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을 찾아서 ④경기 파주-궁시장 영집 유영기

활 잘 쏘는 나라의 혼과 맥을 잇다

주몽, 김윤후, 이성계 그리고 조선 정조.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역사적으로 활을 잘 쏜 인물이다. 우리나라는 예부터 활을 잘 쏘기로 유명했다. 활을 잘 쏘는 민족답게 활과 화살의 혼과 맥이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곳이 있다. 경기도 파주시에 있는 영집 궁시박물관이다. 중요무형문화재 47호 궁시장 영집 유영기 선생이 세운 활과 화살 전문 박물관으로, 5대째 이어 내려온 활과 화살에 대한 애정과 전통문화에 대한 신념과 고집이 오롯이 남아 있는 곳이다.

전통 활·화살의 숨은 이야기 흥미진진
한립토이뮤지엄ㆍ한향림 세라믹뮤지엄

영집 궁시박물관은 고유의 전통문화를 묵묵히 지키는 곳이다. 중요무형문화재 47호 궁시장 영집 유영기 선생이 평생 연구·수집한 우리나라의 전통 활과 화살, 해외의 활과 화살을 전시한 공간이다.
1층 전시관에는 우리나라 전통 활과 화살의 역사가 함축되었다. 물소 뿔과 쇠심줄, 대나무와 뽕나무, 민어의 부레(부레풀 재료) 등 각궁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부터 시대별로 다양한 화살까지 만나볼 수 있다. 적이 다시 사용하지 못하게 한 편전(아기살), 임금의 명령을 전달할 때 쓰던 신전, 소리 나는 명적, 고구려를 대표하는 육량시, 태조 이성계가 주로 사용했다는 명중률 높은 유엽전 등 화살에 숨은 이야기도 재미있다.

명품 손에
반하고

우리나라의 활과 화살은 단순히 무기가 아니었다. 활쏘기는 임금이 갖춰야 할 덕목이었고, 선비들은 활쏘기를 통해 호연지기를 기르고 한데 어울려 실력을 겨루며 풍류를 즐겼다. 요즘으로 치면 활쏘기는 당대의 스포츠였다. 특히 우리나라의 각궁은 탄력이 좋아 멀리 나가고, 파괴력이 좋아 단연 세계 최고다. 각궁은 대나무와 구지뽕나무, 물소 뿔과 쇠심줄이 어우러진 복합궁으로, 서양의 활과 비교되지 않는다. 서양식 활은 나무에 활시위를 달아 반달 형태가 되도록 잡아당겨 쏘는 방식이지만, 각궁은 물소 뿔과 쇠심줄을 붙여 둥글게 말린 나무를 180° 뒤집고, 다시 활시위를 걸어 쏘는 식이기 때문에 더 강하게 멀리 나간다.

팔순에 가까운 궁시장 유영기 선생의 얼굴에는 굴곡진 삶의 흔적이 역력하다. 선생의 고향은 파주와 가까운 북한 땅 장단면이다. 예부터 예천은 활, 장단은 화살이라 할 정도로 장단은 화살로 유명한 고장이었다. 당시 활과 화살을 만드는 장인들은 격이 높았고, 유영기 선생의 아버지는 한국전쟁 때 집문서를 두고 살 만드는 도구와 부레풀만 챙겨 피란할 정도로 장인 정신이 투철했다. 활과 화살 한 벌을 팔면 쌀 한 가마니를 살 수 있을 정도였다. 전수하는 제자가 많고, 멀리 신의주에서 화살을 구하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유명했다.
유영기 선생은 아버지 어깨너머로 자연스럽게 화살 만드는 법을 배웠다. 하지만 양궁이 보급되고, 카본 화살이 등장하면서 시련이 닥치기 시작했다. 화살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130번이나 되는 복잡한 과정을 거칠 뿐만 아니라, 화살의 재료인 대나무와 꿩의 깃털을 구하는 일 또한 쉽지 않았다. 화살대 10만 개를 구해도 화살은 5000개 남짓 만드는 게 고작이고, 깃털 또한 꿩 한 마리에 10개 정도밖에 나지 않는다. 더구나 화살은 하루에 3개쯤 만들 수 있어, 기계에서 무수히 찍어내는 카본 화살의 공세를 당해낼 수 없었다.


활 만드는 과정은 복잡하고 다양한 과정을 거친다.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대나무의 물이 빠지고 가장 단단해지는 겨울이 되면 전국을 돌며 대나무를 구하는데, 해풍을 맞으며 2년 정도 자란 대나무가 가장 좋다. 대나무는 약 한 달간 건조 과정을 거쳐 숯불에 갈색으로 구운 뒤, 저울로 무게를 달아 분류한다. 이는 사수의 신체 조건에 맞는 화살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숯불을 피운 대잡이통에 살대를 넣고 구울 때는 졸대로 화살을 곧게 펴는 교정 작업을 한다. 이를 ‘졸을 본다’고 한다. 살대가 마련되면 더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대나무의 마디를 갈아 없애고, 살대의 표면을 매끄럽게 다듬는다. 활시위가 걸리는 오늬와 촉을 끼우기 위해 살대의 끝을 깎는 작업부터 오늬를 끼우고, 깃을 달고, 촉을 만들어 끼운 뒤 다시 졸을 보면 비로소 화살 한 개가 만들어진다.

