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에이즈 치료 “이대로는 안 된다”

20대 초반에 에이즈 양성판정을 받은 김모(여)씨는 치료를 받고자 개인병원에 갔는데 담당의사는 치료하기를 거부하며 신고하겠다고 윽박을 질렀다고 한다. 그 충격에 김씨는 이후로 3~4년 동안 다른 병원에서도 치료받기를 거부하고 살아오다 얼마 전 사망했다.
반면 20대 초반인 최모(남)씨는 18세에 에이즈 양성 확진반응 검사를 받은 후 학업을 중단하고 방황의 나날을 보냈지만 전문의와 가족의 격려로 마음을 다잡고 열심히 공부해 대학에 진학했다.
에이즈 양성판정을 받은 환자라면 김씨나 최씨처럼 충격을 받는 동시에 세상의 편견과 차별에 대해 두려워하기 마련이고 심지어 인생을 포기하려는 태도를 보이기도 하는데 그때 전문의와 가족의 도움이 절실한 실정이다.

HIV 잠복기 동안
건강관리 어떻게?

에이즈 바이러스인 HIV 양성 반응을 보인 환자는 HIV의 잠복기 동안 병을 숨기면서 건강관리를 방치하기보다 병원에 와서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
HIV에 의해 감염되면 3~6주 후 감기 몸살같은 증세를 1~2주 정도 앓다가 회복되며 그 후 증상없는 잠복기가 8~10년여 간 지속된다.
긴 잠복기 동안 바이러스가 감염자의 면역 세포를 파괴하면서 지속적으로 증식하기 때문에 환자의 면역 기능이 점차 손상돼 잠복기 말기에 에이즈 증상이 나타난다.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백경란 교수는 “HIV 감염이 확인된 환자는 임상적으로 무증상군과 증상군으로 나눌 수 있다”며 “에이즈 증상 및 아구창, 2주 이상의 불명열 등의 증상이 있을 경우 치료를 하는 것이 원칙이다”라고 설명했다.

감염내과 전문의들은 3~6개월마다 정기적으로 면역상태와 바이러스 상태에 대해 검사를 시행하고 감염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중요하며 독감예방접종 등 때에 따라 필요한 예방접종을 시행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에이즈는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으로 하나의 증상이 아니라 면역저하로 인해 여러 질환이 발생하는 ‘무리’이기 때문에 감염내과 의사 혼자서 치료할 수 있는 질환이 아니다.

여러 가지 진단검사 기법, 진단검사를 판독하는 의사의 수준, 감염내과 의사, 간호사 수준, 에이즈에 수반되는 여러 질환을 치료하는 의사의 수준 등 의료계의 모든 부분과 연결돼 있다.
결핵 등 면역저하로 인한 기회 감염증으로 병원에 방문해 에이즈로 진단받은 경우 우선 기회 감염증 대한 치료를 시행하고 적절한 시기에 항바이러스제 투여를 시작하게 된다.

면역저하로 인한 결핵, 곰팡이, 기생충, 바이러스 등의 감염이 동반돼 있는지 확인하고 3가지 항레트로바이러스제를 조합해 환자에게 투여하게 되는 것이다.
처음 치료받는 에이즈환자에게는 뉴클레오사이드 역전사 효소 억제제(NRTI) 2가지와 비-뉴클레오사이드 역전산 효소 억제제(NNRTI)나 단백효소 억제제(PI) 중 하나를 조합해 3가지 약제를 투여하고 있다.

여러 약제들 중에서 어떤 약제 3가지를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는 환자 각각의 상황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예컨대 임신 중이거나 임신을 계획 중인 여자 환자에게는 태아에게 영향을 주지 않는 약제로 3가지를 조합해 투여하게 된다.

이미 진행된
환자의 치료는?

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 감염내과 전민혁 교수는 “환자가 약을 제대로 복용하지 않으면 내성이 발생할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감염내과 의사가 진료를 할 때 여러가지 방법을 통해 약을 잘 먹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 교수는 “약제들 간의 상호작용에 의해서도 효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항바이러스제 외에 다른 약제를 처방할 때도 상호작용을 잘 따져서 처방하고 있으며 환자들에게도 임의로 약을 추가해 복용치 않도록 교육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의 임상 의학 수준이 미국 등 선진국과 비교할 때 결코 뒤쳐지지 않지만 여건상 몇몇 좋은 약제들의 국내유입이 신속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1997년 처음 도입된 칵테일 요법이 실시된 지 13년째로 전 세계에 개발된 30여 종의 에이즈약 중 우리나라에 절반만이 들어와 있는 상태다.
또 2000년 이후 세계에서 개발된 에이즈 신약은 많지만 국내에 유입된 신약은 겨우 두 종류뿐이다.

오늘날 에이즈 치료의 ‘장벽’


유전자 검사를 통해 내성상태를 확인하고 적절한 다른 약제들의 조합으로 변경하게 되지만 장기간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면 내성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김준명 교수는 “이미 많은 환자들이 기존 약에 내성을 보이기 시작했고 어떤 약제를 써도 치료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으며 약의 부작용 때문에 약을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며 “국내에 유입된 15종만으로는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특히 NRTI 2가지와 NNRTI나 PI 중 하나를 조합해 3가지 약제를 투여하는데 우리나라에는 NRTI가 집중적으로 유입되지 않은 게 문제”라며 “수익면에서 매력이 없다하더라도 정부는 다국적 기업을 설득해 신약이 유입되도록 하거나 중개사를 통해서라도 신약유입에 힘을 기울였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대한에이즈예방협회 대구경북지회 김지영 국장은 “편견과 차별이 에이즈환자를 음지로 때론 자살로 내몰아 스스로 죽는 병으로 만들었다”며 “HIV 양성 확진이 됐거나 에이즈에 감염됐을 경우 센터로 나와 자발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