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추천> 두 바퀴로 만나는 늦가을 여행지 ③ 전북 군산

두 바퀴에 몸 싣고, 만추의 낭만 속으로…

고군산군도의 중심이 되는 선유도 민박에는 자전거가 넘쳐난다. 선유도를 중심으로 장자도, 대장도, 무녀도가 모두 다리로 연결되어 자전거에 몸을 싣고 구석구석 누비기 좋다. 주민을 제외한 일반인의 자동차 통행이 안 되고 전동카트도 운행을 금지해 비교적 안전하게 자전거를 즐길 수 있다. 대장도 방향, 몽돌해수욕장 방향, 무녀도 방향으로 3개 코스가 조성되었는데, 어느 코스나 바다와 파도를 곁에 두고 달린다. 뒤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은 신선들의 도포자락에서 쏟아지는 바람인 양 싱그럽다. 선유도 자전거 여행은 하루 코스로 빠듯하고 1박2일 정도가 여유롭다. 군산시내로 나오면 꽃게장, 활어회, 단팥빵, 짬뽕 등의 별미가 여행자를 보고 손짓한다.


근대 역사에 ‘문화옷’을 입히다…군산 시간여행
보고, 느끼고, 먹고, 즐기는 ‘자전거 여행의 진수’

선유도 선착장에 내리면 작은 차량을 가지고 나온 민박 주인들이 예약 여부를 물으며 자기 집으로 가자고 말을 건다. 당일치기로 선유도를 찾은 여행자라면 상관없지만, 1박을 계획했다면 여기서 숙소를 골라도 좋다. 그들은 차량으로 손님들과 짐을 실어 나르고, 이튿날 뭍으로 나갈 때 선착장까지 모셔다준다. 투숙객에게는 자전거를 1박2일 동안 대당 1만원에 빌려주며, 당일치기 여행자가 자전거를 빌릴 때는 시간당 3000원(2인용 6000원)이다. 
자전거를 빌렸다면 ‘선유도·고군산군도 관광 안내’ 책자(무료 배포)를 챙긴다. 안내책자가 없어도 길 잃을 염려는 없다. 선유도해수욕장 서쪽 민가와 상가 밀집지역의 군산시정안내소(선착장에서 1km)만 기억하면 된다. 선유도 선착장에서 자전거 하이킹 코스가 세 갈래로 나뉜다. 코스별 경유지와 거리를 알아보자.


따르릉 따르릉 
가을 속으로~

A코스는 대장도까지 다녀오는 코스로, 이용자가 가장 많다. 이 길 끝에 선유도 일대를 한눈에 조망하기 좋은 대장봉이 있다. 선착장→시정안내소→선유도해수욕장과 망주봉 전망 포인트→초분공원→장자대교→낙조대→장자도 포구→대장교→대장도로 이어지며, 총 거리는 3.7km다. 다리 두 개를 건너고, 선유도 외에 장자도와 대장도를 만날 수 있다. 여객선 대신 유람선을 타고 와 상륙시간이 한 시간 정도인 여행객도 A코스를 주로 선택한다.
B코스는 선유도 북쪽의 몽돌해수욕장까지 다녀온다. 선착장→선유도해수욕장→망주봉 하단 해안도로→신기리 포구→전월리 포구→남악리 몽돌해수욕장으로 이어진다. 총 거리는 4.7km, 다양한 해변을 두루 만나볼 수 있다. 

C코스는 선유도 남동쪽 무녀도에 다녀오는 길. 선착장→선유대교→모감주나무 군락지→무녀도 염전→무녀도 포구를 돌아오며, 총 거리는 4.3km다. 선유대교에서는 저녁노을의 매력에 빠지기 좋다. 앞삼섬, 주삼섬, 장구도 등 올망졸망한 섬들 사이로 해가 숨고 붉게 물든 바다에 고깃배와 유람선이 부드러운 궤적을 남기며 지날 때의 장면은 선유도를 떠나도 오래도록 뇌리에 남는다.