영집 궁시박물관에서는 활 만들기와 활쏘기 체험을 할 수 있다. 활 만들기는 전통 방법 그대로 하는 알짜배기 체험으로 추천할 만하다. 만든 활과 화살 한 개는 가져갈 수 있으며, 체험 비용은 2만원이다. 활쏘기는 바른 자세를 숙지하고 직접 활을 쏘아보는 체험이다. 자세에 따라 화살이 날아가는 모습이 제각각이다.
헤이리 예술마을은 박물관과 미술관, 갤러리 카페와 체험 시설이 많아 가족이나 연인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가족과 함께 가볼 만한 곳으로는 한립토이뮤지엄, 연인과 함께라면 한향림 세라믹 뮤지엄을 추천한다. 한립토이뮤지엄은 40년 가까이 완구회사를 운영하면서 각국에서 수집한 장난감을 전시한 완구 박물관이다. 한정판 교복을 입은 흑백 아톰부터 한국을 대표하는 뽀로로까지 어른들에게는 향수와 동심을 자극하고, 아이들에게는 신나는 장난감의 세계를 선사한다. 지하 1층에는 경찰서, 소방서, 방송국 등 18개 체험 시설로 꾸며진 스토리 랜드가 있다. 아이들이 직업의 세계로 들어가 미래의 이야기를 맘껏 풀어낸다.

전통숨결에
취하다

한향림 세라믹 뮤지엄은 옹기박물관과 현대도자미술관으로 구성된다. 옹기박물관은 규모는 작지만, 각 지역의 특성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옹기들이 지역별로 전시되어있다. 소주를 내리는 소줏고리, 제주의 물허벅, 300년 전 청자 기법으로 제작된 강진옹기 등 다양하고 독특한 옹기를 만나볼 수 있다. 현대도자미술관은 근현대 도화 작품을 전시한 공간으로, 조선 순종의 어진을 그린 김은호 선생과 피카소의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현대도자미술관 건물은 모 제약 회사의 CF가 촬영된 곳이기도 하다. 최근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촬영된 갤러리 카페 아다마스253도 들러볼 만하다.

영집 궁시박물관 인근에는 모산목장이 있다. 송아지 우유 주기, 여물 주기, 젖짜기, 아이스크림과 치즈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다. 피자 만들기 체험을 곁들이면 가볍게 한 끼 식사도 가능하다.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모산목장 체험→영집 궁시박물관→헤이리 예술마을(한립토이뮤지엄, 한향림 세라믹 뮤지엄)


1박2일 여행 코스

· 첫째 날 : 모산목장 체험→영집 궁시박물관→헤이리 예술마을(한립토이뮤지엄, 한향림 세라믹 뮤지엄)
· 둘째 날 : 오두산통일전망대→반구정→임진각 평화누리→자운서원→벽초지문화수목원→파주삼릉


관련 웹사이트 주소
· 파주시 문화관광 http://tour.paju.go.kr
· 영집 궁시박물관 www.arrow.or.kr
· 헤이리 예술마을 www.heyri.net
· 한립토이뮤지엄 www.hanliptoymuseum.co.kr
· 한향림 세라믹 뮤지엄 www.heyrimuseum.com
· 모산목장 www.mosanfarm.com


문의 전화
· 파주시청 문화팀 031)940-4354
· 영집 궁시박물관 031)944-6800
· 헤이리 예술마을 070-7704-1665
· 한립토이뮤지엄 031)957-8470
· 한향림 세라믹 뮤지엄 070-4161-7271
· 모산목장 031)946-8026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 광화문역 6번 출구나 서울역 YTN 앞에서 9709번 광역버스 승차(혹은 합정역 1번 출구에서 2200번 광역버스 승차), 맥금동 종점에서 하차, 영집 궁시박물관까지 도보 약 1km.
* 문의 : · 신성교통 www.shinsungbus.com
             · 맥금동 종점 031)949-6040
지하철> 서울-금촌 : 경의선 하루 25회(05:50~23:30) 운행, 50분 소요. 공덕-금촌, 경의선 하루 56회(05:32~23:10) 운행, 45분 소요. 금촌역에서 900번 시내버스나 36번 마을버스 이용, 시그네틱스에서 하차, 도보 약 0.7km.
* 문의 : · 서울메트로 1577-1234, www.seoulmetro.co.kr
             · 금촌역 031)946-0788


자가운전 정보
서울외곽순환도로 자유로 JC→문산 방면 자유로→금촌·법흥리 방면 오른쪽→파주프리미엄아울렛 경유 통일촌삼거리에서 금촌 방면으로 우회전→법흥삼거리에서 좌회전→영집 궁시박물관


숙박 정보
· 파주칼튼호텔 : 탄현면 성동로, 031)942-3955, www.carltonhotel.co.kr (굿스테이)
· 마당안숲 :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031)8071-0127, www.forestgarden.kr
· 게스트하우스 모리 :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031)944-0760, http://heyrimori.com
· 모티프원 :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031)949-0901, http://motif.fortour.kr
· 게스트하우스 지지향 : 파주시 회동길, 031)949-0901, www.pajubookcity.org/jijihyang
· 알베로산토 : 탄현면 새오리로, 031)947-5558, http://alberosantto.com


식당 정보
· 프로방스 레스토랑 : 스파게티, 탄현면 새오리로, 031)945-0230, www.provence.co.kr
· 옛날시골밥상 : 시골밥상, 탄현면 새오리로, 031)945-5957
· 오두산막국수 : 막국수, 파주시 평화로, 031)944-7022, www.odusan.co.kr
· 복드림한우 : 한우, 탄현면 새오리로, 031)944-8060, www.bokdream.kr
· 카페 아다마스253 : 파스타,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47, 031)949-1296, www.adamas253.com
· 헤이리묵요리전문점 : 묵정식, 탄현면 새오리로, 031)946-9920


주변 볼거리

파주출판단지, 파주프리미엄아울렛, 파주삼릉, 파주 용미리 마애이불입상, 보광사, 벽초지문화수목원, 임진각, 평화누리공원, 화석정, 반구정, 심학산 둘레길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