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을 찾아서 ③전남 나주-염색장 정관채

‘손끝 예술’쪽빛으로 세상을 물들이다

 

중요무형문화재 115호 염색장 정관채(56)씨는 쪽 염색의 대가다. 그가 태어나고 자란 전남 나주시 다시면 샛골에서는 예부터 목화를 많이 재배했다. 영산강 변에는 쪽이 많았다. 강이 범람하는 경우가 많아 벼 대체 작물로 쪽을 심었다. 영산강 하류는 바다와 가까워 쪽 염료를 만드는 데 없어서는 안 될 매염제 소석회를 쉽게 구할 수 있었다. 소석회는 굴이나 꼬막 껍데기를 1000℃가 넘는 가마에서 구워 만든다. 쪽 염색이 발달할 수 있는 여러 조건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조선시대부터 1950년대까지 샛골을 중심으로 한 지역에서 전통적 방법으로 쪽 염료를 생산했다.

사라진 우리 ‘쪽빛’ 되찾아
마을 사람들의 삶 고스란히

쪽 염색은 한국전쟁 이후 사라졌다. 1970년대 중반부터 전통 쪽물 재현을 시작으로 1980년 이후 다시 쪽 염색이 점차 보급되고 있다. 그 중심에 ‘염색장’ 정관채씨가 있다.
쪽 염료를 만들고 쪽 염색을 하는 일은 고된 노동의 연속이다. 3~4월에 쪽 씨앗을 파종하고, 7~8월에 수확한다. 쪽을 항아리에 넣고 잠기도록 물을 붓는다. 2~3일 지나면 물이 옥색을 띤다. 쪽을 건지고 소석회를 넣어 산화 처리를 하면 남색 거품이 생기면서 옥색 물이 청색으로 변한다. 색소는 불용성 인디고가 되며 가라앉는다. 인디고 색소가 침전되고 남은 맑은 물을 따라낸다. 이때 남은 것을 진흙 같은 쪽이라고 해서 니람(泥藍)이라고 부른다. 니람은 항아리에 담아 그늘지고 서늘한 곳에 보관했다가 필요할 때 사용한다.

전통을 잇는
‘장인의 숨결’'

인디고는 불용성이므로 염색하기 위해서는 환원형으로 만들어 수용성이 되도록 해야 한다. 쪽을 환원형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발효해야 한다. 니람과 알칼리성인 잿물을 준비한다. 잿물은 콩대, 쪽 등을 태운 재를 시루에 넣고 끓는 물을 부어 만든다. 용기에 잿물과 니람을 넣고 섞는다. 이때 잿물은 니람의 3~5배가 되도록 한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액의 표면에 청색 거품 같은 것이 생기는데, 염색이 가능한 상태가 된 것이다.
쪽물이 준비됐으니 염색할 천을 준비한다. 천은 염색하기 전에 세탁하거나 끓는 물에 담가 불순물을 제거한 다음, 쪽물에 넣고 3~5분 뒤 꺼낸다. 공기 중에서 황록색이 청색으로 변한다. 수용성인 쪽물이 산소와 접촉하면서 다시 불용성이 되기 때문이다. 발색은 공기 중에 노출하는 방법과 쪽물에서 꺼낸 천을 곧바로 물에 넣는 방법이 있다. 진하게 염색하고자 할 때는 반복해서 염색한다.

여기에서 끝나는 게 아니다. 염색된 천을 물에 씻는다. 완전히 염색되지 않고 천에 붙어 있는 쪽 색소를 제거하는 것이다. 잿물을 빼지 않으면 쉽게 탈색되므로 주의한다. 잿물을 빼려면 염색한 천을 30분 정도 삶았다가 헹궈서 햇볕에 말리고, 물에 하루 정도 담가둔다. 이후 햇볕에 밀리고 다시 하루 정도 물에 담갔다가 햇볕에 말린다. 이렇게 2~5회 반복하면 잿물이 빠진다. 빙초산 등을 희석한 물에 쪽 염색한 천을 담갔다가 세탁하여 잿물을 빼는 방법도 있다. 잿물 빼기가 끝나면 중성세제로 세탁한 뒤 사용한다.


염색장 정관채씨가 태어나기 전부터 샛골을 비롯한 나주 일대에서 이런 일을 해왔다. 태어난 곳의 자연환경과 거기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를 쪽 염색의 길로 자연스럽게 인도한 셈이다. 젊은 시절 미술을 전공하면서 쪽 염색에 인생을 걸었다. 한국전쟁 이후 끊어진 쪽 염색의 맥을 이은 것이다. 손톱에 쪽물 빠질 날 없던 그는 2001년 9월 무형문화재로 지정된다. 영산강이 유유히 흐르는 다시평야 한쪽에 있는 전수관은 쪽 염색을 전문적으로 배우려는 사람들과 쪽 염색 체험을 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열린 공간이다.

