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추천> 두 바퀴로 만나는 늦가을 여행지 ④ 경남 창녕

느리고 고요하게 가을 늪을 달리다

창녕 우포늪 자전거 여행은 ‘느리게 달리기’가 제격이다. 비밀스러운 늪을 자전거를 타고 둘러보는 색다른 체험인데, 속도를 내거나 함성을 질러서는 곤란하다. 가을이 깊어지면 우포늪은 온전히 철새들이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자연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된 우포늪에서는 걷는 것보다 조금 빠른 정도로 고요하게 자전거를 탄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추천코스는 생태관에서 출발해 전망대, 대대제방 등을 아우르는 길로, 철새를 탐방하고 물억새가 핀 오솔길과 대대마을의 황금벌판을 가로지른다. 


‘태고의 신비’ 우포늪, 사색과 생태의 여행지
때 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길…‘오감 만족’

깊은 가을에 찾는 우포늪은 다가서는 느낌이 다르다. 한여름 우포의 전경이 융단을 깔아놓은 듯 초록이 강렬했다면, 가을 우포는 철새와 갈대, 물억새의 세상이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 보면 오솔길은 머리를 풀어헤친 물억새와 갈대의 흰빛 군무가 동무가 된다. 가을을 기점으로 날아들기 시작한 철새들도 곳곳에서 보금자리를 마련하느라 분주한 일상을 보낸다. 

원시의 풍경과 
맞닥뜨리다

우포늪 자전거 여행은 초입 우포늪 생태관 입구에서 출발한다. 자전거 대여소에 1·2인용 자전거가 있다. 대여료는 2시간에 1인용 3000원, 2인용 4000원. 자전거를 빌리면 코스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준다. 자전거를 가져온 여행자라면 우포늪 안내소에서 탐방코스가 담긴 지도를 챙긴다. 
자전거 코스는 우포늪의 생태 탐방로인 우포늪 생명길과 다소 중첩된다. 차가운 시멘트 길 대신 흙을 다진 비포장 길이 따사롭게 이어진다. 철새뿐 아니라 일반 탐방객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느리게 페달을 밟거나 때로는 자전거에서 내려 걷는 배려도 필요하다.


1코스는 생태관에서 출발해 갈림길에서 좌회전한 뒤 전망대와 철새 관찰대를 거쳐 쪽지벌 초입까지 연결된다. 우포늪과 눈높이를 맞추며 철새도 탐방하고 왕버들 군락도 감상하는 코스다. 쪽지벌로 연결되는 아늑한 늪지대도 관찰할 수 있다. 
2코스는 갈림길에서 우회전해 대대제방을 따라 사지포 초입까지 이어지며, 물억새가 핀 오솔길과 대대마을의 황금벌판을 가로지른다. 우포의 가을을 만끽하는 코스로, 곳곳에 마련된 벤치에 앉아 철새의 군무와 억새의 향연을 감상할 수 있다. 깊은 가을에 접어들면 우포의 사계절 중 가장 많은 철새를 관찰할 수 있는 시기다. 우포에서는 따오기, 노랑부리저어새, 큰고니 등 천연기념물과 댕기물떼새, 큰부리큰기러기, 가창오리 등의 군무가 아름답게 펼쳐진다. 


1코스가 1.3km, 2코스가 1.4km로 두 코스를 왕복하며 쉬엄쉬엄 우포늪을 탐방하는 데 2~3시간이면 족하다. 코스 끝자락에 자전거 반환점이 표시되어 있으며, 수위 증가 시 출입 금지 표기도 있어 꼼꼼히 살피는 자세가 필요하다. 
개별 자전거를 준비해 좀 더 긴 일정으로 우포늪을 두루 감상하려면 2코스 끝에서 사지포제방, 소목마을을 거쳐 목포까지 이동할 수도 있다. 드넓게 펼쳐진 늪이 아닌 은밀하게 감춰진 늪을 감상하는 길이 이어진다. 우포늪은 제방을 경계로 우포와 목포, 사지포, 쪽지벌로 나뉘는데, 우포늪은 네 곳의 대표 이름인 셈이다. 우포는 소의 형상을 닮았다고 해서 예부터 소벌로 불렸고, 나무가 무성하던 목포늪은 나무벌, 모래가 많던 사지포는 모래벌이라는 이름이 있다. 우포 서쪽의 쪽지벌은 네 곳 중에서 가장 작은 규모다. 


우포늪은 총 2.3㎢에 이르는 천연늪으로 국내 최대규모이며,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의 보호에 관한 국제협약인 람사르협약에 등록·보호된다. 자전거 투어 때는 우포늪 안내소에 비치된 상세지도가 우포늪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니 지참하는 것도 좋겠다.

