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파문

황교안-윤병세-남재준 '셋중 하난 날아간다'

[일요시사=사회팀]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이 또다시 정쟁의 한가운데 섰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댓글을 통한 선거 개입으로 파문을 일으켰던 국정원은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의 증거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더구나 법원에 증거로 제출된 문서는 모두 중국 정부가 직접 발행해 온 문서여서 현 정부는 외교적인 부담을 떠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서의 입수 경위를 놓고 법무부 등 관련 기관의 해명은 서로 엇갈리는 상황. 국정원발 '북풍'은 2년 사이 메가톤급 '역풍'으로 돌변, 박근혜정부의 도덕성을 뿌리째 뒤흔들고 있다.




공무원 간첩사건의 증거조작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진상조사에 착수하면서 앞으로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국정원은 이번 증거조작 의혹의 '몸통'으로 거론되면서 또다시 정쟁의 격류에 휘말렸다.

공무원 간첩사건은 지난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이 이른바 '북풍'을 겨냥, 화교 출신 공무원을 간첩으로 지목한 공안사건이다. 서울시청 복지정책과 생활보장팀에 근무했던 유모(34)씨는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지령에 따라 탈북자 리스트를 북한에 넘긴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지난 1월13일 긴급 체포된 뒤 검찰에 의해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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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유씨는 지난해 2월 1심에서 국가보안법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법원이 검찰의 공소사실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검찰은 항소했고, 재판 과정에서 유씨가 북한에 드나들었다는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증거로 중국 허룽시 공안국이 발급했다는 출입경기록 등이 재판부에 제출됐다.

그런데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문서에서 위조 의혹이 불거졌다. 지난 14일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검찰이 유죄의 증거로 제출한 출입경기록 등은 중국 정부에 확인한 결과 모두 위조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폭로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 국정원과 검찰, 외교부까지 동원돼 사건의 진상을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됐고, 지난 19일 검찰은 진상조사팀을 구성했다.


검찰은 먼저 중국 당국이 실제로 문서를 발급했는지에 초점을 두고 수사를 벌일 계획이다. 더불어 국정원이 어떤 경로로 문서를 입수해 검찰로 넘겼는지, 전달 전후로 위조는 없었는지에 대해서도 사실 규명이 필요해 보인다.

이번 진상조사의 핵심은 유씨가 북한을 출입한 기록이 기재된 출입경기록과 출입경기록을 발급한 공식기관 명의로 된 사실확인서, 유씨가 북한을 드나든 경위가 설명된 중국 당국의 회신문 등 3가지 문서의 진위 여부다.
이중 출입경기록은 "북한에 가지 않았다"는 유씨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검찰이 공을 들인 문서로 전해진다. 그러나 재판의 핵심 증거인 출입경기록은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급한 기록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한 내막을 조금 더 살펴보자.

문서입수 경위 놓고 해명 서로 엇갈려
국정원-법무부-외교부 진실게임 비화

민변은 중국 지린성 옌벤조선족자치주 공안국 명의로 유씨의 출입경기록을 발급받았으며, 검찰은 허룽시 공안국 명의로 출입경기록을 발급받았다. 하지만 민변은 허룽시 공안국이 출입경기록을 발급하는 공식기관이 아니라는 점과 지린성이 허룽시보다 상급기관이라는 점을 내세워 자료의 신빙성을 의심하고 있다.

아울러 민변이 입수한 자료에는 '출경-입경-입경-입경' 순으로 유씨의 출입국이 기재된 반면 검찰 쪽 자료에는 '출경-입경-출경-입경' 순으로 유씨의 행적이 적혀 있다. 얼핏 보면 검찰 쪽 설명이 사실과 부합해보이지만 민변은 중국 삼합변방검사참(출입국관리사무소)을 통해 당시 출입경기록 발급 시스템상 오류가 있었음을 확인했고, 세 번째가 '입경'으로 기록된 문서가 진본이라는 정황설명서를 재판부에 제출한 상황이다.

때문에 검찰이 증거로 내세운 세 번째 기록(출경)이 누군가에 의해 조작됐다는 의혹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처럼 증거조작 논란이 불거지자 검찰은 "중국 정부가 출입경기록을 발급했다"는 사실확인서를 재판부에 냈다. 지난 17일 황교안 법무부장관은 "사실확인서에 출입경기록이 첨부된 상태로 문서를 전달받았으며 중국 선양주재 한국총영사관을 통해 문건(회신문 포함)를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황 장관의 말은 곧 거짓으로 드러났다.

지난 18일 윤병세 외교부장관은 "대검찰청의 요청에 따라 한국총영사관으로부터 입수한 문서는 사실확인서 단 1건이었다"고 밝혔다. 즉 황 장관이 언급한 출입경기록 등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자 황 장관은 다음날인 19일 "수사기관으로부터 출입경기록과 회신문을 받아 검증하는 과정에서 중국으로 문서를 보내 답변을 받았다"고 말을 바꿨다.





황 장관은 '그 수사기관이 어디냐'는 의원들의 추궁이 이어지자 "국정원"이라고 뒤늦게 배후를 밝혔다. 정리하면 증거로 제출된 출입경기록을 검찰에 넘긴 조직은 중국 정부가 아닌 국정원이었다는 것이다.

과거 국정원 직원과 함께 해외에서 탈북자 호송을 담당했던 한 관계자는 "중국 현지에서 활동하는 부장(국정원 직원)이나 영사관을 오고가는 삼촌(국정원 직원)들이 기록을 일부 손댔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해외로 파견된 국정원 직원이 이번 '문서 작업'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 그러나 의혹의 중심에 있는 국정원은 아직까지 어떤 반박도 내놓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국정원은 "3가지 문건 모두 정식 외교루트(총영사관)를 거쳐 획득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3가지 문서 모두 발급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민변이 공식기관을 통해 발급받은 문서와 국정원이 입수한 문서는 공증처 도장 양식이 다르고, 맞춤법도 다르며, 심지어는 본인이 아니면 발급할 수 없는 출입경기록을 포함하고 있다. 단 한·중 각 기관이 정상적인 수사공조를 거쳤다면 중국 측은 수사협조를 했을 터. 그렇지만 이번 사건은 주중대사관이 직접 발급사실을 부인하고 있어 국정원의 문서 입수 경위도 논란의 대상이다.

외교문제로 가나

이 같은 의혹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의 진실이 완벽히 규명되기까지는 여러 난제가 예상된다. 특히 유씨를 기소한 검찰은 '셀프조사'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만약 제기된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검찰에 불어 닥칠 후폭풍이 만만치 않은 까닭이다. 때문에 일종의 '출구 전략'을 구상 중이란 전언이 검찰 안팎에 들린다.

가장 설득력 있는 건 황 장관의 사퇴다. 이미 국회 본회의에 해임안이 상정될 정도로 미운털이 박힌 황 장관의 용퇴는 역풍을 최소화하는 시나리오다. 일각에선 남재준 국정원장의 동반사퇴를 주장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가능성은 낮다는 게 일반의 시각이다.

청와대가 직접 사건을 챙길 경우는 윤 장관 역시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않다. 중국 정부가 먼저 책임자의 형사 처분까지 들먹이며 강경한 태도를 취한 만큼 외교적 결단이 수반되지 않겠냐는 것. '양치기' 국정원이 지핀 불씨가 이곳저곳에 잿밥을 뿌리고 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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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