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예술에 빠지다 ❷경북 안동

'덩실덩실' 800년 이어온 신명나는 ‘탈판’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안동 하회마을에서는 12세기 중엽부터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며 하회별신굿탈놀이를 즐겼다. 8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서민의 애환과 웃음을 담아 탈춤을 춘 것이다. 양반과 선비로 대변되는 지배계층을 비판하고, 파계승을 통해 종교의 타락을 비꼬는 내용이 인상적이다. 해학과 풍자가 넘치는 탈춤을 보며 21세기 관객이 웃음을 터뜨린다. 신명과 흥겨움이 가득한 공연은 꼬마관객도 지루할 틈이 없다. 풍산유씨 대종가 양진당과 서애 유성룡 선생의 충효당 같은 고택과 흙담이 아름다운 하회마을을 구석구석 거닐고, 하회마을로 들어가는 길에 있는 안동한지전시관과 하회세계탈박물관도 들러보자. 안동민속박물관은 안팎이 두루 알차다. 월영교와 안동호반나들이길도 봄볕 아래 걷기 좋다.

‘경북의 흥과 멋’ 담긴 하회별신굿탈놀이
박물관·하회마을 등…전통매력에 푹

중요무형문화재 69호로 지정된 하회별신굿탈놀이는 안동 하회마을에서 고려 시대(12세기 중엽)부터 마을 사람들이 해온 탈놀이다. 별신굿은 ‘별난 굿’ ‘특별한 굿’을 뜻하는데,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며 5~10년에 한 번씩 큰 굿판을 벌였기에 붙은 이름이다.
옛날에는 해마다 정월 대보름 즈음에 마을의 수호신(혹은 서낭신)에게 동신제(당제)를 올렸는데, 별신굿은 5~10년마다 혹은 특별한 주문이 있을 때 열렸다. 굿판에 탈놀이가 곁들여진 것은 신을 즐겁게 하기 위함으로, 마을에 재앙이 닥치지 않고 복을 주기 바라는 의미라고 한다. 1928년 마지막 별신굿이 있고 40여 년간 중단된 것을 1970년대에 하회별신굿탈놀이보존회 회원들이 복원하여 다시 세상에 선보였다. 지금은 안동을 대표하는 공연 예술이자, 하회별신굿탈놀이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일부러 안동에 들를 정도가 됐다. 우리나라 대표 축제 중 하나로 꼽히는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의 근간이기도 하다.

하회탈 고장
‘봄’을 만나다

하회별신굿탈놀이는 당시 지배 계층과 사회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이 아름다운 여인네를 보고 파계하는가 하면, 양반과 선비가 말도 안 되는 싸움을 벌이고, 가난하고 힘없는 할미는 서민의 애환을 대변한다. 해학과 풍자가 가득한 탈춤을 하회마을 양반들이 노여워하기는커녕 경제적인 후원까지 해준 것은, 평민들이 굿판을 통해 쌓인 울분을 풀고 불만을 해소함으로써 마을 공동체가 더욱 단단해진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올해부터는 연중 상설 공연을 하고, 찾는 이들이 많아 주중에도 공연이 마련된다. 원래는 열 마당이지만 상설 공연에서는 무동 마당, 주지 마당, 백정 마당, 할미 마당, 파계승 마당, 양반·선비 마당 등 여섯 마당을 한 시간가량 선보인다. 소 한 마리를 잡아놓고 춤추는 백정 마당은 힘이 느껴지고, 신세 한탄하며 베 짜는 할미 마당에선 관객도 숨을 죽인다. 초랭이의 촐싹거리는 춤은 어눌한 이매 춤과 함께해 두드러진다. 양반은 “여기에 내보다 더한 양반이 어디 있노?” 하며 신분을 뽐내고, 선비는 학식을 자랑하며 사서삼경보다 나은 팔서육경을 읽었다고 허세를 부린다. 모든 마당이 끝나면 탈을 벗고 인사한 다음 춤을 추며 빠져나가는데, 이때 관객이 한데 어우러져 춤추기도 한다. 풍자와 해학, 웃음과 눈물이 있는 탈놀이에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빠져든다. 

