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론 부인' 속 안철수-박원순 수상한 '밀약설' 전모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4.01.29 10:2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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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연대 안 한다고? "냄새 난다 냄새나"

[일요시사=정치팀] 무소속 안철수 의원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끝없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양측 모두 서울시장 자리를 양보할 수 없다는 것이 갈등의 골자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만 안겨주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하다. 두 사람은 불과 3년 전 '아름다운 단일화'를 이뤄내며 극적으로 서울시장 자리를 쟁취했었다. 두 사람의 극한 대립에는 어떤 노림수가 숨겨져 있는 것일까?




무소속 안철수 의원과 박원순 서울시장은 특별한 인연이 있다.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낮은 인지도를 가진 박 시장이 승리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안 의원의 '양보'였다. 당시 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분류되며 약 50%의 지지를 얻고 있던 안 의원은 단 5%의 지지를 받고 있던 박 시장에게 전격적으로 후보직을 양보하며 물러났다.

어제의 동지
벼랑 끝 승부

두 사람은 '아름다운 단일화'를 이뤄내며 새누리당이 줄곧 차지해온 서울시장 자리를 쟁취했다. 이후에도 두 사람은 때때로 만남을 이어가며 정치적 동반자로 지내왔다.

그런 두 사람 사이가 이번에는 참 애매하게 됐다.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벼랑 끝 승부를 펼치게 된 것. 안 의원이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를 반드시 내겠다는 의견을 수차례 피력하면서 두 사람의 대립은 극한으로 치닫게 됐다.

안 의원은 지난 21일 제주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신당 창당을 공식선언했다. 이날 안 의원은 "오는 2월 창당준비위원회를 발족하고 늦어도 3월까지 신당을 창당하겠다"며 구체적인 계획까지 밝혔다. 특히 그는 지방선거 때 서울을 포함해 17개 광역단체에 모두 후보를 내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안 의원과 박 시장의 벼랑 끝 대결이 기정사실화 된 순간이었다.


지방선거의 꽃은 누가 뭐래도 서울시장 선거다. 명실공히 대한민국의 수도이며, 인구 1천만의 거대도시 서울의 시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그동안 정치권은 지방선거의 승패를 판가름 해왔다.

박원순 결국 안철수신당행 택할까?
신당 완주로 박원순 미리 견제?

지방선거를 통해 새정치의 가능성을 가늠해보고자 하는 안 의원으로서는 서울시장 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을 명분이 마땅치 않다. 박 시장은 현재 서울시장 후보군 중 지지율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지지층이 크게 중첩되는 안철수신당 후보가 출마할 경우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이처럼 야권의 지방선거 방정식이 복잡해진 가장 큰 이유는 안 의원 측이 야권연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안 의원 측 창당준비기구인 새정치추진위원회(이하 새추위) 금태섭 대변인은 최근 민주당과의 야권연대 여부에 대해 "민주당이 변화하지 않는 이상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단순히 2등과 3등이 힘을 합치는 것은 국민들에게 신뢰를 줄 수 없다"며 "정말 야권이 이길 수 있겠구나란 생각이 들 정도가 돼야 연대를 말할 수 있다"며 물리적인 야권연대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확실히 밝혔다.

질 게 뻔한데
연대는 못해?

그래서 당초 정치권에서는 안 의원 측이 서울시장 후보를 내지 않는 대신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후보를 내지 않는 방법으로 간접적 연대를 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내다봤다. 이른바 서울-경기 빅딜설이다. 하지만 안 의원 측이 서울시장 후보를 반드시 내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강력하게 밝히고 나서면서 정치권의 예상은 빗나가고 있다.


벌써부터 야권에서는 이대로라면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만 안겨줄 가능성이 크다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의원과 박 시장은 서로 한 걸음도 물러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오히려 두 사람이 다른 노림수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안 의원이 신당 후보를 끝까지 완주시킴으로써 박 시장의 재선을 막으려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재선에 성공한다면 박 시장은 유력한 차기 대권 후보군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대권을 꿈꾸는 안 의원의 잠재적 경쟁자인 것이다.

반면 박 시장이 재선에 실패할 경우엔 단번에 유력 대권 후보군 반열에서 멀어지게 된다. 따라서 안 의원이 신당 후보를 완주시켜 잠재적 경쟁자인 박 시장을 미리 견제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안 의원으로서는 서울시장 선거에 후보를 내야 한다는 명분과 잠재적 대권 경쟁자 견제라는 실리를 동시에 얻는 다목적 포석이라는 얘기다.