방방곡곡
나주 돌아보기

나주 일대에 있는 여행지를 돌아본다.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 말까지 나주목이던 나주는 ‘전라도의 천년 수도’라는 별칭이 있다. 나주읍성의 동·서·남문을 복원했고, 북문은 현재 터를 발굴 중이다. 4km 정도 되는 나주읍성을 한 바퀴 돌며 사대문을 돌아보는 것도 좋다. 일제강점기에 나주읍성의 문루와 성벽이 대부분 훼철되었다. 나주읍성을 돌아보고 100년 전통의 곰탕을 맛본다.

영산포등대를 구경한 다음 황포돛배를 타고 영산강 유람에 오른다. 영산강은 전남 담양에서 발원하여 나주를 지나 목포까지 122km를 흐른다. 영산강이 품은 영산포는 조선시대 전세(田稅)를 보관하던 영산창이 있던 곳이다. 조선 중종 때 전남 영광 법성창이 생기기까지 영산창은 남부지방의 전세를 모았다가 한양으로 올려 보내는 역할을 했고, 뱃길이 시작되는 영산포구는 사람들과 주변 지역 산물이 모이는 곳이었다.
영산교 부근에 전국적으로 알려진 영산포 홍어거리가 있다. 황포돛배를 타고 나서 영산포 홍어 맛을 본다. 홍어삼합이 가장 유명하지만, 한 끼 식사로는 보리애국을 따라올 게 없다.

나주 시내와 영산포에서 좀 멀지만, 불회사와 명하쪽빛마을도 돌아볼 만하다. 불회사는 덕룡산 자락에 자리 잡은 고찰인데, 백제 침류왕 때 인도 스님 마라난타가 지었다고 전해진다. 불회사 대웅전은 보물 1310호, 대웅전 안에 있는 건칠비로자나불좌상은 보물 1545호다. 보물도 보물이지만 불회사는 절이 자리 잡은 숲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대웅전 뒤 동백나무와 비자나무 숲을 돌아보자.

명하쪽빛마을은 쪽 염색으로 유명한데, 염색과 함께 생활사박물관을 만들어 여행자를 맞이하고 있다. 생활사박물관은 건물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마을 사람들의 삶을 고스란히 간직한 평범한 집이다. 예부터 쓰던 물건과 그 집에 살던 사람들의 이야기로 스토리텔링을 하고 있다.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나주읍성→완사천→영산포 황포돛배→백호문학관→한국천연염색박물관→나주영상테마파크


1박2일 여행 코스

· 첫째 날 : 나주읍성→완사천→영산포 황포돛배→백호문학관→한국천연염색박물관→나주영상테마파크
· 둘째 날 : 명하쪽빛마을→삼봉 정도전 선생 유배지→죽산보→불회사


관련 웹사이트 주소
· 나주문화관광 http://tour.naju.go.kr
· 중요무형문화재 115호 염색장 정관채 전수관 h ttp://cafe.daum.net/jungindigo
· 불회사 www.bulhoesa.org
· 나주영상테마파크 www.najuthemepark.com
· 나주시천연염색문화관(한국천연염색박물관) www.naturaldyeing.or.kr


문의 전화
· 나주시청 문화관광과 061)339-8592
· 중요무형문화재 115호 염색장 정관채 전수관   061)332-5359
· 나주영상테마파크  061)335-7008
· 황포돛배 선착장  061)332-1755
· 나주시천연염색문화관(한국천연염색박물관)  061)335-0091
· 불회사  061)337-3440
· 명하쪽빛마을  061)336-5557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나주 ;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5회(07:10~18:35)운행, 4시간 소요.
· 나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500번 버스(나주·회진 방향)를 타고 정가마을 정류장에서 내리면 중요무형문화재 115호 염색장 정관채 전수관이 있다.
·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광주(05:30~다음 날 01:00 수시 운행, 3시간 30분 소요)까지 이동한 뒤 나주로 가는 방법도 있다.
* 문의 :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이지티켓 www.hticket.co.kr
             나주시외버스터미널 061)333-3226~8
기차>·서울-나주 : 용산역에서 KTX 하루 4회(07:23~18:20) 운행, 3시간 소요.
* 문의 : 코레일 1544-7788, www.korail.com


자가운전 정보
무안광주고속도로 나주 IC→노안삼도로에서 나주 방향→영산로→다시면→중요무형문화재 115호 염색장 정관채 전수관


숙박 정보
· 나주목사내아 금학헌 : 나주시 금성관길, 061)332-6565, www.najumoksanaea.com
· 나주스퀘어모텔 : 나주시 선창길, 061)333-0927
· 대주모텔 : 나주시 삼영1길, 061)333-1180

 
식당 정보
· 홍어1번지 : 홍어정식·보리애국, 나주시 영산3길, 061)332-7444, www.nskates.com
· 나주곰탕 하얀집 : 곰탕, 나주시 금성관길, 061)333-4292, http://cityfood.co.kr/h9/najugomtang4
· 노안곰탕 : 곰탕, 나주시 금성관길, 061)333-2053


주변 볼거리
백호문학관, 삼봉 정도전 선생 유배지, 죽산보, 나주영상테마파크, 한국천연염색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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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