 

하회별신굿탈놀이가 특별한 또 다른 이유는 탈에 있다. 우리나라 지방마다 고유의 탈춤과 탈이 전해오지만, 국보로 지정된 것은 안동 하회탈 11점과 이웃마을 병산탈 2점이 유일하다(병산별신굿은 전승되지 않음). 하회탈은 12세기 중엽에 제작됐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눈, 코, 입이 선명하고 주름살과 얼굴 표정에 생동감이 넘친다. 턱을 분리해서 제작한 양반, 선비, 중, 백정 탈은 얼굴을 젖히거나 숙이는 등 움직임에 따라 표정 변화가 크다. 하회탈을 깎았다는 허 도령이 마지막 탈을 완성하지 못하고 죽는 바람에 턱이 없는 채 남았다는 이매 탈은 연기자의 입과 턱이 그대로 드러나 더욱 풍부한 연기가 가능하다. 순박한 이매의 함박웃음은 하회 탈춤을 재미있게 하는 요소 중 하나다. 

 

하회별신굿탈놀이는 춤판이 벌어지는 동안 배우와 관객이 자연스럽게 소통한다. 백정은 관객을 향해 연신 말을 걸고, 할미는 관객에게 동냥하는 시늉을 한다. 이를 걸립이라 하는데, 풍물과 재주를 부려 돈이나 곡식을 구하는 일을 뜻한다. 실제로 관객이 뛰어나와 불쌍한 할미의 바가지에 돈을 넣어주기도 한다. 관객이 “잘한다” “얼씨구” 같은 추임새를 넣거나 크게 손뼉을 치면 배우들도 흥이 나는 것은 당연지사. 추우나 더우나, 관객이 많거나 적거나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 절로 박수가 나온다.
탈춤 공연은 현재 하회마을 주차장 옆 임시 공연장에서 펼쳐진다. 마을 안에 자리한 전수관과 공연장 공사가 끝나는 5월 말까지는 임시 공연장 신세를 질 예정이다. 상설 공연은 1~2월은 토·일요일, 3~12월은 수·금·토·일요일 오후 2시에 열린다. 7~9월에는 토요일 오후 7시 안동댐 개목나루, 일요일 오후 7시 낙동강변 음악분수 옆 공연이 더해진다. 

 

탈놀이가 끝나면 느긋한 걸음으로 하회마을을 둘러본다. 안동 하회마을은 경주 양동마을과 더불어 201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으며, 우리네 역사가 고스란히 살아 숨 쉬는 곳이다. 풍산유씨의 동성 마을로, 낙동강 줄기가 마을을 S자로 휘감아 흘러 물돌이(하회)라 했다. 마을에는 풍산유씨 대종가 양진당(보물 306호), 서애 유성룡 선생의 종택 충효당(보물 414호), 전형적인 사대부가의 멋을 보여주는 화경당(북촌댁) 등 빼어난 고택이 즐비하다. 흙과 돌로 반듯하게 쌓아 올린 담장과 미로처럼 이어진 골목, 정겨운 초가, 수령 600년에 이르는 삼신목, 강변에 자리한 만송정 솔숲, 절벽 위에서 마을을 굽어볼 수 있는 부용대 등 볼거리로 가득하다.

 

안동시내에서 하회마을로 들어가는 길에 들러보면 좋은 곳이 두 군데 있다. 먼저 안동한지전시관은 닥나무에서 한지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볼 수 있는 한지 공장, 한지 제품과 공예품을 전시·판매하는 전시관, 하회탈을 비롯해 다양한 한지 공예품을 만들어볼 수 있는 체험관 등이 한군데 모여있어 흥미롭다. 하회탈 모형에 한지를 여러 장 겹쳐 바른 다음 색깔 한지로 장식하는 탈 만들기 체험이 인기다. 하회마을 주차장을 지나 매표소 가는 길에 자리한 하회세계탈박물관은 하회탈을 비롯한 우리나라 각 지역의 탈, 아시아와 유럽 등 세계의 탈을 함께 전시해 비교하며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21세기 속
조선시대


안동은 ‘지붕 없는 박물관 도시’라고 해도 좋을 만큼 역사 유적과 고택이 많다. 안동민속박물관에서는 선조의 유교적인 삶을 한눈에 그려볼 수 있다. 출생부터 관혼상제까지 삶의 궤적에 따라 전시물이 구성되었다. 야외 박물관에는 석빙고, 선성현객사, 돌담집, 초가, 초가도토마리집, 까치구멍집 등 고가 20여 채가 마을을 이루듯 모여 있다. 