양측이 서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단지 '고집'을 부리고 있는 것뿐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쪽이 단일화를 하지 않겠다고 버티면 다른 한쪽은 단일화를 위해 무엇인가 양보할 수밖에 없다. 지방선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있는 지금은 조금이라도 상대방에게 더 많은 것을 얻어내기 위해 절대 단일화를 하지 않겠다며 양측이 대립하고 있지만 선거가 임박해서는 결국 단일화에 임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 시장의 신당행 가능성도 꾸준히 점쳐지고 있다. 안 의원 측의 무소속 송호창 의원은 과거 한 언론인터뷰를 통해 다소 뜬금없는 제안으로 정치권을 발칵 뒤집어 놨다. 박 시장이 민주당을 탈당하고 지방선거에 안 의원 측 후보로 나가달라는 제안이었다.

송 의원은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야권연대 가능성을 말한 게 아니라 박 시장이 민주당 당적을 버리고 신당에 합류해 줬으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분명히 못을 박았다. 박 시장은 이미 민주당적을 유지하고 내년 선거에 나설 것임을 공개적인 자리에서 수차례 밝힌 상태여서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정치권 일각에선 다소 뜬금없다는 반응도 나왔다. 하지만 아무런 사전교감 없이 갑작스럽게 그런 발언을 했다고는 보기 힘들다. 게다가 아무리 박 시장이라고 해도 현재 민주당의 지지율이 새누리당 지지율의 절반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내년 지방선거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점이다.

특히 박 시장은 정통 민주당원 출신이 아닌 탓에 민주당 내 경선에서 살아 돌아오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박 시장은 민주당 내에서 동원할 수 있는 조직이 매우 빈약하다. 현재 민주당 내에서 박 시장을 추대 방식으로 선거에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다소 우세한 것은 사실이지만 경선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점점 힘을 얻고 있다.

서울 지역은 야권세가 강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해볼 만한 선거라고 판단하는 민주당 내 많은 거물급 인사들이 서울시장 선거에 욕심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경선룰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민주당은 최근 당원과 대의원의 비중을 높이는 쪽으로 공직후보 선출방식을 바꾸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는 박 시장이라도 당내 경선에서 반드시 승리한다고 장담할 수 없다.

숨겨진 노림수
안-박 연합?

박 시장이 신당에 입당하지는 않더라도 일종의 우호조약을 맺고 또 한번 지방선거에서 안 의원과 협력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안 의원이 자기 세력을 확대하는 데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고 분석했다. 하나는 호남처럼 자기사람을 심어서 '직할통치'하는 방식이고, 또 하나는 우호적인 인사를 만들어 '간접통치'하는 방식이다. 안 의원과 박 시장이 지방선거에서 또 한번 연대한다면 간접통치의 대표적인 지역이 서울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박 시장이 서울시장 출마를 포기하고 7월 재보선에 나설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당장은 상상하기 힘든 카드지만 3자 구도가 형성될 경우 박 시장의 패배 가능성은 크게 높아진다. 앞서 언급한 대로 지방선거에서 패배한다면 박 시장은 대권에서 순식간에서 멀어질 뿐만 아니라 재기하는 데도 엄청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박 시장이 후보직을 신당 후보에게 양보한 후 재보선에 출마한다면 박 시장 개인적으로는 국회의원 임기가 끝난 후 바로 대권을 준비할 수 있기 때문에 중도사퇴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서울시장직보다 오히려 차기 대권 도전에 훨씬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서울시장 양보 후 7월 재보선 출마?
지방선거 겨냥한 다양한 가능성 대두

최근 안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에는 (자신이) 양보 받을 차례"라고 언급했는데, 실제로 이번 선거에서 박 시장이 안 의원에게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향후 이미지메이킹 과정에서도 매우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이외에도 현재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해 다양한 시나리오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안 의원이 직접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할 것이란 이야기까지 나왔다. 안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설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의 이야기라며 펄쩍 뛰었다.

재보선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지 1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것은 지역민들과의 약속을 어기는 것이라는 것이다. 설사 나간다 하더라도 시민들은 안 의원이 또 임기를 다 채우지 않고 대선에 출마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최후의 선택은?
끝까지 몰라

하지만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 시장을 꺾을 만한 후보군을 찾기 힘들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당원과 지지자들 사이에서 안철수 직접 출마론이 계속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 정치전문가는 "지금은 양 진영이 '연대 안 한다' '반드시 후보 낸다' '반드시 출마 한다'라는 등의 온갖 약속을 쏟아내고 있지만 향후 선거과정에서 약속을 깰 명분이야 얼마든지 만들면 된다. 자신의 정치적 이익 앞에 수도 없이 약속을 뒤집는 게 정치판"이라며 "지방선거를 앞두고 안 의원과 박 시장이 내릴 최종 결론은 끝까지 지켜봐야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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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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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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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