹

중요무형문화재 69호로 지정된 하회별신굿탈놀이는 안동 하회마을에서 고려 시대(12세기 중엽)부터 마을 사람들이 해온 탈놀이다. 별신굿은 ‘별난 굿’ ‘특별한 굿’을 뜻하는데,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며 5~10년에 한 번씩 큰 굿판을 벌였기에 붙은 이름이다.
옛날에는 해마다 정월 대보름 즈음에 마을의 수호신(혹은 서낭신)에게 동신제(당제)를 올렸는데, 별신굿은 5~10년마다 혹은 특별한 주문이 있을 때 열렸다. 굿판에 탈놀이가 곁들여진 것은 신을 즐겁게 하기 위함으로, 마을에 재앙이 닥치지 않고 복을 주기 바라는 의미라고 한다. 1928년 마지막 별신굿이 있고 40여 년간 중단된 것을 1970년대에 하회별신굿탈놀이보존회 회원들이 복원하여 다시 세상에 선보였다. 지금은 안동을 대표하는 공연 예술이자, 하회별신굿탈놀이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일부러 안동에 들를 정도가 됐다. 우리나라 대표 축제 중 하나로 꼽히는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의 근간이기도 하다.

하회탈 고장
‘봄’을 만나다

하회별신굿탈놀이는 당시 지배 계층과 사회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이 아름다운 여인네를 보고 파계하는가 하면, 양반과 선비가 말도 안 되는 싸움을 벌이고, 가난하고 힘없는 할미는 서민의 애환을 대변한다. 해학과 풍자가 가득한 탈춤을 하회마을 양반들이 노여워하기는커녕 경제적인 후원까지 해준 것은, 평민들이 굿판을 통해 쌓인 울분을 풀고 불만을 해소함으로써 마을 공동체가 더욱 단단해진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올해부터는 연중 상설 공연을 하고, 찾는 이들이 많아 주중에도 공연이 마련된다. 원래는 열 마당이지만 상설 공연에서는 무동 마당, 주지 마당, 백정 마당, 할미 마당, 파계승 마당, 양반·선비 마당 등 여섯 마당을 한 시간가량 선보인다. 소 한 마리를 잡아놓고 춤추는 백정 마당은 힘이 느껴지고, 신세 한탄하며 베 짜는 할미 마당에선 관객도 숨을 죽인다. 초랭이의 촐싹거리는 춤은 어눌한 이매 춤과 함께해 두드러진다. 양반은 “여기에 내보다 더한 양반이 어디 있노?” 하며 신분을 뽐내고, 선비는 학식을 자랑하며 사서삼경보다 나은 팔서육경을 읽었다고 허세를 부린다. 모든 마당이 끝나면 탈을 벗고 인사한 다음 춤을 추며 빠져나가는데, 이때 관객이 한데 어우러져 춤추기도 한다. 풍자와 해학, 웃음과 눈물이 있는 탈놀이에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빠져든다. 

 

하회별신굿탈놀이가 특별한 또 다른 이유는 탈에 있다. 우리나라 지방마다 고유의 탈춤과 탈이 전해오지만, 국보로 지정된 것은 안동 하회탈 11점과 이웃마을 병산탈 2점이 유일하다(병산별신굿은 전승되지 않음). 하회탈은 12세기 중엽에 제작됐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눈, 코, 입이 선명하고 주름살과 얼굴 표정에 생동감이 넘친다. 턱을 분리해서 제작한 양반, 선비, 중, 백정 탈은 얼굴을 젖히거나 숙이는 등 움직임에 따라 표정 변화가 크다. 하회탈을 깎았다는 허 도령이 마지막 탈을 완성하지 못하고 죽는 바람에 턱이 없는 채 남았다는 이매 탈은 연기자의 입과 턱이 그대로 드러나 더욱 풍부한 연기가 가능하다. 순박한 이매의 함박웃음은 하회 탈춤을 재미있게 하는 요소 중 하나다. 

 

하회별신굿탈놀이는 춤판이 벌어지는 동안 배우와 관객이 자연스럽게 소통한다. 백정은 관객을 향해 연신 말을 걸고, 할미는 관객에게 동냥하는 시늉을 한다. 이를 걸립이라 하는데, 풍물과 재주를 부려 돈이나 곡식을 구하는 일을 뜻한다. 실제로 관객이 뛰어나와 불쌍한 할미의 바가지에 돈을 넣어주기도 한다. 관객이 “잘한다” “얼씨구” 같은 추임새를 넣거나 크게 손뼉을 치면 배우들도 흥이 나는 것은 당연지사. 추우나 더우나, 관객이 많거나 적거나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 절로 박수가 나온다.
탈춤 공연은 현재 하회마을 주차장 옆 임시 공연장에서 펼쳐진다. 마을 안에 자리한 전수관과 공연장 공사가 끝나는 5월 말까지는 임시 공연장 신세를 질 예정이다. 상설 공연은 1~2월은 토·일요일, 3~12월은 수·금·토·일요일 오후 2시에 열린다. 7~9월에는 토요일 오후 7시 안동댐 개목나루, 일요일 오후 7시 낙동강변 음악분수 옆 공연이 더해진다. 

 

탈놀이가 끝나면 느긋한 걸음으로 하회마을을 둘러본다. 안동 하회마을은 경주 양동마을과 더불어 201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으며, 우리네 역사가 고스란히 살아 숨 쉬는 곳이다. 풍산유씨의 동성 마을로, 낙동강 줄기가 마을을 S자로 휘감아 흘러 물돌이(하회)라 했다. 마을에는 풍산유씨 대종가 양진당(보물 306호), 서애 유성룡 선생의 종택 충효당(보물 414호), 전형적인 사대부가의 멋을 보여주는 화경당(북촌댁) 등 빼어난 고택이 즐비하다. 흙과 돌로 반듯하게 쌓아 올린 담장과 미로처럼 이어진 골목, 정겨운 초가, 수령 600년에 이르는 삼신목, 강변에 자리한 만송정 솔숲, 절벽 위에서 마을을 굽어볼 수 있는 부용대 등 볼거리로 가득하다.