 

야외 박물관과 강 서쪽을 이어주는 월영교는 낮에도 좋지만, 조명이 들어오는 저녁이나 달 밝은 밤에 더 운치 있다. 월영교에 불이 들어오기를 기다리며 안동호반나들이길로 접어든다. 지난 12월에 완공된 이 산책로는 법흥교까지 2km 남짓한 거리로, 강바람을 느끼며 가볍게 걷기에 그만이다. 

 

안동의 맛으로는 헛제삿밥, 안동찜닭, 간고등어구이, 안동국시 등이 있다. 주전부리가 생각난다면 안동역 맞은편에 자리한 하회탈빵이나 정도너츠 안동점, 미슐랭에서도 인정한 맘모스제과가 제격이다.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안동한지전시관→하회세계탈박물관→하회별신굿탈놀이 상설 공연→하회마을→월영교


1박2일 여행 코스
· 첫째 날 : 안동한지전시관→병산서원→하회세계탈박물관→하회별신굿탈놀이 상설 공연→하회마을(숙박)
· 둘째 날 : 안동민속박물관→안동호반나들이길→월영교→임청각, 군자정→안동 법흥사지 칠층전탑


관련 웹사이트 주소
· 안동관광 www.tourandong.com
· 하회별신굿탈놀이보존회 www.hahoemask.co.kr
· 안동 하회마을 www.hahoe.or.kr
· 안동민속박물관 www.adfm.or.kr
· 하회세계탈박물관 www.mask.kr
· 안동한지전시관 www.andonghanji.com


문의 전화
· 안동시청 체육관광과  054)840-6392
· 하회별신굿탈놀이보존회  054)854-3664
· 안동하회마을관리사무소  054)854-3669
· 하회마을 관광안내소  054)852-3588
· 안동민속박물관  054)821-0649
· 하회세계탈박물관  054)853-2288
· 안동한지전시관  054)858-7007



대중교통 정보
기차> · 
청량리-안동: 하루 8회(06:40~21:13) 운행, 약 3시간20분 소요.
* 문의 : 코레일 1544-7788, www.korail.com
· 서울-안동: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35회(06:00~23:00) 운행, 약 2시간50분 소요.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18회(06:10~22:00) 운행, 약 2시간50분 소요.
*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www.ti21.co.kr
버스> ·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 이지티켓 www.hticket.co.kr

자가운전 정보
중앙고속도로 서안동 IC→경서로 6km→상리길 3.2km→안교사거리 하회마을 방면 좌회전→지풍로 4.6km→하회삼거리 하회마을 방면 좌회전→하회마을 주차장(주차 후 도보 15분 혹은 셔틀버스 이용)


숙박 정보
· 안동파크호텔 : 안동시 경동로, 054)853-1501, www.andongparkhotel.com
· 다우모텔 : 풍산읍 장터중앙길, 054)858-9100
· 농암종택 : 도산면 가송길, 054)843-1202, www.nongam.com
· 북촌댁 : 풍천면 하회북촌길, 054)853-2110, www.bukchondaek.com
· 안동군자마을 : 와룡면 군자리길, 054)852-5414, www.gunjari.net


식당 정보
· 묵향 : 한우구이·불고기, 안동시 경동로, 054)840-7710~1
· 까치구멍집 : 헛제삿밥, 안동시 석주로, 054)821-1056
· 옥류정 : 간고등어정식, 풍천면 전서로, 054)854-8844~5, www.안동맛집옥류정.kr
· 추임새파크 : 안동찜닭, 풍천면 전서로, 054)853-4001


축제와 행사 정보
·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 2014년 9월26일~10월5일, 안동 시내 일원(탈춤공원 및 하회마을),
                                         www.maskdance.com

주변 볼거리
안동댐, 온뜨레피움, 전통문화콘텐츠박물관,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 유교문화박물관, 이육사문학관, 도산서원, 안동군자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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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