A코스에서는 선착장을 출발해 시정안내소를 지나자마자 만나는 오르막길 끝의 전망 포인트에서 한 번 쉬게 마련이다. 힘껏 잡아당긴 활시위처럼 휜 선유도해수욕장의 모래밭이 눈부시도록 희다. 페달 밟기를 잠시 멈추고 모래밭과 망주봉이 선물하는 절경에 빠진다. 신선들이 노니는 섬이라는 선유도의 명칭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장자도로 향한다. 해안 길을 얼마쯤 지났을까, 왼쪽 언덕 위에 초분공원 표지판이 보인다. 나무 계단을 따라 언덕에 오르자 짚으로 엮은 이엉을 뒤집어쓴 초분들이 나란히 누워 있다. 낟가리 모양, 기와지붕 모양 등 저마다 모양이 다르다. 초분은 원래 섬이나 해안 지역에서 행해지던 전통 장례 풍습이다. 사람이 죽으면 조상이 묻힌 곳에 그대로 묻는 것을 꺼려, 2~3년간 가매장했다가 육탈시킨 뒤 묻는 이중 장례 풍습에서 유래한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무녀도뿐만 아니라 장자도, 선유도, 어청도 등 고군산군도 전체에 초분이 있었다고 한다.


다시 페달을 밟아 장자도로 향한다. 오르막으로 시작되는 장자대교를 지날 때 여행객은 으레 자전거에서 내려 걷는다. 힘이 빠지기도 하거니와 장자대교에서 바다 풍경을 감상하기 위해서다. 좌우에 진을 친 낚시꾼들과 한두 마디 나누는 대화도 정겹다. 이곳에서는 붕장어, 놀래미, 잡어 등이 잡힌다고 한다.

주변 명소와 
전망 포인트

장자도에 들어가면 왼쪽으로 장자도 어촌체험마을이 있다. 갓 잡은 생선을 빨래집게로 집어 말리는 풍경이 재미나다. 자전거를 타고 씽씽 달리던 사람들이 장자도 방파제에서 잠시 멈춘다. 섬 끝에 서면 대장봉이 코앞이다. 장자도에서 대장도로 이어지는 다리는 개울가에 놓인 다리처럼 자그마하고 야무지다. 대장봉슈퍼 삼거리에서 오른쪽이 장자할매바위로 가는 길이고, 왼쪽 언덕에는 대장봉으로 이어지는 오솔길이 있다. 
조망의 즐거움을 원한다면 대장봉에 올라보는 것도 좋겠다. 장자할매바위 쪽으로 가는 길은 가파르고, 조금 편하게 대장봉으로 갈 수 있는 숲길을 따라 가는 방법도 있다. 대장도를 서쪽으로 에둘러 가는 숲길로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데, ‘군산 구불길 8길 고군산길’의 일부분이다. 대장봉이 해발 142.8m라고는 하나, 정상까지는 간간이 가파른 길이 나타난다. 우거진 숲길과 암벽을 오르는 구간이 반복되니 미끄러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길 옆 나뭇가지에 등산객이 달아놓은 리본이 이정표 구실을 한다.


대장봉 중턱의 넓적한 바위를 지나 정상까지 한달음에 오른다. 북쪽으로는 횡경도와 방축도가, 남쪽으로는 장자도와 무녀도, 선유도 등 고군산군도의 진풍경이 그대로 드러난다. 심지어 저 멀리 새만금방조제까지 아스라이 시야에 들어온다. 신선들이 섬과 섬 사이를 넘나들며 즐겼다는 선경이 바로 이런 풍광이리라. 대장봉 아래 울긋불긋한 펜션 단지가 자리 잡아 지중해를 닮은 경치를 보여준다. 대장봉에서 바라보는 장자도 포구가 정겹게 다가온다. 
대장봉에서 내려오는 동안 장자할매바위가 보인다. 전설에 따르면 장자할아버지가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떠난 사이, 할매는 백일기도와 천일기도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매번 과거에 낙방한 할아버지는 사대부 집 외동딸의 글 선생으로 들어앉았다가 그녀와 백년가약을 맺는다. 몇 년 뒤 과거에 급제해 고향으로 돌아오는 할아버지를 마중 나간 할매는 그 사실을 알고 그만 돌이 되었다고 한다. 할아버지 역시 대장도에서 멀리 떨어진 진대도에서 갓을 쓴 형상으로 굳어 돌이 되었다고 전해온다. 