 

안동시내에서 하회마을로 들어가는 길에 들러보면 좋은 곳이 두 군데 있다. 먼저 안동한지전시관은 닥나무에서 한지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볼 수 있는 한지 공장, 한지 제품과 공예품을 전시·판매하는 전시관, 하회탈을 비롯해 다양한 한지 공예품을 만들어볼 수 있는 체험관 등이 한군데 모여있어 흥미롭다. 하회탈 모형에 한지를 여러 장 겹쳐 바른 다음 색깔 한지로 장식하는 탈 만들기 체험이 인기다. 하회마을 주차장을 지나 매표소 가는 길에 자리한 하회세계탈박물관은 하회탈을 비롯한 우리나라 각 지역의 탈, 아시아와 유럽 등 세계의 탈을 함께 전시해 비교하며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21세기 속
조선시대

안동은 ‘지붕 없는 박물관 도시’라고 해도 좋을 만큼 역사 유적과 고택이 많다. 안동민속박물관에서는 선조의 유교적인 삶을 한눈에 그려볼 수 있다. 출생부터 관혼상제까지 삶의 궤적에 따라 전시물이 구성되었다. 야외 박물관에는 석빙고, 선성현객사, 돌담집, 초가, 초가도토마리집, 까치구멍집 등 고가 20여 채가 마을을 이루듯 모여 있다. 

 

야외 박물관과 강 서쪽을 이어주는 월영교는 낮에도 좋지만, 조명이 들어오는 저녁이나 달 밝은 밤에 더 운치 있다. 월영교에 불이 들어오기를 기다리며 안동호반나들이길로 접어든다. 지난 12월에 완공된 이 산책로는 법흥교까지 2km 남짓한 거리로, 강바람을 느끼며 가볍게 걷기에 그만이다. 

 

안동의 맛으로는 헛제삿밥, 안동찜닭, 간고등어구이, 안동국시 등이 있다. 주전부리가 생각난다면 안동역 맞은편에 자리한 하회탈빵이나 정도너츠 안동점, 미슐랭에서도 인정한 맘모스제과가 제격이다.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안동한지전시관→하회세계탈박물관→하회별신굿탈놀이 상설 공연→하회마을→월영교


1박2일 여행 코스
· 첫째 날 : 안동한지전시관→병산서원→하회세계탈박물관→하회별신굿탈놀이 상설 공연→하회마을(숙박)
· 둘째 날 : 안동민속박물관→안동호반나들이길→월영교→임청각, 군자정→안동 법흥사지 칠층전탑


관련 웹사이트 주소
· 안동관광 www.tourandong.com
· 하회별신굿탈놀이보존회 www.hahoemask.co.kr
· 안동 하회마을 www.hahoe.or.kr
· 안동민속박물관 www.adfm.or.kr
· 하회세계탈박물관 www.mask.kr
· 안동한지전시관 www.andonghanji.com


문의 전화
· 안동시청 체육관광과  054)840-6392
· 하회별신굿탈놀이보존회  054)854-3664
· 안동하회마을관리사무소  054)854-3669
· 하회마을 관광안내소  054)852-3588
· 안동민속박물관  054)821-0649
· 하회세계탈박물관  054)853-2288
· 안동한지전시관  054)858-7007


대중교통 정보
기차> · 
청량리-안동: 하루 8회(06:40~21:13) 운행, 약 3시간20분 소요.
* 문의 : 코레일 1544-7788, www.korail.com
· 서울-안동: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35회(06:00~23:00) 운행, 약 2시간50분 소요.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18회(06:10~22:00) 운행, 약 2시간50분 소요.
*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www.ti21.co.kr
버스> ·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 이지티켓 www.hticket.co.kr

자가운전 정보
중앙고속도로 서안동 IC→경서로 6km→상리길 3.2km→안교사거리 하회마을 방면 좌회전→지풍로 4.6km→하회삼거리 하회마을 방면 좌회전→하회마을 주차장(주차 후 도보 15분 혹은 셔틀버스 이용)


숙박 정보
· 안동파크호텔 : 안동시 경동로, 054)853-1501, www.andongparkhotel.com
· 다우모텔 : 풍산읍 장터중앙길, 054)858-9100
· 농암종택 : 도산면 가송길, 054)843-1202, www.nongam.com
· 북촌댁 : 풍천면 하회북촌길, 054)853-2110, www.bukchondaek.com
· 안동군자마을 : 와룡면 군자리길, 054)852-5414, www.gunjari.net


식당 정보
· 묵향 : 한우구이·불고기, 안동시 경동로, 054)840-7710~1
· 까치구멍집 : 헛제삿밥, 안동시 석주로, 054)821-1056
· 옥류정 : 간고등어정식, 풍천면 전서로, 054)854-8844~5, www.안동맛집옥류정.kr
· 추임새파크 : 안동찜닭, 풍천면 전서로, 054)853-4001


축제와 행사 정보
·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 2014년 9월26일~10월5일, 안동 시내 일원(탈춤공원 및 하회마을),
                                         www.maskdance.com

주변 볼거리
안동댐, 온뜨레피움, 전통문화콘텐츠박물관,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 유교문화박물관, 이육사문학관, 도산서원, 안동군자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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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