입 안 가득
자연 누린다


우포늪 투어 이후 출출해진 배는 창녕의 먹을거리로 채운다. 찬바람 불 때 창녕에서 식욕을 돋우는 별미는 수구레국밥과 송이닭탕이다. 대대제방과 자전거은 창녕 장날이면 맛볼 수 있던 이곳 주민들의 대표음식이다. 
수구레는 쇠가죽 안쪽 아교질 부위로, 씹는 맛이 쫄깃쫄깃한 게 일품이다. 창녕에서는 수구레와 선지, 콩나물, 파 등을 푸짐하게 넣고 가마솥에 오랫동안 삶아 국물을 우려내는데, 최근에는 장날이 아니라도 창녕시장 인근의 국밥 전문점에서 맛볼 수 있다. 화왕산 인근에서는 이곳 송이를 넣어 만든 송이닭탕이 유명하다. 송이는 구이로 먹을 때는 쇠고기, 탕으로 맛볼 때는 닭과 궁합이 잘 맞는다는 게 이곳 주민들의 설명이다. 화왕산 초입 일대에 송이닭탕을 하는 집이 들어서 있다. 


가을 창녕 여행 때는 화왕산 억새도 놓칠 수 없다. 화왕산 정상 아래 화왕산성 일대가 가을이면 온통 억새의 향연으로 채워진다. 우포에서 경험한 물억새가 억새 감상의 전주곡이라면, 해를 마주 보고 펼쳐지는 참억새의 흰빛 물결은 강렬한 감동을 만들어낸다. 억새가 드넓게 펼쳐진 화왕산성은 임진왜란 때 의병장 곽재우가 분전한 곳으로도 알려졌다. 화왕산 억새 산행은 창녕 읍내 자하곡 매표소를 기점으로 2코스를 이용하면 왕복 2~3시간 걸리며, 관룡사를 경유해서 오를 수도 있다. 


창녕 읍내에는 옛 향기를 음미할 수 있는 유적이 곳곳에 숨어 있다. 가야 시대 창녕 교동고분군(사적 514호)이 가을 산책을 도우며, 창녕 신라 진흥왕 척경비(국보 33호)와 창녕 술정리 동 삼층석탑(국보 34호) 등도 걸어서 한적하게 둘러볼 수 있다.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정보>

당일 여행 코스
우포늪 생태관→우포늪 자전거 투어 1·2코스→창녕시장→신라 진흥왕 척경비→교동고분군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 우포늪 생태관→우포늪 자전거 투어 1·2코스→창녕시장→부곡온천(숙박)
둘째 날 : 화왕산→신라 진흥왕 척경비→술정리 동 삼층석탑→교동고분군

관련 웹사이트 주소
· 창녕군 문화관광  http://tour.cng.go.kr
· 우포늪 사이버생태공원  www.upo.or.kr

문의 전화
· 창녕군청 생태관광과  055)530-1524
· 우포늪 안내소  055)530-1559 
· 우포늪 생태관  055)530-1551

대중교통 정보 
<버스> · 서울-창녕 :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하루 5회(08:10~18:10) 운행,  4시간 소요. 
· 대구-창녕 : 대구서부터미널에서 하루 23회(07:00~23:00) 운행, 40분 소요. 
                    창녕 읍내에서 우포늪 생태관까지 하루 5회 운행. 
* 문의 : 서울남부터미널 02)521-8550 
             대구서부터미널 1688-2824 
             전국시외버스통합예약안내서비스 www.busterminal.or.kr

자가운전 정보 
중부내륙고속도로→대구-창원고속도로 창녕 IC→합천 방향 우회전→회룡삼거리에서 우회전 

숙박 정보
· 대천장호텔 : 부곡면 온천중앙로, 055)536-5656, www.daecheonhotel.com
· 부곡로얄관광호텔 : 부곡면 온천중앙로, 055)536-7300, www.bugokroyal.co.kr
· 부곡하와이관광호텔 : 부곡면 온천중앙로, 055)536-6331, www.bugokhawaii.co.kr

식당 정보
· 왕순한우식육식당 : 수구레국밥, 창녕읍 창녕시장길, 055)532-1711
· 원조할매소피국 : 수구레국밥, 이방면 이방로, 055)532-6095  
· 장군식당 : 송이닭탕, 창녕읍 옥천리, 055)521-1805
· 메주마을 : 민물새우탕, 부곡면 사창리, 055)521-0981 

주변 볼거리
창녕 석빙고, 관룡사, 창녕석리성씨고가, 창녕객사, 부곡온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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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