고군산군도 자전거 여행을 마치고 군산 시내로 나오면 다양한 별미들이 활력을 불어넣는다. 여행객이 즐겨 찾는 별미로는 푸짐한 꽃게장백반, 매콤한 아귀찜, 시원한 생선탕, 고소한 박대구이,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빵집의 다양한 빵, 줄을 서야 먹을 수 있는 짬뽕, 달달한 호떡 등이 손꼽힌다.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정보>

당일 여행 코스
군산연안여객터미널에서 첫 배를 탐→선유도 도착→자전거 대여→장자도를 거쳐 대장도까지 다녀옴→막배 타고 군산 시내로 나옴


1박2일 여행 코스
· 첫째 날 : 군산연안여객터미널→선유도 도착→자전거 대여→장자도,대장도, 무녀도 차례로 돌아보기→선유도에서 숙박
· 둘째 날 : 선유도 해변 산책 후 여객선 타고 군산 시내로 나오기→군산근대역사박물관, 근대 역사 문화지 탐방→은파호수공원 산책(혹은 채만식문학관 관람이나 금강철새조망대 관람)


관련 웹사이트 주소
· 군산 문화관광  http://tour.gunsan.go.kr
· 군산근대역사박물관  http://museum.gunsan.go.kr
· 채만식문학관  http://chae.gunsan.go.kr
· 금강철새조망대  www.gmbo.kr


문의 전화
· 군산관광안내소  063)453-4986
· 군산시청 관광진흥과  063)454-3332
· 새만금관광안내소  063)445-4472
· 군산근대역사박물관  063)454-7870 
· 채만식문학관  063)454-7885
· 금강철새조망대  063)454-5680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군산,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15~20분 간격(06:00~23:05)운행, 약 2시간 30분 소요.
* 문의 : ·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 이지티켓  www.hticket.co.kr 
             · 군산고속버스터미널  063)445-3824 
             · 군산시외버스터미널  1666-2747


여객선·유람선 정보
· 군산연안여객터미널  063)472-2727 
· 월명여객선  063)462-4000
· 한림해운  063)461-8000
· 월명유람선  063)445-5735
· 군산유람선  063)442-8845
· 새만금유람선  063)464-1919


자가운전 정보 
· 서해안고속도로 동군산 IC→21번 국도→옥녀교차로→군산연안여객터미널→선유도
· 호남고속도로 전주 IC→21번 국도→옥녀교차로→군산연안여객터미널→선유도


숙박 정보
· 고우당 : 군산시 구영6길 13, 063)443-1042,www.gowoodang.com
· 웨스턴호텔 : 옥서면 선연길, 063)471-0715, www.western-inn.kr
· 베니키아 아리울호텔 : 군산시 가도안1길, 1588-0292,www.gunsanariul.com  
· 베스트웨스턴군산호텔 : 군산시 새만금북로, 063)469-1234, www.gunsanhotel.co.kr 
· 선유민박 : 옥도면 선유북길, 063)465-7275


식당 정보
· 한주옥 : 꽃게장백반, 군산시 구영2길, 063)445-6139 
· 군산횟집 : 활어회, 군산시 내항2길, 063)442-1114
· 궁전꽃게장 : 꽃게장, 군산시 부곡1길, 063)466-6677
· 계곡가든 : 꽃게장, 개정면 금강로, 063)453-0608
· 이성당 : 빵, 군산시 중앙로, 063)445-2772
· 복성루 : 짬뽕, 군산시 월명로, 063)445-8412


축제와 행사 정보
· 군산세계철새축제 : 2013년 11월22?24일, 금강철새조망대·금강습지
  생태공원 일원, 063)454-5680, www.gmbo.kr 


주변 볼거리
군산근대역사박물관, 은파호수공원, 진포해양테마공원, 금강철새조망대, 옛 군산세관, 군산 신흥동 일본식가옥, 월명공원, 해망굴, 동국사, 은적사, 채만식문학관, 군산 내항 부잔교, 임피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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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